미국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정책과 중국의 부상에 가려있던 일본이 “나도 살아있다”며 게임에 끼어들고 나섰다. 우익정권을 중심으로 한 군사대국화 움직임이다. 지난 12월 실시된 총선에서 공공연하게 극우노선을 내세운 자민당이 승리함에 따라 아시아 안보지형이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아베 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은 헌법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국방군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자민당과 연대 가능성이 높은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 지사의 일본유신회는 핵무장까지 주장하고 있다. 미-일 안보동맹이라는 ‘병마개’를 통해 일본의 핵무장을 억제해온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틀이 흔들리게 된 셈이다. 우익정권의 재무장은 동아시아에서 군비경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두고 일본과 대립하는 중국, 독도문제로 일본과 갈등을 겪어온 우리나라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넋 놓고 쳐다볼 리 없기 때문. 특히 자민당 우익들은 과거 난징대학살과 정신대 강제동원을 전면 부정하고 있어 영토분쟁과 함께 역사 갈등도 심화될 전망이다.
앞으로 주목되는 부분은 일본 우경화에 대한 미국 입장이다. 미국이 계속 병마개를 닫아놓고 일본의 핵무장을 억제할 것인지, 자위대의 국방군화를 일정 부분 용인할 것인지 여부다. 현재로선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 서아시아의 인도, 동남아의 필리핀을 포섭한 중국 봉쇄라인이 동북아에서 마무리되려면 일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북한문제로 이 대열에 낄 수 없다는 것을 미국도 알고 있다.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는 사건이 지난해 9월 있었다. 리언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미국이 일본에 차세대 미사일 감시 레이더를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파네타는 당시 미국이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우방국을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탄도미사일방어체계(BMD)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다수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추진 중인 BMD 구축이 실상은 중국 미사일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미국은 BMD에 호주 인도 한국 등을 추가로 가입한다는 전략이지만, 아직 입장을 정한 나라는 없다. 섣불리 미국 주도 BMD에 참여하면 중국을 적대시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오피니언 리더를 대변하는 환구시보는 이와 관련해 “중국은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이 아시아에서 BMD를 구축하는 것은 중국의 핵정책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일본 극우파의 집권과 재무장은 미국에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견제를 위해 써야 할 군비의 상당 부분을 일본 극우정권이 대신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BMD도 그중의 하나다.
이런 구상은 지난 연말 미 상원의 방위수권법안 개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상원은 센카쿠 열도가 미국의 일본 방위 의무를 정한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명기할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센카쿠 영유권을 두고 중일 간에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군이 일본을 돕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조항은 “미국은 센카쿠 열도의 궁극적인 주권에 대해 특정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센카쿠 열도가) 일본의 지배하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