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이 현대사회의 새로운 가치로 부상하면서 이 같은 변화를 이용한 유통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요즘 뜨고 있는 ‘힐링(Healing)’ 마케팅이다. 힐링은 마음을 치유한다는 의미로 경기 불황에 지친 소비자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려는 발상에서 착안한 마케팅이다.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이야시’ 산업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야시’란 일본어로 ‘치유’를 의미하는 단어다.
일본, 이야시(치유) 산업 인기몰이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문화센터에서 힐링을 주제로 한 다양한 테마 강좌가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 작년보다 강좌 수와 수강생이 대폭 늘어났고, 올해 선보인 힐링푸드 전문 코너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톡톡한 집객 효과를 누리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들의 힐링 마케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내용은 바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열린 ‘힐링’ 강좌다.
지난 8월 롯데백화점은 전국 13개 점포에서 올해 최고의 ‘국민멘토’로 떠오른 혜민스님의 힐링 강좌를 개최했다. 당시 강좌는 20~60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고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며 신청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마감됐고, 무려 5000여명에 달하는 수강생이 몰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맞춰 이 백화점은 이번 문화센터 겨울학기에도 다채로운 힐링 강좌를 마련했다.
현재 청소년을 위한 ‘김수영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중년층 고객을 겨냥한 ‘이의수 교수의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같은 연령에 맞는 강의는 물론 야외에서 진행되는 ‘쉼과 여유, 힐링을 위한 서울 여행’과 명상을 통한 힐링인 ‘명상과 호흡 명상 테라피’, 힐링요리를 만드는 ‘심신을 살리는 자연 밥상’ 등의 수업이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불황기 주머니가 가벼워진 고객들을 위해 5000원 이하로 들을 수 있는 ‘원데이(One Day) 특강 강좌’를 2011년 겨울보다 12% 많은 700여개로 늘렸다.
문화센터 힐링 강좌 줄이어
신세계백화점도 ‘불황에 지친 마음을 인문학으로 치유한다’는 주제로 ‘손자병법으로 보는 삶의 지혜’와 성균관대 유교문화 연구원이 진행하는 논어이야기 등 동서양고전과 세계문화, 여행 등의 강좌를 작년보다 35% 더 늘려 운영하고 있다.
또한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 10월 힐링 개념을 도입한 농산물 코너를 최초로 마련했다. 지하 1층 식품관에 마련된 이 매장에서는 석류와 삼채, 한라봉과 유자 등 힐링 푸드로 알려진 5~6종의 채소와 과일류를 한데 모아 판매하고 이들 제품의 주요 기능을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