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그룹 사장단을 모아놓고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반도체’를 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삼성전자는 아시아 최대의 반도체 업체로 성장했고, 20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대의 전자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20년 전 반도체를 택했던 것처럼 재계가 차세대 먹거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금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그룹의 명운이 차세대 사업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재계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미래 신성장동력이 될 차세대 먹거리를 어떤 것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경제 정책과 이와 수반되는 실업률, 세금 등을 계산해 앞으로의 예산과 정부 정책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는 이미 차세대 먹거리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 놓은 상태다. 지난 2008년 지식경제부 산하 ‘신성장동력기획단(단장 서남표 KAIST 총장)’을 구성해 6대 분야 22개 산업을 우리 기업들의 차세대 먹거리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후 2009년에는 이를 세분화해 3개 분야 17개 산업으로 재분류했다.
재계 역시 정부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저마다 고심 끝에 마스터 플랜을 내놓은 상태다. 삼성그룹은 바이오·의료기기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정하며 인수합병 등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이미 시작했고, 현대차그룹 역시 차세대 이동수단이 될 전기차와 수소연료차, 그린 스마트카 등의 시제품을 선보이며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 진출한 10대 그룹의 현주소를 통해 대한민국 신성장동력의 성공 가능성을 이 짚어봤다.
너도 나도 뛰어드는 녹색기술산업
정부가 선정한 ‘신성장동력’ 사업 중 10대 그룹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며 재빠르게 투자에 나선 분야는 녹색기술산업군이다. 이 분야는 △신재생에너지(박막 태양전지, 연료전지발전시스템) △탄소저감에너지(차세대 신형원전) △고도 물처리 산업(수처리 플랜트) △LED 응용(LED 및 조명) △그린수송시스템(그린카, WISE선박) △첨단그린시티(U-city) 등의 분야로 이뤄져 있다. 원전 및 플랜트, 그리고 건설업과 2차전지까지 다양한 산업군으로 이뤄져 있어 벌써부터 10대 그룹들의 과잉투자 논란이 일 정도로 치열한 선점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먼저 신재생에너지 부분에는 삼성그룹을 비롯해 SK, LG, 현대중공업, GS, 한화, 두산 등 10대 그룹 모두가 경쟁관계에 있다. 에너지와 관련되다 보니 기존 에너지 관련 그룹은 물론 다른 대기업들 역시 기술개발과 투자에 뛰어든 상태다.
그중에서도 중국이 천문학적 투자를 한 태양광 관련 사업은 10대 그룹들의 경쟁이 유독 치열하다. 이 분야에 진출한 10대 그룹은 삼성 LG SK 현대중공업 한화 등 5개 그룹으로 각각 전지, 소재, 설비 등에서 그룹의 명운을 걸고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그룹은 삼성SDI를 전면에 내세우며 태양전지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제일모직을 통해 태양전지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사업에도 나선 것은 물론 원천기술을 보유한 해외 업체들을 삼성전자가 인수하기도 했다. 또 삼성정밀화학과 삼성코닝정밀소재도 태양광 사업과 관련된 R&D를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현재 투자를 머뭇거리는 모습이다. 오는 2020년까지 2조원을 투자할 방침이었지만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추가 투자는 보류한 상태다.
LG그룹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LG실트론과 LG화학을 통해 태양광에 진출해 있지만 웨이퍼 증설 계획은 무기한 보류했다. SK그룹의 SKC 역시 비슷한 사정으로 투자를 멈춘 상태다.
반면 현대중공업그룹과 한화그룹은 투자 규모를 늘리며 공격적인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은 업황 침체로 지난해 준공한 충북 음성의 공장 가동을 멈췄지만, 프랑스 생고뱅과 공동출자한 현대아반시스를 통해 100MW 규모의 박막형 태양전지 공장을 새로 짓는 등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오는 2013년 태양광산업과 관련한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한화케미칼과 한화솔라원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실장이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밖에도 웅진그룹과 OCI그룹, 코오롱, KCC그룹 등이 태양광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태양광 사업에 너무 많은 대기업들이 몰리다 보니 벌써부터 중복 및 과잉투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침체로 태양광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무리한 투자에 나서고 있고, 중국기업 등 후발업체들이 대규모 시설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원천기술 및 특허권 확보와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차전지 분야 역시 태양광만큼이나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LG화학을 필두로, 삼성의 SB리모티브 SK이노베이션 LG화학 GS에너지 한화 등이 자신들의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삼성과 SK, LG, GS 등 에너지·화학부문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대기업들이 저마다 투자를 집중하고 있어 앞으로의 결과가 주목된다.
풍력·플랜트·원전·해수담수화 등과 관련해서는 10대 그룹 대부분이 모두 한 발을 걸치고 있다. 먼저 풍력 발전은 10대 그룹 중 삼성그룹의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립각을 펴고 있다. 풍력발전은 사실상 유럽 업체들에 비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세계 최고의 플랜트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원천기술 개발에만 성공한다면 앞으로는 낙관적이란 게 업계의 판단이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그룹과 STX그룹도 진입해있다.
차세대 원전과 관련해서는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등이 경합을 펼치고 있다. 두산그룹은 원전과 관련된 원천기술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의 원전을 시공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또 현대중공업은 뛰어난 플랜트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전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중동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해수담수화 설비는 두산그룹이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삼성과 GS과 LG, 현대중공업 등이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녹색기술산업의 마지막 분야인 첨단그린시티는 10대 그룹 전체가 경합 중이다. 10대 그룹 모두가 그룹 내에 건설사와 IT계열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만큼 최첨단 IT기술과 친환경 노하우를 살려 친환경 도시설계와 친환경 아파트, 유비쿼터스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하우스 등을 개발 중이다.
지식경제부가 선정한 신성장동력 3대 분야 중 녹색기술산업은 사실상 10대 그룹 모두가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0대 그룹 대부분이 원천기술이 부족한 상태고, 시설투자만을 벌이고 있어 과잉투자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보다는 기술개발 투자나 연구지원을 더 늘리면서 수요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천기술 필요한 융합산업은 선택과 집중
정부가 발표한 ‘신성장동력 3개 분야’ 중 두 번째는 ‘첨단융합산업’이다. 이 분야는 IT기술을 통한 융합산업이라는 점에서 진입장벽은 낮지만 시장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높고 독자적인 산업개발을 통해 선도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어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시장을 먼저 선점할 경우 특허권을 통해 진입장벽을 높게 칠 수 있어 대기업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첨단융합산업군은 △방송통신융합(차세대 융합 네트워크, 무선통신, 디지털TV, IPTV) △IT융합시스템(스마트카, 디지털선박, 센서 네트워크 시스템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로봇응용(라이프케어, 첨단제조, 사회안전, 에듀테인먼트, 의료서비스) △신소재-나노 융합(초경량 마그네슘, 나노탄소 융합소재, 나노필름, 바이오머신) △바이오(바이오의약, 신소재·장기, 바이오화학제품, 의료영상기기) △고부가 식품산업(기능성 식품, 웰빙·친환경 식품) 등의 분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분야는 ‘IT융합시스템’이다. 10대 그룹들 모두가 계열사로 IT·SI 회사를 소유하고 있어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의 IT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상품을 만들어내려 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는 스마트카와 디지털 선박 설계다. 스마트카 부분은 국내 최대 자동차제조사인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재빠르게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해외 유명 자동차 회사들과 손을 잡고 있는 LG그룹과 통신부분까지 융합시키려하는 SK그룹(SK플래닛)이 막강한 경쟁 상대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역시 이재용 부사장이 최근 해외 자동차 업체들과 만나면서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의 결과가 주목된다. 스마트카 분야는 각 자동차 브랜드마다 글로벌 IT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내놓고 있다.
디지털 선박 설계 분야는 엔지니어링 및 조선소를 보유한 대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등이 10대 그룹 중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엔지니어링 업계의 대표기업들인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과 두산그룹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는 삼성그룹의 독주 아래 LG와 SK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뒤 막대한 투자계획을 밝히며 시스템반도체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특히 해외 IT 업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 국내 최대 통신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 하이닉스와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기술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과 IT, 통신 기술을 결합한 방송통신융합 분야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회사들과 전자업체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미 세계 최고의 방송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IPTV-DMB-Wibro-CDMA 등 핵심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콘텐츠 및 원천기술 등이 보완되면 앞으로 높은 성장률이 예견되는 분야다. 특히 방송통신융합 분야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글로벌 특허전과 카카오톡-네이버 라인 등의 모바일 메신저 경쟁 등이 이미 진행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기술개발을 통해 선도 기업이 되도 트렌드 변화가 빠른 산업인 만큼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지능형 로봇산업은 첨단융합산업군 중 가장 관심이 부족한 산업이다. 10대 그룹 중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그룹, LG그룹 정도만이 진출한 상태다.
동부그룹 역시 로봇산업 분야에서는 강자로 손꼽힌다. 지능형 로봇산업은 국방, 교통, 복지, 해양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이 가능해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009년 당시 국내 로봇시장의 규모가 약 9032억원이며, 세계 5위 수준이라고 밝혔다.
신소재·나노 융합 분야는 삼성그룹과 롯데, LG, SK 등이 진출해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띌 만한 높은 성과는 없는 상태다. 세계적인 수준의 나노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가 기대되는 분야라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하지만 원천기술을 보유한 소수의 글로벌 기업들의 독과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새로운 소재 개발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위험-고수익군으로 불리는 바이오 및 의료 분야는 10대 그룹 중 삼성그룹만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상태다. LG그룹과 한화그룹이 있지만 아직까지 삼성그룹만큼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지는 않은 상태다.
삼성그룹은 먼저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한 후 헬스케어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또한 최근에는 삼성전자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하고 연매출 10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앞으로도 의료기기는 물론 제약까지 다양한 분야의 바이오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LG그룹은 LG생명과학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생산에 나선다. 이미 다양한 신약개발을 진행 중인 LG생명과학은 바이오시밀러 투자를 통해 점차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한발 늦게 바이오산업에 진출했지만, 재빠르게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며 FDA의 승인신청까지 해놓은 상태다. 앞으로 6000억원 규모가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자리 늘릴 고부가 서비스업은 ‘제자리’
지식경제부가 밝혔던 3대 신성장동력 중 마지막은 ‘고부가 서비스 산업’이다. 헬스케어에서부터 교육서비스, 금융, 콘텐츠, 관광에 이르기까지 기술력은 물론 전문인력이 가장 많이 필요한 산업분야다. 이에 정부에서도 고부가 서비스 산업을 육성시켜 사회문제로 커지고 있는 ‘일자리’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고부가 서비스 산업은 헬스케어 분야와 교육서비스, 녹색 금융, 콘텐츠, 소프트웨어, MICE, 관광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고부가 서비스 산업은 약 10년 후 700조원 규모의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350만명 정도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지식경제부는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10대 그룹 중 대부분은 고부가 서비스 산업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높은 기술력과 노하우, 그리고 현장경험을 갖춘 전문인력을 보유해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선도 기업들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그래서일까. 바이오산업과 연계가 가능한 헬스케어 분야만이 대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을 뿐 다른 사업 분야에 대한 10대 그룹의 투자는 거의 없는 상태다. 물론 금융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늘었지만 인수합병 이후 대대적인 투자는 없는 상태다. 그나마 IT기술을 활용한 방송융합서비스를 통해 교육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투자금액만 놓고 보면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반면 관광업은 한류열풍으로 인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관광산업과 관련된 면세점과 호텔, 항공업체들은 미소를 짓고 있다.
여기에 쓰나미로 일본 관광객들까지 국내로 발길을 돌리면서 관광업계는 저마다 투자와 시설확충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늘어난 관광객들을 유지할 만한 독특한 관광콘텐츠 개발이 거의 없어 한류열풍이 식을 경우 관광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해 연관 산업을 성장시키는 MICE 업종은 정체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ASEM, 올해 여수엑스포 등을 치러내고, 2014년 대구국제육상대회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을 유치했지만 여전히 역량은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글로벌 국제행사를 유치해도 연관 산업과의 시너지를 내는 경우가 드물어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10대 그룹 중 MICE에 진출한 기업이 거의 없다. 글로벌 국제 행사인 만큼 상업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지식경제부는 지자체는 물론 정부와 손을 잡고 글로벌 행사를 개최하는 방안 등 다양한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중기 육성 및 과잉투자 해소에 정부 역할 절실
이처럼 지식경제부 주도로 시작된 ‘차세대 먹거리 선정’ 사업은 2009년 1월 3대 분야 17개 업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벌써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도 있지만 아직까지 진출조차 못하거나 이미 사업을 선점했던 중소기업들을 밀어내고 대기업 주도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차세대 먹거리 사업의 경우 사실상 10대 그룹들이 특정 분야들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다보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2차전지와 태양광 사업 같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고도물처리 사업 등에 앞다퉈 진출하다보니 중복투자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 역시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지난 2009년 1월 3개 분야 17개 신성장동력을 확정한 후 200개의 세부추진계획을 포함한 종합계획을 확정해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전략적인 투자나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6500억원의 신성장동력 펀드를 조성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해 10대 분야 52개 과제에 1750억원을 투입했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미미하다.
또 수입의존도가 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LED, 태양광 등과 관련된 장비산업 부분에 대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진출하면서 중복투자 논란과 과잉설비 논란도 일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런 점은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 대기업들이 대부분 진출하면서 이전부터 사업을 영위해왔던 중소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 진출해있던 중소기업들 대부분은 특허는 물론 기술력도 갖추고 있지만 대기업의 무차별 사업 확대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 진출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관리감독을 요구하고 있는 것.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태양광 진출 러시 이후 관련 사업계에 종사하던 R&D 연구원 중 상당수가 대기업으로 스카우트됐다”며 “당초 기술개발에 자금을 쏟았던 중소기업들 중 일부는 R&D 인력 이탈로 기술개발에 실패했고 결국 문을 닫은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차세대 먹거리 사업과 관련 R&D에 나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비용이나 세제혜택 등과 같은 자금지원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는 “부서별로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에게 모두 득이 되는 대책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