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첫해다. 21세기 첫 10년의 반성과 함께 두 번째 10년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준비하고, 수행해 나가야 하는 첫 단추와도 같은 해다. 글로벌 환경은 하루 앞도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어떤 변수가 언제 어떻게 우리 앞에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10년 이후까지 지속발전을 위한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따라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향후 10년 동안 맞이하게 될 키워드를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향후 10년의 첫 단추와 같은 2011년 글로벌 경제의 변수를 살펴보고 2020년까지 10년 동안 제기될 변수들을 키포인트 별로 짚어 본다.
Part 1. 2011년 글로벌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
그리스 → 아일랜드 → 포르투갈 → 스페인 → 다음은?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은 데 이어 앞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어디까지 확산될 것인가? 특히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유로존 4위의 경제권인 스페인까지 흔들린다면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와중에 유럽 경제가 주춤거리는 것은 그렇다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의 엔진까지 꺼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용을 늘리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달러를 추가로 공급하는 3차 양적 완화에 나설 것인가? 이 같은 양적 완화로 달러가치가 더 하락할 경우 환율을 둘러싼 미·중 또는 미·일 등 국가 간 갈등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또한 양적 완화는 이미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려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인가? 중국을 비롯한 BRICs 등 신흥시장국들이 과연 선진국을 대신해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갈 여력이 있을까?
급성과 만성질환의 골칫거리
2011년 글로벌 경제의 향방은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불확실성에 달려있다. 이미 알려져 있는 것들이기는 해도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 상당한 충격 또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검은 백조(black swan)’형 돌발 사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로 돌아서던 글로벌 경제가 주춤거리고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질 경우 그 후폭풍은 더 클 것이다. 따라서 한 해가 시작하는 이 시기에 불확실성들만이라도 하나씩 짚어보면서 점검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유럽 재정위기. 한마디로 급성과 만성질환을 동시에 다뤄야 하는 골칫거리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을 의미하는 ‘PIGS’라는 신조어가 나왔겠는가? 여기에 아일랜드를 더해 ‘PIIGS’라고 부른 것도,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사실 영어권 프로 스포츠계에서 ‘돼지(pig)’는 연봉을 엄청나게 받으면서 성적은 시원찮은 이른바 ‘먹튀’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남유럽 4개국과 아일랜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경제는 살아나지 못하면서 재정적자만 쌓이고 이로 인해 국가채무 또한 엄청나게 늘어났다. 마치 먹튀 선수처럼 ‘먹튀 국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린다?
재정 및 국가채무 문제가 이들 국가에 유독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앞을 내다봐도 호전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들 5개국 중 이탈리아(-5.3%. 이하 2009년 기준)를 제외한 4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0%를 오르내리고 있다. 더욱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에서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이미 100%를 넘어섰으며, 포르투갈과 아일랜드가 60~70%대이지만 빠르게 치솟고 있다. 스페인이 50%대로 낮은 편이지만 실업률이 최근 20.7%를 기록, 유로존 평균의 2배를 넘으면서 유럽 내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다. 5명 중 1명이 실업인 나라에서 세금을 거둬들여 재정을 꾸리고 국가채무를 줄이기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결국 재정위기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유럽안정화기금 및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정 및 국가채무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정상화되려면 중장기적으로 재정 및 국가채무 건전화 계획을 세우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가능할 것이다.
그리스 근로자들이 국가 부채위기를 막기 위한 정부의 재정 긴축 정책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사이 느슨한 복지와 연금체계 속에서 안주해오던 남유럽과 아일랜드의 국민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처방이 아니다. 그리스 사태가 터졌을 때 국내의 한 언론이 ‘코리아는 금을 모으고 그리스는 돌을 던진다’는 타이틀을 달았다. 재정위기가 정치·사회적 위기로까지 치달으면서 위기 극복에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불씨가 살아있는 줄 알면서도 계속 안고 가야 하는 만성 질환의 특징은 잊을 만하면 다시 터져 나온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채 만기가 대거 돌아오는 오는 3월 또 한 차례 위기설이 불거질 것이다. 그러나 이미 다 알고 있는 질환이어서 유럽 재정위기가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유럽과 함께 선진국의 3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경제의 향방이다. 일본은 특히 20여 년 만에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다시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2008~2009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다음 2010년 성장률이 2.8%(이하 IMF의 2010년 10월 세계경제전망 기준)로 예상되지만 2011년에는 다시 1% 중반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2008~2011년의 연평균 성장률이 0.5%라는 계산이 나올 정도라면 별로 기대할 게 없는 셈이다.
그나마 세계 최대의 미국 경제가 괜찮은 편이어서 다행이다. 미국의 성장률은 2009년 -2.6%에서 2010년 2.6%에 이어 2011년에는 2.3%를 예상하고 있다. 2.3%면 지난 10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 1.7%를 상당 폭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들어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살아나는 조짐이 보이면서 일부 연구기관에서 2011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11월 실업률이 9.8%로 높아지는 등 고용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낙관적인 전망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여기다 주택시장에서 더블딥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만약 일자리 창출이 계속 부진해지면서 실업률이 다시 10%를 넘어설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다시 전면에 등장할 것이다.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이 3차 양적 완화에 나서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수장으로서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달갑지는 않겠지만 현재로서 미국의 엔진을 돌릴 수 있는 수단은 달러를 푸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달러를 더 풀면 미국 경제가 과연 잘 돌아갈까? 다른 부작용은 없을까? 2010년 11월 초 FRB는 2011년 6월말까지 6000억 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달러 약세를 더 부추길 것이라고 중국과 일본 등이 공격하고 나서면서 양적 완화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는 줄어든 것이었다. 하지만 6000억 달러면 우리나라 GDP의 절반을 넘는 엄청난 규모의 돈이다. 이 돈들이 시중에 풀리면 미국 경제에는 어떤 식이 됐건 도움은 되겠지만 국제적으로는 달러가 약세로 가면서 환율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물론 아일랜드 사태로 불거진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 연평도 포격 이후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 미국의 경기지표 개선 등으로 최근에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달러약세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달러약세가 현저히 나타나는 나라일수록 미국과의 환율 및 무역 갈등 또한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10년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목격한 것처럼 주요국들이 원칙적인 선에서는 합의하면서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서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1년에도 중국과 일본 등과 미국의 환율전쟁은 연장 승부에 들어갈 것이다.
또한 풀린 달러가 갈 곳을 찾아 전 세계를 헤맬 경우 주요국, 특히 신흥시장국들의 자산(부동산, 주식, 채권 등)가격은 물론 원유 및 국제원자재 가격상승을 부추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정도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선진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들어서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신흥시장국 경제도 수요 면에서 그다지 강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달러가 들어오면서 신흥시장국들의 환율이 더 불안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브라질과 태국, 우리나라 등 신흥시장국에서 해외자본의 유출입을 통제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 같은 달러의 유출입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시장 규모가 작은 반면 해외의존도는 높은데다 환율전쟁의 대표적인 당사국인 중국과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위치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2011년에도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높아지는 신흥시장국의 기대감
이상 언급한 여러 가지 걸림돌에도 글로벌 경제가 2011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는 신흥시장국들에게 달려 있다. 1990년대까지 선진국들이 글로벌 경제를 주도했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신흥시장국들이 이끌어가고 있다. 전 세계 성장률이 1990년대(1991~2000년) 연평균 3.1%였을 때 선진국과 신흥시장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2.8%, 3.6%였다. 선진국들이 신흥시장국들에 못지않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로 들어가면서 선진국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신흥시장국들이 도약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2001~2010년) 들어 전 세계 성장률이 연평균 3.6%로 높아질 때 선진국 성장률은 2.8%에서 1.6%로 급락했다. 반면 신흥시장국 성장률은 3.6%에서 6.2%로 2배나 높아졌다.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시장국들의 성장률이 같은 기간 7.4%에서 8.5%로 높아졌을 뿐 아니라 ‘잃어버린 대륙’이라고 불리던 아프리카까지 살아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신흥시장국들의 성장률이 1990년대 연평균 2.4%에서 2000년대 들어서는 5.3%로 2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대다수 선진국들이 마이너스 성장률로 곤두박질치는 와중에도 신흥시장국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하면서 플러스 성장 상태를 유지했다. 예를 들어 2009년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3.2%를 기록한 반면 신흥시장국들은 2.5%로 플러스 수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중국과 인도가 이끄는 아시아 신흥시장국들이 6.9%의 호성적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였다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예상 밖의 빠른 속도로 벗어난 이들 신흥시장국들이 과연 선진국들의 부진을 극복하면서 선전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앞으로 예상되는 대선진국 수출증가율의 둔화 또는 정체를 얼마나 내수 및 역내 또는 신흥시장국간 수출로 대체해 나갈 수 있느냐의 문제, 즉 신흥시장국들의 자생력 정도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신흥시장국들의 소득수준이 최저생활수준을 벗어나면서 소비여력이 생기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도로 및 항만 건설 등 인프라투자에 나서는 등 내수확대 가능성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2010년 1인당 소득이 5000달러를 넘어서면서 중국인들의 소비가 국제원자재 시장을 좌우하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들은 60%를 넘고 있는 반면 신흥시장국들은 50%에도 채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은 내수 확대 전략의 성공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신흥시장국들이 그간 수출을 통해 쌓아온 기술력과 경쟁력에다 국내의 값싼 노동력과 양적 완화로 유입되는 해외자본을 잘 활용할 경우 수출과 내수라는 2개의 지렛대를 가지게 되는 절호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아울러 위기 이후 신흥시장국들이 전략적 차원에서 내수 확대와 함께 역내 무역 확대에 나서고 있는 점도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본격 성장 국면 진입
다른 한편으로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해외자본의 유출입으로 자산가격 거품과 붕괴 또는 환율의 불안정과 같은 불안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태국 등 아시아는 물론 브라질과 칠레·페루 등 남미의 신흥시장국들이 이미 해외자본 통제 및 금리 인상 등에 나서고 있어서 이 또한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 등이 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 신흥시장국 경제에 신뢰를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2011년 글로벌 경제는 걸림돌과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기는 해도 그런대로 잘 넘기면서 적어도 2010년 수준 이상의 성장세는 이어갈 것으로 내다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측기관인 국제통화기금(IMF)은 2010년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2011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4.2%로 내다봤다. 작년 4.8%보다는 약간 낮지만 지난 20년 동안의 연평균 3.3%에 비해서는 1% 정도 높은 수준이다. 물론 2008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8~2009년의 성장률이 각각 2.8%, -0.6%로 낮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2년 연속 4%대의 성장률을 이어간다는 것은 거의 정상 수준을 회복했을 뿐 아니라 본격적인 성장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최성환 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sungchoi@korealife.com]
Part 2. 2020년의 세계
미래를 모르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방향감각 없이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것과 같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미래가 항상 미래로 있지 않고 금방 현실로 다가온다. 미래가 현재로 되고 또 과거로 바뀌는 동안 새로운 미래는 계속 나타난다. 따라서 과거에 연연하거나 현실에 안주할 겨를이 없다. 미래를 알아야 한다.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갖가지 변화가 다방면에 걸쳐 복잡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인구 변화나 지구온난화는 어떻게 진전되고, 우리에게 던지는 숙제는 무엇인가.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와 방향 그리고 그것이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 과연 인간이 죽지 않는 세상이 올 것인가. 온다면 언제쯤인가. 교육이 나라의 장래를 결정하는데 교육 자체의 미래는 어떻게 되며 미래형 인재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가. 일자리 변화는 어떻게 되며, 어떤 직종이 부상하고 어떤 직종이 사라지는가. 장차 기업의 모습은 어떻게 되고 기업경영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개별 국가 대신에 지구촌 정부가 탄생한다는데, 과연 그런 날이 올 것인가. 미래는 온통 사이버 세상이 될 텐데 어떻게 적응해 나가야 할까. 이런 식으로 살펴보자면 끝이 없다.
이처럼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는 너무도 복잡하다. 미래 변화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고 변화의 내용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남보다 먼저 미래를 잘 예측하고 준비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예측만 하는 데서 나아가 각자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가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더 큰 미래를 열어가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다. 따라서 행복한 삶을 원하는 개인, 성공적인 기업 경영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기업가, 국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공직자라면 누구든 미래 공부부터 하고 볼 일이다.
왜 2020년인가
많은 사람들이 2020년을 두고 여러 가지 전망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2020년이 큰 고비가 될 것이라는 데에 별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 10년밖에 남지 않은 2020년이 어째서 그렇게 중요한 고비가 되는지를 정리해 보자.
첫째, 인구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인구가 본격적으로 줄기 시작할 것이다. 앞으로 50년 정도 세계 인구는 계속 늘어나겠지만 우리나라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지속한 결과, 앞으로 2016년을 피크로 해서 노동력이 줄기 시작하고 2018년이 지나면 전체 인구가 줄어든다.
인구가 준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다. 학생이 줄고, 노동력이 줄고, 구매력도 준다. 이렇게 되면 사회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이웃 일본의 일어버린 10년의 시작이 바로 그것이다. 얼마 전 노무라 증권에서 지적한 현재의 한국경제가 1980년대 후반의 일본경제와 유사하다는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둘째, 국제관계에서 미국과 중국의 G2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중국은 지난 30년간의 고도성장에 힘입어 2010년 경제규모가 일본을 추월하고 미국 다음이 된다. 중국이 지금처럼 무서운 속도로 커간다면 2030년 전후로 미국도 따라잡을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2020년쯤 되면 이러한 전망에 대한 가능성 여부가 더욱 확실해질 것이다.
중국의 부상에 따라 미국 중심의 일극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우리는 미국과는 전통적인 우방관계이지만 경제적인 관계는 중국과 더 밀접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갈등관계를 지속할 경우 우리는 양자택일의 어려운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 중국, 일본, EU 등 강대국과의 다자관계와 양자관계에 있어 균형을 잃지 않는 지혜가 요구된다.
셋째, 2020년을 전후로 남북의 통일 가능성이 엿보인다. 2010년 세계미래포럼이 남북관계 전문가 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통일가능 시기에 대해 45.5%가 10년 내에, 그리고 50%가 20년 내로 대답했다. 그러나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를 감안할 때 통일 시기는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통일 후의 정치사회적 통합이나 경제적 통합이 엄청난 과제다. 따라서 통일 자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통일 이후에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유사시 통일 대비 계획을 바로 집행할 수 있도록 치밀한 사전 준비가 절실히 요구된다.
넷째,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져 많은 사람들이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그동안의 과학기술 발전이 선형적(linear)이었다면 앞으로는 기하급수적(exponential)으로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룰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고 먼 장래에 이룰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 바이오테크, 줄기세포, 게놈을 통한 의학기술의 발달은 암, 당뇨 등 만성적 질병의 퇴치와 노화 억제, 신체 복원 등을 가능케 해 인류에게 건강 장수를 선물할 것이다. 21세기 첨단산업인 NBIC(나노공학-생명공학-정보과학-인지과학)과로봇공학의 발달은 인간과 기계의 영역을 허물어감으로써 인간의 영생 가능성을 높이는 단계로까지 발전해갈 것이다.
다섯째, 교육과 직업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됨으로써 앞으로 경제사회를 리드해나갈 인재의 요건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제 곧 정보화사회가 끝나고 후기 정보화사회, 드림소사이어티, 감성사회, 문화사회가 온다고 한다. 이에 따라 경제사회를 리드하는 주류 유망 직업도 빠른 속도로 바뀌게 될 것이다.
결국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금까지처럼 암기 위주의 교육으로는 미래의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종이책이 사라지고 적시 학습과 맞춤형 개별학습이 보편화될 것이다. 평생학습사회에서 오프라인 학습과 온라인 학습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유비쿼터스 교육체제가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여섯째, 인터넷과 휴대통신의 발달에 따라 국가 권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다. 결국 정부 역할에 한계가 드러나고 그 틈을 타 NGO를 비롯한 민간의 자리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1인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의견을 개진하고 빠르게 세력을 규합함으로써 각계로부터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이를 두고 권력이 국가로부터 개개인으로 급속하게 이동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 기능이 전면 재조정되면서 정책을 운영하는 방식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무엇을 하기보다 민간의 창의와 자율을 저해하지나 않는지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할 경우 정부의 리더십은 극도로 약화될 것이다.
일곱째, 과거 물질 중심의 사고나 생활 방식이 경제적 여유가 커지면서 정신적인 측면을 더욱 중시하게 될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본질적인 의미에서 삶의 가치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든가 공정 무역, 윤리적 시장 등도 장차 물질적 측면보다 정신적 측면의 우위를 예고하고 있다. 사회적 지도층이나 기득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달라져야 할 것들
이처럼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2020년 전후가 이제 10년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2020년의 우리 모습은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다.
첫째, 미래전략을 전담하는 정부기구의 설치를 제안한다. 종전에 있었던 5개년 계획은 우리 경제의 초기 발전전략을 제시하고 이끌어가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 주도의 중기 전략이었다. 여기서 제안하는 미래전략은 10년 이상의 장기 전략이다. 미래사회의 흐름과 방향을 제시하고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나아갈 바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현 시점에서 사회지도층 인사의 인식 변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들에게 미래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이 긴요하다. 이들이 앞장서서 미래를 중시하고 손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고쳐나갈 때 우리 사회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 사회지도층 인사의 솔선, 양보, 나눔, 봉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도 감성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기능적인 면을 중시하는 소위 좌뇌 중심의 사고와 관행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감성적이고 직관적이며 큰 그림을 보는 우뇌적 사고가 없이는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따라서 따뜻한 가슴, 즉 감성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 기업이나 정부가 무슨 일을 하든 여러 사람의 이해와 협조를 제때 얻어내기 위해서는 미리부터 배려하고 포용하는 따뜻한 감성적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집단 지성을 모아 활용하도록 하자. 이제 정부든 기업이든 의사결정방식의 근본적 쇄신이 필요하다. 좋은 일도 독선적으로 처리하다 보면 그르치게 된다. 이제는 영웅이 없는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보다 훨씬 똑똑해졌기 때문에 이 사람들의 지혜를 잘 모으면 아무리 잘난 사람도 당해낼 수가 없다.
앞으로는 사회적 지위의 높낮이가 별 의미가 없다. 굵은 머리보다 긴 꼬리가 중요하게 됐다. 위키노믹스는 인터넷 시대의 일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여러 사람의 협업이 곧 그것이다. 이제 정부나 기업에서 큰일을 시작할 때 몇몇 소수가 모여 배타적으로 결정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넷째, 지구촌 시대 맞이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세계화의 진전과 수송 및 통신의 발달, 특히 최근의 인터넷 발달은 지구촌 시대의 전개를 급속하게 앞당기고 있다. 이제 곧 개별 국가가 사라지고 대신 세계 정부가 탄생한다고 까지 얘기한다.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할 일은 너무도 많다. 우선 앞으로 전개될 G2 시대에 우리의 역할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동시에 아직 초보 단계에 있는 우리의 다문화 수준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미래 승자의 길
미래 세상은 우리에게 기회와 성공을 가져다줄 수도 있지만 좌절과 실패를 안겨줄 수도 있다. 미래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다. 가능한 몇 가지 대안적 미래 중에서 가장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성이 큰 것을 골라 차근차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렇게 준비해간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원하는 바람직한 미래를 창조해낼 수 있다.
한국은 한마디로 다이내믹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정치민주화를 실현시켰다. 그 여세를 몰아 지금도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빠르게 질주하고 있다. IT나 모바일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최근에는 스포츠,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한류열풍이 대단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 사이에 끼어 이따금씩 숨이 막히기도 한다. 북한은 여전히 예측 불가한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가 지닌 양면성이요, 미래 예측이 쉽지 않는 태생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달리 생각해보면 그렇기 때문에 미래 준비가 더더욱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지만 미래 준비가 너무 소홀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뼈아픈 충고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원래 과거 지향적 내지 현실 안주적 성격이 강한 민족이다. 그동안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덫에서 나와 미래 준비와 창조에 매진하자. 미래를 만들면 그것이 과거를 정리해 준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 주변에 오랫동안 따라다녔던 우파 대 좌파, 보수 대 진보의 굴레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 미래파가 되도록 하자.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미래 변화의 내용을 하나하나 살피고 거기에 맞추어 미래를 준비해 나간다면 누구든 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 모두 오늘보다 나은 내일, 더 큰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퓨처리스트(futurist)가 되어야겠다. 각자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기업 경영에 몰두하는 기업가로서, 또는 국가경영에 여념이 없는 공직자로서 과거나 현재보다 미래와 가까워지도록 해야겠다. 그것이 곧 미래의 승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