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MAGA에는 여러 가지가 들어 있지만, 그중 우리나라에 일단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달러화 강세다. 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국 대통령을 지냈을 때도 달러화는 극한의 강세를 보였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다른 통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는데, 트럼프 취임 전 당선 소식이 들리자마자 실제 달러값 강세로 우리나라 원화값도 계속 약세 기조를 이어갔다. 안정적으로 유지돼왔던 1300원대 중반의 달러당 원화값은 11월부터 1300원대 후반으로 가다가 트럼프 당선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11월 6일 1400원을 돌파했다. 1300원대 후반과 1400원대를 오가던 달러당 원화값은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요동쳤다. 특히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발의, 본회의 투표 무산과 재부의, 그리고 탄핵 가결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화값은 더 약세를 보였고, 오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1450원의 선 마저 지난해 12월 18일을 기점으로 무너졌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달러값 강세, 이에 따라 수반되는 원화값 약세는 어느 정도 예고된 부분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원화값 약세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과도한 수준이다. 달러당 엔화값을 보면 극명하게 비교가 된다. 지난해 1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날 달러당 엔화값은 154.25엔이었다. 지난해 12월 31일엔 156.75엔에 마감했다. 2025년 들어 157~158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변동폭은 가장 넓게 잡아도 달러당 4엔 정도이고, 변동률은 2%대 정도다. 원화값 등락을 같은 기간 살펴보면 변동폭은 최대 70원에 가깝고, 변동률로 보면 5%까지 움직인 것과 대비된다.
결국 원화값의 약세의 기본 베이스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 무역 기조에 따른 달러 값 강세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두 가지 요인이 추가로 더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앞서 언급했던 국내 정치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튿날인 4일 새벽 해제는 그야말로 초유의 일이었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가 거버넌스에 있어서 정치적 노이즈가 많다는 것은 분명히 환율과 같은 각종 시장 지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면서 “특히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부분이며, 최악의 경우 국가 신용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이 있는데, 바로 외환시장 심야 개장이다. 심야시장의 경우 주간시장에 비해 거래량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작은 매도와 매수 움직임이 큰 폭의 환율 변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외적 변수에 따른 환율 약세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 정치가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게 되고, 자금을 빼고, 이에 따라 한국 통화의 가치가 추락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인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