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기준 서울 마용성 3구 지역 전체 대장 아파트 1위는 이촌동 한강맨션이었다. 뒤를 이어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2위),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3위), 성수동 갤러리아포레(4위)와 트리마제(5위),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6위), 한남동 한남더힐(7위), 이촌동 왕궁(8위), 성수동 장미(9위),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가 뒤를 이었다. 전체적으로 용산구 이촌동과 한남동, 성동구 성수동이 호각을 이루는 모양새다.
실제 10위까지 용산구 이촌동 단지(3곳)와 한남동(2곳), 서빙고동(1곳)이 차지했고, 성동구 성수동 단지가 4곳이었다. 10위권 아래를 살펴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이촌동과 한남동, 성수동 단지들이 포진했다. 이 같은 결과는 용산 이촌동 일대가 전통적인 부촌이라는 점과 용산 일대 개발계획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성수의 경우, 최근 가장 뜨는 ‘핫플’인 동시에 신흥 부촌으로 주목받는다.
1위를 차지한 한강맨션의 경우,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한강맨션은 2017년 6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뒤 2021년 9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고 2022년 12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일명 ‘재건축 9부능선’을 넘었다. 한강맨션 재건축 시공은 GS건설이 맡을 예정이다. 이르면 올가을부터 주민들이 이사를 나간다. 일대 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5층 아파트로 지어진 한강맨션은 단지 용적률이 101%로 낮은 편에 속한다. 재건축을 통해 고층으로 지어지면, 지역에서 대장 아파트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변의 래미안첼리투스는 과거 렉스아파트(1974년 준공)가 1 대 1 재건축을 통해 완공된 단지다. 이번 분석에서 6위를 차지했다. 한강맨션과 함께 주변 다른 단지의 재건축이 완성되면 동부이촌동 한강변 일대 스카이라인이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실제 이촌동 왕궁(8위), 서빙고동 신동아(10위), 반도(25위), 현대한강(27위) 등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순위가 높았다. 용산구는 4월 둘째 주 부동산원 기준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촌동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면 강북권 대표적인 부촌인 용산구 한남동이 단연 눈에 뛴다.
한남동에 위치한 ‘나인원한남’과 ‘한남더힐’은 올해 들어 전국에서 거래된 매매가 상위 1·2위 아파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나인원한남’의 경우 전용면적 207㎡(3층)가 지난 1월 97억원에 팔렸고, ‘한남더힐’은 전용 235㎡(11층)가 지난 2월 95억5000만원에 나갔다. 전통 부촌 단지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175㎡·90억원)’와 압구정동 ‘현대2차(197㎡·80억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223㎡·78억5000만원)’ 등을 뒤로 밀어냈다. 한남동이 강남권 아성을 뒤흔들기 시작한 건 2011년 ‘한남더힐’이 들어서면서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유명한 ‘한남더힐’은 단국대가 2007년 경기 용인시 죽전동으로 캠퍼스를 이전하면서 남겨진 부지에 조성됐다. 뒤이어 2019년 나인원한남 등 고급 단지가 줄줄이 들어서 국내 대표 부촌으로 자리잡는 토대가 됐다.
한남동은 ‘재력의 땅’인 동시에 ‘권력의 땅’이다. 고위 공직자가 거주하는 공간이자, 외빈을 맞는 등의 외교 업무가 이뤄지는 공관(公館) 상당수가 한남동에 있다.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 공관이 1993년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3위 대법원장의 공관도 이 동네에 있다. 특히 2022년 대통령 관저까지 들어서면서 한남동은 명실상부한 중심지로 거듭났다. 또한 사생활을 중시하는 유명 연예인들에게도 선택받은 동네다. 강변북로, 올림픽대로를 통해 서울 어디로든 이동이 편리하고 한강 조망권, 철저한 보안 등이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마용성’ 지역에서 한남동과 쌍벽을 이루는 곳은 앞서에서 보듯 신흥 부촌 성동구 성수동 일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 수는 45만 6000명이다. 이들은 서울과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 70.6%가 집중되어 있다. 특히 서울 내에서는 성동구의 약진이 눈에 띈다. 성동구가 처음으로 부집중도 지수 1.0을 넘으며 부촌으로 꼽힌 것이다. 부집중도 지수란 지역구분별 부자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비중을 부자 수 비중으로 나눈 값으로, 값이 1.0 이상이면 해당 지역의 부집중도가 높고 고자산가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성수동 일대 3대장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 등 소위 ‘서울숲 3대장’이다. 시작은 2011년 지어진 주상복합 갤러리아포레다. 갤러리아포레는 처음부터 ‘현금 자산 100억원 이상, 연간 백화점 쇼핑액 1억원 이상’을 달성한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분양에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2017년 트리마제, 2020년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주변에 속속 들어섰다. 축구선수 손흥민, 배우 전지현, BTS 제이홉 등 유명 연예인들이 해당 아파트들을 보유하고 있단 소식이 알려지며 한층 더 높은 관심을 받았다.
실제 지난 3월 9일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전용면적 136㎡)’는 57억원에 손바뀜됐다.
종전 거래가격은 2021년 5월 43억9000만원(22층)이었다. 성수동이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가운데 슈퍼주니어 이특, 희철, 예성 등 20여 명의 연예인이 사는 것으로 유명한 이 아파트 가격도 3년 만에 13억원가량 치솟은 셈이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65㎡가 지난 1월 말 60억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썼다. 2021년 5월 43억9000만원 대비 16억1000만원이 올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 단지는 희소성이 높고, 자산가들이 매입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나 대출 규제 등에 영향을 덜 받는다”며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자산가들의 수요가 꾸준하지만, 상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신고가 경신 사례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성수동 일대에선 장미(9위), 성수동양(11위), 강변현대(12위), 동아(14위), 청구강변(16위), 한강한신(17위), 강변금호타운(18위) 등 20위권 안에 많은 단지들이 포진했다. 서울숲 인근의 장미아파트는 성동구 내 재건축 사업지 중 속도가 가장 빠르다. 2016년 9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2021년 7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 성동구로부터 관리처분인가까지 취득해 재건축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했다. 특히 장미아파트는 서울지하철 수인분당선 서울숲역과 맞닿은 단지다.
‘마용성’의 한 축인 마포는 상대적인 순위는 낮은 편이다. 가장 순위가 앞선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가 30위에 머물렀다. 뒤를 이어 용강동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36위), 래미안마포리버웰(42위) 등이 뒤를 이었다.
마포 지역 단지만 따로 놓고 보면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4위), 대흥동 마포그랑자이(5위), 래미안웰스트림, 신촌숲아이파크, 마포자이, 공덕더샵, 브라운스톤공덕 등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최근 마포 단지들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마포구는 0.13% 오르며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실제 마포는 국민평형(전용 84㎡) 아파트가 최근 한 달 새 2억원이 ‘껑충’ 뛰었다. 4월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마포구 용강동에 있는 ‘이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 4월 13일 2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3월에만 해도 18억5000만원이었는데, 한 달 새 2억원이 뛴 것이다. 이 면적대는 2021년 21억원에 팔리기도 했으나 2022년부터 시장이 침체하면서 지난해엔 16억8000만원까지 밀렸던 곳이다. 올해 들어 마포구에서 20억원을 가장 먼저 뚫었던 단지는 신수동 소재 ‘신촌숲아이파크’ 전용 84㎡로 지난 3월 20억원에 팔렸다. 마포 대장주로 꼽히는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면적 84㎡도 지난 4월 5일 19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2020년 12월 최초로 20억원 클럽에 가입했던 이곳은 최근 1~2년 새 부동산 침체기 영향으로 가격이 15억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마포 A공인중개 관계자는 “거래가 뜸했던 지난해 말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며 “간간이 거래가 이뤄지면서 집주인들도 매물을 거두는 등 시장에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 단지들은 전통적으로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강남과 여의도, 광화문 등 서울 주요 지역에 인접한 지역 입지를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과 5호선과 6호선 등 교통망이 형성된 덕이다. 이에 더해 신축 아파트가 많은 지역 특성을 꼽았다. 2010년대 아현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마포래미안푸르지오(2014년 입주, 3885가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2021년 입주, 1694가구), 마포더클래시(2022년 입주, 1419가구) 등 대단지가 차례로 입주했다. 약점이던 학군 입지도 좋아지는 추세다. 서울시가 조사한 2022년 마포구 사설학원 수는 699개로 10년 전(582개) 대비 117개 늘었다. 같은 기간 학생 1만 명당 사설학원 수도 159.5개에서 259.4개로 급증했다. 신축 단지가 차례로 입주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학원가가 형성됐다.
[김병수 기자·김재구 리치고 AI부동산랩 디렉터]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