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플레이션시대 수익 올리는 비법] Part Ⅲ 2. 초고속 성장 K리츠 단기매매차익 대신 연 4~5% 배당 어때요
문지웅 기자
입력 : 2022.06.02 14:33:43
수정 : 2022.06.02 15:09:08
국내외 증시가 불안한 가운데 한국 리츠(K-REITs)가 주목받고 있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빌딩, 호텔, 물류센터 등에 투자한 후 수익이 나면 배당을 주는 상품이다. 보통 상장 리츠에 투자하면 연 4~5% 정도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은행 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주식 투자를 꺼리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국내외 주식이 긴축,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등의 악재로 무너져 내리고 있지만 리츠와 리츠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는 매수세가 몰리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리츠는 상품 구조상 대출을 많이 끼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기에 불리하다는 게 정설이지만 대출 재구조화(리파이낸싱)와 임대료 인상 등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서 올해 국내 주식 시장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수익 90%를 배당하는 리츠도
개인투자자들이 투자 대상으로 삼는 리츠는 거래소에 상장된 리츠를 가리킨다. 국내 거래소에는 5월 19일 기준 총 19개의 리츠가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상장리츠 중에서 모두투어리츠·케이탑리츠·에이리츠 등 3개는 자기관리리츠다. 이리츠코크렙은 기업구조조정리츠다. 이렇게 4개를 제외한 나머지 15개는 위탁관리리츠다. 세 종류 모두 리츠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 다만 의무 배당에서 차이가 난다. 자기관리리츠는 배당가능이익의 50% 이상만 배당하면 되지만 위탁관리리츠와 구조조정리츠는 90% 이상 배당해야 한다. 위탁관리리츠와 구조조정리츠는 대주주 지분 요건, 편입자산 종류 등에서 차이가 난다. 19개의 상장리츠 중 SK리츠와 코람코더원리츠는 1년에 4번 배당한다. SK리츠는 3·6·9·12월에 하고, 코람코더원리츠는 2·5·8·11월에 배당한다. 두 개의 리츠에 동시에 투자를 하면 1월과 4월, 7월, 10월을 빼고 1년에 8번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은퇴 자금을 리츠에 투자한 후 월세처럼 배당을 받는 전략을 짜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국내 리츠 시장은 2020년부터 초고속 성장하고 있다. 2018년에는 상장리츠가 6종목에 그쳤다. 다 합쳐도 시가총액이 6147억원에 불과했다. 2019년에도 상장리츠는 7개, 시총 9983억원으로 큰 성장이 없었다. K리츠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원년은 2020년이다. 2020년에만 이지스밸류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미래에셋맵스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코람코에너지리츠 등 6개가 상장하며 시총이 단숨에 4조원으로 불어났다. 성장세는 작년에도 계속됐다. 작년 하반기에만 디앤디플랫폼리츠, SK리츠, NH올원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신한서부티엔디리츠 등 5개 리츠가 상장해 시총은 7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도 연초에 코람코더원리츠가 상장했고 연내에 KB자산운용과 대신증권 등에서 대형 리츠 상장을 계획하고 있어 K리츠 시총은 10조원 돌파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장리츠 시장 시가총액은 2025년 46조원, 2030년 150조원으로 꾸준히 성장할것으로 전망된다. 상장리츠 수도 2025년 50개, 2030년 100개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장리츠 종목 수가 19개까지 늘어나면서 리츠를 담는 ETF도 줄을 잇고 있다. 기존에는 국내 리츠에 투자하는 ETF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2종류뿐이었지만 5월 24일 키움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이 각각 ‘히어로즈 리츠이지스액티브 ETF’와 ‘아리랑 Fn K리츠 ETF’를 동시에 상장하며 K리츠 전성시대에 기름을 붓고 있다. 특히 히어로즈 리츠이지스액티브는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으로부터 포트폴리오 자문을 받아 비교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국내 최초의 리츠 액티브 ETF로 주목을 받는다.
▶시총 1조 넘는 롯데·SK·ESR켄달스퀘어리츠
그동안 K리츠 시장이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규모에 있었다. 규모가 작은 리츠는 성장 가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배당 외에는 투자 매력이 적었다. 하지만 최근 K리츠 시장에도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초대형 리츠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현재 19개 상장 리츠 중 시총 1조원이 넘는 리츠는 롯데리츠, SK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등 3개다.
2019년 10월 30일 코스피에 상장한 롯데리츠는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롯데쇼핑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운영하는 자산에서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하고 있다. 현재 편입하고 있는 자산은 롯데백화점 창원점·구리점·강남점 등 백화점과 롯데마트 의왕점·장유점 등 마트, 롯데마트 김포 물류센터 등으로 총 15개 자산 2조3000억원 규모다. 공실이 전혀 없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임대료 계약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
SK리츠는 2021년 9월 14일 상장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SK그룹 본사인 SK서린빌딩과 전국의 SK주유소 116개 등 우량 자산을 편입하고 있다. SK리츠는 SK서린빌딩을 2021년 7월 6일 취득했는데 당시 가치는 1조30억원이었지만 2021년 11월 30일 1조558억원으로 불과 5개월 새 자산가치가 5.3% 올랐다. 116개의 주유소도 48%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2021년 7월 7일 취득한 후 2021년 11월 30일 기준으로 자산가치가 5개월 만에 6.2% 상승했다.
분당 정자역에 있는 SK하이닉스 사옥(SK-U타워) 편입, FTSE EPRA Nareit 지수 편입 등 밸류에이션 확장 호재가 있어 올해 들어 5월 16일까지 주가가 14.29% 뛰었다. 2020년 12월 23일 상장한 ESR켄달스퀘어리츠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리츠다. 현재 총 18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임대율은 99.99%에 달한다. 온라인 쇼핑(이커머스) 시장이 해마다 크게 성장하면서 물류전쟁, 배송전쟁이 격화되고 있어 ESR켄달스퀘어리츠는 특히 미래 전망이 밝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자산 편입으로 배당가능이익이 늘어나고 있는 부분이 최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ESR켄달스퀘어리츠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 55%, 배당가능이익 47% 증가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주가는 9.32% 올랐다. 배당까지 감안하면 올해 10%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 10% 이상 오르기도
올해 국내외 주식 시장이 큰 조정을 받고 있지만 연초 대비 10% 이상 주가가 오른 리츠가 많다. 특히 3월 28일 상장한 코람코더원리츠는 5월 16일까지 무려 18.25% 주가가 급등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도 연초 이후 14.23% 주가가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코람코더원리츠는 코람코자산신탁에서 상장시킨 세 번째 리츠이자 코람코자산신탁 최초의 영속형 오피스리츠다. 여의도 하나금융투자빌딩을 기초자산으로 운용해 투자자에게 공모가(5000원) 기준 6.2%대의 수익을 연 4회 분할 배당하는 분기배당 리츠다. 금리 상승기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리스크도 없다는 게 코람코더원리츠의 강점이다. 코람코더원리츠의 차입금은 2920억원인데 대출이자는 2025년 11월 6일까지 연 2.55%로 고정돼 있다.
2021년 12월 상장한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미국 휴스턴·탬파·인디애나폴리스 등 3곳에 있는 물류센터를 편입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코람코자산운용이며 매년 3월과 9월에 반기 배당을 실시한다. 이 리츠를 운용하는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외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앞으로 추가로 편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츠의 경우 스폰서가 밸류에이션 확정의 키를 쥐고 있다. 리츠는 스폰서가 보유하거나 개발한 자산을 넘겨받아 배당 성장을 도모한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라는 확실한 스폰서를 두고 있어 향후 꾸준히 우량 자산 편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츠 편입 ETF 투자도 한 방법
개별 리츠 투자가 부담스러우면 리츠를 편입한 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개인연금(연금저축)의 경우 아직까지 리츠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리츠 ETF가 확실한 대안이다. 퇴직연금에서는 리츠 한 종목당 30%까지 투자할 수 있지만 개인연금은 연내 제도와 시스템 개선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K리츠를 편입한 ETF로 연금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다. 올해 연금 투자자 등의 집중적인 매수로 2019년 7월 19일 상장 이후 2년 9개월 만인 4월 14일 순자산 2000억원을 돌파했다.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는 맥쿼리인프라 등 상장 부동산인프라 펀드를 포함하고 있어 100% 리츠로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키움투자자산운용은 5월 24일 상장리츠 14종목만 편입하는 동시에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하는 액티브형 리츠 ETF를 국내에서는 최초로 거래소에 상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