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둘째 아이 돌잔치 대신 가족과 함께 일본 오사카 지역을 여행한 김혜옥 씨는 난생처음으로 스스로 모든 걸 준비하는 개별여행(F.I.T; Free Independent Tourism)을 선택했다.
“<꽃보다 ○○>시리즈를 보고 처음으로 개별여행에 나섰어요. 비행기 티켓 구매부터 호텔, 여행 동선,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걸 준비했는데, 이미 정해져 있는 걸 따라가기보다 가족들 취향에 맞추다보니 만족한 점이나 실망한 점에 대해 서로 공감하며 얘기할 기회가 생기더군요. 엔화가 약세라 내년 초에는 오키나와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김씨가 꼽은 개별여행의 강점은 여행하고 싶을 때 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선택권이 늘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 한 살배기 아이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행군을 해야 하는 패키지여행이 부담스러웠던 것도 개별여행을 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2014년 해외여행의 키워드, 개별여행
비단 김씨뿐만 아니라 올 해외여행 트렌드 중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홀로 혹은 지인들과 삼삼오오 같이 떠나는 개별여행이었다. 실제로 올 상반기 하나투어의 해외 항공권 예약 데이터를 살펴보면 그룹항공권에 비해 개별항공권 발권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하나투어 측은 “전체 항공권 발권의 64%를 차지하는 20~30대 고객들의 개별항공권 온라인 예약률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고 전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가장 인기 있었던 지역은 동남아(36.1%), 중국(28.9%), 일본(14.0%), 유럽(8.8%), 미주(6.3%), 남태평양(5.8%) 순이었다. 류창호 하나투어 항공본부장은 “2012년까진 패키지 항공권과 개별항공권 비중이 7 대 3이었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4 대 6으로 역전됐다”며 “이는 개별여행 강세의 시장 트렌드가 반영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개별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해 온라인 채널은 물론 모바일 채널의 확대를 통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의 전통적인 성수기가 희미해진 것도 올 여행 트렌드 중 하나였다. 일반적인 성수기는 학생들의 방학시즌인 1~2월과 7~8월, 여기에 설·추석·크리스마스 연휴가 반짝 성수기로 분류된다. 하지만 올해는 성수기나 비수기 모두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여행업계의 일반적인 분위기다. 특히 국내외 저비용항공사들이 중국과 일본, 동남아 지역 노선에 끊임없이 출현하고 있고, 이로 인한 특가항공권 프로모션이 비수기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게 여행업계가 꼽는 비수기 해외여행객의 증가 요인이다.
항공 따로, 호텔 따로, 에어텔상품
개별 여행객의 수요가 늘고 저비용항공사의 국제노선 취항이 확대되자 항공권 시장도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당연히 업체 간 항공권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모두투어의 한 관계자는 “원하는 지역과 항공사별로 보기 쉽게 분류해 고객의 예산에 맞춰 선택하기 쉽게 만드는 건 기본”이라며 “간편하고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해 자사의 홈페이지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행업계의 상황을 전했다. 항공권과 호텔을 연계한 에어텔은 보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개별 여행객이 선호하는 스타일. 모두투어의 경우 에어텔 이용객이 전년 대비 비슷한 가운데 일본지역이 전년 대비 44%, 미주지역이 35%나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지역은 유럽과 중국. 모두투어 측은 “항공권의 경우 두 지역 모두 전년 대비 판매가 증가했지만 크로아티아, 스페인, 대만 지역은 <꽃보다 ○○>시리즈 덕분에 패키지 판매가 늘어 올 여름 유럽 패키지는 전년 대비 27%, 대만은 214% 증가했다”고 전했다.
개별여행 시 이 점은 꼭!
보무도 당당하게 개별여행을 결심하고 항공권, 호텔, 여행일정을 살펴봤다고 해서 여행준비가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 홀로 여행에 나서면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우선, 개별항공권을 이용하는 경우 출발일과 항공시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출발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 항공시간이 변경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에서 연락이 오기도 하지만 간혹 통화가 어려우면 이메일 공지로 대신하는 경우가 있다. 출발일 전에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둘째, 호텔의 경우 항공권 예약처럼 얼리버드(Early-Bird) 요금제를 적용한다. 여행 일정을 확정했으면 최대한 빨리 호텔을 결정하고 예약해야 같은 룸 타입도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일부 호텔의 경우 투숙 일에 가까울수록 할인율을 높게 제공하는 할인 프로모션을 주 단위로 실시하고 있다. 호텔 예약이 아예 늦었다면 여행일 2주 전부터 가격 변화를 살펴보는 게 절약의 지름길이다.
셋째, 비행기 수하물이 분실됐을 경우, 분실 신고서를 작성하고 접수번호나 담당자 연락처를 확보해야 한다. 수하물이 확인되면 수령할 수 있는 곳으로 전달되는데 이때 여행객에게 그동안 사용한 생필품 구입비용을 항공사에서 보상하기도 한다. 여행비용이나 여권 등 물품은 꼭 소지하고 탑승하는 것이 좋다.
넷째, 만약을 대비한 여행자보험 가입은 필수. 휴대폰 등 소지품을 도난당하거나 파손됐을 때 혹은 예기치 않은 사고나 질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을 때 보상받을 수 있다. 여행지로 출발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입할 수 있다.
다섯째, 여행지의 최신 정보 업데이트도 필수. 외교부 홈페이지(www.mofa.go.kr)에 접속하면 국가별 기본정보와 최신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국가별 여행경보 단계와 안전 관련 공지사항은 꼭 확인해야 한다.
여섯째, 여행지역의 위생과 질병에 대해서도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필요한 예방접종은 여행 한 달 전에 마무리하고 구급약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2040 직장인, 패키지보다 개별여행 선호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www.expedia.co.kr)가 2040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행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6.6명이 개별여행을 선호했다.
해외여행 시 선호하는 여행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항공과 호텔을 각각 예약해서 떠나는 개별여행을 선호한다(46.3%)”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패키지여행(33.3%)과 에어텔(20.4%) 이용이 그 뒤를 이었다.
개별여행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가고 싶은 곳만 골라갈 수 있어서(48.6%)”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어서(32.9%)” 등의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9.6%는 항공과 호텔을 각각 예약하는 개별여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호텔과 항공권을 예약하는 방법으로는 ‘호텔 전문 예약 온라인 사이트(40.4%)’가 가장 많았고, ‘여행사 온라인 사이트(22.6%)’, ‘포털 사이트 내 여행 섹션(15.4%)’, ‘소셜커머스(15.3%)’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는 ‘유럽(34.2%)’을 첫 번째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