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2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안쪽에 위치한 ‘915인더스트리갤러리’에 노란색 천막이 내걸렸다. ‘Hej HOME’이란 표어 아래 한글로 쓰인 단어는 ‘이케아(IKEA) 스토리룸’. 이케아가 올 연말 광명점 개장을 앞두고 디자인 콘셉트와 비전, 브랜드 스토리 등을 전시한 팝업스토어다. 안으로 들어서니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현장에서 만난 이민정 씨(33)는 “독일 유학 중 애용했는데 연말에 한국에 들어온다기에 궁금해서 들러봤다”며 “역시 디자인이 다르다”고 말했다.
주말에 찾은 경기도 일산의 한 이케아 병행수입업체도 사람들로 북적이긴 마찬가지. 주상복합아파트 상가구역의 널찍한 공간에 박스 째로 부려놓은 제품은 가구뿐 아니라 유아용 장난감, 식기, 수납용품, 인테리어 소품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한 달에 한번은 꼭 들른다는 이동찬 씨(35)는 “잠시 중국에 파견 나가 있을 때 그곳 매장에 들르곤 했는데, DIY로 조립하기 부담스러운 제품은 조립대행업체에 부탁하곤 했었다”며 “그때 생각도 나고 값싼 물건이 많아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스웨덴 태생의 글로벌 가구회사 이케아의 한국 진출 1호점, 광명점 개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연말 개장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광명 KTX 역세권 인근 부지(2만5759㎡)에 2개 층의 매장과 사무실, 3개 층의 주차장이 신축되고 실제 소비자들의 일상이 반영된 매장 내 쇼룸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아시아의 이케아 매장 중 최대 규모다. 착공 당시 패트릭 슈르프(Patrick Schuerpf) 이케아 코리아 대표이사는 “이케아 브랜드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과 성원에 크게 감사드린다”며 “한국인의 ‘집에서의 생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케아는 실용적이고 합리적 가격의 홈퍼니싱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 소비자들이 스웨덴에 뿌리를 둔 이케아만의 고유 콘셉트를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훌륭한 기능과 품질’ ‘아름다운 디자인’ ‘가치있는 낮은 가격(Low Prices with a Meaning)’ 등 이케아의 콘셉트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케아코리아의 행보도 눈에 띄게 바빠졌다. 지난 1월에 한국어 홈페이지를 개설하더니 3월에는 공식 페이스북을 오픈하며 고객과의 소통에 나섰고, 5월 말에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두 번째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계획이다. 그런가하면 이케아가 눈여겨본 땅에 대한 설왕설래도 한창이다. 지난해 12월에 매입한 경기도 고양시 원흥지구의 부지가 2호점 논란을, 최근 서울 강동구와 고덕동 부지 매입을 협의 중이란 소식에 3호점 부지가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케아코리아 측은 “고양시는 부지를 매입했을 뿐 무엇이 어떻게 들어올지 결정된 게 없으며, 강동점은 부지만 봤을 뿐 어떠한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했지만 가구업계에선 이미 2호점과 3호점 진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케아의 일거수일투족이 업계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황,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케아코리아의 헤이 홈
그룹 매출 42조원, 규모가 다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케아 진출에 대한 국내 가구업계의 반응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그 동안 국내에 진출한 기업들과는 규모가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의 막강한 자금력과 마케팅 노하우 등 성공을 향한 전력질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케아그룹의 매출은 전년 대비 3.1% 성장한 279억유로였다. 한화로 42조6000억원이나 된다. 국내기업과 비교하면 지난해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 중 6위였던 현대자동차의 매출이 41조6911억원이었다. 매출액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국가는 독일, 미국, 프랑스, 러시아, 스웨덴 순이었다. 현재 전 세계 42개국에서 34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이케아그룹이 목표로 삼은 매출액은 500억유로. 이를 위해 지난해 중국에 두 곳, 올해는 한국 진출 등 최근 신흥 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의 규모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가장 어필하고 있는 요소는 저렴한 가격이다. 이케아의 국내 진출을 우려하는 국내 중소가구업체들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한샘, 에넥스, 현대리바트 등 메이저업체들도 가격 인하와 판매채널 확대 등의 방식을 구사하며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케아 제품의 낮은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는 것일까.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전에 가격표를 먼저 디자인한다.’
이케아의 전 제품에 적용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의자가 얼마에 팔리는지 세계 각국의 시장 가격을 조사하고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한다. 그 후 가격에 맞는 재료와 디자인, 납품업체를 선정한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제품의 콘셉트는 조립식(DIY) 가구다. 그런 이유로 일부 가구 전문가들은 “국내 정서상 DIY에 대한 인식이 저변화되지 않아 고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가구거리에서 만난 일선 업체 관계자들의 의견은 달랐다. 광명가구거리의 한 가구점 주인은 “가구 배달에 나서다보면 가정용 전동공구세트를 구비한 집이 늘고 있다”며 “홈쇼핑에서 자주 방송되는 걸 보면 DIY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점차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케아코리아도 한국 정서를 고려해 배송과 설치·조립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한국보다 먼저 진출한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의 경우 이케아 제품을 조립해주는 대행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광명 이케아가 개장하면 국내에도 이케아 조립대행업체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