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해 신묘년(辛卯年)이 밝았다. 꾀가 많은 동물인 토끼는 비록 일확천금은 아니지만 성실함과 부지런한 이미지로 경제적 안정과 풍요를 의미한다. 예로부터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고 강한 번식력으로 다산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또한 토끼가 주는 순결하고 평화로운 이미지는 ‘이상향에 사는 특별한 동물’로 인식돼 영원한 생명력을 가진 장수 동물로 각인돼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 토끼가 처음 등장한 것은 고구려 6대 대조왕 25년(기원후 77년)이다. 그 해 10월 부여국에서 온 사신이 뿔 3개가달린 흰 사슴과 꼬리가 긴 토끼를 왕에게 바쳤고 고구려 왕은 이들을 상서로운 짐승이라 여겨 죄수들에게 사면령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토끼는 친근하고 사랑스런 동물로 인식되어 있다. 조그맣고 귀여운 생김새와 늘 놀란 듯한 표정은 약하고 선한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으며, 여러 설화 속에서는 지혜롭고 영특한 동물로 그려진다. 체구가 크고 힘이 강한 동물에 저항하는 의롭고 꾀 많은 동물 구실을도맡아 한다.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는 대표적인 동물인 것이다.
하지만 토끼는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난폭한 동물이다. 겁이 많고 경계심이 강하며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습성도 매우 강하다.적을 만나면 용수철과 같은 뒷발로 몸을 튕기면서 재빠르게 달아나는데, 이때의 순발력과 속도는 대단하다.
부지런한 토끼띠 인물을 대표하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
한 해의 연운(年運)은 그해의 수호동물이라 할 수 있는 12지(支) 동물의 성격과 닮았다고 한다. ‘잔나비띠는 손재주가 있고, 소띠는부지런하며 범띠는 용감하다’는 식이다. 과학적으로 해당 띠 동물의 특성을 얼마나 닮고 태어나는지는 증명할 수 없지만 심리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흔히 토끼띠의 특징으로 주의가 깊으며 수단이 좋고 붙임성이 좋은 점을 꼽는다. 동시에 유순하고 상냥하며 사람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단점으로는 감상적이고 변덕스러우며 손해를 안 보려는 경향이 꼽힌다.토끼는 음력으로 2월, 시간상으로는 해가 뜨기 직전, 달이 아직 중천에 걸려 있을 때를 의미한다. 농사가 시작되는 음력 2월과 부지런한 농부들이 논밭으로 나가는 묘시(卯時)를 상징하기에 흔히 토끼띠 사람들은 성실하고 부지런하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재계의 거목 중에는 토끼띠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다. 1915년 소작농의 집안에서장남으로 태어났던 그는 타의 모범이 되는 성실함과 끈기,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현대를 탄생시켰다. 1960~7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기도 하다. 고 정명예회장의 아들 정몽준 의원도 대표적인 토끼띠 인물이다.이외에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도 토끼띠다. 또 1951년생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이화영 유니드 회장,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권오갑현대오일뱅크 사장, 허수영 KP케미칼 사장, 윤영두 아시아나항공사장, 최동욱 매일유업 사장 등도 모두 토끼띠 CEO들이다.비록 체력은 약하지만 지혜와 순발력으로 위기를 모면할 줄 알고탁월한 생존력과 번식력을 가진 토끼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닮아도 좋을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