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과 인구구성통계의 전반적 추세는 20년 전 일본과 비슷하다. 자산 가격과 차입급 동향도 유사하다. 하지만 한국 주택 시장은 완화된 연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과 거시적 배경의 차이 그리고 저당과 효율적 규제로 인한 낮은 테일 리스크(Tail Risk; 예측하지 않은 위험이 커진 현상) 등으로 말미암아 일본과 같은 충격이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택했을 때 한국은 일본이 1960년대 말 이래 지속했던 수출 지향 전략을 추구했다. 국제시장에서 일본과 한국은 자동차 및 기술과학 산업을 두고 경쟁했다. 두 나라 모두 국가 저축률이 높았고, 국민들은 부동산 소유를 선호했다. 직면한 노령화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숙제를 가진 것도 비슷하다. 두 나라 모두 유교문화를 지녀 정부는 다른 경제보다 정책에 관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같은 유사점들은 정책 수립자와 투자자들로부터 한국의 경기 침체와 자산시장 폭락 위기에 대한 우려를 불러왔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당시 지난 20년 동안 장기 경기 침체를 겪었던 일본의 1990년대 초 모습을 한국이 재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한국은 일본과 많이 닮았다
인구구성통계는 경제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견고하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선 고용과 투자의 증대가 요구된다.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요소는 노동력을 형성하고 투자를 불러일으키는 인구로 볼 수 있다. 또한 과학기술의 진보도 성장에 기여한다. 자본 지출은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다. 따라서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에서 활성화된 자본 지출과 R&D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한국의 인구구성통계 추이는 약 20년 전 일본의 모습을 닮았다. 한국의 베이비붐은 한국전쟁 직후 시작됐다. 1950년대 초 100만명이었던 신규 진입 인구는 1983년 들어 출산율 감소로 80만 명으로 줄었고 현재는 50만 명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2010년 55세가 됐다. 외국인의 유입, 즉 이민과 같은 변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인구구성을 뒤집을 만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의존인구(근로인구를 제외한 나머지)보다 유리한 근로인구(15~64세)의 증가세가 빨랐던 1990년대까지는 인구구성 통계가 유리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고령화가 진행되고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한편 한국의 실질 GDP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 말까지 10% 안팎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급격한 성장둔화는 노동가능인구의 감소를 의미한다. 한국의 감소세는 1990년대 이전 연간 2~3%에서 2000년대 들어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떨어졌다. 이 패턴 역시 일본과 비슷하다. 일본의 실질 GDP는 1960년대 후반 약 10%까지 성장했지만 1980년대에는 4%까지 떨어졌다. 이후 1990년부터 점차 줄어 2%에 머물고 있다.
성장 주기의 최고점은 베이비붐 시기와 관련이 있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1955년부터 1983년까지, 1930년대 초부터 1952년까지가 베이비붐 시기였다. 아울러 한국의 1인당 평균소득은 일본보다 약 20년 뒤쳐져 있다. 구매력 평가(PPP)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PPP는 2만4000달러에 달하는 2007년이 일본의 1980년대 말 수준과 비슷하다. 저축률이 높았던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는 자본지출에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생산성도 높였다. 이들은 30대부터 60대까지 가족 부양과 은퇴를 위해 최대한 많이 벌었고 그 이전과 이후에는 적은 수입으로 한국과 일본의 국가 저축률은 첫 베이비붐 세대들이 40대에 이르렀던 1991년(한국)과 1976년(일본) 최고점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부분적으로 보자면 중국은 여전히 젊은 인구비율이 높아 저축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인구통계와 주택 가격의 관련성은 지금까지 충분히 연구돼왔다. 주택 시장에서 한국의 첫 베이비붐 효과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인 1980년부터 1988년까지, 1955년 출생인구가 30대로 가정을 이루기 시작한 시기가 절정이었다. 당시 주택 가격은 1988년 서울 올림픽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노태우 전 대통령(1988~1992년)은 300만 가구를 제공하는 대규모 주택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김영삼 정부(1993~1997년) 시절에도 비슷한 계획을 실행하며 200만 가구를 더 공급한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의 주택 시장은 1998~2002년 한국이 경험한 통화와 금융의 양대 위기로 약해지면서 주택 공급이 급격히 위축됐다. 일본도 1940년대 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35세에서 53세가 된 1990년 들어 저축 가능한 잠재적 수요자 증가로 나타났다. 최근 두 국가의 자산 붐은 주택 차입금을 증가시켰다. 일본의 가계 빚은 소득의 80%에 이르렀고 1980년대에는 130%에 달하기까지 했다. 한국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가계 빚은 2000년대 소득의 90%에서 150%에 달했다.
한국과 일본은 많이 다르다
많은 점에서 유사하지만 한국은 일본이 경험한 주택 시장의 붕괴는 겪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첫째, 소득 및 소비자가격과 연관된 주택 가격 동향에서 두 나라 사이에 차이가 있다. 한국과 일본의 주택 가격이 비슷한 유형으로 움직인 반면 두 나라의 소득 및 소비자가격과 관련된 추이는 상당 부분 상이하다. 한국의 주요 6개 도시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은 1990년대 이래 완만했다. 반면 일본 주요 6개 도시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은 1980년대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둘째, 한국과 일본의 자산시장 배경이 다르다. 1990년을 전후해 일본 경제에 구조적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따른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규모 버블이 형성됐다. 또 수출과 생산량이 GDP 대비 5%의 차이를 보이는 부진도 불러왔다. 반면 자산 축적과 주택 담보대출은 호황을 이뤘다. 이로 인해 주택 가격은 1980년대 말 전년 대비 15%이상 상승했다. 반면 한국은 2005년 중반부터 2008년 10월까지 통화 긴축과 규제 강화 정책을 펼쳤다. 2007년까지 멈추지 않았던 주택 가격 상승은 2008년 10월 이후 공격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꺾였다.
셋째, 일본의 부동산 위기는 기업과 은행이 불렀지만 한국은 가계에 잠재돼 있다. 1980년대 일본의 대기업은 은행 빚이 많았다. 당시 가계 저축을 통한 은행 예금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던 탓에 은행들은 신규 대출 기회를 찾는 데 혈안이 됐고, 자국 증시 선호 현상과 금리 자유화로 국내 저축 과잉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부동산 개발업자와 기업에 대한 대출을 급속히 확대했다. 기업부채는 1987년 GDP의 100%에서 1991년 130%까지 상승했다. 이에 반해 일본의 가계는 1990년대 초 발생한 이중의 충격에도 순자산 규모가 소득의 7배에 달할 만큼 튼튼했다. 한국의 1990년대 말과 비교하면 3배, 미국 가계 대비 5배나 높은 수치다.
넷째, 서울 특정 지역의 주택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지만 시스템적 위험도 안고 있다. 서울 강남의 주택 가격은 가구소득 및 일본의 주택 가격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국과 일본의 샘플링과 주택 특성 등의 차이로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한국 강남 지역의 주택 가격은 높다.
다섯째, 한국의 금융 규제와 통제는 일본의 1980년대보다 더욱 엄격하다. 이미 언급했지만 한국의 낮은 테일리스크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일본의 충격으로부터 습득한 교훈을 통해 한국 정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금융 규제와 통제를 강화했다. 규제의 핵심은 수도권에 집중된 40%의 주택 담보대출 비율(LTV)과 특정 수도권 내 대출자 소득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한 월소득 대비 상환금 비율(PTI)이 그것이다. 그 결과 주택 가격은 2006년 말부터 기복이 사라졌다. 반대로 일본은 만연했던 규제 유예와 회계 부정이 은행의 미회수 채권(NPL)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인구구성통계에는 몇 가지 완화 요소가 있다. 최근 공식 통계에 의하면 가구 형성 적정 연령의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이혼과 만혼, 단독주거 노인부부 등 사회적 변화로 가구 수의 증가가 예상된다. 이는 소형 주택 선호현상 증가와 함께 대형아파트나 단독주택의 수요가 떨어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주택 시장 붕괴가 없는 급격한 인구구성상의 변화는 주택 가격이 지난 시절 오랜 기간 지속했던 가격 상승을 재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가계 차입금이 낮은 이자율로 인해 늘어난다면 미래의 주택 가격 변화는 갑작스럽고 극심해질 수 있다. 현재로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는 장기간의 주택 시장 침체다. 이미 몇몇 지역에서는 발생하고 있고 속도는 느리지만 전국적으로 확산돼 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