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반감기를 앞둔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무섭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후 약세를 보이던 비트코인은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5만달러를 2년여 만에 돌파했다. 2월 29일 한화 기준으로는 8600만원 대에서 거래가 되고있다. 시가총액도 1조달러를 크게 웃돌고 있다.
과거 반감기 시즌을 보면 반감기 전에는 약세를 보이다가 반감기 후 탄력을 받고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이번 4차 반감기를 앞둔 현시점의 비트코인 흐름은 다소 다르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이에 비트코인 가격 전망은 부정적 견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장밋빛 일색이다. 여기에는 기관도 마찬가지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자체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비트코인 시장은 ETF의 주도하에 FOMO(매수 기회를 놓칠 것에 대한 두려움) 랠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 전고점은 6만9000달러로 이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 예측 모델 ‘스톡 투 플로우(S2F) 모델’을 고안한 네덜란드 애널리스트 플랜비(PlanB)는 “현 비트코인의 시가총액(1조달러)은 금 시총(10조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수준”이라면서 “(투자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 채택률은 현재 1~5%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장세는 계속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플랜비는 이 수치가 50%에 도달할 때까지는 비트코인의 성장 여력이 있다고 본다.
가상자산 투자자이자 시장 분석가인 투르 디메이스터의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비트코인의 상승 추세가 2026년까지 계속되며, 최대 60만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예상이다.
이 같은 비트코인의 강세장 전망에는 비트코인 ETF 승인으로 인한 기관투자자의 유입이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기관투자자란 든든한 수요처로 인해 가격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기관투자자 유입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외부 변수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월 13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 기대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가 조기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꺾어버렸는데, 이로 인해 미 증시는 1% 이상 하락하며 급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오히려 상승세를 탔다.
여기에 더해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시장 진입 이후 시장에서 현물 비트코인이 귀해지고 있는 것도 가격 강세 전망의 또 다른 이유다.
제임스 버터필 코인셰어스 리서치 책임자는 “2월 14일 하루 현물 ETF 투자자의 비트코인 수요는 1만2000개에 이르렀지만, 최근 일일 생산량은 900개에 불과하다”며 “투자자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유명 비트코인 투자자 겸 애널리스트 라크 데이비스도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오는 4월로 예정된 반감기가 도래하면 비트코인의 일일 신규 공급량은 900BTC에서 450BTC로 줄어든다”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들은 미국 증시에서 채굴자들의 생산량보다 훨씬 더 많은 BTC를 시장에서 흡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이 같은 분석의 골자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니 가격 오름폭이 앞으로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독식 현상은 예상보다 강하다. 가상자산의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은 자체 ETF 브랜드 아이셰어스 비트코인트러스트 ETF를 통해 현재 10만 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향후 더 많은 기관 플레이어들이 “‘비트코인 ETF’란 현실에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꾸준한 기관들의 시장 유입을 전망했다. 코인베이스는 “이러한 추세는 향후 3~6개월 동안 비트코인 가격을 뒷받쳐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 같은 비트코인을 둘러싼 호의적인 시장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비트코인이 무조건 ‘투더문’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정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인데, 관심은 있지만 아직 시장에 진입을 하지 못한 이들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암호화폐 애널리스트인 렉트 캐피털은 “비트코인의 역사적 패턴에 따라 4월 반감기 전 최고 30%의 하락세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반감기 전 하락 이후에는 일반적으로 수개월에 걸친 재매집이 이뤄지며, 이 기간은 최대 5개월가량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렉트 캐피털은 “반감기 후 몇 달이 지나고 나면 비트코인은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다”면서 “눈앞의 이익을 위해 반감기 전 매도를 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의 하락세가 있다면 일시적인 것이고 추세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시장 참여자들은 짧은 이익에 현혹되지 말란 얘기다.
이같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알트코인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최근 시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비트코인 레이어2란 테마로 묶인 가상자산들로 올해만 벌써 가격 상승폭이 2배 이상이다.
관련 가상자산인 업비트에 상장된 스택스의 경우 1월 3일 1610원을 기점으로 2월 29일 기준 4200원대까지 상승한 상태고, 빗썸에 상장된 알렉스도 저점 대비 2배 정도 올랐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그동안 인기가 있었던 솔라나 등도 가격이 강세를 나타내긴 했지만 이들에 비하면 그 추세가 다소 약하다.
비트코인 레이어2란 이더리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이더리움 레이어2 계열 블록체인처럼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완하며 확장성을 내세우는 코인들이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처럼 비트코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비트코인 레이어2 가상자산들의 목표다. 비트코인 레이어2 개념에 대해 애초 비트코인 열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비트코인을 개발한 나카모토 사토시의 철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화폐’로만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디널스란 토큰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오디널스는 비트코인의 최소 단위인 1사토시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프로토콜이다. 여기에 이미지, 영상 등 데이터가 들어가면 사실상 NFT가 된다. 오디널스의 등장은 화폐 기능만 가졌던 비트코인에 또 다른 성능을 불어넣은 것이고, 이에 시장 참여자들은 열광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프로토콜인 BRC20도 등장했다. BRC20은 이더리움의 토큰 프로토콜인 ERC20과 유사한 개념이다.
이처럼 비트코인 생태계에도 그동안 ‘먼 나라 이야기’ 같은 확장성에 대한 가능성이 엿보이자 시장은 ‘비트코인 내러티브’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일종의 시장의 화두인 셈인데, 비트코인 내러티브에 대한 공감대가 코인 생태계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관련 코인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스택스, 알렉스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현재 스택스는 비트코인 레이어2를 내세운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다.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른 측면도 있지만, 스택스가 이더리움처럼 비트코인에도 스마트 컨트랙트 개념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택스가 지향하는 것은 비트코인의 플랫폼화인데, 비트코인에 묶인 유동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스택스는 자체 처리 속도를 높이는 업데이트를 통해 비트코인 디파이 시장을 먼저 키울 전망이다. 올 4월 비트코인 반감기에 맞춰 예정된 나카모토 릴리즈 업데이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작업이 성공하면 현재 10분이 넘는 스택스 블록체인의 처리속도는 초단위로 빨라지게 된다. 이를 통해 비트코인에 묶인 유동성 일부를 스택스 체인으로 이동시켜 비트코인 디파이 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이 스택스의 구상이다.
이 바람대로 성공한다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현시점 수준(1조달러)을 유지한다고 가정 할 때 유동성의 1~2%만 스택스 블록체인으로 이동해도 100억~200억달러 수준의 새 디파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스택스의 공동창업자인 무닙 알리 트러스트머신 CEO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생태계를 구축할 플랫폼으로서 (스택스가) 계획대로 역할을 하게된다면 기존 블록체인 생태계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이라면서 “이더리움은 아니겠지만 그보다 작은 체인들의 경우에는 레이어1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이전보다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 CEO는 최근 “6개월 전만 해도 투자를 유치하지 못했던 프로젝트들이 목표액을 넘어서는 투자를 받고 있다”면서 “향후 1년 안에 10개 이상의 새 비트코인 레이어2 프로젝트들이 선보일 예정”이라며 비트코인 레이어2를 둘러싼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이 같은 구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높다. 스택스도 현재 코인을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스테이킹을 실시하고 있는데 TVL(총예치자산)이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디파이 정보 사이트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스택스 블록체인의 TVL은 지난해 12월 2200만달러 수준에서 현재 약 1억1000만달러로 두 달 만에 약 5배 증가했다. 보통 TVL 증가 여부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과 안정성을 반영한다.
암호화폐 유튜브 채널인 데이터대시 운영자 니콜라스 머튼은 “현재 시장 내러티브는 비트코인 중심”이라면서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스택스는 기술적 관점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 추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렉스는 스택스 기반의 탈중앙화 거래소 앱이다.
4차 반감기를 앞두고 가장자산의 트렌드가 비트코인 레이어2에 쏠리고 있다는 것은 기존 이더리움 계열의 블록체인들 역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17년 만들어진 트론은 최근 비트코인 레이어2 솔루션 및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스틴 선 트론 창립자는 “해당 솔루션은 트론 네트워크의 다양한 토큰을 비트코인 네트워크 및 오디널스와 같은 레이어2와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이는 트론을 비트코인과 직접적으로 연결할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550억달러 규모의 재정 투입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역시 2017년에 출발한 퀀텀은 “자체 네트워크 상에서의 BRC20 토큰 구현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BNB체인 기반 탈중앙화 거래소인 베이커리스왑(BAKE)은 “다음 런치패드로 비트코인 레이어2 프로젝트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레이어2 관련 새 프로젝트들도 대거 진행 중이다. 가상자산마켓 메이킹 업체인 DWF랩스의 투자부문 DWF벤처스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레이어2가 부상하고 있다”면서 “이더리움 레이어2 프로젝트는 3년 동안 38개 등장했지만, BTC 레이어2는 첫 등장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25개의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루트스탁(Rootstock), 바빌론(Babylon), 보타닉스(Botanix), 알트레이어(Altlayer) 등이 대표적이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2호 (2024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