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소더비 경매에서 1230만달러에 낙찰된 초고가 다이아몬드는 암호화폐로 결제됐다. 올 10월 해리 윈스턴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또한 암호화폐로 낙찰이 가능하다.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다이아몬드 업계의 발 빠른 움직임은 최근 합성 다이아몬드(랩 다이아몬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왔다. 몇 년 전만 해도 천연이 아닌 인공 다이아몬드의 확산을 결사반대하던 전 세계 다이아몬드 업계의 움직임은 이미 격세지감이다. 물론 그럼에도 슈퍼리치들이 환영하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른바 극과 극의 높은 인기에 드비어스와 판도라 등 다이아몬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기업들도 잰걸음이다. 그렇다면 재테크적 관점에서 이러한 관심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난해와 올해, 글로벌 다이아몬드 시장을 주도한 키워드를 짚었다. 팬데믹 시기에 MZ세대를 겨냥한 시장의 움직임과 슈퍼리치의 보석투자법을 소개한다.
소더비 경매에서 1230만달러에 낙찰된 ‘The Key 10138’
2021년 글로벌 다이아몬드 업계의 키워드는
‘디지털’·‘합성’·‘지속가능성’
윤성원 주얼리 마케팅 컨설턴트
팬데믹 이후 가속되고 있는 변화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계에서는 다각화된 소비 시장을 겨냥한 투자와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는 다이아몬드 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특히 피라미드의 맨 위 꼭지와 바닥 양끝에서 심상찮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7월 9일 홍콩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초고가의 다이아몬드가 암호화폐로 결제되며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화제의 주인공은 101.38캐럿의 D컬러, 무결점 다이아몬드 ‘The Key 10138’이었다. 이 다이아몬드는 낙찰가 1230만달러를 기록하며 (보석 경매 중) 경매 사상 암호화폐로 지불한 최초이자 최고가 보석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세 달 뒤 소더비는 총 177.51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해리 윈스턴의 목걸이에도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하며 신규 고객층 확보에 박차를 가했다. 이로써 보수적인 보석 경매 시장에 ‘디지털 새비(Digital-Savvy)족’을 성공적으로 끌어들인 소더비는 가상자산이 전통의 럭셔리 매출에 일조하는 시대를 열었다.
2021년 현재 합성 다이아몬드(Lab-grown Diamond) 시장에 몰리는 자금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드비어스가 ‘라이트박스(Lightbox)’를 론칭하며 보석용 합성 다이아몬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지 올해로 3년째다. 한때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을 독식하던 드비어스는 지금도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5분의 1을 채굴하고 있다. 심지어 몇 년 전까지 인공 다이아몬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다이아몬드계의 전통 강자가 이제는 합성 다이아몬드의 주요 가격 결정자이자 공급업자로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점유율이 높은 주얼리 기업과 혁신 기술로 무장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도 합성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맹렬한 기세로 성장 중이다. 판도라는 지난 5월 합성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판도라 브릴리언스(Pandora Brilliance)’ 컬렉션을 발표하며 2022년부터 모든 상품을 합성 다이아몬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최대 합성 다이아몬드 생산업체인 ‘다이아몬드 파운드리(Diamond Foundry)’는 생산량을 ‘천연석 채굴’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2억달러의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했다. 이로써 기업 가치는 18억달러로 상승했다. 이렇듯 불과 1년 반 사이 고품질의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은 ‘희소가치’를 열망하는 디지털 세대를 겨냥한 결제 수단의 확장으로 이어졌고, 합성 다이아몬드 시장은 거대 자본과 강력한 마케팅 파워를 탑재한 대형 주자들이 ‘다이아몬드의 민주화’라는 명분으로 시장의 폭을 늘려가고 있다. 두 시장 모두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천연 컬러 다이아몬드
▶천연 vs 합성, 무엇이 다른가
다이아몬드는 보석의 제왕답게 자연계에서 가장 특별한 생성 스토리를 갖고 있는 광물이다. 수십억 년 전, 지구 표면으로부터 150~200㎞ 아래 맨틀에서 극도로 높은 압력이 가해질 때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는 화산 폭발과 함께 지표로 올라오는 우연의 산물이자 기적의 산물이다. 심지어 가장 젊은 다이아몬드도 공룡 멸종 이전에 생성을 끝마쳤다. 인류가 존재하기도 전 태초의 물, 즉 만년설로 만든 빙하가 천연 다이아몬드라면, 공장에서 2주 만에 생산되는 합성 다이아몬드는 냉동실의 얼음이라고 할까? 물론 합성 다이아몬드의 화학적 구성성분, 결정구조, 광학적 및 물리적 특성은 천연 다이아몬드와 동일하다. 세계 곳곳에 포진해 있는 합성 다이아몬드 생산업체에서 ‘합성’보다 ‘과학이 낳은 진품’ 콘셉트를 선호하는 이유다. 그들은 보석학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같은 물질이고, 오로지 감정원의 정밀 검사장비로만 구별할 수 있다며 ‘미심쩍은 혈통’이라는 세간의 오해와 억측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한다.
세계 최초로 인공 다이아몬드 개발자라는 공식적인 영예를 차지한 곳은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이었다. GE는 1954년 천연 다이아몬드가 생성되는 환경과 비슷한 고온고압법(HPHT)을 이용해 흑연을 다이아몬드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극도로 작은 크기에 투명성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공업용 연마재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이후 합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보석용’ 다이아몬드 개발에도 성공했고, HPHT 방식보다 더 간단하고 고압을 필요로 하지 않는 CVD(화학기상증착법)가 등장하면서 비용과 시간이 크게 단축되는 쾌거를 이뤘다. 육안으로는 천연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품질도 대폭 향상되었다. 라이트박스와 판도라 브릴리언스, 다이아몬드 파운드리의 다이아몬드 역시 CVD 기술로 생산된다.
결국 합성 다이아몬드가 소비자들과의 밀고 당기기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일 수 있는 필살기는 가격이다. 스톤이나 브랜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화이트 다이아몬드의 경우 2021년 현재 소매가 기준 평균 30~40% 저렴하다. 그렇다면 투자가치는 어떨까? 역사를 돌이켜 보자면 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모조 다이아몬드의 대명사인 큐빅 지르코니아도 한때 캐럿당 800달러에 팔린 적이 있지 않은가? 합성 다이아몬드 산업은 제조업이다. 게다가 천연 다이아몬드 채굴보다 훨씬 테크놀로지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은 계속 증가할 것이고,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 3년간의 합성 다이아몬드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합성 다이아몬드의 도매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5월 이후였다. 바로 드비어스가 라이트박스의 캐럿당 800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체계를 예고한 시점이었다. 에단 골란 다이아몬드 리서치&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1~3분기 합성 다이아몬드의 도매가격은 26% 하락했고, 이런 추세는 2019년 3분기까지 이어졌다. 그러던 중 2019년 4분기부터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선다. 다수의 생산업체가 시장에 뛰어들어 공급이 증가한 상황이었음에도 소비자들의 강한 수요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심지어 2019년 4분기 합성 다이아몬드의 시장 점유율은 2.1%에서 3.4%로 상승했다. 숫자상으로는 미미해 보이지만 사실상 한 해 동안 시장 점유율이 62%나 상승하는 놀라운 결과였다.
이렇듯 공급 과잉에도 강세를 보이던 합성 다이아몬드 가격은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와 격리조치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늦여름부터 소매점들이 다시 문을 열고 주얼리 시장도 조금씩 살아났지만 천연 다이아몬드의 도매가격은 상승하는 데 반해 합성 다이아몬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누적된 과잉 공급과 치열한 경쟁이 주요 원인이었다. 올해 들어 하락 속도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심화된 경쟁과 팬데믹 원년의 적자를 메우려는 각종 노력으로 인해 합성 다이아몬드 가격은 당분간 소폭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다이아몬드 주얼리 시장은 여러 단계로 계층화될 수밖에 없다.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를 필두로 최상급의 천연 다이아몬드가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밑바닥에는 합성 다이아몬드(이 또한 천연에 버금가는 품질과 저품질로 나뉜다) 및 이와 경쟁하는 저렴한 가격대의 천연 다이아몬드가 자리할 것이다. 심지어 슈퍼리치들의 세계에서는 최상급 화이트 다이아몬드에서도 질소가 들어있지 않는 타입2A 다이아몬드에 수요가 몰리는 추세다. 98%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다이아몬드에는 극소량의 질소가 들어있는데, 이 질소가 바로 노란 기를 만드는 주범이다. 그런데 그간 무색의 D컬러로 차별화를 꾀하던 슈퍼리치들이 같은 D컬러 중에서도 극소량의 질소조차 존재하지 않는 순수 탄소만으로 이루어진 타입2A 다이아몬드(1~2%)를 갈망하고 있다. 까르띠에, 티파니, 쇼메, 루이비통, 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앞다퉈 완벽한 타입2A 다이아몬드 수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더비의 ‘The Key 10138’과 해리 윈스턴의 목걸이 역시 타입2A 다이아몬드다. 슈퍼리치들의 보석 투자는 철저히 ‘희소가치 세계관’을 따른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대목이다.
천연 화이트 다이아몬드
▶MZ세대를 잡아라
2018년 9월 드비어스가 라이트박스를 출시했을 때 천연과 합성 다이아몬드 업계는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드비어스는 예물 시장을 잠식하는 자충수를 두지 않기 위해 빠져나갈 구멍을 이미 마련해 놓은 듯했다. 업계 최저 가격에, 나석만 따로 판매하지 않고 등급도 매기지 않으며,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방침이 그것이다. 다른 업체들처럼 윤리성과 친환경을 내세운 박애주의적인 스토리텔링에 올인하지도 않았다. 결국 자사의 천연 다이아몬드와는 차별을 두겠다는 속내였다. 이를 두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보는 시각과 “합성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발 빠른 행보”라고 조롱하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섰다. 지금까지는 그들의 계획대로 핵심 구매층으로 떠오른 20~30대 MZ세대를 타깃으로 중저가의 패션지향적인 데미-파인 주얼리(Demi-fine Jewelry) 시장과 선물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참고로 라이트박스의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50% 상승했고, 올해 역시 전년 대비 3배의 매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초기에는 미국에서만 유통되었으나 현재는 75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해외 시장 매출이 이커머스 총매출의 20%를 차지한다.
1954년 합성 다이아몬드가 GE에 의해 처음 개발되었을 때만 해도 천연 다이아몬드에 종말이 닥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70여 년간 천연 다이아몬드와 합성 다이아몬드는 ‘무사히’ 공존해왔다. 다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크고 좋은 품질을 대규모로 생산하게 되었고 천연석을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는 하나의 새로운 주얼리 카테고리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가볍게 착용할 주얼리에는 합성석을, 결혼식 같은 일생일대의 기념일에는 천연석을 선택하는 식으로 말이다. 특히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던 소비자들의 구매욕까지 자극하는 위력을 뽐내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5% 미만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각종 협업과 유명인을 내세운 전방위적인 활동으로 볼 때 합성 다이아몬드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작고 품질이 낮은 천연 다이아몬드가 합성 다이아몬드와의 경쟁에서 가장 취약하리라는 점도 유추할 수 있는데 이미 저가 주얼리에 사용되는 다이아몬드가 합성석으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합성 다이아몬드에 대한 인식도 1년 전과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파인 패션 주얼리’에서 선호도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예물 시장에서만큼은 아직까지 저항이 거센 편이다. 디자인을 우선순위에 두는 패션 주얼리와 달리 결혼반지는 다이아몬드 선택이 우선시되고 언약이라는 감성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얼리 연구소 ‘플럼 클럽 인더스트리 앤 마켓 인사이츠 2021’ 조사에 따르면 합성 다이아몬드 구매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37%), 같은 가격에 큰 사이즈를 살 수 있어서(25%), 윤리적 이유로(20%), 환경적 이점 때문에(18%)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천연과 차별화된 낮은 가격과 소위 ‘가성비’라 불리는 가격 대비 가치가 구매의 주요 동력임을 확인할 수 있다.
팬데믹을 겪으며 합성 다이아몬드 소비 패턴에도 흥미로운 변화가 생겼다. 그간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보복소비로 터져 나오면서 “이왕 사는 김에 더 큰 캐럿을 사야겠다”는 태도가 확산된 것이다. 실제 합성 다이아몬드의 가장 큰 소매 시장인 미국에서는 재택근무로 줌(Zoom)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귀에 딱 붙는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효자 상품으로 부상했다. 밖으로 나갈 수는 없지만 모니터로 보여줄 수는 있는 비대면 현실이 반영된 소비였다.
합성 블루 다이아몬드 Luminous LAB Jewelry
▶드비어스와 판도라의 속내
드비어스가 2018년 라이트박스를 론칭하면서 내세운 가격정책은 단순하다. 세팅된 스톤의 캐럿에 무조건 800달러를 곱한 뒤 세팅비를 더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가 활약하지 않던 이 시장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라이트박스는 최근 기존 상품 정책을 일부 수정하고 신상품까지 출시했다. 기존의 캐럿당 800달러 라인에는 더 큰 캐럿의 스톤을 추가하고, 새롭게 출시하는 캐럿당 1500달러의 ‘라이트박스 파이니스트(Lightbox Finest™)’ 컬렉션에는 더 좋은 품질의 스톤을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큰 사이즈와 고품질 스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존 상한선인 1캐럿은 2캐럿까지 올리고, 파이니스트 컬렉션은 1캐럿(D~F컬러, VVS, 엑설런트컷)만 취급하다가 차후 0.5캐럿대를 추가하는 식으로 상품군을 확장할 예정이다. 역시 블루, 핑크, 화이트의 세 컬러로 출시되며, 컬러 다이아몬드에는 GIA의 D~Z 컬러 등급이 적용되지 않는다. 10월 온라인 판매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가두 매장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이로써 그간 1000달러대를 고수하던 라이트박스의 가격대는 최대 2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판도라 또한 합성 다이아몬드의 장기적인 잠재력과 접근성 높은 가격대 상품의 판매를 고려하여 발 빠르게 같은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값싼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시작가를 라이트박스보다 위인 0.15캐럿에 약 350달러(약 250파운드)로 책정했다. 각 상품에는 0.15~1캐럿의 싱글 다이아몬드가 세팅될 예정이다. 사실 판도라는 다이아몬드 사용 비율이 높은 브랜드는 아니다. 다이아몬드 모조석인 큐빅 지르코니아부터 유리, 천연 젬스톤까지 폭넓은 소재를 아우르는 데일리용 패션 주얼리 브랜드라고 보는 편이 맞다. 따라서 최근 들어 소재의 재생가능성과 재활용, 지속가능성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행보를 볼 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에 발맞춰 합성 다이아몬드를 앞세워 폭넓은 소비자층의 구매를 이끌기 위한 ‘휴머니즘 마케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판도라의 관계자 역시 MZ세대의 주얼리 구매 상승세와 아시아 중산층의 소비 증가를 점치며 “합성 다이아몬드 시장은 매년 약 20% 성장을 거듭해 2023년이면 총 5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합성 다이아몬드 Luminous LAB Jewelry
▶녹색 분칠을 경계하라
AWDC(Antwerp World Diamond Centre)와 베인&컴퍼니의 ‘글로벌 다이아몬드 산업 2021’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주얼리 구매 시 이전 세대에 비해 MZ세대에서 지속가능성 이슈가 훨씬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급격한 환경변화를 겪고 있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구매력이 강한 세대를 의식한 지속가능성이 전 지구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합성 다이아몬드 기업들은 약속이나 한 듯 친환경이라는 용어를 앞세워 마케팅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문제는 합성 다이아몬드를 친환경과 윤리적인 소비의 해결책으로 강조하는 와중에 혼란스러운 용어 남발과 부정적인 표현으로 사실을 호도하며 업계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천연 다이아몬드를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환경 파괴에 동참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실험실에서 광물을 만들어냈다고 해서 환경과 인류를 위해 큰 공헌을 하는 양 ‘녹색 분칠’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이에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는 최근 합성 다이아몬드를 친환경으로 포장한 8개의 업체에 경고장을 보냈다. 그들의 생산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는 생략한 채 용어를 남용하는 데에 재제에 들어간 것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합성 다이아몬드에 필요한 고온에서 탄소 발자국 유발이 훨씬 심각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상당수의 업체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자 기후 깡패라 불리는 석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합성 과정에 높은 온도는 필수이므로 천연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것보다 더욱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채광회사인 드비어스, 리오틴토, 알로사 등이 회원으로 있는 천연 다이아몬드 위원회(NDC·Natural Diamond Council)에서는 2019년 보고서를 인용하며 합성 다이아몬드의 탄소배출량이 3배나 더 높다고 주장했다. 천연 다이아몬드 채굴에 캐럿당 160㎏의 탄소가 배출되지만 합성 다이아몬드는 캐럿당 511㎏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이에 다이아몬드 파운드리는 자신들은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 인증을 받은 다이아몬드 생산업체이며 NDC의 주장은 일부 기업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반박했다. 라이트박스도 다이아몬드 합성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3분의 1이 친환경 에너지임을 강조하면서 2022년까지 100% 달성을 선언했다. 이미 202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공약한 바 있는 판도라 역시 합성 다이아몬드 생산에 소비되는 에너지 중 60%는 재생 에너지라고 밝혔다.
한편 주요 광산의 폐광과 맞물려 천연 다이아몬드에서는 2차 시장의 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핑크 다이아몬드의 90%를 공급하던 호주 아가일 광산이 2020년 말에 문을 닫았고, 캐나다의 에카티 광산과 다이아빅 광산도 각각 2023년과 2025년에 폐광을 앞두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차후 5년간 원석 공급은 매년 2500만 캐럿씩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실버층에 진입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가의 자산 판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과 재활용 주얼리의 독특성과 윤리성에 매력을 느끼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2차 시장 성장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신뢰가 핵심 열쇠
국내에서도 올해 상반기 합성 다이아몬드의 수입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94.8% 증가한 252만달러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하면 무려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런 폭발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신규 사업자들의 초도 물량 확보 차원의 가수요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게다가 아직까지 가격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고, 재매입 시 가치평가 문제도 남아있어 예물 시장에서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파인 패션 주얼리’ 시장에서 주요 상품으로 자리 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 경우 취급 소매상들의 대거 확대로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스토리로 무장한 브랜딩이 관건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합성 다이아몬드가 공격적으로 시장을 점유해나가면서 판매 단계에서 소비자 신뢰가 핵심 열쇠로 강조되고 있다. 천연에 합성을 섞거나, 합성이라고 고지하지 않고 유통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는 업체들이 질서를 흐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별의뢰가 번거로운 0.15캐럿 미만의 멜리(Melee) 사이즈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백 개의 천연 다이아몬드에 단 한 개의 합성 다이아몬드가 섞여있다 해도 그간 견고하게 쌓아 올린 신뢰가 무너지고, 나아가 업계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판매자는 공식 리포트나 품질보증서로 천연과 합성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하고, 업계 내에서도 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적극적인 견제와 조치, 그리고 공신력 있는 감정원의 파수꾼 역할만이 시장을 보호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글로벌 주얼리 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합성 다이아몬드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팽창하고 있고, 보석의 거래 수단이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 디지털로 확장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먼 미래의 일이 팬데믹으로 인해 돌연 현실로 앞당겨진 느낌이랄까? 물론 ‘조금 더 착한 가격’과 ‘대자연이 선사한 희소가치’ 사이의 선택은 전적으로 개인의 기호에 달려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합성 다이아몬드가 천연 다이아몬드를 완전히 대체하지도, 제로섬 게임으로 마무리되는 상황도 결코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인 천연석의 바통을 이어받은 합성 다이아몬드의 맹활약으로 유추해 보건대 결국 ‘다이아몬드는 영원’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듯하다.
▷윤성원 주얼리 마케팅 컨설턴트
주얼리의 보석학적 정보, 역사, 트렌드, 경매투자,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자 경영학 박사다. 2014년부터 한양대 공학대학원 보석학과(현 신소재공정공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얼리 프로젝트 그룹 더쇼케이스랩 대표로 강연, 컨설팅, 전시기획,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세계를 매혹한 돌> <세계를 움직인 돌> <나만의 주얼리 쇼핑법>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잇 주얼리>가 있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