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금맥 캐는 블록체인] (4) 윤부영 에이치닥테크놀로지 대표 / 조문옥 최고기술책임자(CTO)| 현대家 3세의 블록체인 기업 에이치닥, H포인트 코인 만들고 인터넷은행 노크
박지훈 기자
입력 : 2019.04.30 10:22:43
수정 : 2019.04.30 10:23:21
대기업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규모 인원이 자금을 ICO(코인 공개)를 통해 모아 프로젝트 로드맵을 실행해 가는 것이 대다수인 시장에서 신뢰도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첫 번째 주자로 평가받는 곳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이 설립한 범현대가 계열사인 에이치닥테크놀로지(이하 에이치닥)다.
지난 3월 에이치닥은 상용화 로드맵을 공개제시하면서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뚜렷한 국내활동 없이 진행해왔던 침묵을 깨고 본격적인 활동을 선언한 것이다.
윤부영 에이치닥테크놀로지 대표(위), 조문옥 최고기술책임자(CTO)(아래)
에이치닥은 국내 암호화폐 광풍이 불던 시기인 지난 2017년 11월 설립됐다. 국내 ICO가 금지된 탓에 크립토밸리로 잘 알려진 스위스 주크에서 일명 ‘현대코인’으로 알려진 HDAC 코인을 발행해 자금을 모았다. 결과는 좋았다. 당시 2억5800만달러(약 3000억원)를 모아 그해 가장 성공적인 ICO 프로젝트로 이목을 끌었다. 역대 ICO 5위라는 성공적인 ICO에도 불구하고 에이치닥은 한동안 조용한 행보를 보여 궁금증을 자아냈다. 가장 큰 원인은 스위스 금융청의 ICO 프로젝트 조사가 지난해 10월 종료된 탓이 크다. 사전 채굴, 사설 채굴업자풀 해킹 등 몇몇 이슈가 발생했고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 인가가 늦어지면서 일각에선 스캠(사기) 의혹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에이치닥은 지난해 11월 인가를 취득하며 부정적인 의혹을 떨쳐내고 본격적인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다.
국내 활동이 늦어진 이유도 따로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ICO를 진행한 국내 2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및 홈페이지 참고 방식으로 ICO 실태조사를 하고, 지난 1월 31일 ‘ICO 실태조사 결과 및 향후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정부의 ‘ICO 실태조사’에서 암호화폐공개(ICO)를 마친 기업을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하기도 했다.
윤부영 에이치닥 대표는 이에 대해 “국내에서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스위스 주크에 회사를 세웠을 뿐, 현지에서 디앱(DApp·분산형 애플리케이션) 파트너를 발굴하는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며 “현지 상주하는 직원이 다수고 창업자인 정대선 대표도 자주 방문하는 등 우리(에이치닥)를 페이퍼 컴퍼니라 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현대코인’ 만들 것
에이치닥테크놀로지의 핀테크 사업은 현대페이(HYUNDAI PAY) 브랜드를 주축으로 추진되며,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페이먼트 서비스 제공을 기본 골자로 한다. 스위스 크립토밸리에서 설립한 에이치닥테크놀로지와 달리 현대페이는 국내 법인이며 에이치닥테크놀로지 윤부영 대표와 조문옥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각기 현대페이 대표와 최고보안책임자(CSO)를 겸임하고 있다.에이치닥은 퍼블릭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통합하는 하이브리드 블록체인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산업 분야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기업용(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이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페이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 대표는 “에이치닥의 저변 확대를 위해 먼저 범현대가 계열사를 활용할 예정”이라며 “사물인터넷(IoT) 및 인공지능(AI)을 융합한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상품은 ‘H포인트’(가칭)다. 가상화폐로 구입할 수 있는 선불 포인트의 일종이다. 백화점 상품권이나 기프티콘, 문화상품권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유통 매장에서 QR코드 결제도 가능하다. 현대페이를 통해 에이치닥 코인으로 구매 가능한 선불 포인트 ‘H 포인트’를 발급해 간편결제 및 송금, 온·오프라인 가맹점 결제, 스마트홈 서비스 등에 차용한다는 방침이다.
조문옥 CTO는 “현대백화점을 포함한 여러 계열사에 H포인트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향후 H포인트를 스테이블 코인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이치닥의 결제시스템은 지난해 12월 현대BS&C와 현대페이가 입주해 있는 서울 퇴계로 건물 1층 카페드블록(Cafe De Block)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에이치닥은 카페 내 매장 포스(POS) 기기나 이동식 기억장치 등에 ‘하드웨어 지갑’ 관련 기술을 접목해 상품을 구입할 때 에이치닥 코인으로 결제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으며, 카페드블록에서 코인 결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10에이치닥(Hdac)으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프로모션을 하기도 했다.
에이치닥 관계자는 “현재 코인 시세의 변동 폭이 커 시행하고 있지 않다”며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통해 에이치닥으로 카페드블록 내 모든 서비스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에이치닥은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여러 암호화폐로 ‘H포인트’를 구매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발전시킬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CTO는 포인트 결제 서비스를 연내 선보이고 선불 포인트 결제 서비스를 위해 원화와 1: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H포인트(가칭)’를 발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부동산 ‘P2P 금융 서비스’와 ‘월렛 서비스’도 에이치닥의 사업계획에 들어있다. 부동산 P2P 서비스는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 상품을 선별해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투자상품안내, 상품평가, 사업자 신용평가, 교육·컨설팅 등의 서비스로 구성된다. 선불 포인트 서비스와도 연계해 손쉽게 실물 자산을 관리하고 다양한 형태의 자산으로 재투자까지 할 수 있게 해주는 블록체인 기반 P2P 플랫폼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조 CTO는 “일종의 가상화폐 담보대출이라 볼 수 있는데 부동산 P2P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정부에서 규제를 내놓으면서 오히려 우수한 업체들이 주목 받는 상황이 됐다”며 “현대 BS&C 등 현대가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월렛 서비스는 기존 에이치닥 월렛을 엔드유저와 사업파트너 모두를 위한 핀테크 서비스 플랫폼으로 고도화한다. 월렛을 통해 단순히 암호화폐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유저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그 위에 얹는다는 방침이다. 멀티체인, 간편송금, 간편결제, 포인트충전 기능을 추가해 단순한 코인지갑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조 CTO는 “선불 포인트 결제 서비스 및 부동산 P2P 서비스를 지원하는 포털형 서비스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불 포인트 결제 서비스부터 부동산 P2P서비스, 월렛 서비스는 모두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 다양한 디앱(Dapp) 활성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노려
에이치닥은 블록체인 어플리케이션이라 할 수 있는 디앱(Dapp) 생태계 활성화와 기업용 솔루션 제공에도 적극 나선다. 이미 에이치닥 메인넷과 디앱 파트너를 연결해 주는 브릿지노드(Bridge Node) 및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DK),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개발을 마쳤다.
브릿지노드는 메인넷 코어와 디앱 파트너 메인넷의 사이드체인 코어를 연결해 컨트랙트를 다루는 레이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인을 식별하는 프라이빗키를 포함하고 있어 에이치닥 블록체인 상에서 발생하는 컨트랙트 소유주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컨트랙트의 감사 추적이 가능한 만큼 신뢰성과 확장성을 내세워 디앱 파트너를 늘려나가겠다는 게 에이치닥의 목표다.
그는 “블록체인 전문 기업이 아니더라도 쉽고 편리하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인프라와 서비스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BaaS(Blockchain-as-a-Service)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미 공개된 블록체인-IoT 융합 스마트홈 솔루션 헤리엇(HERIOT) 외에 현재까지 2건의 POC(Proof Of Concept)를 마쳤고 상반기 중 4건 이상의 본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업과의 제휴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16일에는 현대BS&C와 카카오, 코맥스가 현대BS&C 본사에서 스마트홈 IoT 플랫폼 개발 및 구축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발표했다. 현대 BS&C의 주거 브랜드 헤리엇(HERIOT) 내 스마트홈 IoT 플랫폼 개발 및 구축을 위한 생태계 조성, AI, IoT기반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홈 IoT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공동 협력, 시제품 서비스 실증 및 보완을 위한 자문 협력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홈 IoT 플랫폼 개발을 통해 공동 시장개발과 사업화에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3월에는 현대BS&C(대표이사 노영주), GC 녹십자헬스케어(대표이사 전도규) 및 에이치닥테크놀로지(대표 윤부영, 이하 에이치닥)가 현대BS&C 본사에서 블록체인 기반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GC 녹십자헬스케어 통합 플랫폼을 개발 및 구축하고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 헬스케어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공동 협력한다는 것이 골자다. 주거 브랜드 헤리엇(HERIOT) IoT플랫폼 내 지능형 헬스케어 서비스 구축과 ▶GC녹십자 공식 임직원몰 포인트와 Hdac 포인트(가칭) 연동 등이 포함된다.
윤부영 에이치닥 대표는 이에 대해 “환자의 개인건강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다 편리한 인증 절차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블록체인 기반 지능형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에이치닥은 제3인터넷은행 진출도 노리고 있다. 모회사 현대 BS&C가 최근 제3인터넷은행 설립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이다.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키움증권, SK증권, KEB하나은행 등으로 이뤄져 있다. 키움뱅크가 제3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선정될 경우 기술제휴나 H포인트를 활용한 결제, P2P대출서비스, 암호화폐 보상 등 뱅킹서비스의 다양한 분야에 접목될 여지가 크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라는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은 에이치닥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해 페이 서비스를 올해 안에 상용화해 안착시키는 그림을 실현한다면 블록체인 시장이 한층 뜨거워질 것”이라며 “대기업들마다 계열사와 연동된 블록체인 서비스 도입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