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 | 100세 시대 연금·자산관리 교육은 선택 아닌 필수죠
입력 : 2014.10.31 17:54:25
수정 : 2014.11.03 09:50:14
“얼마 전 최경환 부총리가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고 그중에서도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을 확대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투자자 교육이 필요하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연금교육포럼’ 깃발을 내건 이유다.”
지난 9월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발족과 함께 취임한 강창희 대표는 “한국은 3층 연금 가운데 국민연금은 정착됐으나 나머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더 보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연금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C형 퇴직연금 확대는 개인이나 기업 국가 어느 입장에서 보더라도 필요하다. 지금은 퇴직연금의 95% 이상이 DB(확정급여)형에 묶여 있다. 다만 투자자 교육 없이 DC형 연금을 확대하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그만큼 연금교육과 투자교육의 필요성이 높다.”
강 대표는 DC형 퇴직연금을 확대하려면 세제 이해의 벽과 투자지식의 벽, 펀드 불신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연금교육의 과제라는 것이다. 특히 2007년 지수가 정점을 친 뒤 급락하면서 펀드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100세 시대에 들어가면서 연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업이나 노조가 교육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났지만 오래 사는 리스크를 대비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100만명이 가입한 국민연금은 한국의 대표적 노후대책 수단이다. 그런데 예상 수령액은 부부 합산해 고작 평균 58만원에 불과하다. 국민들은 적어도 138만원은 받아야 하고 적정 수령액은 183만원이라고 한다. 지금 받는 게 적정 수령액의 3분의 1, 최저라고 한 것의 2분의 1도 안된다. 그렇지만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을 더 높일 수는 없다. 오히려 앞으로 더욱 덜 받게 된다.”
현재 65세 이상 노령자들이 받는 연금만 봐도 문제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노령자의 96.4%가 공적연금에 가입했지만 우리는 34.8%만 가입했다. 1인당 월평균 공적연금 수령액도 우리는 36만원에 불과해 일본의 160만원과 큰 차이가 난다.”
결국 부족분을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으로 보완해야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퇴직금은 거의 중간정산해서 썼다. 개인연금은 세제혜택 차원에서만 가입했을 뿐이다. 정부의 퇴직연금 의무화는 100세 시대 노후준비를 못한 국민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다만 이를 위한 교육이 전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연금 대부분이 원금보장형으로 예금 이자밖에 없어 성과가 낮다. DC형 연금 활용이 꼭 필요하지만 DC형 연금을 확대하려면 근로자의 자기책임을 제고해야 하며 투자자 교육도 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교육이 꼭 필요하다.”
기업 · 노조가 자산관리 교육 나서야
강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기업이나 노조가 생애설계나 자산관리 교육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 기업이나 노조의 전향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처음엔 비용이라고 생각해 형식적 교육만 했다. 그런데 종업원들이 (노후)불안에 떨어 생산성이 떨어졌다. 종업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게 비용이 아니라 생산성 증대를 위한 투자라고 인식한 뒤 지금은 교육에 열심이다. 일본의 세이코 엡슨 노조는 1만2000명의 조합원이 있다. 이들도 한때 임금 올리려고 파업도 해봤지만 저성장 사회에선 그렇게 해도 임금이 안 오르기 때문에 생애설계와 자산관리 교육에 나섰다. 파업해서 3% 올리나 자산운용 잘해서 3% 올리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을 한 것이다. 지금은 이 교육이 세이코 엡슨 노조의 3대 사업 중 하나가 됐다.”
한국도 일부 기업들이 직원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교육을 시작했다.
“한 기업이 40대 차장급을 대상으로 후반기 교육을 시켰더니 처음엔 구조조정을 앞두고 이런 교육 시키는 게 아니냐며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강의 후 연금에 대해 새롭게 인식했다며 다시 한 번 놀랐다. 또 다른 기업에선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강의했는데 강의가 끝나고 회사에 항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이런 교육을 10년 전 쯤 부부가 함께 받았으면 일찍부터 준비했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처럼 100세 시대엔 직원 후생복지 차원서 생애설계와 자산관리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
“공적연금에 사적연금을 더해 국민들이 노후에 밥 굶지 않게 하는 게 정부와 기업이 할 일이다. 다만 이를 위해 국민을 교육해야 하고 교육을 위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DC형 퇴직연금을 확대하려면 주식과 주식형펀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운용사나 언론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지금 운용사들은 단기 수익률 경쟁을 하고 있다. 30~40년 내다보고 장기로 운용해야 한다. 운용사들이 장기운용을 잘한다는 것을 보여줘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런 운용 철학이 필요하며 좋은 자산운용사가 부각돼야 한다. 여기엔 언론의 협조도 필요하다.”
리스크는 위험이 아니다
그는 DC형 퇴직연금 정착을 위한 요건으로 리스크 개념 정립과 장기·분산투자의 중요성 인식을 꼽았다.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두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첫째는 마켓 리스크이고 다른 하나는 개별종목 리스크다. 아무리 좋은 종목에 투자했더라도 9·11사태 같은 게 발생하면 주가는 오를 수 없다. 이게 마켓 리스크인데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장기투자가 필요하다. 외부 요건 변화로 저평가될 때 제대로 평가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개별종목 리스크는 열심히 기업을 방문해 좋은 기업을 발굴해야 하는데 여기엔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한데 다른 한편으로는 분산투자로 대비해야 한다.”
강 대표는 여기서 ‘리스크’는 ‘위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투자에서 말하는 리스크는 위험(danger)이 아니라 불확실성인데 이것을 위험이라고 하다보니 과도하게 주식을 외면하고 있다. 리스크 어원은 용기를 갖고 도전하라는 라틴어에서 나왔다. 이제 위험이라고 번역하지 말고 리스크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저성장 개방화 시대에는 리스크를 떠안고 관리해야 한다. 장기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 무지 심각한 상태
강 대표는 이 대목에서 “과도한 위험 회피증은 지금 한국경제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초등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으면 60%가 공무원이라고 한다. 그들의 직업관을 바꿔주고 자산관리 개념과 리스크의 개념을 바꿔주는 게 넓은 의미의 투자교육이자 금융교육이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NPO를 중심으로 금융교육을 했고 영국은 1990년대부터 국가 주도로 교육을 했는데 한국은 국가도 NPO도 외면하기 때문이란 것.
“미국 사회책엔 돈 관리나 경제적 자립에 대한 내용이 43페이지나 나온다. 우리는 1~2페이지에 불과하다. 그러니 대학 졸업해도 대출과 투자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선생들 밥그릇 싸움 때문에 애들에게 돈 가르치는 데 반대가 심하다. 게다가 우리에겐 NPO조차 없다.”
결국 전문가들이 나서야 하는데 투자교육이나 노후설계 교육은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육 요원을 제대로 교육 시키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은 투자교육은 예측교육이라고 하고, 담당 공무원조차 투자교육을 주가 맞히기라고 한다. 투자교육은 리스크를 알고 리스크를 떠안을 용기를 주고 리스크 관리 잘하는 노하우를 키우는 것이다. 이건 국가적 과제이다.”
강 대표는 외부 인재풀을 모아 전문가 집단으로 포럼을 운영할 방침이다. 아울러 오는 12월 초 DC형 퇴직연금 확대에 맞춰 투자자 교육을 위한 세미나도 열 것이라고 했다.
강창희 대표의 연령대별 리스크 관리 제안
강 대표는 100세 시대 인생후반을 좌우하는 리스크를 다섯 가지로 꼽았다. 장수 리스크, 건강 리스크, 자녀 리스크, 부동산 편중된 자산구조 리스크, 저금리 리스크다. 그는 이를 중심으로 연령대별 맞춤형 교육을 제안했다. 자산관리의 기본인 자산관리 전략, 부동산 금융상품 등 자산시장에 대한 이해는 전 연령대에 공통적으로 해당한다.
20~30대 : 3층 연금 가입과 인적자본 형성에 투자해야 한다. 적은 금액이라도 남다른 주특기 개발에 최대한 투자하라. 3층 연금에 더해 우량주 주식형펀드 투자도 좋다.
40대 : 건강 리스크, 자녀 리스크를 관리하라. 건강 리스크 대비는 특수질병보험, 실손보험으로 하라. 자녀 리스크도 있다. 40대부터 자녀교육에 돈이 많이 들어가니 돈 관리 잘해야 한다. 경제적 자립 교육도 제대로 해야 한다.
50대 : 퇴직을 앞두고 가계자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부채 구조조정과 대형 아파트 구조조정을 하라. 퇴직 후 할 일을 찾아라.
퇴직자를 위한 조언
한경혜 서울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우리 부모세대는 수명이 짧고 애를 많이 낳아 단 둘이 보내는 기간이 1.4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단 둘이 19.4년을 살아야 한다. 둘이 사는 노하우를 갖춰야 한다. 젊어선 부부싸움을 해도 쉽게 화해하지만 60세가 넘어 싸우면 황혼이혼하기 쉽다.
그러지 않으려면 남자가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허드렛일을 해도 되고 자원봉사를 해도 된다. 100세 시대 가장 필요한 것은 돈 준비하는 게 아니라 평생 현역으로 보내는 일이다. 일본 노후설계 전문가 오가와 유리라의 에세이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떤 남편이 좋은 남편인가. 요리 잘하는 남편, 집안일 잘하는 남편이 아니다. 씩씩한 남편, 건강한 남편도 아니다. 집에 없는 남편이다.”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에선 퇴직 후 생활비가 줄지 않는 사람이 많다. 병원비, 간병비 때문이다. 운동과 보험으로 대비해야 한다.
강창희 대표
스스로 “운이 좋아” 오랫동안 CEO를 했고 아직까지 현역으로 지낸다고 했다.
1973년 10월 증권업계에 들어와 거래소에서 4년 대우증권서 21년을 근무했다. 이후 현대투신 사장 굿모닝투신 사장을 거쳐 미래에셋 부회장으로 9년을 근무하고 미래연금포럼을 1년 반 운영하다 이번에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가 됐다.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은 그때그때 관심 업무를 남보다 먼저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1980년대 초 대우증권 조사부 차장이었을 때 광주사태로 경제가 급락하자 1년 휴직하고 일본 유학을 갔는데 회사서 연수처리를 해줬다. 이후 군사정부가 대외적 이미지를 살리려고 개방을 서둘러 자본시장 자유화가 되자 국제 업무할 사람이 필요했다. 본사에서 도쿄 근무를 맡겨 8년간 도쿄사무소장을 지냈다. 거기서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사회를 피부로 느끼고 100세 시대엔 고연봉보다 오래 일하는 게 중요함을 배웠다.
1989년 국제영업부장으로 귀국, 일본의 구조적 불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단순 증권업무보다 자산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쓰고 강의도 했다. 이 인연으로 자산운용사 사장을 두 번이나 하게 됐다.
자산운용사 사장 시절엔 운용 잘하는 것 못지않게 투자자 교육이 중요하다며 마케팅 차원에서 투자자 교육에 나섰는데 그 인연으로 굿모닝투신을 나와 미래에셋에서 9년간 투자교육 일을 했고, 2010년부터 베이비부머 은퇴가 시작되자 퇴직연금연구소까지 맡았다. 미래에셋을 나와서도 개인포럼으로 투자교육을 하다가 이번에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가 됐다고 한다.
강 대표는 “투자교육은 사회공헌이지 비즈니스는 아니다”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하기는 어려운 일이란 것. 그런 점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지원을 고맙게 여겼다.
개인적 건강관리 비법은 매일 1시간 헬스와 맨손체조, 그리고 강의로 꼽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국 돌아다니며 강의하는 게 건강 비법이다. 강의를 하루 세 번도 한다. 일이라고 하면 어려울 것인데 레크리에이션, 운동으로 여기고 한다. 다행히 타고난 목소리가 좋고 서서 두 시간 강의를 세 번 정도 할 체력이 되니 좋다.”
그는 평생 현역이되 젊은이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 일을 하는 데 만족해했다.
“목표가 80세까지 아침에 집 나서서 어떤 일이든 소일거리 갖는 것이다. 청년실업이 넘치는 시대에 젊은이들이 할 수 없는 일, 그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데 노후설계는 젊은이들이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나는 평생의 업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