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사장 | 멀리 가려면 천천히 차근차근 가야 재테크나 사람 사귀기나 마찬가지죠
입력 : 2014.06.09 15:43:37
수정 : 2014.06.11 09:23:19
지난 4월 24일 출범한 ‘펀드슈퍼마켓’이 순항하고 있다. 오픈 뒤 곧바로 긴 연휴까지 끼었지만 계좌를 여는 고객들이 하루 평균 700여 명씩 들어온다고 했다. 온 나라 분위기가 가라앉은 때라 마케팅 활동은 고사하고 오픈 기념식조차 하지 못했는데 알음알음 찾아오는 고객들이 그 정도라면 기대 이상의 성공인 셈이다.
그 여파로 그동안 높은 보수를 고수하던 판매사들이 잇달아 수수료가 싼 ‘e-펀드’를 내놓는 등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좋은 성과를 내고도 펀드 팔아줄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던 중소 자산운용사들의 숨통이 트인 것도 고무적이다.
지금 펀드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은 퇴출 금융기관 출신인데도 사장만 10년째 하는 전문경영인이다.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고나 할까.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를 만나 펀드슈퍼마켓의 앞날과 경영철학을 들었다.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아직까지 아무것도 액티브하게 움직인 게 없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사실 (펀드) 온라인 장터는 업계가 해야 할 일이었다. 고객들의 (싸게 살) 권리를 찾아줘야 했는데 이제야 하게 됐다. 우리는 오프라인 판매회사 보수의 3분의 1이 조금 넘는 정도만 받고 (펀드 가입을) 지원하고 있다.”
펀드온라인코리아가 밝힌 지난 2월 말 오프라인펀드의 평균 판매보수가 0.89%인데 반해 펀드슈퍼마켓의 평균 판매보수는 0.34%에 불과하다.
“판매보수가 저렴할 뿐 아니라 인터넷 클릭만으로 자유롭게 골라서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온라인 펀드슈퍼마켓은 외국에선 이미 오래 전에 보편화됐는데 IT가 발달했다는 한국에선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의 경우 1971년 출범한 찰스슈왑이나 1991년 문을 연 이트레이드 등이 저렴한 보수로 펀드를 판매해왔다.
차 대표는 펀드슈퍼마켓의 장점을 판매사가 아닌 ‘투자자 중심의 판매채널’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저렴한 수수료는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란 것.
“펀드온라인코리아는 투자자가 다양한 펀드를 비교해서 투자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수익률 순위나 판매 순위 등은 기본이다. 한마디로 투자자가 자기주도적으로 펀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기존 관행 반성에서 출발
펀드온라인코리아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펀드슈퍼마켓 투자자 권리장전’을 통해 어떤 자세로 투자자를 대할 것인지를 선언했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저렴하게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곳에 나열한 열 개의 권리가 그동안 펀드판매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 대표는 펀드 슈퍼마켓을 열면서 투자자의 독립성을 많이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판매사 관점이 아닌 투자자 관점에서 시작했다는 얘기다.
“우선 기존 판매채널로부터 독립이다. 그동안 판매채널의 잘못이 적지 않았다. 어떤 곳은 계열사 펀드를 팔아야 더 많은 메리트를 주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일부 창구에선 투자자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또 자기 회사를 위해 펀드를 팔았다. 그런 행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부 소형 운용사들은 운용실력은 뛰어난 데도 판매채널을 찾지 못해 투자자에게 다가가지 못했다고 한다.
“A자산운용은 꾸준히 업계 상위의 수익률을 유지했다. 그런데 판매회사들이 그 회사 펀드를 아예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 회사들이 모여 펀드온라인코리아가 출범하게 됐다. 며칠 안됐는데 지금 그 회사 펀드가 잘 나가고 있다.”
차 대표는 많은 판매사들이 펀드를 판 뒤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문제도 제기했다. 수탁고가 줄어든 펀드는 거들떠보지 않은 곳도 적지 않았다는 것. 차 대표는 업계의 자질향상 노력과 함께 이원화된 펀드판매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펀드를 처음 시작할 때는 주식형이나 채권형 등으로 단순했다. 그런데 지금은 헤지펀드나 대체투자펀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펀드 판매원의 자질논란까지 일고 있다. (구조가 복잡한) A급 상품은 실력을 갖춘 A급 사원이 판매해야 한다. C급 사원이 판매하면 불완전판매 소지가 크다. 이제 펀드 판매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이해할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복잡한 펀드는 PB나 웰스매니저가 파는 게 맞고 쉬운 펀드는 수수료가 싼 펀드슈퍼마켓에서 파는 게 맞다.”
온라인펀드코리아는 펀드 판매 후 투자자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수단들을 갖췄다고 했다.
“우리는 고객이 (펀드 구매과정에서) 실수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했다. 잘못 샀다면 취소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5영업일 이내 ‘구매 철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우리가 불완전판매를 했다면 원금까지 돌려주는 ‘판매 철회’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여기에 덧붙여 투자자가 제대로 투자한 게 맞는지 전화로 확인하는 해피콜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수수료는 적지만 서비스는 오히려 더 철저히 한다는 얘기다. 펀드온라인코리아의 이런 방침이 지금 증권업계에 조용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몇몇 증권사가 온라인 판매 수수료를 낮췄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가 하니 다른 증권사들이 따라오고 있다. 그만큼 펀드슈퍼마켓이 순기능을 하고 있다. 이게 펀드시장의 관행까지 바꾸길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판매사들이 제시하는 대로 이 펀드 저 펀드를 수시로 옮겨 다녔다. 그렇게 단타로 하면 수수료만 나간다. 어느 펀드든 사고팔고 하지 않고 오래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펀드 장기투자 문화 주도
장기투자는 그의 소신이기도 하다. 차근차근 모아놓으면 시간이 돈을 불려준다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망하지 않는 한 주식시장은 계속 올라간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졌더라도 단기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투자의 귀재라던 제시 리버모아는 단기간에 2조를 벌었으나 흥청망청 쓴 뒤 다시 단기투자에 나섰다가 실패하고 자살했다. 대조적으로 워런 버핏은 싸게 사서 오래 가지고 가는 장기투자로 수십 배 수백 배의 고수익을 올리며 세계 최고 부자가 됐다. 투자는 이처럼 장기로 가야 한다.”
차 대표는 펀드에 적립식으로 장기투자를 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덜 쓰기 때문에 돈을 모을 수 있다. 적립식 펀드로 자동이체를 해 높으면 그만큼 덜 쓰니 돈이 모인다. 중요한 것은 저축은 ‘Saving(모으기)’이지 ‘Make Money(수익 내기)’가 아니란 점이다. 모으다 보면 돈은 불어난다. 내가 집에 가서 큰소리 치는 게 하나 있다. 오는 9월이면 국민연금 만기가 된다. 직장생활 열심히 하다 보니 국민연금 탈 자격이 생겼다. 강제저축을 통해 평생 월 백수십만원씩 받게 됐다. 월급서 생돈 떼어갈 때는 억울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게 노후를 책임지게 됐다.”
그러면서 고령화시대의 노후대책 수립이나 정부의 장기 재정부담 완화 차원에서라도 연금펀드를 확대해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의 퇴직연금인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은 출범 이후 연평균 수익률이 14%나 된다. 호주 정부가 1992년부터 강제로 가입하도록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국가도 부자가 됐고 개인도 부자가 됐다. 미국은 401k로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하고 있다. 한국도 국민연금이 최근 주식이나 대체투자를 늘리면서 수익률이 양호한 편이다. 이런 점을 볼 때 개인연금 가입 한도를 대폭 늘리고 세제혜택을 주어 국민들이 스스로 노후준비를 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퇴직연금의 경우 확정기여형(DC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차 대표는 투자를 하되 돈에 욕심을 갖지는 말라고 강조했다.
“돈을 좇아가면서 버는(Make Money) 것보다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멀리 가려면 길게 보고 가야 한다. 천천히 지속적으로(Slow & Steady) 가야 한다. 다만 등산하고 내려갈 때 무릎 다치지 않게 조심하는 것처럼 내려갈 때 조심하며 가야 한다.”
투자자들이 차분하게 기본을 지키며 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가는 철학을 경영에까지 접목했다.
“일이나 돈이나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빨리 가는 것보다 멀리 가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펀드시장이나 증시나 반성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도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지 않았나. 우리 경제는 짧은 기간 동안 압축성장을 하다 보니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금융이나 투자나 모든 시스템의 뒤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새롭게 채비를 갖춰야 한다.”
펀드슈퍼마켓 역시 갈 길이 멀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방침이다.
“우리는 지금 커다란 변화를 타고 있다. 금융의 본질에 IT혁명을 더한 변화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 같은 환경변화, IT의 변화를 잘 활용해야 하지만 너무 서두르면 실수할 수 있다. 100년 기업이 되려면 차분히 다져가야 한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열심히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수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서 개인정보 유출 등의 사고가 이어지자 펀드슈퍼마켓 출범을 늦춘 것도 그래서다.
“42명에 불과한 적은 인원으로 열심히 준비했다. 7개월 동안 주말도 없이 밤을 새워가며 일했다. 지난 연휴에 처음으로 쉬었다. 오픈 직전 업계에서 전산사고까지 터져 야물게 점검하고 또 점검을 했다. 고객이 불편해할 정도로 여러 곳에서 점검을 많이 했다.”
‘국내 온라인 금융투자의 선두’를 비전으로 내건 펀드온라인코리아에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다.
41개 자산운용사와 증권금융, 예탁결제원 등이 참여했지만 자본금은 218억원에 불과해 큰일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산투자를 늘려 시스템을 개선하고 업무영역을 넓혀야 하며 모바일 서비스도 탑재해야 하는 등 할 일이 태산 같다. 그렇기에 외국에서 6~7년 걸린 손익분기점 돌파기간을 훨씬 앞당겨야 한다. 그렇지만 그는 차분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생각이다.
“고객에게 신뢰를 얻어 하나하나 나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변곡점을 맞게 돼 성장한 회사가 될 것이다.”
펀드온라인코리아는 투자자나 고객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실패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모니(HARMONY) 경영’이란 핵심키워드에 담아 전 임직원이 공유하고 있다.
“하모니의 H는 정직(Honesty)을 나타내고 A는 겸손한 마음으로 잘못된 부분을 반성(Apology)하겠다는 것이다. R은 룰(Rule)을 지키는 경영을 한다는 것, 다시 말해 공정하게 일처리를 한다는 뜻이다. M은 도덕(Moral)까지 생각해 경영을 한다는 것이며 O는 현장을 중심으로(On th spot) 판단하고 N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지키며 Y는 고객을 먼저 배려(You first)하겠다는 방향으로 회사를 키울 것이다.”
그래서 아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자세가 된 사람들로 조직을 구성했다. 이들은 하모니 경영을 실천하는 의미에서 전 임직원이 급여의 일정부분을 사회에 기여하기로 서약했다. 급하게 가는 것보다 남들과 함께 가겠다는 뜻에서다.
“전 직원은 인성검사를 통해 뽑았다. 외부 기관에 용역을 주어 인성검사를 통과한 사람을 대상으로 면접을 했다. 결국 회사는 사람이 자산이다. 경영철학이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경영철학을 실천할 사람이다. 직원들이 기본 마인드를 갖고 기업의 이념을 따라야 한다. 그런 생각을 갖춘 사람들을 뽑는 게 중요하다. 작은 조직이지만 그런 비용은 아끼지 않았다. 내 이후에 다른 사람이 왔을 때 더 좋아질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자 했다. 사람 뽑는 데 다른 특별한 기준은 없다. 그저 나중에 길가다 만나서 국수 한 그릇 나눠먹을 수 있을 만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로 채웠다.”
인생의 성과는 내가 베풀고 손해 본 것의 합
그에게 장수 CEO가 된 비결을 물었다. 차 대표는 특별한 연고가 없는 회사를 계속 맡으며 10년째 최고경영자로 활약하고 있다.
“사람 사귀는 것이나 돈 버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멀리 보고 가면 된다. 나는 인생의 퍼포먼스를 시그마로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인생의 성과는 내가 남을 위해 봉사한 것과 내가 남을 위해 손해 본 것의 합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모으면 나중에 복리로 불어나는 것처럼 사람도 복리로 쌓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손해를 보려고 하라. 그러면 주위에서 도와준다. 공자는 ‘덕불고면 필유인(德不孤必有隣)’이라고 했다. 내가 먼저 배려하고 베풀면 남들이 도와준다. 사실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내 능력보다 다른 분의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
그는 사람 사는 과정을 큰 산을 오르는 것으로 풀었다.
“아주 큰 산을 오르려면 먼저 한 봉우리를 올라야 한다. 그 봉우리를 넘으면 그 뒤에 또 봉우리가 있다. 그런데 그냥 올라가는 게 아니라 한참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한다. 큰 산을 가려면 이처럼 높이가 낮은 산을 겹겹이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차문현 대표
상고 출신으로 장수 CEO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끊임없이 공부해 늦깎이로 경영학 박사까지 취득했다. 남들이 싫어하는 야근, 남들이 꺼리는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 위기 때마다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발전했다.
전기가 가장 늦게 들어왔다는 경남 합천의 황계리 출신으로 학자를 꿈꿨으나 부친의 사업실패로 상고를 나와 부산은행 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실력을 키워 서울로 올라온 뒤 새로 출범한 동화은행에서 신설점포를 맡아 1년 만에 3000억원의 예금을 유치해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외환위기로 은행이 퇴출되자 증권업계로 옮겨 제일투신, 우리투자증권을 거치면서 가는 곳마다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회사가 합병될 때 부하직원을 자를 수 없다며 사표를 내고 나왔다. 2005년 유리자산운용 CEO로 선임돼 회사를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키웠고 우리자산운용 CEO를 거쳐 지난해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가 됐다. 자전적 성격의 자기계발서인 <긍정으로 턴어라운드하라>를 냈다.
부경고(옛 경남상고), 세종대, 고려대 대학원(경영학 석사), 한성대 대학원(경영학 박사)을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