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학장 맞장토론 서울대 김병도 vs 연세대 박영렬…그룹중심 체제에선 창업인재 클 수 없다
입력 : 2013.05.03 17:59:35
수정 : 2013.05.27 15:39:32
(왼쪽)박영렬 학장, (오른쪽)김병도 학장
벚꽃 몽우리가 터질 무렵, 남산골 한옥마을에 두 석학이 마주했다. 김병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학장과 박영렬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학장이 그 주인공이다. 4월 중순이라지만 흐릿한 봄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여민 옷깃이 바람에 날릴 만큼 매서웠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남짓, 두 학장은 분명한 호불호로 때로 강하고 때로 여유롭게 한국 경제와 세계 경영을 논했다.
대기업과 정부, 창조경제에 대해선 날씨만큼이나 매섭게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창조경영학과’ 필요하다조경엽(이하 조)-두 분 모두 학장 취임 후 바쁜 나날이라고 들었다.
김병도(이하 김)-추진하는 과제가 하나 있다. 오늘 대담 후에 청와대에서도 이야기하기로 했는데, 창조경영학과 설립 추진 건이다. 서울대 경영학부는 정원이 135명이다. 너무 적지.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국정과제를 보니 창조경제 아닌가. 여기에 포커스를 맞췄다. 결국 청와대가 움직여야 부처에서 움직일 것 같고.
조-가장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이 예상되는 창조경영이다.
김-창조경제를 하려면 이끌어 갈 인재를 길러야 한다. 그럼 학생을 뽑아야지.
박영렬(이하 박)-우린 289명이다. 졸업정원제 당시에는 400~ 500명이었는데 상경대에서 경영학과가 분리되면서 학생 수가 조정됐다. 경영학과가 줄어든 대신 경제학과가 늘었지. 그래도 인원이 많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 들리기론 정부에서 학부 정원을 더 줄인다는 것 같다. 서울대가 변하면 사회가 변한다는 말이 있다. 창조경영학과 설립을 응원하겠다.
조-학생들의 진로 또한 문제다. 창업 화두인 시기지만 대학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김-소위 잘나가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문제가 뭘까. 모두 안정적인 직장만을 원한다는 점이다. 시험 문제 푸는 걸 너무 잘하는데, 뭐하러 벤처기업을 창업하겠나.
박-기업에 취직하는 학생들의 비중도 그리 높지 않다.
김-우린 3분의 1이 국가고시, 3분의 2가 회사에 취직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는 회사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지. 대부분 금융회사를 원한다. 번거로운 작업을 싫어하니 제조업을 싫어한다. 대부분 금융·컨설팅이고 그나마 제조업도 정유회사, 삼성, 현대차 등 연봉 높은 기업이다.
조-제조업도 지방 공장에 발령을 받으면 그만 둔다고 하던데. 부모가 하지 말랬다고. 결혼 못한다고. 이러한 현상은 서울, 그것도 강남 중심의 사고방식, 기득권 세력의 재생산으로 볼 수 있다. 이 도그마를 깨지 않으면 창조나 혁신은 어려운 것 아닌가. 대기업 임금은 너무 높고 중소기업은 리스크가 너무 크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박-그래서 아예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빠지는 인재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김-학장이 되고서 발전기금 때문에 졸업생들 프로필을 살펴봤더니 창업한 사업가는 없고 관료나 전문경영인이 대부분이었다. 로스쿨에 국가고시에 의대까지… 그러니 창업이 안된다.
박-한 학부형은 이러던데. 창업이니 벤처니 이상한 것 가르치지 말라고. 아이가 거기에 혹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안 다닌다고.
김-왜 창업을 위험하다고만 생각할까. 그건 대부분이 생계형 창업이고 준비가 안 된 이들이 창업에 나서기 때문이다. 능력 없는 사람들이 준비 없이 시작하니 위험한 게 당연하다. 똑똑한 친구들을 4년 교육시켜 창업하게 하면 가능성은 엄청나게 높아진다.
조-그건 창조경영학과에 대한 구상인가. 상황이 어느 정도 진척된 건가.
김-학생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게 난 나가서 창업하는데 친구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 아닌가. 창조경영학과가 실현되면 리스크 쉐어링을 하려고 한다. 50%는 자기 주식, 50%는 친구들과 나눠 갖자는 것인데, 그러면 동기생 중 성공한 벤처가 한두 개만 나오면 된다. 아직 학과에 대한 가능성은 매우 낮은데,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발전기금 몇 푼 따오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조-그러고 보니 좋지 않은 경제상황에 대학발전기금 모금도 예전 같지 않다던데요.
박-그럼에도 꾸준한 기업들이 있다. 아쉬운 건 우리나라는 기부하고도 그 사실을 숨겨달란다. 왜 이곳만 기부하느냐 여기저기 말이 많다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한다. 그만큼 기부를 바라보는 존경의 시선이 부족하다. 그러니 모든 게 비밀이지. 기부는 했는데 언제, 얼마를 했는지 모를 때가 많다.
시장은 없는데 규제는 있다조-학부도 문제지만 현재 경영전문대학원(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도 정원을 채우기 쉽지 않지요.
김-정부의 규제가 아쉬운 부분이다. 시장이 없는 걸 왜 끌고 나가려는지….
박-낮에 수업하는 데이 타임 프로그램이 있다. 직업을 내려놓고 오로지 공부에 전념하는 이들이 대상인데, 이게 얼마나 큰 모험인가. 그런 이유 때문에 낮 프로그램에는 학생들이 오지 않는다. 학생은 없는데 교육부에선 전체 정원의 25%를 반드시 데이 타임으로 뽑으라 한다.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니 외국인 학생들이 참여할 수도 있는데, 외국인 학생은 정원 외다. 우리 입장에선 정원도 맞추지 못하고 시장도 없는데 그걸 고집하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김-또 하나가 데이 타임 학생들은 별다른 장학금 없이 오로지 자기 돈을 내고 들어온다. 큰 금액이지. 그렇게 투자해 자신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의미도 있다. 결국 학교가 직장도 잡아달라는 건데, 우리나라 교수들 중 고개 숙이는 데 익숙한 분이 몇이나 될까.
조-학장은 행정가 아닌가요.
김-내 입장에선 그렇지. 쩔쩔 맨다.(웃음) 기업체 인사담당 직원이 하늘이다.
조-MBA에 대한 대학들의 요구는 무엇인가.
김-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지. 정원도 그렇고 50%의 영어강의 비율도 그렇다. 학생이 외국에서 이코노미스트 랭킹 진입을 원하면 영어비율이 50% 이상은 돼야 한다. 그쪽에 관심이 없으면 안 해도 되거든. 그런데 왜 그걸 규제하나. 한국의 MBA는 꼭 영어로 해야 하는 건가. 그런 제반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지. 시장상황에 맞춰서 운영돼야 한다.
대기업의 혁신, 질이 낮다조-시각을 기업으로 옮겨보자. 대기업의 동네상권 침범, 일감 몰아주기 등의 문제가 최근의 이슈다.
김-우선 오해하지 말자. 경영학의 시각에선 그러한 행위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기업은 사회의 한 부분이다. 사회를 혁신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낙수효과가 진행돼야 하는데, 동네상권이나 쳐다보고 있으니. 국민의 눈엔 가난한 이들이 갖고 있는 걸 빼앗아 부자가 되는 거 아닌가. 창조적 효과는 없고 파괴적 효과가 너무 크다.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현재 대기업들의 혁신은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 아니다. 질이 낮다. 그건 문제가 있다.
조-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건 알아서 조정하는 것인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김-설득해야지. 정부 관료가 일을 쉽게 처리하려면 법안 만들어 규제하면 된다. 그런데 일을 제대로 하려면 자발적으로 알아서 하도록 해야 한다.
박-있는 법 잘 지키면 되는 일 아닌가. 어떻게 보면 법을 잘 안 지키고 있다. 정경유착이지. 정치인이 법대로 하고 기업이 법을 지키게 한다면 아무 문제없는 일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사회가 그렇지 않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사회적인 압박과 긴장이 없어졌다. 예전엔 재벌들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걸 알아서 했는데, 정치민주화에 정신이 팔리더니 사회적인 긴장이 없어졌다. 힘이 강해지니 그걸 발판 삼아 경제력을 집중시킨다. 새로운 정부가 과연 이러한 상황을 좌시하고 있을까. 누구 하나 제대로 걸렸다는 소리가 나올 것 같다.
김-경영대 학장들이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니 사회분위기가 어떻겠나. 경영대 교수들도 시각이 비슷하다.
박-기업이 잘하는 면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국의 성장을 주도한 건 기업인데, 이 시점에서 스스로 룰을 지키고 또 사회가 룰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조-일종의 리셋을 한번 하고 가자?
김-기본적으로 규제에 대해선 반대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국민들 간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규제라는 건 못 믿겠단 얘기거든. 동네상권은 봐주면서 해야 하는데 안 봐주니 앞으론 법으로 규제 하겠다? 그래서 영업시간 제한한다? 이건 타이거우즈보고 넌 너무 잘 치니 왼손으로 치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서로 신뢰할 수 있겠나. 규제가 도움이 된다면 써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 쓰니만 못하다. 앞으로 힘들면 옆 사람 붙잡고 네 탓만 할 수도 있다. 전혀 바람직하지 않고 안타깝다.
조-새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어느 정도 드러난 시점이다. 지하경제 양성화, 일감 몰아주기, 상속 등의 과정에서 불합리, 세금 문제 등을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을 비롯한 경제단체에선 너무 겁주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각 기업들의 올해 투자계획도 아직은 불투명한 시점인데 정부와 기업 간의 조율이 문제란 시각도 있다.
박-정권이 바뀔 때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방법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법은 지켜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지금이라도 대가를 치르고 새로 출발해야 한다. 매번 이런 시기만 되면 대기업이 투자계획을 발표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정경유착에 대한 의심만 부추긴다.
지금 같은 전경련은 필요 없다김-올해 학장 취임을 하고서 경제단체들을 방문했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만 만나주지 않더라고.
조-만나주지 않는다고요.
김-경영학은 대기업 학문이다. 가장 중요한 경제단체 중 하나가 전경련이다. 연락을 했더니 할 일이 많아서 만나기 싫다더라고. 내부에선 자기들끼리, 혹은 정부와 조율 중인지 모르겠으나 외부 사람을 만나는 것엔 굉장히 조심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불쾌했는데… 눈치를 정말 많이 본다는 인상을 받았다.
박-서울대 학장도 불쾌한데 우린 오죽하겠나.(웃음)
조-말이 나온 김에 전경련을 짚어보자. 어떻게 생각하나. 필요한 조직인가.
김-지금 같다면 필요한 조직이 아니다.
박-필요성의 가부보단 어떤 기능, 역할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단체란 게 선순환적인 기능이 있다면 필요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없어지는 게 낫다. 지금 전경련의 입장은 그런 기능을 못하고 있다. 서로 전경련 회장이 되려고 한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서로 안 하려고 하고. 글쎄, 기능을 가질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뜻이 있는 사람이 회장을 맡아 폼 나게 좀 못해보나. 마치 회장이 되면 있는 걸 빼앗기는 것처럼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
조-DJ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에는 기업의 대표성을 대한상의에 뒀었는데, MB정부에서 전경련의 역할이 부활됐다. 새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 전경련과 관계를 조율할지도 관심 대상 중 하나다.
김-현재의 전경련은 프라이빗클럽이다. 공적기관이 아니다. 경제단체가 만들어지는 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지만 외부소통을 위한 방편이다. 외부지향적이 돼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이 관건이다조-국내 기업 중 글로벌 선도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박-난 ‘2020 코리아 비전’을 갖고 있다. 내 꿈인데, 그 시기면 한국이 세계 8위의 경쟁력을 갖게 될 거라고 예상한다. 그렇게 되려면 20개의 글로벌 기업, 지역을 기반으로 한 50개의 기업, 또 수출기업들이 뒷받침 돼야 한다. 2015년이 변곡점이 될 것 같은데, 지금 왕의 귀환들이 시작되고 있지 않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쓰러졌던 글로벌 기업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2015년이 되면 아마도 중국기업들이 많은 수의 한국기업을 매수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올해부터 2017년까지 글로벌 리더십의 춘추전국시대다. 이 안에서 한국기업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인데 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혁신적인 무언가를 찾아 치고 나가는 돌파구를 만들어야겠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긴축한 재벌들은 현재 재원을 갖고 있다. 그걸로 어딘가에 투자해야 하는데 리스크가 있으면 투자를 안 한다.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니 다시 위축됐다. 무언가 갖고 있으니 베팅해야 하는데 괜히 빵집만 보고 있다.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서 혁신한다면 2020년에 경쟁력이 있다.
조-결국은 투자가 관건이다.
박-예전에는 서너 군데 투자해서 한군데만 빛을 봐도 먹고 살았는데 지금은 한군데에 올인 해야 하니 재계 2·3세들이 선뜻 투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조-가족기업에 대해서도 짚고 가보자. 현재 대기업의 이슈 중 하나가 경영권 승계인데, 오너와 전문경영인 중 누가 낫다는 검증이 불가능하다. 2, 3, 4세로 넘어가며 경영능력을 보이는 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그런데 소유라는 개념에 망해도 내가 망한다는 생각이 깊은 것 같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키고 갖춰야 할 문제라면.
김-경제는 삼성이 20년 후에도 계속 잘해서 발전하는 게 아니다. 미국의 100대 기업이 어떻게 바뀌는가 보자. 갑자기 MS가 나타나서, 구글, 아마존이 나타나서 1등이 된다. 삼성이 지금보다 더 잘해서 20년 후 삶이 나아지는 게 아니다. 지금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삼성 이상의 기업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게 나오느냐. 나올 수가 없다. 소유 경영이 되다 보니 그냥 지키고만 있으면 된다. 어떤 왕조든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목표가 되는 순간 끝난다. 현재 국내 기업의 강력한 동기 중 하나는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인 문제다. 그래서 똑똑한 아이들이 창업하지 않는다. 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로열패밀리가 될 수 없으니까. 일단 현 상태에선 대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소유경영은 없어져야 한다. 소유경영이 있는 한 기업가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좋아질 수 없다. 미국처럼 주식만 갖고 지배권은 내놔야 한다.
박-세계적으로 패밀리 비즈니스, 소유 경영의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경영에 참여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인데, 나 또한 자동 승계에 대해선 반대한다. 그래도 다행인 게 재벌기업의 2, 3, 4세들이 해외에서 교육받으며 보고 배운 게 많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CEO들과 비교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제대로 공부한 2, 3, 4세들의 자격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그 옆 사람의 한계가 문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소유경영인이 될 순 없다. 로열패밀리가 될 수 없는 것이지.
조-그래서 공기업을 선호하는지도 모르겠다. 기업에 대한 불신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젠 기업이 최대한 이익을 내고 그걸 주주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점이 미국 내에서도 정답은 아니란 분위기다. 소비자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는 관점인데.
김-신입생들에게 경영학원론을 가르칠 때 1980년대 쉐어홀더 캐피털리즘(Share holder Capitalism)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럼 3분의 1이 수업을 안 듣는다. 다시 말해 이른바 주주자본주의를 학문의 목표로 내세울 수 없단 말이지. 학생들의 입장에선 스스로 폼이 안 나는 것이다. 창피하다 이거다. 주주만 위한다면 기업은 잘될 수 있겠지만 사회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을 순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 동반하자는 분위기 아닌가.
박-사회적인 트렌드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동반이지. 방향성은 맞다. 여러 구성원들을 위해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은 공유해야 한다.
한국 이름으로 중국시장 점령? 안될 말이다조-현재 세계 시장을 돌아보면 우리 기업이 유독 중국시장에서 부진하다. 대기업이 중국에서 뿌리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
박-처음 중국에 진출했을 때 소비시장이 아니라 생산시장으로 봤기 때문이다. 아, 이게 아니구나 소비시장으로 넘어가자고 했을 땐 이미 경쟁자가 많았다. 이랜드 같은 경우는 발 빠르게 대처했지. 중국 커뮤니티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벤처정신으로 승부했기 때문에 성공한 게 아닌가 싶다. 예전에 2010년이 중국시장의 분수령이란 예측을 했었는데, 살아남는 자와 야반도주하는 자로 나뉠 거라고. 딱 들어맞은 건 아닌데,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성적이 썩 좋지 않고 SK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이 성장하니 더 어려워지고 있다. 상당히 어려운 시점인데, 시각을 달리해 보자. 지금부터가 중국비즈니스의 시작일 수 있다.
조-어떤 관점에서 시작인가.
박-드디어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이 대단하다. 예전엔 돈을 싸들고 중국에 들어가 모르는 이들에게 마케팅 해야 했는데, 지금은 알아서 찾아온다. 한국에 와서 삼성, LG, CJ, 아모레퍼시픽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한다. 지금은 한국 기업들이 생각을 바꿔야 할 시기다. 오히려 돈 안 들이고 마케팅할 기회가 온 것이다. 스스로 온 이들을 충성고객으로 남게 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발마사지라도 해서 모셔야 하는데, 아래로 내려다본다.
조-영미식 시각으로 중국 사람들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중국기업 매수도 제안했던 기억이 있는데.
박-1960~70년대 발전할 여지가 있을 때 꽃피운 게 삼성전자라면 현재 중국이 그러한 시기다. 중국 기업을 매수해 우리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같이 커야 한다.
조-앞으로 5년 내에 소비재는 메이드 인 차이나가 될 것 같다. 그만큼 중화주의가 대단하다. 결국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소비할 텐데 국내 기업들이 뭘 할 수 있을까.
박-중국 기업을 통해서 중국시장을 지배해야 한다. 한국의 이름으로 중국 시장을 지배하려 해선 안 된다. 중국을 큰 시장으로만 생각하지 큰 만큼 충분한 투자, 장기적인 안목, 전문성, 정말 우리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조-중국과 함께 유럽도 화두다.
박-시장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영국의 EU 탈퇴는 글쎄, EU의 기본적인 정신을 놓고 보면 영국이 탈퇴하진 않을 것 같다. 한 가지 우리가 놓쳐선 안 될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과 한국의 시장을 보면 비슷하다. 남북한 인구가 약 7800만명, 독일이 약 8000만명이다. 둘 다 분단을 경험했고 제조업이 강하다. 자원이 없고 사람이 강점이다. 그런데 독일의 GDP가 4만5000달러, 한국이 2만5000달러쯤 된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앞으로 우리가 4~5만달러 시대로 접어들려면 독일을 보고 배워야 한다. 검소하고 실리적인 독일인의 성향을 고민해봐야 한다. 그런 면에 있어서 난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안 리더십의 중심에 섰으면 좋겠다. 국내 상황이 수습된 후 동북아 아시아에 있어서 리더십, 마치 메르켈이 EU의 리더십을 가졌듯이 역할을 가졌으면 좋겠다. 원아시아의 리더십은 한국 밖에 없다.
오리무중 창조경제, 슬로건은 슬로건일 뿐조-마지막으로 창조경제를 다시 짚어보자. 창조경제에 대한 사회의 갑론을박이 계속될 것 같다. 일각에선 그나마 새 정부가 숫자를 제시하지 않은 건 참 잘한 일이라고도 한다. 과연 창조경제가 뭔가. 어떻게 끌어가야 하는 건가.
김-어제 MB정부 고위직을 지낸 분을 만났는데 똑같은 얘기를 했다.(웃음) 그러더니 사실은 창조경제를 MB 시절에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녹색성장과 창조경제까지 3개의 키워드가 있었는데 논의하다 녹색성장으로 정했다고. 내 생각에 슬로건은 그저 슬로건일 뿐이다. 그런데 자꾸 누군가 자기가 만들었다고 설명하려고 한다. 그리곤 창조경제할 수 있는 산업 얘기를 한다. IT, 문화콘텐츠… 그건 참으로 위험한 생각이다. 창조경제는 혁신가가 어디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정부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지.
박-창조경제라는 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융합이지. 그런데 지금 상태로는 실패다. 국민들이 받아들이려 하질 않는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김병도 학장
서울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뉴욕대에서 경영학 석사,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부임 전 약 4년간 카네기멜론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코카콜라는 어떻게 산타에게 빨간 옷을 입혔는가> <CRM을 이끄는 세계적 기업 21> 등이 있다. 최근 <혁신으로 대한민국을 경영하라>를 출간했다. 올 초부터 서울대 경영대학장, 경영전문대학원장으로 부임했다.
박영렬 학장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리노이대(어버너 샴페인 캠퍼스, UIUC)에서 경영학 석·박사를 받았다. 연세대 교수로 부임 후 워싱턴 대학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 대외협력처장,〈INTERNATIONAL BUSINESS JOURNAL〉 편집위원장,〈경영학연구〉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원장, YONSEI-SERI EU센터 소장, 한국국제경영학회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연세대 경영대학장, 경영전문대학원장으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