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처음 가정에서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게 된 것은 언제일까?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2년 청소기 ‘룩스1(Lux1)’이 세상의 빛을 보면서부터다. 태초의 가정용 진공청소기를 탄생시킨 이래 한 세기 동안 셀 수 없는 가전제품을 탄생시키며 글로벌 리딩가 전그룹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 있으니 바로 일렉트로룩스 그룹이다.국내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10년 남짓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년의 시간동안의 세파를 견디어 온 기업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100주년을 기념해 신제품과 함께 한국을 찾은 헨릭 트로버그(Henrik Troberg) 테크니컬 매니저를 만났다.
장수비결? 당신에게 맞춘다
헨릭 트로버그는 스웨덴 태생으로 일렉트로룩스 그룹의 테크니컬 부문의 ‘경영자’다. 현재 그룹 내에서 프리미엄 및 코드리스 청소기 담당 기술경영자로 활동 중인 그는 제품 콘셉트 및 개발 론칭, 나아가 제품 업그레이드 등의 중책을 맡고 있다. 국내에는 생소한 ‘기술경영’이라는 단어는 일렉트로룩스 내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때로는 테크니컬 팀이 리드해 최전방에 서기도 하고 디자인 팀이 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렉트로룩스 그룹 내 모든 부서는 상하관계가 아닌 유기적인 협력관계에 있습니다. 어떤 포지션이든 동등한 위치에서 일을 하고 다양한 분야와 협력하며 일을 진행하죠. 최종 목적은 결국 좋은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라는 공통전제가 있기에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는 그룹의 장수비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우리의 혁신적인 진화가 가능했던 것은 ‘당신을 위해 생각한다’는 것 하나입니다. 단순한 답이지만 이 점은 중요합니다.” 뻔한 답에 실망하던 찰나 그는 말을 이어갔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어느 기업이나 소비자 마음을 읽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일렉트로룩스는 그 생각의 시작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죠. 모든 기술 개발과 디자인을 가전에 도입할 때는 보이기 위한 기술과 디자인은 철저히 배제합니다. 일렉트로룩스가 특허 출원 중인 ‘브러쉬 롤 클린’ 기능이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진공청소기의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바로 흡입구 브러시 롤에 엉키는 머리카락이죠. 버튼을 누르면 브러시 롤에 엉킨 머리카락과 섬유를 잘라서 흡입해 직접 손으로 흡입구 청소를 할 필요가 없도록 한 이 기술은 소비자의 편의를 생각해 개발한 대표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아의 디자인 강국 스웨덴에 본사를 둔 일렉트로룩스 그룹은 150개가 넘는 국가에서 4000만개가 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당신에게 맞춘다’는 가치가 한국시장에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물었다.
“한국소비자들이 가전제품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기예요.콤팩트(Compact)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유럽 소비자와 비교했을 때는 테크니컬한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는 국내 가전소비의 특징을 두 문장으로 정리했다. 이에 더해 청소기에 있어 특히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며 빠르고 쉽게 청소하길 원하는 세계소비트렌드가 한국에도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도 싱글 가구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제 가사활동은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남성들이 청소를 더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제품개발부터 배려하고 있죠. 특히 최근 싱글 남성들의 큰 특징 중에 하나가 ‘웰빙’과 ‘친환경’입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 손쉬운 청소를 원하는 남성소비자들에게 이번에 출시된 ‘울트라원 미니’는 아주 적절한 상품입니다. 미세먼지와 집먼지 진드기를 손쉽게 제거할 수 있고 남성들이 선호할 만한 ‘클리어블루’ 컬로도 출시돼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보이지 않는 나사못 하나에도 디자인이 필요한 시대인 만큼 집안 한 구석 매일같이 자리하고 마주하는 가전제품의 디자인이 중요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러한 디자인적 측면에서 역시일렉트로룩스의 성공비결을 엿볼 수 있다. 특유의 모던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21세기 들어 대세로 떠오른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점은 일렉트로룩스의 강점 중 하나다. “일렉트로룩스의 특징 중 하나는 ‘사려 깊은 디자인’입니다.”
보기에 예쁘고 색감이 좋은 것만이 아니라 사용자의 손이 닿을 때의 감촉이나 느낌, 즉 UX 편의성이 모두 디자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디자인에 접목시킨다는 개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