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다시 꽃피울 수 있는 시기가 바로 모바일 시대입니다. 지금까지의 한컴은 잊는 게 좋을 겁니다.”
이홍구 한글과컴퓨터 대표는 올해가 최근 수년간 어려웠던 한컴의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 있는 기회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지난해 말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언론과의 만남을 계속 사양해왔다.
“그동안 한컴 자체에 대해 공부하느라 사람들 앞에 많이 나서지 않았습니다만 이제 한컴에 대해 남들에게 자신있게 말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최근까지 한컴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1990년 설립된 이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아래아한글’로 척박한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토종기업의 자존심을 지켜왔지만 지난 10여 년간 경영갈등, 횡령사건 등으로 M&A 시장에 쉼 없이 얼굴을 내밀며 9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 30년간 외국계에서 IT기업에서 잔뼈가 굵어 업계의 베테랑으로 인정받는 이 대표는 이런 한컴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구원투수로 적격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컴이 뭔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보통의 한국 사람이라면 한컴이란 기업에 대해 일말의 애정이라도 느끼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저도 제 능력으로 한컴을 도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거죠.”
올해 목표는 20ㆍ20ㆍ20
는 한컴에 몸담은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음에도 한컴 주식 0.5%를 장내매수로 신규취득할 만큼 회사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충만했다. 그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과 한컴의 경쟁력과 위상에 비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생각을 대내외에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세운 올해 한컴의 목표는 ‘20·20·20’이란 말로 요약된다. 전체 매출, 모바일 매출 비중, 해외 매출 비중에서 모두 20이란 수치를 달성하겠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매출 545억원, 영업이익 170억원이란 목표를 세웠다.
한컴은 첫 번째 ‘20 전략’인 연간 20%의 매출 성장을 위해 주력 제품인 ‘한컴오피스 2010’ 프리미엄 제품 출시를 연내 예정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선 다른 기업과의 제휴를 강화하고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출시해 양적, 질적인 성장을 동시에 꾀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두 번째 ‘20 전략’은 전체 매출 중 20%의 매출을 모바일 오피스 분야에서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모바일 오피스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씽크프리(ThinkFree)’의 스마트폰, 태블릿PC 탑재에 박차를 가해 매출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모바일 오피스 분야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컴의 모바일 오피스 앱인 ‘씽크프리 모바일’은 MS 오피스 문서와 호환돼 문서를 읽고 편집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인기 앱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갤럭시탭, LG전자의 옵티머스원, KT테크의 테이크폰 등에 문서뷰어 편집기로 기본 탑재된 것은 물론 최신 안드로이드 표준폰인 넥서스S에도 들어갔다.
이 대표는 “올해 ‘씽크프리 모바일’을 기반으로 모바일 오피스 리더십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내기 위한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세 번째 ‘20 전략’은 올해를 해외 사업의 원년으로 삼아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 중 20%로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중에서 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기업이 거의 없기에 이 부분이 더욱 눈에 들어온다. 그는 “한컴오피스와 씽크프리 모두 해외를 겨냥한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한편 모바일 오피스 서버 사업의 해외 성과 도출, 해외 지역의 선택적 진출 등을 통해 지역적인 확대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이북(eBook), 클라우드 등 트렌드에 기반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e북 솔루션 분야에서 콘텐츠사와의 제휴를 통한 인터랙티브 전자책 제작을 시작한 것도 같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투명경영’이라고 말한다. 지난 10년 위기였던 한컴의 행보를 잘 알고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이 대표는 “많은 이들이 한컴의 투명경영을 두고 의문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투명경영을 위해 전문경영인으로 취임한 것이며 소프트웨어, 오피스라는 한컴 본연의 사업에서 벗어나는 투자나 사업확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의 한컴은 기존의 국민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의 강점을 전 세계 펼쳐 보일 수 있는 기업이 되어 갈 겁니다.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