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ism]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해외관광객 1000만명 시대 키워드는 스토리"
입력 : 2011.05.20 11:39:29
수정 : 2011.10.06 16:36:49
196㎝의 키가 훤칠했다. 사장실에 들어서자 키만큼이나 큼직한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쪽 고른 몸매에 부드러운 미소, 푸른 눈동자가 매력적인 공기업 수장.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만났다. 독일 이씨 시조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하다 2009년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된 그는 지난해 남북관계 악화 등 악재 속에서도 사상 첫 외국인 관광객 800만 명 돌파(최종 880만 명)를 이끌었다.
귀화 한국인 최초로 공기업 사장에 취임해 능력과 성과를 인정받은 그의 2011년 과제는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 돌입. 환율 상승, 천안함 폭침, 연평도 사태 등 끊이지 않는 악재의 고리가 버거운 관광업계에 그가 내놓을 해법이 궁금했다. 이 사장은 “때가 왔다. 이참에 돌파하자”며 역사와 문화를 넘나들며 한국적 에너지를 역설했다.
관광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어느 때보다 바빠 보인다.
정신이 없네. 1년 반 동안 정신없이 달려왔다(웃음). 지난 일들을 반성하고 만회하려면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 이젠 달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바람을 일으키려면 천천히 걸어선 안 된다. 잠시 쉴 순 있겠지만 뛰어야 한다.
2010년은 외국인 관광객이 처음으로 900만 명에 육박했다. 연초 목표(830만 명)를 초과달성했다.
관광 측면에서 악재가 많았는데 결과가 굉장히 좋았다. 이젠 때가 온 것 같다. 한국은 트렌디한 플레이스가 돼야 한다고 말하곤 했는데 그 생각을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특히 내면의 매력과 열정적인 한국의 모습을 세계에 자랑하려고 한다.
트렌디 플레이스? 사장 취임 이후 한국의 역사를 강조하곤 했는데 같은 맥락인가.
좀 전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오찬을 가졌는데 대통령과 대한민국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상에 이런 역사를 가진 나라가 있을까. 1960년대 초에 한국전쟁을 연구하던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은 오랫동안 존재감이 없을 거라고 했다. 군사독재, 정치 불안, 북한과의 대치 등이 그들의 눈엔 어둡게만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일례로 역사박물관이 들어설 옛 문화체육관광부 건물을 지을 때 국내 기술로는 지을 수가 없어 필리핀 건축회사가 설계하고 완공했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렇게 놀라운 스토리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바로 그 스토리가 관광한국의 매력이고 에너지다.
관광의 중심은 역사에서 시작한다?
그렇지. 역사적인 매력이 문화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 K-Pop이나 한류문화가 공중에 붕 떠 있나? 뿌리가 굉장히 튼튼하다. 내 생각에 한국의 에너지는 원천적이고 신명나고 배려나 정 같은 따뜻한 감정,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항상 서로 보완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기획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한국이란 배경 위에서 만들어지니 저절로 가능한 일이다.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란 말과 다르지 않은데.
‘소녀시대’나 ‘카라’ 같은 아이돌 그룹은 일본에도 있거든. 그런데 한국 아이돌의 매력은 뭔가 다르다고 한다. 일본 현지에서도 이 점을 인정하더라고(웃음). 그건 한국적인 에너지 때문이다. 우리만 보여줄 수 있는 것. 바로 그 점이 외국 관광객에게 한국에서의 체험을 유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래와 패션, 쇼핑을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첫 인상과 흥분은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다.
외국인 관광객 880만 명 방문이란 성과에 관련 부처 수장으로 감회가 다를 법한데.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지. 사실 한류와 환율 호재로 2009년에 780만 명을 유치했는데 그때도 놀라운 성과라고 했거든. 그런데 작년 1분기에 입국자 수가 현저히 줄었다. 2009년 대비 10%의 관광객이 더 찾아야 하는데 큰일이었지.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섰다. 목표를 20만 명 늘려서 850만 명으로 잡고 공사 내에서 아이디어를 공모해 각 지자체에 전달했다. 직원 전체가 전력을 다했고 하늘도 도왔다(웃음).
비자 등 정책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2009년부터 비자문제 완화를 관련 부처에 요구했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이야기했는데 법무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에서 완화해줬고 각 지자체에서 관광사업을 추진하며 붐이 일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졌지만 국내 관광객의 해외여행도 늘었는데.
지난 여름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많이 들어왔고 반대로 국내 관광객의 해외여행이 늘었다. 그렇게 되면 관광수지가 나빠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지. 그런데 관광사업에서 들고나는 것은 플러스면 플러스지 마이너스가 아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며 항공사나 여행사들의 볼륨이 커져야 더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 우리가 많이 나가니까 새로운 비행길이 뚫리고 외국 항공사들의 국내 취항이 늘지 않았나. 저가항공사의 해외 취항도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런 호재 속에 목표 초과 달성이 가능했다.
덕분에 목표가 상향조정됐다. 올해는 외국인 관광객 사상 첫 1000만 명이 목표다.
원래 목표는 920만 명이었다. 그런데 1000만 명이 아니면 안 되는 분위기다(웃음). 사실 한국방문의 해가 마무리되는 2012년이 목표였는데 1년이나 앞당겼다. 쉽진 않겠지만 결코 불가능한 건 아니지. 한국은 거주 인구만큼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잠재 가능성이 충분하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문제는 인프라다. 사실 작년에도 4만 개의 객실이 모자랐다. 관광객 입장에선 편히 쉴 수 있는 숙박시설이 있어야 방문할 것 아닌가. 지금은 수도권 내의 객실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행사들도 미리 객실을 예약하기 때문에 예약이 안 되면 아예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 작년 같은 경우는 중국 관광객이 서울을 방문했는데 객실이 없어서 경기도에서 숙박해야 했다. 왕복 4시간인데 누가 다시 오겠나. 올해 1000만 명을 유치하려면 5만5000개의 객실이 더 필요하다. 단기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당장 해결책이 필요한데.
민간 차원에서 만들길 기다리면 정상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 국력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호텔을 지으려면 4~5년은 걸린다. 관광공사는 올해 한국형 B&B(Bed and Breakfast)를 적극 추진하려고 한다. 일반 가정에서도 외국인 손님을 받게 하자는 것인데 유럽에선 이러한 개인에게 리모델링 자금을 지원해 준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정부에서 자금을 대고 등급을 매겨 관리하고 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새로운 형태의 객실도 확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식의 창업이 될 수도 있다.
B&B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확정된 사안인가.
관련 법령 등 제도 정비도 시급하기 때문에 일단 공사가 모델을 만들어 자체 운영할 예정이다. 소위 시험 단계지. 홈스테이 사업이 있긴 한데, 사업적인 요소가 부족하고 확대하기엔 무리가 있어 우리가 먼저 시작해보기로 했다.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열기 위해선 주변 국가의 도움이 절실한데.
물론 단거리 시장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에겐 여전히 일본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다. 그 다음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순이다.
최근엔 중국 관광객이 늘고 있다.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기획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우선 중국의 은련카드사와 ‘코리아 트래블 카드’ 사업을 진행한다. 은련카드사는 가입자만 7억 명이다. 1차 300만 명, 2차 1000만 명을 모집하고 할인혜택은 물론 비자발급혜택도 줄 생각이다. 또 골드미스 등 하이엔드 층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 중이다. 물론 스타 마케팅과 한류 마케팅은 현재진행형이다. 템플스테이 등에 유명인을 초대해 체험코스로 만드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등 남북관계가 심상치 않은데 관광 측면에선 악재다.
위기는 분명하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도 한국이 가진 역사 아닌가. 그럼에도 평화를 추구하고 발전하고 있다. 위기는 작고 매력은 크다. 북한과의 대립이 한국관광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가.
가을께 DMZ 근처에서 세계적인 스타들이 참여하는 평화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북한을 돕자는 의미에다 한국을 알리자는 의미를 더했다. 현재 뉴욕 현지에서 스타들과 접촉 중이다.
현 상황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작년에 베를린에서 여행 관련업계 분들을 만났을 때 마침 연평도 사건이 터졌다. 여행업계의 유명인들인데 단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아 우려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래서 반대로 문화와 역사, 음식, 한류, K-Pop 등을 소개했더니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달라고 하더라고(웃음). 위기는 분명하지만 큰 문제가 아니란 걸 전 세계가 알고 있다.
사실 내국인의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그렇지. 우리가 우리의 매력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홍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우리가 해외에 나갔을 때 ‘한국 여행하기 어때요?’란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홍보가 다 무슨 소용인가. 우리가 우리 강산이 최고라고 생각해야 세계 속의 관광한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국내 여행에 나서자는 운동도 함께 할 생각이다. 생각해보면 한국은 노동시간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보통이거든. 자살률이 높고 출산율은 낮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고 스트레스가 많다면 리프레시할 계기가 필요하다. 그것에 대한 답은 휴가와 여행이다.
공기업 수장이 되고 1년 반이 지났다. 한국의 공직사회에 대한 첫 인상이 궁금하다.
책임 있는 위치에 오른 건 처음이지만 이미 위원회나 자문역할을 많이 했는데 뭘(웃음). 관료사회를 지켜보기만 했지 직접 겪는 건 처음인데 각오는 했다. 공무원 마인드, 관료주의적 사고방식, 빠른 사업 추진이나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데 제약이나 조항이 많아 어려움도 있지만 크게 힘들진 않다. 아쉬움은 많지만 욕심은 무한한 것 아닌가(웃음). 그럼에도 한국관광공사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관광에 대한 외부 인식이 확실히 좋아졌다. 2년 전과 비교해 관광에 대한 기사도 늘었고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직원들에게 특별히 강조한 사항이 있을 것 같다.
권위적인 의식을 버리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삼관오림을 실천하자고 했지. 삼관은 고객을 향한 마음이다. 관심, 관찰, 관계. 삼관만 실천하면 고객 감동이 가능하다. 오림은 다섯 가지 림인데, 떨림, 어울림 등 관광의 다섯 가지 감정이다. 올해는 특별히 삼관의 해라고 명명했다.
올해 관광공사 사장이 아닌 개인의 계획은 뭔가.
음…. 2주일간의 휴가다.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나자고만 했지 정작 실천을 못했다. 계획은 있었는데 때마다 큰 사건들이 터져서(웃음). 개인적으로 몸이 안 좋아 3주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는데, 운동과 휴가가 올해의 개인적인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