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블로는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통해 워치 메이킹의 퓨전을 이뤄내며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마니아층을 만들어 가고 있다. 브랜드를 성공으로 이끈 워치 마케팅의 천재, CEO 장 클로 비버(Jean Claud Biver)를 만났다.
스와치그룹 고문을 그만두고 위블로의 CEO를 선택할 때 위기의식이나 불안감은 없었나.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배경이 궁금하다.
다시 시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일할 수 있는 100% 기업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동안 비즈니스에서 얻은 경험과 인간적인 교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데마 피게와 블랑팡, 오메가라는 메가 워치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위블로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독자적으로 경영되던 위블로가 2008년 LVMH에 인수되었다. 그 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위블로가 가지고 있는 전통 및 가치를 존중하고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LVMH의 인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LVMH를 이끌고 있는 아르노 회장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더 많은 정보와 마케팅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위블로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마케팅의 천재’로 알려져 있다. 위블로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운 좋게도 내 주변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배우고 감사하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 많은 CEO들이 열정을 가지고 일을 즐기지 않는다. 나는 매년 몇 십만 달러가 넘는 시계를 구입한다. 나 자신이 시계를 사랑하는 워치 컬렉터이며 마니아인 것이다. 또한 현재 위블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파트너들은 이해관계보다는 서로의 가치와 위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우선시 한다. 이것은 위블로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국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럽이나 미주 쪽에 비해 아직 규모가 작은데.
아시아에서 가장 잠재력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중국도 많은 브랜드들이 투자를 하고, 관심을 갖고 있지만 완전히 성숙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반면 한국은 이미 명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준과 인지도가 성숙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시계 시장에서 위블로는 후발주자지만 성장 가능성이 클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올해 F1 행사에 이어 내년에는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계획 중이다.
단 한 번도 시계에 사용된 적 없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위블로가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바로 워치 메이킹의 퓨전(Fusion of Watch Making)이다.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콘셉트에 맞춰 이제껏 시계 제작에 쓰이지 않았던 신소재와 골드, 플래티늄과 같은 전통적인 소재를 접목시켜 사용하고 있다. 위블로가 말하는 퓨전은 과거와 미래의 조화로운 공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계의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하면서 동시에 퓨전을 강조한다. 두 상반된 개념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있나.
신소재의 적극적인 사용이나 새로운 디자인의 개발 등으로 퓨전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400년 역사를 이어 온 워치 메이킹의 전통을 이어나갈 것이다. 또한 시계 제작의 전통적인 방식을 이어 나가면서 수작업 공정 비율을 계속 높여 갈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폭발적인 수요가 있음에도 제품을 대량생산하지 않는다. 마케팅 전략 중 하나인가.
우리는 모든 제품을 수작업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어려운 시스템이다. 무엇보다 나는 위블로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길 원하면서 동시에 위블로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느끼게 하고 싶다. 수작업을 통해 위블로는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전통과 충분한 가치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생산량을 늘리고 싶은 마음은 아직 없다. 지금도 충분하다.
위블로를 ‘세컨드 시계’라고 한 적이 있다. 롤렉스나 오메가 등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경험한 뒤 새로운 브랜드를 찾는 사람들을 겨냥하는 것인가.
위블로는 소재와 디자인, 콘셉트에 있어 매우 독창적인 브랜드다. 위블로의 CEO임에도 첫 시계로 구매하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브랜드에서 찾지 못했던 매력을 찾는 고객에게 어울리는 시계다. 러버라는 신선한 소재와 큰 사이즈의 케이스, 혁신적인 소재를 결합한 위블로는 어느 시장에 선보여도 독창성과 특별함으로 고객을 매료시킬 자신이 있다. 시계 시장에서 세컨드 시계로 자리를 잡아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다.
하이엔드 브랜드로서는 처음으로 축구와 파트너십을 맺은 브랜드로 알고 있다. 축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처음 축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스위스 축구 국가대표팀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이를 통해 유로 2008의 타임키퍼가 될 수 있었고, 올해 월드컵 타임키퍼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과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명문 축구클럽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축구라는 종목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축구는, 연령과 성별, 빈부격차를 뛰어넘는 모두가 하나가 되는 진정한 스포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발달된 나라다. 이를 활용할 계획은 없나.
전자 개런티 카드를 인정받은 위블로 고객이라면 웹사이트인 Hublotista Club에 가입할 수 있다. 이 클럽을 통해 나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고, 위블로의 소식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으며, 위블로 소유자들만의 정보 공유도 가능하다. 내년에는 한국어판 위블로 웹사이트를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위블로 시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좋아하는 시계는‘올 블랙 뚜르비용(All Black Tourb illon)’이다. 2009년 세워진 위블로 공장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웅장하면서도 굉장히 섬세하게 디자인된 제품이다. 이 제품에는 위블로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어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