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여행업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국내 여행사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지 10년. 여행 상품 수탁고(호텔과 항공권 총매출) 1조5000억원은 이미 현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배고프다. 남들은 경기 침체와 환율 문제로 수성(守成)에 무게를 둔다지만 앞으로 3년간 중국과 일본을 겨냥한 공격적인 투자를 공언했다. 서울 공평동의 사옥에서 만난 권희석 사장은 그 모든 공을 ‘신뢰’로 돌렸다. 여행업계 1위를 고수할 수 있었던 건 고객과의 신뢰 때문이요,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건 회사의 신뢰, 직원들 간의 신뢰 덕분이란다. 회사가 믿는 직원이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고객이 믿고 찾은 여행사가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실현된 결과다. 과연 업계 1등 기업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사장실문 앞에 걸린 ‘권씨 방(Kwon’s Room)’이란 문패가 유난히 반짝거렸다.
일본과 중국에 승부를 건다
여행업계 CEO는 성수기보다 연말이 더 바쁘다고 하던데.
성수기에 바쁜 건 당연한 일인데, 이후 연말까지 각 항공사, 해외 관광청, 해외 호텔 총지배인, 임원들과의 미팅이 계속된다. 오늘도 아침 7시 반에 조찬 모임이 있었고 11시에 미팅, 점심식사 미팅, 오후 3시 미팅, 6시 미팅, 7시 반에 저녁 미팅까지 줄지어 있네. 그러다보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흔히 샐러리맨들의 꿈이 CEO라고들 하는데, 결코 편한 자리는 아닌가보다.
2007년까지 CFO였는데, 그때만 해도 90% 정도 머리를 쓰고 10%는 대외활동에 할애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반대다. 머리 쓰는 일 10%에 몸으로 때우는 일이 90%가 됐다(웃음).
그런 만큼 건강이 중요할 텐데.
주말에 비즈니스 골프를 하거나 약속이 없으면 산에 오른다. 평일엔 실내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마감뉴스를 본다. 그렇게 한 40분 동안 하루를 정리하고 있다.
홀인원을 세 번이나 기록할 만큼 골프 실력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운이 좋았지. 우연히 세 번 했더니 실력이 굉장한 줄 아는데, 세 번 가운데 두 번은 정말 우연이었다(웃음).
그러고 보니 홀인원을 할 때마다 회사에 좋은 일이 겹쳤다.
그랬네. 그 시기마다 여행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1998년)했고, 본사 사옥(2004년)도 샀고, 런던 증시에 직상장(2006년)했다.
시기로 보면 또 한 번 홀인원 할 시기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일궈 논 노하우를 한국 시장에서만 활용하는 게 아쉬웠다. 큰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올해는 일본과 중국에서 아웃바운드 업무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에서 하고 있는 인바운드 업무는 하청업이나 마찬가지다. 이름은 한국 관광인데 JTB나 HIS 같은 일본, 중국 여행사가 주는 물량을 국내에서 소화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 수주를 노린 국내 업체들 간에 가격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서비스 향상은 시작도 하지 못할 일이지. 일본과 중국에서 하나투어의 브랜드를 팔아야겠다는 계획을 갖고 현지에 나가있다. 현재 ‘내 나라 여행’이란 한국 전국일주 상품이 있는데, 일주일 동안 120만원이다. 국내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반응이 오고 있다. 또 최근엔 배우 이병헌의 에이전시와 협약을 맺고 제주도에서 이병헌 생일파티를 열었다. 일본인 관광객만 1500명을 유치했다. 이런 방식이 이른바 틈새시장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한류여행, 전국여행, 한국에서 2일, 중국에서 2일 체류하는 식의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아웃바운드는 허가 문제가 있을 텐데.
현재 중국 내 인바운드는 허가가 나왔는데, 아웃바운드는 아직 나오질 않았다. 중국 관광장관이 하나투어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주는 선물이라고 할 만큼 100% 외자법인에 특별한 배려를 했다더라고. 그만큼 상황이 폐쇄적이다. 현재 현지에서 아웃바운드는 하지 못하고 있지만 2~3년 내에 개방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개방에 대비해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다. 중국의 아웃바운드 시장은 2020년에 중국 전체 인구 중 10%가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1억3000만 명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아웃바운드 시장이 1300만 명이었는데, 중국 아웃바운드 시장의 10%만 하나투어가 진행한다면 우리나라 시장 전체를 차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목표를 갖고 중국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그런 대비 덕분인가. 12년 연속 해외여행과 항공권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아직 수익이 나지 않는 중국과 일본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은 낮다. 현재는 해외시장 개척과 함께 패키지여행에서 개별자유여행(FIT)으로 변해가는 트렌드에 대비하고 있다.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콘도와 펜션을 판매하고 있고, 글로벌 캠프와 교육 사업도 시작했다. 화상영어나 전화영어를 하는 분들은 동호회 활동을 하게 되는데, 그 동호회를 필리핀이나 중국, 일본 등과 연계해 캠프를 진행하면 어떨까 기획 중이다. 그 동안 제주도에서만 캠프를 진행했는데, 중국이나 일본 학생들을 포함해 글로벌한 캠프를 진행해보려 한다. 앞으로 3년 동안은 인프라 투자에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다.
코스닥 상장, 득은 있되 실은 없다하나투어를 창립했을 때의 초심이 궁금하다. 목표가 있었을 텐데.
5년 안에 상장이 목표였다. 여행업으로 상장한 회사가 없었거든. 상장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용이었다. 일단 상장 회사란 수식어가 신용이니 그 자체만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
그 때까지 신용에 문제가 있었단 말인가.
대기업 계열사라면 모를까 여타 여행사들은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른단 생각이 강했던 시기였다. 우리도 처음 시작했을 땐 고객들이 공항에서 경비계산을 하곤 했다. 입금하고 부도가 나면 여행을 가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회사 입장에선 그게 얼마나 큰 손실인가.
올해로 상장한 지 10년째다. 득도 있고 실도 있을 텐데.
절대 실은 없었다. 하나투어의 신조는 투명경영이다. 코스닥 상장 후 그 밸류로 런던증권거래소에도 상장했는데 덕분에 해외에서 신용을 얻었다. 국내 1등 여행 기업라 해도 JTB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규모인데, 런던 증시 상장 후 중국 사무소를 열면서 득이 많았다. 굳이 단점을 따지자면 이런 저런 감사로 비용이 많이 드는 건데(웃음), 세계적인 기업으로 가기 위해선 꼭 필요한 일 아닌가.
글로벌 1위가 목표다?
확신을 갖고 있다. 2020년에 글로벌 1위를 목표로 세웠는데, 2015년으로 앞당겼다. 2015년에 수익을 수치화해 10조원 회사로, 단기순익 100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 목표에 동참하자는 뜻인가. 지난 11월1일 창립기념일에는 직원들에게 자사주를 배당하기도 했다.
여행업은 아무리 투자가 많고 아이템이 많아도 사람이 결정해야 할 문제가 많다. 어떤 분야보다 인재가 필요하다. 당연히 좋은 인재들이 일하기 좋은 곳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직원들에게 자사주 20주씩을 배당했다. 2008년과 2009년에 구조조정이 있었는데 직원을 내보낸 게 아니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주 4일제 근무를 택했지. 직원들 입장에선 수익이 줄어든 것 아닌가. 그 당시 고생했던 직원들의 노고를 잊는다면 어찌 그들이 회사를 믿고 따를 수 있겠나. 앞으로 3년간 자사주를 배당할 예정이다.
사내문화 정착이 발전을 낳는다여행사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이직률이 높다는 것인데.
내가 알기론 지금까지 우리 회사에서 퇴직 후 타 여행사로 이직한 직원은 서너 명뿐인 걸로 안다. 창립 후 근속한 직원도 많지. 사내 커플도 많다(웃음).
하나투어로 이직하려는 이도 많을 법 한데.
우린 경력직은 뽑지 않는다. 신입사원이 한 단계 밟고 올라설 때마다 하나투어의 사내문화가 정착된다. 다른 문화가 들어오게 되면 고유의 문화가 손상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결국은 사람이 재산이다. 17년간 공들인 시스템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고, 그 동안 모아놓은 회사 재산은 팔면 없어진다. 11월1일에 신입사원을 뽑아 지금 중국 상하이에서 연수중인데, 어떻게 인재로 양성할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신입사원을 뽑는 기준이 남다를 것 같다.
각 사업부서에서 1차 면접을 하고 팀장, 본부장 인터뷰가 진행되는데, 글쎄…. 난 우선 인상을 보게 된다. 서비스업이다 보니 밝은 인상을 선호한다. 성장과정이 어두운데 인상까지 어두우면 절대 뽑지 않는다. 서비스업은 밝게 성장하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여행사 CEO는 도대체 여행을 얼마나 자주하는지 궁금하다.
간혹 그런 질문을 받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부끄럽지. 여행 상품 개발은 실무자들이 진행하니 나야 초청행사나 외부행사에 나가는 게 전부다. 1년에 10번 정도 해외출장에 나서는 것 같네.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시기인데, 추천 여행지가 있다면.
세대별로 다르겠지. 우선 신혼여행이라면 필리핀 남쪽에 있는 팔라우가 어떨까. 자연환경이 뛰어난 곳이라 가족여행으로도 그만이다. 먹을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해서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대부분 20대는 동남아 휴양지를 선호하고 40대는 문화적인 호기심 때문인지 캄보디아나 인도를 선호한다. 걷는 여행을 좋아한다면 스페인 산티아고 트래킹을 권하고 싶다. 제주 올레길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 유명한데, 원하는 만큼 걷고 즐길 수 있는 이국적인 곳이다.
■ 권희석 하나투어 사장
1957년 생,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서울마케팅서비스 상무이사를 거쳐 1993년 박상환 현 공동 대표이사(회장) 등과 하나투어를 설립했다. 이후 재무담당 부사장(CFO)을 거쳐 2008년 1월 1일 대표이사(사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