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가 돌아왔다. 이번엔 총판이 아닌 직진출이다. 200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마세라티는 그동안 효성그룹 계열사인 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와 총판 계약을 맺고 국내 판매를 진행해 왔다. 그러니까 국내 진출 17년 만에 마세라티코리아가 공식 출범한 셈이다. 출범과 함께 2도어 스포츠카 쿠페 ‘뉴 그란투리스모’와 4인승 컨버터블 ‘뉴 그란카브리오’를 공개한 마세라티코리아는 지난 9월 강남 전시장을 새롭게 단장하고 5세대 콰트로포르테를 디자인한 켄 오쿠야마가 푸오리세리에(마세라티의 맞춤 제작 프로그램)를 통해 완성한 ‘컬러즈 오브 서울’을 공개했다. 럭셔리SUV ‘그레칼레 트로페오’를 기반으로 한국을 담은 한정판 모델이다. 한국과 일본의 마세라티 법인을 총괄하는 다카유키 기무라 총괄책임은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매달 새로운 것을 소개하며 고객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자세히 듣고 찬찬히 말하는 품이 인상적이었다.
일본 오사카대학 공학부를 졸업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MBA학위를 취득했다. 오사카대 졸업 후 1987년 토요타에 입사했다. 이후 토요타에서 20년간 근무하며 16년을 해외에서 보냈다. 2009년 닛산 인도네시아 법인 사장으로 취임했고, 이후 닛산 아시아·태평양과 태국법인 사장을 역임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볼보자동차 일본 법인의 사장으로 재직했다. 2021년 1월 PSA그룹 일본법인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같은 해 7월 마세라티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대표로 임명됐다. 2022년 5월부터 마세라티 일본법인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올 1월부터 마세라티코리아 총괄책임자를 겸임하고 있다.
Q 마세라티코리아가 공식 출범한 지 두어 달이 지났습니다. 일본과 한국에서의 일정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A 지난주에 드디어 한국 워킹비자가 나왔어요.(인터뷰는 9월 초에 진행됐다.) 서초동에 아파트를 마련했는데 이곳에서 출퇴근할 예정입니다. 너무 바쁜 일정인데,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Q 마세라티의 주소비층을 겨냥한 건가요. 거주지로 강남을 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A 사실 마세라티코리아가 위치한 강남파이낸스센터 주변의 아파트를 찾아보려고 했어요. 걸어서 출근할 수 있는 곳을 원했는데, 매물이 없더군요. 그래서 그 다음 선택지로 마세라티 오너분들이 많은 곳을 찾았는데, 반포와 서초가 추천지였습니다. 크지 않은 아파트인데 아, 굉장히 비쌌습니다.(웃음)
Q 마세라티코리아는 별도 법인이 아니라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사업 부문으로 출발했는데요.
A 장단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비즈니스 유닛이긴 하지만 스텔란티스코리아 산하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비즈니스적인 결정을 할 땐 100% 독립적으로 진행하죠. 효율성과 신속성 면에서 현재 스텔란티스와 함께 하는 게 좀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마세라티코리아가 스텔란티스코리아에 의존하는 부분은 파이낸스, IT, 인증, HR 부문이고, 그 외 세일즈, AS, 중고차 비즈니스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진행합니다. 모든 사업을 마세라티 COO(Chief Operating Officer·최고 운영 책임자)에게 직접 보고하고 있어요.
Q 출범 이후 한국 고객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A 아직 고객의 반응을 논하기는 좀 이른 것 같아요. 현재 저희의 목표는 브랜드를 정착시키는 겁니다. 좀 더 자리잡아야죠. 아직 두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기간에 뭔가 많은 걸 바꾼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7월에 출범할 때 올해 남은 6개월 동안 매달 새로운 것을 소개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러한 활동을 통해 고객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계획입니다.
Q 최근 새로운 리테일 콘셉트를 적용한 강남 전시장을 공개하면서 디자이너 켄 오쿠야마와 협업한 ‘컬러즈 오브 서울’을 공개했는데요. 이탈리안 럭셔리 감성을 담은 차 대신 서울의 감성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A 지난 7월 마세라티코리아의 출범식에서 공개한 ‘뉴 그란투리스모’와 ‘뉴 그란카브리오’가 바로 이탈리안 럭셔리를 표현한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컬러즈 오브 서울은 럭셔리 SUV인 ‘그레칼레 트로페오’ 트림이 기반이 됐는데, 마세라티의 경쟁력을 대변하는 모델 중 하나죠. 이러한 브랜드 철학과 각 모델에 내재된 의미가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한국 고객들이 마세라티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바로 제 역할입니다. 앞서 말한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 이번에 공개한 강남 전시장을 통해 이탈리안 럭셔리를 선보이고, 한국의 전통과 문화가 구현된 컬러즈 오브 서울을 통해 서로의 조합을 단계적으로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Q 유럽에는 여러 완성차 브랜드가 있습니다. 마세라티의 이탈리안 럭셔리는 어떻게 다른 겁니까.
A 세계 각국에는 나름의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의 ‘DS’가 그렇고, 영국에는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이 있죠. 독일에도 잘 알려진 프리미엄 브랜드가 있어요. 미국의 ‘캐딜락’이나 ‘링컨’은 사실 글로벌하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고, 일본에선 ‘렉서스’가 성공했죠. 한국의 ‘제네시스’도 그런 성장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받는 건 이탈리아와 독일, 영국 정도가 아닐까요.
Q 이탈리아, 독일, 영국 정도?
A ‘마세라티’나 ‘마이바흐’ ‘포르쉐’ ‘벤틀리’ ‘롤스로이스’는 전세계 어느 곳을 가든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어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필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렉서스’만이 그런 브랜드죠. 왠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는 자동차에선 그렇게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패션과 자동차 분야가 모두 성장한 나라예요. 지역별로 중점으로 두는 제품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마세라티의 경우 모데나시에 본사가 있는데,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가까운 지역이죠. 페라리와 람보르기니가 슈퍼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마세라티는 슈퍼카 엔진과 파워트레인을 사용해 그란투리스모(GT)를 만드는 독특함이 있습니다.
Q 그런 이유로 100%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강조하는 겁니까.
A 물론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다른 곳일 수 있는데요. 조립은 100% 이탈리아 공장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정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Q 지금까지 나열한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마세라티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A 한국은 굉장히 경쟁이 심한 시장이에요. 럭셔리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선 세일즈 전략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전략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세라티가 이탈리안 럭셔리란 인식이 필요한 부분이죠. 그래서 모든걸 브랜드에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브랜드 이미지와 이해도를 넓히고 잔존 가치 문제가 해결되면 고객들이 ‘아, 내가 이만큼의 돈은 지불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Q 최근 인증중고차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A 현재 FMK가 CPO(Certified Pre-Owned·인증 중고차) 쇼룸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운영을 해왔다면 이제는 100% 글로벌 기준에 맞춰서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 일산 지역을 담당하는 딜러사 엠스타도 CPO쇼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외 다른 딜러사들도 CPO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CPO비즈니스는 잔존가치를 높일 수 있는 부분이죠. 저희는 5년 연장 보증을 도입했습니다. 지난주에 일본의 PDI(Pre Delivery Inspection·출고 전 점검)팀이 한국에 왔는데, 한국의 PDI팀과 서로 벤치마킹하며 모범사례를 공유했습니다.
Q 일본과 한국의 마세라티를 총괄하고 있는데, 두 시장을 비교한다면.
A 거리는 가깝지만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시장은 너무나도 다른 시장이라 비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본의 경우 토요타나 닛산 등 국산 브랜드가 워낙 강세라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10%에 불과하죠. 한국은 20%까지 올라갔지만 사실 사이즈는 비슷한 상황이에요. 그런데 럭셔리 시장만 놓고 보면 한국 시장이 훨씬 커요. 2.2배에 달하죠. 한국의 인구가 일본의 40%밖에 되지 않는데, 한국 고객들의 럭셔리 차 구매율은 굉장히 높은 상황입니다. 전체적인 수입차 시장을 보면 한국은 세단에 대한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 같아요. SUV로 트렌드가 전환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세단이 강한 시장입니다.
Q 하반기에 출시가 예고된 순수전기차 라인업 ‘폴고레’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어떤 배터리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는데요.
A 10월에 ‘그레칼레’ 전 라인업을 공개할 계획인데, 폴고레도 포함될 겁니다. 배터리 제조사에 대해선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그란카브리오와 그란투리스모는 LG에너지솔루션, 그레칼레의 폴고레는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전기차 캐즘이 회자되며 완성차업체들의 전동화 계획이 연기되곤 합니다. 마세라티의 2030년 완전전동화 계획을 발표했는데, 어떻습니까.
A 물론 시기는 바뀔 수도 있지만, 아직 2030년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저희가 가는 길은 명확합니다. 사실 전동화는 수요에 따라 소비자가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되는데요. 일단 마세라티는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라인업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Q 최근 외신을 통해 마세라티 매각설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가 실적을 이유로 내세웠는데, 진행 중인 사안이 있는지요.
A 제가 스텔란티스의 글로벌 CEO에 대해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일관성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2년 여 전에 산하 브랜드들을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지켜봐야 함께 갈 수 있을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거든요. 최근 스텔란티스 본사에서 이 말이 유효하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각이나 다른 회사로의 이전 등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습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9호 (2024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