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열린 제32회 도쿄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된 스포츠는? 잘 모르겠다면 이건 어떨까. 서프보드로 파도를 타는 종목은? 정답은 서핑이다.
2022년 동호인 100만 명 시대를 연 국내서도 서핑은 가장 대중적인 레포츠로 자리잡았다. 오죽하면 주요 해수욕장의 정보와 날씨를 알려주는 국립해양조사원이 ‘서핑 지수’를 운영할 만큼 인기다. 하지만 한겨울엔 개점휴업. 매서운 날씨 탓에 바다로 나설 수가 없었다. 그럼 실내서 즐길 순 없을까.
인공서핑 전문기업 한국레저산업개발의 최윤석 대표는 “한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서핑은 이미 사계절 스포츠”라며 “전국 7곳에 9대의 서핑머신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올해도 인공서핑 설비 설치가 예정돼 있다”며 “국내보다 파도가 좋은 동남아에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1996년 한일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2002년 중국대련보광공무유한공사를 거쳐 2008년 CK유통을 설립, 기계류 무역과 유통에 나섰다. 이후 2018년 한국레저산업개발을 설립하고 현재 서핑머신과 컨테이너 형식의 스크린골프장 스윙큐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Q 날씨가 꽤 더운데요. 바쁜 시기가 돌아오는 것 아닙니까.
A 그렇죠. 현재는 올해 예정된 실내서핑장 설치에 대한 설계 작업이 한창입니다. 또 최근엔 올 초에 주문이 들어온 컨테이너 스크린 골프장 제작과 설치를 마무리했습니다.
Q 한국레저산업개발은 어떤 기업입니까.
A 2018년에 설립된 인공서핑 장비 제작·설치 전문 기업입니다. 국내엔 불모지였던 인공서핑 장비를 연구하고 있어요. 현재 국내 7개 지역에 10여 대의 인공서핑 장비를 설치했습니다. 국내에선 독보적인 실적이죠. 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2022년부터는 이동식 컨테이너 스크린골프장 ‘스윙큐브’를 개발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개인 전원주택에 납품하고 있어요.
Q 인공서핑 장비란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A 쉽게 말해 고압의 펌프로 물을 쏴주고 그 위에서 서핑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에요. ‘플로우보딩’이 정식 명칭인데 실내서핑, 인공서핑, 서핑머신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실내스포츠이고, 실내·외 모두 설치가 가능하죠. ‘서핑라이더’가 저희 브랜드입니다. 올가을에 김해 실내서핑장에 설치 계약을 완료했고, 현재 4곳의 지자체, 3곳의 민간단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경쟁사와 다른 차별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A 경쟁사라면 국내보단 미국과 유럽의 제품들인데,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땐 기술적인 면이 부족해 해외 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다 보니 개선할 곳이 눈에 들어오면서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느껴지더군요. 정부 지원과제를 수행하고 자체 테스트도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제품의 기술력을 끌어올렸습니다. 서핑라이더는 유선 네트워크를 연결해 펌프나 인버터, 전기장치 등의 상태를 원격으로 점검하고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능에도 미국 등지의 장비에 비해 가격은 절반 수준이죠. 설치 경험도 무시할 수 없어요. 설치 횟수가 많을수록 대처 능력이나 유지보수 능력이 배가되거든요. 기계 설비에는 분명 문제가 생기게 마련인데, 발생 직후라도 온라인으로 점검하고 즉각 조치해 더 큰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하고 있습니다.
Q 중국산 소재를 사용한다는 우려도 있던데요.
A 네, 맞습니다. 대부분의 소재들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그렇다고 중국에서 설치되고 있는 서핑 설비(서핑머신)에 장착된 부품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진 않습니다. 국내에서 사용하기엔 품질이 낮고 AS가 어렵거든요. 저희 소재는 단순히 중국산이 아니라 중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검증된 글로벌 브랜드 제품들이죠. 예를 들어 인버터와 제어시스템 등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들은 독일 지멘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인공서핑 설비에 적합한 부품과 다양한 소재를 찾기 어렵고 또 구매량이 많다 보니 중국에서 퀄리티 높은 소재와 부품을 선별해 수입하고 있습니다.
Q 서핑라이더의 기술력이 궁금해지는데요.
A 서핑 설비는 펌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꼭 그렇진 않습니다. 제가 볼 때 전체 설비 중 펌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수준이에요. 서핑라이더의 설비는 1분에 약 11만t 이상의 물을 시속 24~27㎞ 속도로 분사하는데요. 그 위에서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내는 게 바로 기술력이죠. 4건의 관련된 특허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펌프의 성능 못지않게 중요한 게 온라인 제어 시스템입니다. 배관(노즐)을 지난 물이 서핑에 적합한 품질의 파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한데, 그러다 보면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거든요. 이 변수를 체크하고 유지하는 온라인 제어시스템이 헤드 컨트롤러 역할을 하게 됩니다. 최근엔 무선 리모컨을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Q 설치비용은 어느 정도입니까.
A 성능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가로 폭 10m(더블 사이즈)의 서핑머신을 설치하는 비용은 5억~7억원 정도죠. 여기에 실내 인테리어나 가구, 집기 비용이 더 들게 됩니다.
Q 매출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A 지난해 매출은 약 18억원 규모였어요. 올해는 본격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데, 전년 대비 100% 성장이 예상됩니다.
Q 파도를 잘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A 아, 그건…. 무엇보다 도전해야죠. 인공서핑은 바다에서의 서핑과 달리 물살이 빠르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겁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몸이 경직돼서 제대로 즐길 수가 없습니다. 물살에 익숙해지면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그러니 타고 또 타야죠.(웃음) 인공서핑은 서서 타는 스탠딩 보드뿐만 아니라 엎드려 타는 보디 보드도 있어서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Q 컨테이너를 개조한 이동식 스크린골프장도 생소하지만 기발한 콘셉트인데요.
A 팬데믹 기간에 골프에 대한 인기가 많이 높아졌어요. 저 역시 좋아하는데, 관련 사업을 찾다가 우연히 이동식 스크린골프장을 접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확인한 제품은 사이즈가 너무 작고 품질이 낮았어요. 1년간 시장조사와 제조과정을 거쳤습니다.
Q 일반적인 컨테이너는 아닐 것 같은데요.
A 스윙큐브는 길이가 9m, 가로 폭이 4m, 높이가 3.3m에 이릅니다. 기존의 컨테이너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스크린골프용으로 특수 제작했어요. 두꺼운 벽체에 우레탄폼을 사용했고, 소음 방지를 위해 흡음소재도 적용했습니다. 품질 면에선 여타 실내스크린골프장보다 더 뛰어나죠. 그 안에 타석과 스크린, 대기석을 마련하고 고객이 원하는 카카오, 골프존, SG 등의 골프 시스템을 설치합니다. 가격은 3400만원(부가세 별도)에 골프 시스템 가격이 추가됩니다.
Q 서핑라이더와 스윙큐브의 목표가 분명해 보입니다.
A 우선 서핑 하면 서핑라이더가 떠오를 수 있도록 국내에서 인공서핑 장비 분야의 대명사가 돼야죠. 그렇게 성장한 브랜드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예요. 현재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문의가 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장비 공급자가 없어 빠른 시일 내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스윙큐브도 비슷한데요. 골퍼라면 누구나 아는 브랜드로 키울 생각입니다.
Q 올해 본격적인 성장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인데요.
A 네. 올가을에 김해에 실내서핑장 공사가 예정돼 있고,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여러 지자체, 기업들과 협의중입니다. 또 한국인공서핑협회를 설립해 강사 교육도 진행 중입니다. 무엇보다 실내서핑을 즐기는 분들이 많아져야 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올해는 인공서핑 대회도 개최할 계획이에요.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