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환 디플아트(d-ple.com) 대표
한양대 건설환경시스템공학과 동 대학 건설경영및정보공학 석사를 마치고 STX건설과 STX중공업에서 근무했다. 2014년 회사를 뛰쳐나와 인바운드 여행사인 마이투어코리아, 2018년에는 여행 플랫폼 가이빙을 창업해 운영했지만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다. 2021년에는 전공이나 라이프스타일과 전혀 관련 없는 미술의 매력에 빠져 아트플랫폼 디플을 설립했다.
“그 가격에 파느니 차라리 제 그림들을 불태워 버리는 게 낫겠네요.”
박건환 디플아트(d-ple.com)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 한 화가에게 들은 이야기는 머리를 띵하게 했다. 지역에서 나름 작품 활동을 하며 개인전을 열었던 신진작가가 생활고에 시달리자 소속 작가들과 자신의 화풍이 어울린다고 생각한 대형 화랑과 갤러리의 문을 두드렸다. 결과는 참혹했다. 재료비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받았음은 물론이고, 그나마 그림값의 반 이상은 판매자의 몫이었다. 작가의 항변에 ‘처음에는 어쩔 수 없다’ ‘다른 곳을 알아봐라’라는 식의 답이 돌아왔다.
“미술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진작가들이 자신의 그림을 알리고 대중에게 평가받을 만한 기회는 현저히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실력이나 작품성이 있어도 아트페어의 초청을 받거나 명망 있는 갤러리나 화랑의 눈에 들지 않으면 작품 활동의 동력을 잃고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술 시장에 대한 흥미를 느낀 박건환 대표가 마주한 현실은 작가들의 울분이었다. 울분의 대상은 인지도나 팬덤에 의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시장을 주도하는 갤러리스트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자기 작품을 온전히 소개하고 평가받을 기회가 부족한 현실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생전에 판매한 작품은 <아를의 붉은 포도밭(Red Vineyards at Arles)>이 유일하다고 하잖아요. 박수근, 이중섭 등 유명한 작가들도 평생 생활고에 시달렸죠. 지금도 마찬가지로 많은 작가가 자기 작품을 알리기보다 작품 활동에 집중하는 작가들이 많아요. 하지만 지금 시장은 스스로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엄혹한 환경입니다.”
▶다양한 화풍과 가격대의 작가 라인업 확장
디플아트는 작가중심주의를 표방한 아트플랫폼이다. 소수의 갤러리와 경매업체, 컬렉터가 주도하는 시장을 대중의 영역으로 확장해 작가의 장기적인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도우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디플아트가 세상에 나온 이유다.
“저를 비롯해 미술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상당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박한 현실 속에 미술작품을 통해 위로받고 작가의 심미안에 공감하고자 하는 수요는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중에 익히 알려진 작가는 차치하고 아무리 신진작가라도 재료비와 작업시간 등을 고려해 책정된 작품 가격은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다반사죠. 20대 평범한 Z세대가 접근하기란 장벽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디플아트는 이러한 현실에 맞춰 미술에 막 흥미를 느끼는 MZ세대를 위해 미술 원화와 함께 재현본(프린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원화에 접근하기 어려운 입문자와 젊은 세대가 정교한 방식의 재현본을 통해 작품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순수미술 시장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홈·인테리어 시장에서 작가들의 영역도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의식을 하고 보면 카페, 편의점 등 곳곳에 그림이 있습니다. 익히 알려진 유명작가의 질 낮은 복사본이나 작가의 이름도 작품 이름도 모를 꽃 그림이 대부분이죠. 미술작품의 감상은 작가와의 공감이자 스토리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디플은 여느 다른 플랫폼과 다르게 작품과 작가의 스토리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작품 판매에 대한 수익도 철저하게 작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통상 갤러리나 화랑은 신진작가의 작품 판매대금의 50~ 60%를 취한다. 이와 달리 디플아트는 원화와 재현본 수익금의 70%를 작가에게 배분한다. 또한 플랫폼이 취하는 수익금 일부는 전시나 작가의 팬덤 형성을 위한 홍보활동에 재투자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2021년 설립된 디플아트는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시드투자를 유치하고 앱을 출시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디플아트에는 꾸준히 활동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20여 명의 전속작가 이외에 60여 명의 작가들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 작가의 연령대는 2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하다. 또한 디플아트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작가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뿌아공(부산아트공감), 예감27, 523갤러리, 미아트 등 주로 부산·경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단체와 MOU를 체결해 작가 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편 디플아트는 최근 서울시와 새롭게 리뉴얼되는 서울 광화문 광장의 미디어글라스를 통해 진행되는 미디어 전시에 콘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수익배분형 NFT 통해 작가 팬덤 확장할 것”
최근 미술 시장의 트렌드는 세계화다. 최근 젊은 컬렉터들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아트페어나 경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많다. 국내 시장에 머무르는 작품보다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 작가의 작품 가격이 훨씬 빠르게 오르고 대중에 알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일찌감치 프랑스에서 활동하신 이성자 작가님처럼 최근 미술 시장에서도 BTS처럼 해외 시장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아 국내 시장에도 인기를 얻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내 작가들의 세계 시장 진출의 기회도 점점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콧대 높은 국내 갤러리들도 해외 글로벌 아트페어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심사를 거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국내 작가들이 해외 시장에 이름을 알릴 기회는 제한적이다.
박 대표는 여러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발걸음을 뗀 아트 NFT 시장이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 기회를 늘릴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디플아트는 최근 디플드롭스란 서비스를 통해 소속 작가의 NFT 발행을 앞두고 있다.
“시장이 초기 과열 단계를 지나며 NFT 시장도 거품이 걷히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몇몇 프로젝트가 수천, 수만 개의 토큰을 발행하며 본연의 소장 가치와 시장을 동시에 해치는 모습도 보이고 있지만 NFT 본연의 순기능과 정직한 프로젝트는 충분히 살아남을 것입니다.”
시장의 과열 현상에 대해 지적한 박 대표가 구상 중인 서비스는 수익배분형 NFT 모델이다. 작품의 NFT를 구매한 소지자(Holder)에게 그림의 재현본과 굿즈 등의 판매수익 일부를 지속해서 배분해 작가와 홀더가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수익배분 방식은 토큰을 보유한 소지자에게 에어드롭 형태로 지급한다.
“작품에 따라 개수는 다르지만 제한된 한정판 토큰을 발행해 소장가치를 지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또한 토큰을 가진 홀더는 여러 가지 미션을 통해 작가의 팬덤 확장을 위해 활동을 할수록(Loud To Earn) 배당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작가가 작품 활동을 지속하며 인지도와 작품성이 널리 알려질수록 작품의 가치와 토큰의 가치는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BTS와 비견되는 글로벌 작가를 탄생시키는 일을 ‘꿈’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로 소량의 한정된 NFT 발행을 통해 작가의 팬덤을 확장하고 수익금을 통해 작품의 인지도를 넓힐 수 있는 전시나 홍보 활동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NFT는 원화에 접근하기 어려운 컬렉터에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판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미술 애호가를 만날 수 있는 만큼 세계 시장에 한국의 예술가를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경LUXMEN X 디플드롭스>
신진작가 특별전 NFT 프로젝트
<상처받은 치유사의 여정> 양정수
<흐름> 양정수
<로맨티시즘> 양정수
매일경제 LUXMEN이 디플드롭스와 함께 신진작가의 NFT를 발행해 세상에 소개합니다. 한정된 리미티드 에디션 토큰을 발행해 소장가치를 높이고 지속적인 작가의 작품활동과 성장을 통해 가치 상승을 도모합니다. 아울러 토큰 구매자에게는 작품의 재현본 판매와 굿즈 등의 수익이 투명하게 분배됩니다. 이러한 상생형·수익배분형 NFT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인공은 떠오르는 팝 아티스트 양정수 작가입니다.
양 작가는 2021 베스트 아티스트 기획전(에코락), 아트락 페스티벌(삼성 코엑스) 등 개인·단체전에 다수 참여하고, 22회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양 작가의 NFT는 5월부터 디플아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