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현 D&T홀딩스 대표 | 팬데믹에도 F&B 공간기획으로 승승장구 “충남 당진의 새로운 랜드마크에 획기적 복합문화공간 선보입니다”
안재형 기자
입력 : 2021.08.31 16:05:32
수정 : 2021.08.31 16:05:49
서울 연희동 골목 어귀에 단아한 자태를 뽐내며 들어선 D&T홀딩스 사옥은 요즘 눈코 뜰 새가 없다. 20여 년간 F&B사업을 진행하던 이곳에서 새롭게 진행 중인 사업은 ‘공간기획’. 쉽게 말해 새롭게 지어진 건물의 상업시설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유치하고 운영해 지역 내 새로운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다.
샤브샤브 브랜드 드마루를 시작으로 현재 11개의 F&B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봉현 D&T홀딩스 대표는 “교회 목사님께서 D&T (Do&Truth·행함과 진실)라는 사명을 지어주셨다”며 “누구나 다가설 수 있는 골목길과 노포를 테마로 브랜드 철학이 담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새로운 사업을 소개했다.
이봉현 D&T홀딩스 대표
▶23년 외식업 핵심은 맛있고 좋은 음식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
“23년간 외식사업을 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잘됐습니다. 그런데 그럴수록 임대료는 올라갔고 건물주와 분쟁이 생겼어요. 고정비가 올라가니 음식 값도 오를 수밖에 없더군요. 그게 가장 어렵고 아쉬운 부분이었지요.”
이 대표가 생각하는 외식사업에 대한 믿음은 ‘맛있고 좋은 음식을 고객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 그는 “그러기 위해선 좋은 건물에 입점해 맛과 서비스, 인테리어 등 모든 면에서 앞서가야 하는데, 임대료나 인테리어 비용 등 현실적으론 결코 그렇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18년 서울 DMC 재개발지구의 한 건물 상가를 D&T홀딩스의 F&B 브랜드로 채워달라는 것이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건설사의 요청에 이 대표는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실천하기로 했다.
“사실 외식사업 창업에선 인테리어 비용이 꽤 부담스러운데 그 비용을 건설사에서 지원받기로 했어요. 가장 걱정이던 비용이 해결되니 거리낄 게 없더군요. 정말 마음껏 공간을 만들어봤어요. 저희가 그 시설을 운영하고 6개월 후에 분양이 완판되면서 건설사가 수백억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소문이 났는지 여러 건설사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그렇게 시화 MTV의 공간기획을 맡았고, 월드건설의 파주·운정지구 빌딩에는 한옥을 콘셉트로 상업시설을 디자인했다. 팬데믹에 F&B사업은 너나할 것 없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D&T홀딩스의 공간기획 사업은 오히려 그 명성을 더했다.
“언택트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매장을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게 사실이죠. 그런데 그 이면에 저희 같은 앵커 테넌트(Anchor Tennant·부동산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영향력 있는 매장. 앵커 테넌트가 입주한 건물은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활기가 돌면서 부동산 가치를 높이기도 한다.)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어요. 근방 어디에도 없는 스토리가 있는 맛집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등 혹은 그곳에 가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거죠.”
▶전국 100여 곳 노포 찾아 하루 점심 세끼도 불사
당시 차별화된 정체성을 고민하던 이 대표에게 다가온 테마가 바로 ‘골목길’과 ‘노포’다. 여타 디벨로퍼(땅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운영하는 상업시설과 다르게 노포의 철학에 사업의 지속성까지 고려했다.
“노포는 적어도 30년 이상 운영해 온 곳들이죠. 이분들에겐 ‘내가 최고’라는 특별한 사명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2세, 3세로 내려갈수록 고정비용이 높아지면서 운영이 쉽지 않아 사업을 포기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업을 지속할 수 있어야 사명감도 지킬 수 있는 거죠. 저희는 직접 외식업을 운영하고 키워온 경험이 있잖아요. 전국 노포를 찾아다니며 재료부터 장 담그는 시기, 식당 운영의 어려움을 논하며 다가섰습니다. 설거지는 기본이고 어느 땐 노포 사장님들을 만나려고 3곳의 노포에서 하루에 점심식사를 세 번이나 했어요.”
점심을 세 번이나 먹으면서도 잔반은 싹 비워냈다. 그런 정성이 통했는지 하나둘 입점하는 노포가 늘었다. 그러는 동안 D&T홀딩스와 뜻을 같이하는 파트너사도 늘었다. 한양증권과 함께 작업하는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연희동 건물에는 상업시설이 들어설 3개 층에 장인의 숨결이 담긴 골목길을 테마로 담기로 했다. 땅을 파기도 전인데 이미 브랜드 구성이 끝난 상황이다.
▶새로운 도전은 당진의 랜드마크… 모델하우스도 수익화
현재 이봉현 대표가 새롭게 공간기획에 나선 곳은 충남 당진의 ‘중앙메디컬타워’. 당진시청 앞 사거리 대로변에 들어설 지하 6층, 지상 10층 건물의 지하 1층과 지상 1~2층, 지상 8~10층 공간을 F&B를 포함한 뷰티·에스테틱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채울 예정이다.
“국내 최고 기업의 임원을 지낸 건물주와 많은 대화를 하면서 사업 취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사실 저희 내부에서도 찬반이 많았는데, 전혀 몰랐던 곳이기도 하고 또 지금껏 진행했던 도심지역의 상황과도 다른 곳이었거든요. 건물주께서 같이 식사를 하자시더니 당진은 전국에서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은 곳이고 의료체계도 척박한 곳이라면서 문화와 의료시설을 담아 남은 인생을 지역 의료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식사를 마칠 즈음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었습니다.”(웃음)
이 대표는 직접 현장을 찾은 후 세 가지 사안을 제안했다. 하나는 모델하우스를 특색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짓겠다는 것. 또 하나는 루프톱에 지역 주민을 위한 웨딩존과 포토존 공간을 만들 테니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것. 마지막으로 모델하우스에 물과 빛을 테마로 한 스토리를 입히겠다는 것이었다. 공간기획을 진행할 건물이 아닌 분양을 위한 모델하우스에 공을 들이겠다니, 언뜻 이해가 쉽지 않은 사업 방향에 건물주는 흔쾌히 동의했다. 이른바 국내 최초의 ‘모델하우스 수익 창출 구상’이다.
“지어질 건물 옆에 400여 평의 공간을 요구했는데 결과적으로 1244평의 땅이 주어졌어요.(웃음) 사실 모델하우스는 수십억원을 들여 지어놓고 분양이 끝나면 없어지거든요. 비용은 고스란히 입주민의 몫으로 남는 거죠. 아예 처음부터 그런 비용을 줄이자는 면도 있어요. 모델하우스를 제대로 지어놓고 수익사업을 하게 되면 새로운 공간으로 남는 거잖아요. 중앙메디컬타워 옆에 멋지게 지어서 여기에 저희가 갖고 있는 3개의 앵커 테넌트를 입점시킬 계획입니다. 장인이 운영하는 카페, 베이커리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셰프의 레스토랑 입점도 결정됐습니다.”
물론 건강검진센터 등 메디컬센터로 운영될 중앙메디컬타워에도 노포와 골목길을 테마로 한 문화와 역사의 시공간이 디자인될 예정이다. 노포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커피숍, 레스토랑, 가죽 공방, 꽃집, 수제 양복점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지역사회 의료 선진화가 목표지만 엄연한 수익사업”이라며 “수익이 발생해야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해 지역의 명소로 오랫동안 남을 수 있고, 이를 위해 차별화된 브랜드들이 입점해야 당진시의 지역 발전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대표가 구상하는 공간기획의 철학은 무엇일까.
“D&T홀딩스는 F&B로 시작해 새로운 공간을 기획하는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업이죠. 그동안 여러 건설사가 건물을 짓고 F&B와 많은 브랜드를 입점시켰지만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식객촌’이나 ‘오버더디쉬’ 등이 예가 될 수 있겠네요. 성공에 다가서려면 F&B 전문가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면서 입점 업체들과 레시피나 메뉴, 식자재 관리, 마케팅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브랜드만 유치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함께 사는 법을 찾아가는 것이죠. 그래야 자영업자가 살고 브랜드가 살고 입점한 건물이 살아납니다. 결과적으로 이 스토리가 지역을 살릴 수도 있는 것이죠. 제가 지향하는 사업모델이기도 합니다.”
He is
23년간 F&B사업을 운영한 공간기획 전문가다. 현재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 선생의 보헤미안과 협업한 ‘씬 위드 보헤미안’, 장인의 버거 브랜드 ‘아메리칸 델리’, 다이닝 스토어인 ‘데인티엘리(DAINTY ALLEY)’를 운영하고 있다. 데인티엘리 스토어에는 ‘씬 위드 보헤미안’ ‘달시원푸줏간’ ‘퐁당퐁당’ ‘파스타니’ ‘떡판뽀끼’ ‘기다리면’ ‘요고조고’ ‘F.B.I 스테이크’ 등 8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