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15인이 바라본 2021년 부동산 시장··· 15명 중 13명 “새해에도 집값 오른다” 서울 중심부 저평가, 하남·의정부 유망
강승태 기자
입력 : 2020.12.29 14:29:51
수정 : 2020.12.29 14:54:50
109.3.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른 2020년 12월 첫째 주 전국 매매 수급지수다. 전세 수급지수는 118.6이다. 두 지수 모두 한국부동산원이 아파트 수급지수를 산출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0~200 사이의 수로 표현되는 수급지수는 100이 기준이다. 0에 가까울수록 수요 대비 공급이 많고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2020년 부동산 시장은 ‘상저하고’ 현상이 뚜렷했다. 2019년 12월 대출 규제 시행으로 2020년 초반만 하더라도 매매 시장은 보합세를 유지했다. 보유세 부담까지 늘어나면서 2020년 5월 일시적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하반기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매물이 사라지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전세가격 상승과 맞물려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유입되면서 매매 시장까지 끌어올렸다.
▶모두가 어긋난 2020년 시장 전망
대부분 하락 점쳤지만 5% 상승
2020년 초 대부분 국내 부동산 연구기관은 집값 하락을 예상했다. 보유세 강화와 대출 규제 등의 영향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은 2020년 1월 ‘2020년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전국 주택가격이 0.9%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은 0.8%, 지방은 1% 하락한다는 관측이었다. 당시 한국부동산원은 집값 하락 원인으로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른 고가 아파트 투자심리 위축, 하반기 보유세 강화를 꼽았다. 전세가격은 3기 신도시 조기추진 등으로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역시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0.8%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상승과 하락 지역이 공존하면서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4.4% 올랐다. 최근에는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는 풍선효과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전세 시장 역시 임대차법 시행 부작용으로 인해 최악의 전세난을 겪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월세 부담에 따라 일부 임차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며 “원활한 전월세 물량 공급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현재 분위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세종시 변화가 두드러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1~11월)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세종(43.6%)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대전(16%)과 경기(11.1%), 인천(8.8%) 등이 뒤를 이었다.
전세가격 상승률 역시 세종(49.3%)이 가장 높았다. 울산(13%), 대전(12.2%), 경기(8.3%), 인천(7.9%) 등이 뒤를 이었다. 거래량 역시 2020년 10월까지 73만8000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1년 부동산 매매 ‘강보합’, 전세 ‘강세’
2021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까.
일단 주요 연구기관들은 2021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행은 “입주 물량 감소, 전세가격 상승 등으로 2021년 주택 시장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하락(0.5%)을 점쳤지만 전세가격은 오히려 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부동산 전문가 10인에게 ‘2021년 부동산 시장 전망’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견은 없었다.
부동산 전문가 대부분은 2021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 매매 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15명 중 13명은 초강세(1명, 연 7% 이상 상승), 강세(8명, 연 4~6% 상승) 혹은 강보합세(4명, 연 1~3% 상승)라고 예상했다. 15명 중 1명은 보합세, 1명은 약보합세(연 1~3% 하락)를 예상했다.
2021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이유는 분명하다. 먼저 입주 물량이 대폭 줄어든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2021년 입주 물량은 2020년(27만996가구) 대비 16% 감소한 22만7836가구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 물량이 대폭 감소한다. 2020년 수도권 입주 물량은 14만4586가구였으나 2021년 12만8993가구로 줄어들 전망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일단 매물이 거의 없으며 2021년 입주 물량이 현저히 적다”며 “완전한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2021년 매매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리 인하, 통화량 증가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도 매매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 저금리 기조가 계속 유지되면서 유동자금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3기 신도시 토지 보상에 따른 수십조원 토지 보상금이 풀린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유동성 효과와 함께 미분양 주택 감소, 전세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21년 매매 시장 역시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 역시 설득력 있다. 통상 전세 시장이 안정되면 매수 수요가 줄어든다. 지금처럼 3기 신도시 대규모 공급이 예정된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전세가격이 급등하면 일부 실수요자들은 매수를 서두르게 된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전세 부족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2021년에는 입주 물량이 적어 전세 시장 불안이 예상되는 만큼 매매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임대사업자들의 보유세 부담으로 매물이 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집값이 올라 집을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다. 가격 하락세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역시 2021년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5명 전문가 중 15명 모두 초강세(3명), 혹은 강세(5명), 강보합세(7명)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합 혹은 약보합, 약세 등을 전망한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매매 시장보다 전세 시장이 더 불안정할 것이란 예상이다. 전세가격 강세를 예상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전세매물 자체가 귀해졌다. 각종 규제 강화로 집주인들은 실거주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전세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조치는 역설적으로 전세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0년 11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8691건. 이 중 전세(50345건) 비중이 61.5%를 차지했다. 전세난이 심각했던 2016년 1월(59.2%)과 비슷한 수치다. 전세 매물이 줄면서 거래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3기신도시 대기수요, 기존 전세 재계약 증가에 저금리 기조로 월세로 전환하는 임대인이 늘면서 아파트 전세 매물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라며 “전세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법 규제로 인한 충격과 함께 서울 전세난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실거주 요건 강화 등으로 2021년 전세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선 BSI경영연구원장은 “임대차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상당기간 전세난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적어도 2021년까지는 전세난이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기존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 가격 상승폭은 5%로 제한되기 때문에 전세가격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따라 전세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수요 대비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에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변수를 묻는 질문에는 보유세 부담 증가(11명, 중복응답)와 전세난 심화(10명)를 꼽았다. 공시가격 현실화와 함께 종부세 인상 등으로 인해 2021년 보유세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입주 물량 감소(8명)와 3기 신도시 공급(5명) 등도 주요 변수로 꼽혔다.
▶2021년 유망지역은 어디?
공통적으로 꼽은 곳은 하남
수도권 여러 지역 중 2021년 가장 유망한 곳은 어디일까. 지난 몇 달 새 지방 광역시는 물론 전주나 천안 등 일부 지역 아파트가격은 급등했다. 지방에서도 전용 84㎡를 기준으로 10억원을 넘어서는 단지가 속출했다. 그래서일까.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서울 중심이 가장 저평가됐다는 의견이 눈길을 끈다. 김학렬 대표는 “2020년 전국적으로 신축 아파트가격이 많이 올랐다”면서 “반면 매매가격 15억원 이상 단지는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다. 따라서 지금은 강남, 서초, 용산구 등 핵심 지역이 저평가된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주현 대표의 의견도 비슷한 맥락이다.
“서울 마포구, 성동구, 강동구 등 17억~ 18억원(전용 84㎡ 기준)대에 거래되던 곳은 대출 규제로 상승에 제한이 있었다. 즉 15억~20억원대 아파트가 지금은 저평가 받고 있으며 넓은 면적의 준신축 아파트 역시 상대적으로 오를 여지가 있다.”
서울 이외 수도권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1기 신도시 저평가 지역과 3기 신도시 예상지역을 꼽는 전문가가 많았다. 전문가 15명 중 7명은 경기도 하남을 유망한 지역으로 꼽았다. 3기 신도시가 예정돼 있고 서울 강남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김종선 원장은 “서울 전세난 심화로 서울과 인접한 지역, 그중에서도 하남은 강남과 가까워 상승 여력이 있다”며 “하남은 교통망 호재가 있고 미래 인구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말한다.
1기 신도시 중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몇몇 단지가 인기를 끌 전망이다. 윤지해 연구원은 “1기 신도시 중 고양시 일산, 부천 중동, 군포 산본은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리모델링 활성화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하남시는 강남과 인접한 지역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곳”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됐던 경기 북부 지역이 주목 받을 것이란 전문가도 있다. 의정부나 양주 등이 대표적이다. 두 곳은 GTX-C 노선이 들어서는 곳이다. 공사 착공까지 1~2년 남아 있지만 아직 GTX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태욱 교수는 “2021년에는 GTX-C 노선에 대한 구체적인 공사 계획이 나올 수 있다”며 “수도권 전반적으로 집값이 많이 오른 반면 상대적으로 경기도 북부 지역은 덜 올랐다. 다만 GTX-C 노선은 개통까지 10년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세종시가 43.6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격상승률을 보였고, 전세가격 역시 49.34% 오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무주택자 내 집 마련 전략은
‘가점 낮으면 특공 먼저 노려라’
무주택자라면 내 집 마련 전략을 어떻게 짜야 될까.
전문가들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해법은 청약’이라고 강조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단 무주택자들은 무조건 청약에 ‘올인’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향후 몇 년간 공급이 대량 풀리는 만큼 관심 지역의 청약 리스트를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다만 구체적인 전략은 청약가점을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청약은 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점제 비중이 높아진 지금, 청약은 ‘운이 아닌 노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들은 선택권이 비교적 넓다. 3기 신도시 핵심 지역 분양을 기다리거나 사전청약을 노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울에서 틈틈이 나오는 분양 물량도 놓쳐선 안 된다.
한태욱 교수는 “가점이 높은 사람들은 청약할 때 무조건 넣지 말고 서울 내 혹은 서울에서 가까운 곳을 중심으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청약점수와 여러 요건 등을 명확히 파악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청약 시장은 여러 가지 상품으로 세분화돼 있다. 공공과 민영, 특별공급과 일반 공급, 생애최초와 신혼부부 특공 등 다양하다. 이 중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점이 낮거나 현금이 부족하다면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나 생애최초 특별공급 등을 노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장재현 본부장은 “2021년부터 생애최초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이 늘어난 만큼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들은 특별공급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만약 청약이 어려운 사람들은 2021년 6월 전 나오는 급매물을 노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재산세는 6월 1일 기준으로 부과된다. 최근 보유세 부담이 가중되면서 4~5월에 급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임대사업자 말소와 법인 투자자 등 보유세 부담으로 6월 전에 나오는 매도 물량 중 급매물 아파트를 노리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