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부는 인사태풍… 후계구도 경쟁 ‘정중동’ 내년 상반기까지 임기 만료 50명, ‘연임’ 촉각
최승진 기자
입력 : 2020.10.27 11:03:29
수정 : 2020.10.27 11:04:36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 만료가 속속 돌아오면서 금융권에 ‘인사태풍’이 불고 있다.
이에 앞서 임기 만료를 앞둔 상당수 CEO들이 이미 연임을 확정한 상태지만, 금융권 협회장들이나 정책금융기관 CEO들은 여전히 후계 구도가 ‘안갯속’인 만큼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10월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권 CEO는 5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찌감치 연임을 확정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나 윤종규 KB금융 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신규로 행장에 내정된 유명순 씨티은행 행장 직무대행이나 10월 취임한 임성훈 DGB대구은행장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후임 구도는 ‘시계제로’라고 볼 수 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서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내년 3월),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내년 4월) 등의 임기가 만료된다. 시중은행장 가운데서는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각각 올해 11월과 12월 임기가 끝나고,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내년 3월까지가 임기다. 이밖에 이동빈 SH수협은행장의 임기도 올해 안에 종료된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11월), 정완규 한국증권금융 사장,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내년 3월) 등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의 인사는 관가의 인사요인과 맞물려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협회장 가운데서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과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각각 11월),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12월) 등의 임기가 끝난다. 신임 협회장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보험업권에서는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최원진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 등 CEO가 내년 상반기까지 임기 만료가 예정돼 있으며, 생명보험업권에서는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홍재은 NH농협생명 사장,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 등의 임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종료된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등 신용카드 업권 CEO들의 임기만료도 비슷한 시기 돌아오게 된다.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었다. 박 행장은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지만, 지난 9월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3연임이 확정됐다. 박 행장은 2015년 1월 취임했지만 선제적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해 세 번째 임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게 SC제일은행 안팎의 시각이다. SC제일은행은 통상적으로 행장 임기가 끝나기 한 달여 전인 12월 차기 행장 선임절차를 시작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석 달 이상 일찍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지난 9월 10일 회장 연임이 발표됐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산업은행 회장이 연임을 한 것은 산업은행 설립 이후 네 번째이자 1993년 이후 27년 만이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원방안, 아시아나항공 등 굵직한 구조조정 현안, 그리고 ‘한국판 뉴딜정책’ 등 산적한 과제를 고려해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 연임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종규 KB금융회장도 ‘연임 대열’에 합류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월 16일 윤 회장을 비롯한 4명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 가운데 윤 회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윤 회장의 기존 임기는 오는 11월 20일이지만 사실상 3연임이 확정된 것이다. 윤 회장은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2017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2023년까지 3년 더 KB금융을 이끌게 되면서 금융권의 ‘장수 CEO’로 자리 잡게 됐다.
한국씨티은행장 단독후보로 추천된 유명순 행장 직무대행은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이 된다. 이로써 지난 2013년 첫 여성 은행장에 오른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에 이어 유 행장 직무대행이 ‘여성 CEO’의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특히 유 행장 직무대행은 국책은행의 행장직에 오른 권 전 행장과 달리 민간 은행에서 배출한 첫 여성 CEO로 꼽힌다. 유 행장 직무대행은 이화여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다. 1987년 씨티은행에 입사해 기업심사부 애널리스트로 일했고, 이후 씨티은행 서울지점 기업심사부장, 다국적기업부장, 다국적기업본부장,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 등을 거쳤다.
임성훈 DGB대구은행장은 10월 취임했다. DGB대구은행장 자리는 그동안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겸직해왔고 올해 연말까지가 임기였다. 행장 자리를 내어준 김 회장의 DGB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신한銀 ‘연임대열’ 합류 촉각, 수협銀 진통
허인 KB국민은행장은 3연임에 사실상 성공했다. 국민은행에서 은행장의 3연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에 이어 그룹 주력 계열사인 은행장도 3연임에 성공하면서 지배구조의 연속성이 보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은 지난 10월 20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은행장 후보로 허인 현 은행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11월 중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심층 인터뷰와 주주총회 등을 거치면 허 행장의 3연임이 확정된다.
2017년 11월 취임한 허 행장은 2년 임기를 마치고 작년 11월 연임에 성공했다. KB금융은 은행 등 계열사 대표에게 ‘2+1년’ 임기를 주는 시스템이어서 허 행장의 이번 임기는 오는 11월 마감된다. 허 행장은 이번 3연임이 주총을 통해 확정되면 내년 말까지 국민은행을 다시 이끈다. 올해 연말 2년 임기가 끝나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연임도 관심사항이다. 진 행장은 핵심성과지표(KPI) 개편과 디지털 역량 확보 등의 성과가 있어 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은행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Sh수협은행의 차기 수장은 예측불허 상태다. 이동빈 Sh수협은행장의 임기는 10월 24일로 수협은행 행추위가 재공모로 선출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수협은행 행추위는 행장에 지원한 5명을 상대로 면접을 치렀지만 행장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수협은행장 선임은 2017년에도 난항을 겪었다. 그해 4월 이원태 전 행장이 물러난 이후 행추위가 합의를 보지 못하며 세 차례의 공모 끝에 이동빈 행장을 선임했던 것이다. 수협은행 행추위원 5명 중 3명은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해양수산부 장관이 각각 추천하고 나머지 2명은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하도록 돼 있다.
이들의 거취가 확인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순서가 예정돼 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내년 1월 임기를 마치지만, CEO가 오래 재직하는 카카오 특성상 연임 가능성이 높다. 그밖에 빈대인 부산은행장과 황윤철 경남은행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서현주 제주은행장 등 지방은행장이 모두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은행연합회·생보·손보협회 협회장 인선 본격화
금융협회장 가운데서는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장 임기가 만료를 앞두고 있다. 우선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이 오는 11월 5일 가장 먼저 임기를 마치며,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임기는 11월 30일에 끝난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도 오는 12월 8일 임기가 종료된다.
손보협회는 김용덕 회장의 후임 인선 절차에 이미 착수한 상태다. 손보협회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후보자를 복수 추천하기로 했다. 회추위는 회원사 6곳 대표와 외부 전문가 2명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된다.
김용덕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강영구 메리츠화재 윤리경영실장(사장급)과 유관우 김앤장 고문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은 3년 전 김용덕 회장의 선임 당시에도 후보군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금융권 협회장의 ‘맏형’ 격인 은행연합회장과 관련해서는 10월 말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후보 추천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회에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장을 포함한 은행장 10명과 현직 은행연합회장 등 11명으로 구성된다.
이사들이 1인 이내로 후보를 추천하면 후보군을 추려 6~7명의 롱리스트가 선정된다. 이 롱리스트를 축약하는 회의는 11월쯤 몇 차례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김태영 현 회장이 선임될 당시에는 이사들끼리 3차례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생명보험협회장 인선은 11월 초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연기와 설계사 수수료율 인하 등 업계 현안 조정에 성공한 신용길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 원장은 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하나금융·NH농협금융 회장 임기도 만료
금융지주사 회장의 거취는 금융권 최대의 관심사로 꼽힌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후임자를 둘러싼 하마평도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김정태 회장과 김광수 회장의 임기는 각각 내년 3월과 4월 종료된다. 이미 두 차례 연임(임기 3번)한 김 회장은 더 이상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재임기간 중에 회장의 연령이 만 70세를 넘어선 안 된다는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68세인 김 회장은 만약 연임을 한다고 하더라도 1년만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하나금융은 내년 1월께 회추위를 열어 차기 회장을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하나금융 부회장은 함영주·이진국·이은형 등 3명으로 이 가운데 함 부회장과 이진국 부회장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NH농협금융을 이끄는 김광수 회장의 임기는 내년 4월 말에 끝난다. 김 회장은 올해 이미 한 차례 연임한 바 있다. 농협금융이 2012년 출범한 이후에 2번 이상 연임한 사례는 없으며, 김용환 전 회장 역시 연임은 한 차례만 했다. NH농협금융 회장은 금융그룹 출범 이후부터 관료 출신들이 주로 맡아왔던 만큼, 이번에도 관료 출신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금융권 안팎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지방 금융지주인 DGB금융지주의 김태오 회장 임기도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다. DGB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회장은 만 67세가 넘으면 선임이나 연임이 불가능한데, 김 회장이 내년에 만 67세다.
2021년 상반기 CEO가 교체되는 주요 손해보험사는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다. 오는 12월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을 시작으로 내년 3월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와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 임기가 끝난다. 생명보험사에선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가 내년 3월 임기를 마친다. 8개 카드사 중 신한·KB국민·현대·우리·하나·비씨카드 등 5개 카드사 사장은 내년 3월 전 임기가 모두 끝난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모두 오는 12월 임기를 마친다. 이들 3명 모두 각 지주사 회장 후보에 오른 인물이다. 오는 12월 임기가 돌아오는 이동면 비씨카드 사장은 올해 임명된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다.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정책금융기관 수장·은행 감사도 ‘관심집중’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오는 11월 임기가 종료된다. 한국거래소는 공공기관에서 제외돼 대통령이 임명권자는 아니지만, 여전히 공직 유관단체이기에 정부의 의중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사장 역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거쳐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임명됐다.
김상택 SGI서울보증보험 사장도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SGI서울보증은 민간 회사지만 통상적으로 관료 출신들이 사장직을 맡아왔던 곳인데, 김 사장은 내부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사장에 임명된 케이스다. 금융권에서는 SGI서울보증 자리를 놓고 취업제한기간이 풀린 금융당국 출신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내년 3월 임기 만료 예정인 정완규 한국증권금융 사장의 후임으로도 금융위원회 관료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시중은행 상근 감사위원들의 임기만료도 줄줄이 돌아온다. 주재성 KB국민은행 감사와 허창언 신한은행 감사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이며, 이익중 NH농협은행 감사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기업은행의 임종성 감사도 내년 2월까지가 임기다. 지방은행 감사들도 줄줄이 임기가 만료된다. 송현 광주은행 감사, 변대석 대구은행 감사, 장현기 부산은행 감사, 박용욱 제주은행 감사의 임기는 모두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로 예정돼 있다. 이들 가운데 박용욱 감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미 재선임된 경우여서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