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127만 호 공급 계획을 밝힌 이래 지난 9월 8일 구체적인 공급계획을 공개했다. 3기 신도시를 포함해 2년 내 사전청약 방식으로 6만 호를 공급하고, 본청약 18만 호를 비롯해 3년 내 수도권에 총 37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청약 경쟁률은 사상 최대로 치솟고, 서울 평균 집값은 10억원을 돌파했다. 무주택 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당장 내년 7월부터 사전청약 3만 호를 공급한다고 밝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전청약 6만 호 공급… 용산정비창 부지는 2022년
이번에 3년 내 공급하겠다는 수도권 물량 37만 호는 정부가 공급하기로 약속한 수도권 127만 호 중 공공택지 물량(84만5000호)의 44%가량이다. 이 37만 호는 수도권 아파트 물량의 7%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정부가 수도권 아파트 물량의 7%에 해당되는 물량을 2022년까지 3년간 쏟아붓겠다는 얘기다.
37만 호는 임대주택 13만 호, 사전청약 6만 호, 본청약 18만 호로 구성돼있다. 본청약 18만 호는 공공분양 6만 호, 민간분양 12만 호다. 본청약은 올해 4분기부터 공급된다. 공공분양 위례, 판교대장, 과천 지식정보타운, 성남 금토, 인천 루원시티가 예정돼있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본청약 예상단지는 각 단지 물량이 1000호 안팎으로 물량이 적다.
아무래도 본청약은 사업 진행과정에 따라서 분양이 지연될 수 있어서 이번에는 본청약 18만 호의 아주 극히 일부 단지만 공개됐다.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당장 내년 7월부터 분양을 시작하는 사전청약 물량 6만 호다. 내년 7~8월 인천 계양(1100가구)을 시작으로 9~10월에는 남양주 왕숙2(1500가구)가 예정됐고 11~12월에는 남양주 왕숙(2400가구)과 부천 대장(2000가구), 고양 창릉(1600가구), 하남 교산(1100가구)이 청약을 시작한다. 모두가 고대하는 용산정비창은 2022년 공급계획에 잡혀있다. 서울 청약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주목할 만하다.
이번 발표에서 과천청사부지, 태릉CC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과천과 태릉 공급이 무산된 것인지 관심이 모아졌으나 정부는 사전작업을 마친 후에 공급한다는 설명이다. 정부 목표는 태릉과 과천은 내년 7~8월이 목표다. 태릉CC는 2021년 상반기 교통대책 수립 후에, 과천청사부지는 청사활용계획 수립 후에, 용산 캠프킴은 미군 반환 후, 서울 서부면허시험장은 면허시험장 이전계획을 확정한 후에 공급계획을 밝힌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보금자리 주택 공급 때 사전청약제도를 운영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사전청약과 본청약 사이가 너무 길어서 사전청약 당첨된 분들이 기다리다 포기한 경우였다. 이번 사전청약은 본청약과 기간을 최대한 줄이자는 원칙”이라면서 “태릉CC는 교통계획을 세워야 하고 과천청사는 청사 일부 지역의 청사 이전계획을 확정한 후에야 본청약 일정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확정된 이후 공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전청약 어떻게?
사전청약은 일반 청약과 방식은 똑같다.
사전청약 때 청약 신청자는 입지조건, 주택규모, 면적, 세대수, 추정분양가, 개략설계도를 보고 청약을 결정한다. 하지만 최종 당첨은 사전청약 당첨자가 사전청약 1~2년 뒤 진행되는 본청약 때 신청해서 ‘입주 의사’를 밝혀야 최종 확정된다.
결국 사전청약이 본청약과 다른 점은 청약을 받는 시기가 기존 청약보다 1~2년 빠르다는 점이다. 통상 주택은 사업승인된 후 착공할 때 청약을 받는데 사전청약은 사업승인과 주택착공 전에 청약을 받는 것이다.
지구지정 → 지구계획승인 → 사전청약 → 사업승인 → 주택착공 → 본청약
사전청약 당첨권은 일종의 예비당첨권과 같다. 사전청약을 통해 분양까지 오랜 시간 기다리는 사람들의 불안감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혼부부 특공, 생애최초 특공이 전체 물량 55%
사전청약 자격은 본청약과 똑같다. 그래서 공공분양 조건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서울·경기·인천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면서 청약통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번 청약은 수도권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인 만큼 공공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통장인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과 ‘청약저축’ 통장이 필요하다. 청약부금·예금 가입자는 민영주택만 분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전청약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이번 사전청약의 가장 큰 특징은 85%에 달하는 특별공급 물량이다. 특별공급 물량은 신혼부부 30%,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25%, 그리고 노부모 부양·기관추천·다자녀 가구 등을 위한 물량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3040이 노릴 수 있는 물량은 신혼부부 특공과 100% 추첨으로 뽑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이다. 특히 정부는 가점 낮은 2030이 지원할 수 있는 추첨제로 뽑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기존 20%에서 25%로 늘렸다. 물량이 늘어난 만큼 가점이 낮아 청약을 포기했던 사람들이라면 주목할 만하다.
▶사전청약 거주기간 채우지 않아도 가능
특별공급 요건은 기존 공공분양 특별공급 요건과 같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혼인기간 7년 이내, 예비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가족 중에서 소득요건을 충족하면 가능하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세대에 속한 모든 자가 과거 주택소유 사실이 없어야하며, 6년 이상 소득세 납부를 하고 소득 요건을 충족해야한다.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은 미성년 자녀가 3명 이상인 무주택세대구성원으로 소득 요건을 충족해야한다. 노부모부양 특별공급은 만 65세 이상 직계존속을 3년 이상 부양하고 있는 무주택 세대주로 자산 소득 요건을 충족하면 사전청약이 가능하다.
특별공급이 아닌 일반공급 물량은 15%다. 청약통장 납입금액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분양가는 시세의 70%가량 예상된다. 정부가 이번에 공급하는 사전청약 물량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택지비+기본형건축비+가산비를 합해서 가격을 책정한다. 사전청약 추정분양가가 본청약 때는 상승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본청약 때 사전청약 추정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민들의 자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사전청약 때 예상한 분양가가 아마 1~2년 뒤에도 거의 그대로 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분양 초기에는 집값의 10~20%가량만 내고 살면서 지분을 적립해나가는 지분적립형 주택 도입도 검토 중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제안했기 때문에 제도를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다. 사전청약에 지분적립형 주택을 도입하는 것은 다른 지자체도 필요하다면 지자체가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단 사전청약에서 거주요건은 기존 공공분양보다 완화된 점을 주목해야한다. 사전청약 때는 해당지역에 거주 중이면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본청약 때는 해당 지역 거주요건을 채워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은 당해 거주자에 우선 공급 50% 물량을 배정하는데, 당해 요건으로 청약을 하려면 2년 거주요건을 채워야한다. 그런데 이 사전청약 때는 이 거주요건을 보지 않고 거주하는 상태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본청약 때는 거주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당첨이 박탈된다. 예를 들어 하남교산 사전청약을 받는다면 하남은 투기과열지구로 원래는 하남 거주 2년을 채워야하는데 사전청약할 때는 하남에 주소지를 둔 것만으로 청약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당첨됐다면 본청약 때는 당해 거주 2년 요건을 채워야 최종 당첨될 수 있다.
아울러 점찍어둔 지역이 있다면, 해당 지역으로 미리 이사를 가 거주요건을 채우는 것도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의 경우 해당 지역 거주자에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물량이 많다. 경기도는 해당 시·군 1년(투기과열지구 2년) 이상 거주자에게 30%를 우선 배분한 뒤 경기도 6개월(투기과열지구 2년) 이상 거주자를 대상으로 20%, 마지막으로 수도권 거주자를 합쳐 50%를 뽑는다.
해당 시·군에 거주하는 경우 총 3번의 추첨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라 당첨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서울과 인천의 경우에는 서울 또는 인천에 1년 이상(투기과열지구 2년) 거주한 사람에게 50%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이후 수도권 거주자에게 50%를 공급하도록 됐다.
▶실수요자 선호 높은 전용 60㎡ 초과 물량 최대 50% 공급… 일반분양에 기회
실수요자 입장에서 3기 신도시에 중형 평형이 대폭 늘었다는 점도 환영할 만하다. 정부는 이번 사전청약 때 60~85㎡ 공공분양주택의 비율을 최대 30~50%까지 확대키로 했다. 공공택지 내 민간분양주택 60~85㎡를 60% 이상, 85㎡ 초과는 20% 이상 공급할 예정이다. 그동안 공공분양은 소형 평수여서 외면받았는데 4인 가족이 살기에 충분한 24평, 32평 등 중소형과 중형 평형을 늘리기로 했다.
이렇기 때문에 공공분양 일반공급에 관심이 있다면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다. 공공분양에서 60㎡분은 소득과 자산요건을 보지 않는다. 그동안 소득과 자산을 못 맞춰서 공공분양을 포기하셨던 분들은 이 부분을 관심 있게 보면 좋다.
서울 용산 철도 정비창 부지. 자료제공 매경db
▶사전청약 희망고문 될 수도
사전청약이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6만 가구에 달하는 수도권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이 자칫 사업지연에 따른 장기간 입주대기 사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청약 당첨자 입장에서는 입주자로 선정되고 나서도 길게는 10년 이상 새 집에 입주하지 못하는 사태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사전청약으로 공급한 보금자리주택은 입주까지 10년 넘게 걸려 당첨자들은 ‘희망고문’에 시달렸다.
2010년 11월 당시 사전청약을 받았던 경기도 하남 감일지구 보금자리주택 7개 단지 3173가구 중 아직 3개 단지는 입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에 차질이 생긴 것은 아직 보상 절차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전청약이 이뤄졌고, 일부 단지는 부지 중 일부가 역사공원으로 용도가 바뀌며 사업 규모가 축소되기도 했다.
10년 내 입주를 하더라도 분양권을 포기한 사람도 많다. 그 사이 사전청약 때보다 본청약 때 분양가가 오르거나 부동산 경기가 위축돼서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청약을 포기한 경우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분양주택 사전예약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자 1만3398명 중 실제 공급을 받은 사람은 41%(551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분양가는 오른 반면 인근 시세는 그대로거나 하락한 데다, 부동산 경기는 얼어붙으면서 사람들이 본청약을 포기한 것이다.
▶3기 신도시 전셋값 폭등 우려
사전청약 실수요자들은 본청약 이후 입주 때까지 6~8년씩 기다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셋값 폭등에 대비해야 한다. 실제 청약 수요가 몰리는 3기 신도시 입지는 전셋값 폭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8월 경기도 하남시의 3.3㎡당 아파트 평균전세가격은 1126만1000원 수준에서 올해 8월에는 1473만8000원으로 뛰어올랐다. 1년간 30.9% 상승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남시의 아파트 평균전세가격은 최근 1년 사이에 서울 외곽인 은평구와 중랑구, 강북구, 노원구, 금천구, 도봉구를 넘어섰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하남시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은 교통호재뿐만 아니라 임대차법으로 인한 전세매물의 잠김 현상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로또 청약대기 수요도 있어 신축 아파트 위주로 아파트 전셋값 상승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사전청약 후 본청약이 길어지거나 착공이 지연되면 실수요자들은 ‘내집’ 입주까지 10년 넘게 걸릴 수 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본청약 때까지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계속 전세를 살아야한다. 정부는 최대한 시간을 짧게 만들겠다는 각오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