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새끼서 백조로’ 변신한 단독주택, 규제 홍수 아파트보다 대지지분 매력… 수도권 넘어 지방 단독주택 값도 ‘쑥’
전범주 기자
입력 : 2019.07.30 15:05:35
수정 : 2019.07.30 15:05:51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단독주택은 아파트의 열등재로 치부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단독주택의 저력이 만만찮다. 투자 면에서 아파트보다 탄탄하고 안정적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실수요 면에서도 젊은층들의 새로운 주거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미운 오리새끼’로 불리던 단독주택의 화려한 변신이다.
최근 찾은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의 지하철 2호선 뚝섬역 근처 단독주택가는 속속 들어서고 있는 커피숍과 퓨전음식점들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일반 주택 1층이 상가로 개조되기도 하고, 다가구주택 리모델링도 유행이다. 주택가에 젊은 소비층이 유입되면서 주거 인프라가 개선되고 연립주택 값이 오르는 선순환이 일고 있다.
성수동의 B공인중개소 대표는 “뚝섬역 근처 단독주택은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고 대기수요만 넘친다”며 “최근 좁은 도로변 단독주택이 대지 3.3㎡당 5500만원에 나와서 거래 직전까지 갔는데 매도자 자녀들이 극구 말려 거래가 무산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단독주택의 인기는 서울 내 교통요지 곳곳에서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용산구 효창동, 원효로, 청파로 지역은 용산개발 계획과 맞물려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기가 높다. 강동구 저층 주거지역은 9호선 연장 수혜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고, 종로구와 동대문구도 최근 리모델링이 한창 일어나면서 실거주 목적의 문의가 많다.
▶단독주택의 이유 있는 강세
단독주택의 이유 있는 강세는 통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5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단독주택 가격 누적변동률은 전국 1.1%, 수도권 1.3%, 서울 1.4%, 지방 1.0%로 전국에서 골고루 상승했다. 지난해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실제로 지난해 단독주택 가격은 서울과 지방 할 것 없이 대부분 지역에서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단독주택은 6.59% 올라, 서울 지역 아파트값 상승률인 8.03%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지난해 지방광역시의 단독주택은 4.97% 올랐는데, 같은 기간 아파트 값은 -0.82% 하락해 대조를 보였다. 서울과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지방에선 지난해 아파트값이 무려 5.10% 하락했지만, 단독주택은 2.92% 상승해 강세를 보였다.
지난 10년 동안 단독주택 가격이 빠진 것은 2012년 서울지역의 케이스가 유일했다. 반면 아파트는 서울지역 2010~2013년, 지방은 2016~2018년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단독주택 가격이 아파트에 비해 더욱 안정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의미다.
단독주택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땅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땅이야말로 새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공급이 제한적인 대표적 재화다. 여기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개발사업이 줄을 잇고 있고, 이에 따른 보상금도 수조원이 풀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융단폭격식 규제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유동성이 단독주택으로 흘러드는 이유다.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인허가 문턱을 높이고,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를 높이고,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까지 씌우면서 ‘역시 믿을 것은 땅뿐’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는 논리다. 대지지분을 많이 깔고 있는 단독주택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진다.
연구원은 단독주택 가격 상승의 이유로 ▲저평가 조정(아파트 상승분에 대한 갭 조정) ▲고급주거지 내 고가 단독주택의 가격상승 ▲소득증가에 따른 멀티해비테이션 수요 증가 ▲은퇴세대의 귀농·귀촌에 따른 수요 증가 ▲도시재생 뉴딜 추진에 따른 저층노후주거지 개발 기대 ▲토지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단독주택 상승세가 수년간 전국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는데 이는 연구원에서도 독립주제로 다뤄 추가 연구를 해봄직한 이슈”라며 “땅값이 계속 오를 것이고 아파트에 대한 규제효과가 있기 때문에 단독주택 가격은 향후에도 ‘역대급’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젊은 층이 찾는 단독주택의 조건
단독주택은 투자 측면뿐 아니라 실거주면에서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경제상황이 팍팍한 젊은 1인가구에게 ‘풀옵션 다세대 단독주택’이 새로운 대체 주거형태로 자리 잡으면서다. 천정부지로 뛰는 아파트값을 쫓아가기 어려운 젊은이들은 깔끔하게 꾸며진 초소형 주택을 자신의 보금자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행을 가듯이 단출한 캐리어만 끌고 풀옵션 주택으로 이사를 다니며 사는 ‘트렁크족’이 생겨나는 셈이다.
피데스개발 R&D센터가 ‘비(非)아파트 공동주택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수요자들은 안전과 사생활을 중시하며 초소형 풀옵션 공간을 선호하는 젊은 1인가구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5월까지 수도권에서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개발분야 5년 이상 경력의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해 얻어낸 조사 결과다. 전문가 대상 표적집단심층좌담 결과 비아파트 공동주택 수요는 ▲젊은 1인가구 ▲전용 축소, 공용 확대 ▲풀옵션 선호 ▲안전과 프라이버시 중시 등의 특성을 나타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용면적 45㎡ 내외의 투룸 실입주자도 2인에서 1인가구로 변화하고 있다. 실입주자 연령도 젊어져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간 구성에서도 이전과 명확히 다른 점이 관찰되는데, 전용면적은 줄어들고 커뮤니티 공용 공간은 넓어지고 있다. 2016년 이전에는 전용면적 23~33㎡(약 7~10평) 정도 원룸이 주를 이뤘는데 최근에는 그 절반인 전용면적 13~16㎡(약 3.8~4.8평)의 원룸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커뮤니티 공용 공간은 넓어지고 기능도 강화돼 세탁기, 건조기, 무인 택배함 등이 기본 시설로 요구된다. 방에서는 잠만 자고 커뮤니티 공간에서 요리, 식사, 세탁 등을 하면서 활동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중시하는 풀옵션에는 시스템 에어컨, TV, 빌트인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인덕션이 필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과 개인 사생활을 중시해 ‘화재에 대한 안전’과 ‘보안’ 시설을 중시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여성 수요자들이 보안에 민감해 CCTV 확대설치, 공동 현관 보안 시스템 강화, 밝은 주차장 조명 등에 대한 요구가 많다고 한다. 포항 지진 이후 내진 설계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고 화재에 대비한 불연 소재 사용 확인도 늘었다.
이외에도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주차장,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려동물 미끄럼 방지 바닥재를 쓰거나 펫 도어, 계단 아래 반려 동물 방을 설치하는 등 반려동물 시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선호 입지 면에서는 자기 차를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됐다. 차가 없는 ‘뚜벅이족’은 지하철 역세권이 주택 선택에 최우선 조건으로 작용했다. 반면 집이 없더라도 수입차를 타는 최근 트렌드 때문인지, 자기 차가 있는 경우 아파트가 아님에도 번듯한 주차장이 있는지가 중요한 선택요인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단독주택의 노후화는 심각해 비아파트 공동주택이 밀집된 저밀도 주거지역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1984년 다세대주택 도입, 1990년 다가구주택이 허용되면서 단독주택이 집중 공급됐는데 초기 공급된 비아파트 공동주택은 이미 건축연한이 30년을 넘어서고 있다. 국토교통부 발표 주거실태조사 분석결과 서울에서 건축 후 30년이 초과된 노후주택은 2017년 기준 아파트는 6.9%에 불과한 반면 연립주택은 33.7%, 다세대주택은 8.1%, 다가구 포함 단독주택은 43.5%로 나타났다. 2018년에는 아파트 6.4%, 연립 23.7%, 다세대주택 9.1%, 다가구 포함 단독주택은 39%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비아파트 공동주택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장은 “아파트 임대료가 너무 비싸고 공간도 넓어서 젊은 1인가구가 다세대 연립주택을 주거의 대체재로 선택하고 있다”며 “아파트에 치우친 주택시장에서 벗어나 비아파트 상품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요즘 분양하는 단독주택 트렌드는
꼭 1인가구가 아니라도 천정부지로 오르는 서울 아파트값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빽빽한 도심의 고층아파트에 좀처럼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단독주택으로 이뤄진 타운하우스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웃 간의 층간소음 문제,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애로점, 프라이버시 침해 등 아파트에 살면서 신경 쓰이는 문제들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다.
이런 수요 탓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민간 디벨로퍼들이 개발하는 타운하우스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최근 분양을 진행 중인 단지들은 지하실부터 다락방까지 3층 이상을 한 가정이 오롯이 쓰는 구조가 많았다. 단독주택으로서 독립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파트처럼 이웃과 공동생활이 가능한 주거구조다. 대부분 타운하우스들은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공동 방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 오금동에 들어서는 삼송더자이더빌리지는 내부로 흐르는 하천과 주변의 스타필드 등 최적의 생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432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6월부터 분양 중이다. 전용면적은 84㎡지만 실면적은 2배 이상 많다. 1층에 별도의 주차장과 창고, 다락방 등이 서비스면적으로 들어간다.
기존 단독주택과 달리 아파트 보안과 첨단시스템이 도입된다. 차량 번호인식 주차관제로 외부 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감지기를 통해 화재 예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이곳에는 GS건설과 자이S&D가 공동 개발한 최첨단 공기정화 시스템인 ‘시스클라인’을 각 세대마다 기본 2대씩 제공한다. 단지 내부에는 오금천이 흐른다. 북한산과 오송산이 단지를 에워싸고 있고, 자연환경이 좋은 위치에 있다. 지하철 3호선 삼송역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3정거장 거리에 2023년 개통예정인 GTX-A노선이 통과하는 연신내역이 있다. 인근에 스타필드고양, 이케아고양점, 롯데몰 등이 포진해있어 생활편의성 또한 높다.
서울에서 가깝고 숲이 많은 용인에도 다양한 타운하우스가 들어선다. 용인 수지구 성복동 587-2번지 일대에 들어서는 ‘월드메르디앙 샬레 더블룸’은 전용면적 104~126㎡ 규모 6개 타입의 총 50가구로 조성된다. 지하 없이 지상 2층으로 조성되는 15개동,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 27개동, 지하 1층~지상 3층의 8개동으로 구성된다.
이 단지는 주거 쾌적성을 높이기 위해 1층과 2층에 전용 테라스를 설치했고 1층에 특화된 세대별 마당을 설계했다. 또 화실이나 공방, 스튜디오로 쓸 수 있는 개인용 아틀리에를 제공하는데, 재택근무 시 오피스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 식구처럼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원스톱 룸, 반려동물 전용 침대와 욕조, 건조대 등도 제공된다.
소유나 투자가 아닌 실거주 목적이라면 정부의 시범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임대형 제로에너지 단독주택인 로렌하우스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로렌(Roren)’이라는 명칭은 제로에너지(Zero Energy)의 ‘ro’와 임대주택(Rental House)의 ‘ren’을 합성해 만들었다.
로렌하우스는 세종시 60호, 김포시 120호, 오산시 118호로 총 298가구로 조성됐는데, 이미 준공을 마쳤고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됐다. 주택과 함께 개별 주차장, 정원, 다락방, 테라스, 작업실이 제공돼 인기가 높다.
로렌하우스는 신도시 인근에 있어 편의시설이 멀다는 기존 단독주택 단지의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또 로렌하우스는 제로에너지 단독주택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일반 아파트 대비 65% 이상 냉·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무 임대기간은 4년으로, 4년간 주변 시세의 67% 수준에 불과한 임대료로 거주가 가능하다.
실제로 세종시 로렌하우스의 전기요금은 3000원을 약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요금 1000원, 부가세 1500원, 전력기금 550원이 포함된 가격이다. 전용면적 84㎡(다락방 제외)인 주택에서 4인 가족이 한 달 내 사용한 전기요금 치고는 상당히 저렴한 액수다. 주택 외부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이 1만5000원 정도의 전기를 생산해 그만큼 전기를 아꼈기 때문이다.
LH가 올 2월 입주 후 14일 동안 산정한 로렌하우스의 개별 관리비는 평균 4만8000원 정도다. 이는 1·2층과 3층 다락방을 포함한 것으로, 인근 아파트들의 개별 관리비가 15만5000원 정도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30% 수준에 불과하다. 전용면적 84㎡ 로렌하우스의 표준 임대조건은 임대 보증금은 2억5000만원에 월 임대료 48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