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다. 지난 3월 수도권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일주일 연속 시행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3월 실시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7.2%가 ‘미세먼지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미세먼지 포비아(공포증)’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건설사들은 ‘미세먼지 잡는 아파트’ 특화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저마다 차별화된 미세먼지 차단 및 공기정화 기술을 개발해 아파트에 접목하면서 미세먼지에 민감한 주거 수요층을 유혹하고 있다.
감일 에코앤 e편한세상 내부
▶미세먼지 저감 아파트 분양시장서 인기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국내 미세먼지는 이제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의 초미세먼지 주의보 및 경보 발령 횟수는 총 52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160건) 대비 무려 228%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전체 주의보 및 경보 발령 횟수(316건)와 비교해도 66%나 상승한 수치로 미세먼지가 올 들어 급격히 심각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특히 초미세먼지가 ‘심방세동(심장이 불규칙하고 빠르게 뛰는 질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및 공공의료사업단 연구팀·유럽예방심장학회지 3월호) 결과가 발표되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직장인의 출퇴근길이나 학생들 등·하교 길에서는 마스크가 필수품이 됐고, 각 가정과 회사에도 공기청정기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최근엔 가정용은 물론 차량용 공기청정기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그야말로 미세먼지가 국민 전반의 삶의 모습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거 형태의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인 아파트에서도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대응이 중요해졌다. 국토교통부의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보면 2006년 이후 지어진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 및 다중이용시설 내 환기 설비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환기시스템은 실내공기를 외부로 유출하고 외부공기를 실내로 유입해 공기를 순환시키는 방식에 불과하다. 요즘처럼 외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는 실내공기 정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스클라인 쇼룸
상황이 이렇자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공기청정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면서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분양한 ‘DMC SK뷰(수색9재개발구역)’에는 스마트 에어케어 시스템이 도입됐다.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유해가스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공기질 센서를 전 세대에 설치해 자동으로 환기를 돕는 시스템이다. 이 단지는 평균 91.62 대 1로 지난해 서울 분양단지 중 두 번째로 높은 1순위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 경기 하남시 위례신도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북위례’ 역시 미세먼지 저감 3종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으로 이목을 끌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그렉스전자가 공동으로 개발한 이 시스템은 조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주방 내 공기순환을 통해 제거하는 ‘주방 하부급기 시스템’, 현관에서 공기바람으로 미세먼지를 털어내는 ‘에어샤워 시스템’, 헤파필터(H13등급)가 설치된 환기 설비 등으로 구성된다. ‘에어샤워 시스템’은 지난 4월 실용신안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입지 매력에다 미세먼지 저감 장치 적용되면서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77.28대 1의 높은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대형 건설사들 ‘미세먼지 경쟁’ 갈수록 치열
미세먼지 저감 아파트가 분양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대림산업과 GS건설 등 브랜드 아파트 부문의 강자들이 미세먼지 특화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본격적으로 판을 키우고 있다.
대림산업은 7단계에 걸쳐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새로운 주거 플랫폼인 ‘C2 HOU SE’를 개발하고, 이를 하남 감일지구에서 최근 분양한 ‘감일 에코앤 e편한세상’에 첫 적용하기로 했다. 감일 에코앤 e편한세상은 아파트 단지 입구부터 실내까지 구성된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한 ‘스마트 클린&케어 솔루션’이 적용된다. 단지 곳곳에 미세먼지 상태 신호등, 미스트 자동 분사 구조물 등이 설치된다.
세대 내부로는 ‘스마트 공기제어 시스템’을 통해 자동 센서가 실내 미세먼지 및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24시간 깨끗한 공기질을 유지한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만 걸러줄 뿐 휘발성 유기화합물, 이산화탄소 등은 배출이 안 된다는 점에 착안해 환기와 공기청정이 같이 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통합 공기질 센서를 통해 자동 관리될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고객이 신경 쓰지 않아도 요리나 청소, 취침 시까지 공기 질에 따라 시스템을 자동으로 작동하여 쾌적한 환경을 유지시켜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S건설도 기존 전열교환기 방식의 외기 환기 공기 순환방식에 이동형 공기청정기의 강력한 공기정화 기능을 더한 ‘환기형 공기청정 시스템’인 ‘시스클라인(Sys Clein)’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최근 분양한 ‘방배그랑자이’ 단지에 처음 도입키로 했다. 시스클라인은 시스템은 24시간 별도의 환기 없이 깨끗한 공기가 공급되며 시스템 에어컨과 유사하게 천장에 설치돼 공간 활용성도 높였다. 또한 세대 내 설치된 홈네트워크와 통합 연동이 가능하다.
시스클라인은 기존 공기청정기를 능가하는 공기정화 속도에 더해 전력 소모량도 적은 것이 강점이다. 에너지 소비효율 2등급으로 시간당 최대 24W의 소비전력이 사용돼 3대를 한 달 내내 돌려도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전기요금이 약 5000원에 불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GS건설이 자회사인 자이S&D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김환열 자이S&D 대표는 “타 회사 제품과 달리 국내 최초로 전열 교환기와 공기청정기를 연동해 외기 환기와 공기청정 기능을 동시에 만족하면서도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강남구 일원동 일원대우아파트 재건축 단지로 최근 분양시장에서 선보인 ‘디에이치 포레센트’에 단계적인 미세먼지 차단 특화설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우선 어린이놀이터에는 미스트분사기가 설치돼 부분적인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으며, 각동 공동현관 내 전화부스 형태의 에어샤워 부스도 설치된다. 일부 세대에는 현대건설만의 특화설계인 ‘H클린현관’이 적용된다.
H클린현관은 미세먼지를 비롯한 외부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기능성 현관이다. 주방 쪽 급·배수관을 연장해 설치된 콤팩트 세면대를 통해 간단한 세척이 가능하며, 세탁장을 배치해 외부 활동으로 오염된 세탁물이 거실과 복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보조주방 세탁공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외에도 신발살균기와 의류에 붙어 있는 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청소기 형태의 집진클리너과 전용 의류건조기 등도 적용된다.
최근 푸르지오 브랜드를 리뉴얼한 대우건설은 재작년 8월 개발한 미세먼지 차단 5단계 공기정화 시스템인 ‘5ZCS(5 Zones Clean Air System)’을 앞으로 푸르지오 단지에 본격 적용한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이 경기 파주시 파주운정3지구 A14블록에 상반기 분양 예정인 ‘운정신도시 파크 푸르지오’에는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큰먼지필터와 고성능필터가 갖춰진 환기시스템 등이 적용된다.
앞서 삼성물산은 재작년 4월 래미안 아파트만의 휴대용 실내 미세먼지 측정장치인 ‘IoT 홈큐브’를 자체 개발했다. 만약 공기질이 좋지 않을 경우 래미안의 주거관리시스템인 ‘HAS(Home Automation Sys tem)’와 연동해 실내환기시스템을 작동함으로써 외부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90% 이상 제거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최근 입주를 진행한 성북구 석관동 ‘래미안 아트리치’,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 신반포리오센트’ 등에 처음 적용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의 심화는 실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아파트 설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미세먼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미세먼지 특화설계 적용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공기청정시스템
▶미세먼지에 공공주택도 “예외 없다”
건설사들의 미세먼지 잡기 경쟁은 현재까지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주로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지방에서도 수도권 못지않게 점점 심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대한민국 전역과 중소형 건설사로도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해 초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더 라움 펜트하우스’를 분양한 럭셔리 하우스 전문 업체인 트라움하우스는 대형 건설사는 아니지만 전 가구에 초미세먼지를 99.5% 차단하고 산림욕 수준의 고순도 산소를 공급하는 ‘퍼펙트 에어 솔루션’을 적용키로 해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농도 산소수를 마시면 위와 소장을 통해 혈관으로 산소가 직접 흡수되기 때문에 과호흡으로 인한 활성산소 발생 걱정 없이 신선한 산소를 흡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견 건설사인 코오롱글로벌은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중앙동 3558 일원에 짓는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에 ‘하늘채 에어테라피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에어테라피 시스템에는 초미세먼지까지 제거하는 H13등급 헤파필터가 적용된 공기청정 전열교환기, 스마트 환기 시스템, 주방 루프팬 환기방식 등이 탑재된다.
미세먼지 차단 경쟁에 임대아파트 공급 및 관리를 하는 주택 공기업들도 발 벗고 나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미세먼지만큼은 임대아파트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면서 저감 기술 개발과 보급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LH는 최근 공공주택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오는 2022년까지 534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H는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부응하고, 미세먼지로 인한 입주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LH형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 대책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생활 인프라스트럭처 강화 ▲건설현장 관리 가이드라인 수립 ▲도시 설계 단계에서 선제적 저감 기법 도입 ▲미세먼지 대응형 연구·기술 개발 등이 핵심이다.
시스클라인 설치
우선 112만 가구에 이르는 LH 임대주택 입주민의 생활건강 보호를 위한 대책이 마련된다. 실내놀이터 등 임대주택 주민공용시설 안에 공기청정시스템을 마련하고, 신규 승강기를 설치할 경우 공기청정기를 달도록 할 계획이다.
새로 건설하는 임대주택과 신혼희망타운 등에는 스마트홈 기술을 활용한 미세먼지 감지 센서, 강제 기계 환기 시스템, 에어커튼 등 미세먼지 대응 설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지난 5월 강남구 테헤란로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건축물 미세먼지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건축물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구체적인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규칙이 개정되면 건축물 환기설비의 필터 성능을 강화하고 환기설비 설치 대상이 확대될 전망이다. LH는 또 앞으로 의학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헤파급 필터와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자동 운전되는 스마트 환기시설 등을 임대주택에 설치하고, 입주민 공용공간에 실내 놀이터 설치를 늘리고 주차장 환기시설도 개선하기로 했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문제 극복 대책으로 극초미세먼지까지 제거하는 환기시스템을 도입한 ‘공기청정 아파트’를 건설하기로 했다. 공사는 이산화탄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폼알데하이드 등을 제거하는 기존 환기설비에 실내 미세먼지 제거 기능을 강화한 새 환기 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했다.
새 시스템은 0.3㎛ 크기의 극초미세먼지를 99.95%까지 제거할 수 있는 H13 등급 헤파필터를 적용한다. 이는 10㎛ 크기 미세먼지(PM 10)는 물론 2.5㎛ 크기 초미세먼지(PM 2.5)까지 제거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2020년 준공 예정인 고덕강일지구 8개 단지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SH공사는 또 환기 시스템과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연동해 외부에서 아파트 실내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농도를 감지하고 모바일 기기로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공사는 작년 말에는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신기술의 광촉매 페인트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전구물질인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광촉매 페인트를 공사 산하 도시연구원에서 국산화했고, 이를 지난해 10월 말 노원구 소재 상계마들 아파트에 시범 시공하고 현재 실제 결과를 측정하고 있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점차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