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도심’ 지정 초고층 가능… 서울·시범·공작아파트 추진 여의도, 층고제한 묶인 강남재건축에 도전장
김강래 기자
입력 : 2017.04.21 16:19:35
수정 : 2017.04.25 11:41:46
여의도가 재건축 시장의 관심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이 서울시의 ‘35층 층수 제한’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는 50층 규모의 초고층 건립이 가능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모은다. 여의도는 또 1970년대 중후반 대거 조성됐기 때문에 총 7787 가구 규모 16개 아파트 단지가 모두 재건축 대상이다. 서울아파트 등 한강 변에 위치한 단지도 많다. 아울러 수정·서울·공작아파트 일대는 상업지구로 분류돼 초고층 랜드마크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강남권 재건축이 규제에 막혀 있는 상황을 틈타 여의도의 매력이 투자자들에게 발산되는 모양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지지부진하던 재건축 신탁방식으로 속도
서울시도 여의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 높이관리기준 및 경관관리방안 Q&A’ 자료를 통해 “여의도 지구는 도시 공간 구조상 ‘도심’에 해당돼 상업 및 준주거지역에서는 50층 이상 건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 ‘2030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여의도를 서울 내 3대 ‘도심 지역’으로 선정했다. 도심 지역은 도시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주요 중심지로,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도심 지역은 상업 구역일 경우 50층을 넘는 초고층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서울시는 ‘2030 기본계획’에서 “여의도를 한강 및 서울의 중심지역을 연계하는 국제적 수변업무·활동권역으로 육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제도의 지원 사격을 등에 업은 여의도 일대는 지지부진했던 재정비 사업을 ‘신탁 방식 재건축’을 통해 돌파하고 있다.
여의도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지금까지 결실을 맺지 못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재건축 바람이 불었지만 대부분의 단지가 아무런 진전이 없다. 지난 2008년 최고 39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인 ‘여의도 자이’가 재건축된 이후 9년 동안 보합 상태다.
주거·교통 여건이 좋고 한강 변에 자리 잡고 있지만 각종 이유로 사업은 보류됐다. 특히 기존 용적률이 이미 200~250%로 높은 편이라 사업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아울러 오세훈 전 시장 시절 25% 이상에 달했던 기부채납 비율에 대한 주민들 반발도 사업을 가로막은 요소였다. 당시에는 단지 간 통합개발을 유도하며 기부채납 비율을 강화해 고층 건립을 허용해줬다.
‘신탁 방식 재건축’은 보편적인 조합 설립 방식보다 절차가 단순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부동산 신탁사를 시행사로 지정하면 재건축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설립할 필요가 없다. 일반 재건축에 비해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재건축조합을 설립하는 대신 신탁회사가 위탁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전체 소유주의 75% 이상 동의로 부동산신탁회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한다. 지난해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신탁 방식 재건축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재건축 기간을 단축하면 오는 2018년 초부터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에 주민들 입장에서는 마지막 히든카드인 셈이다. ‘신탁 방식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의도 아파트 값도 한때 급격히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60.96㎡ 시세는 ‘신탁 방식 재건축’ 바람기 불기 시작한 이후 지난해 7월 기준 5억8000만~6억1000만원에서 지난해 10월 6억6000만~7억원까지 올랐다가 11·3 부동산대책이후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시범·공작·수정아파트가 ‘신탁 방식 재건축’으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여의도 단지 중 선봉에 서있다. 총 1790가구로 여의도 최대 단지 중 하나인 시범아파트는 최근 한국자산신탁을 재건축 사업 시행자로 최종 선정하기 위한 주민 동의율 75%선을 넘어섰다. 준공 46년 만에 재건축 사업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신탁사가 재건축 단독 시행자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우선 주민 4분의 3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시범아파트는 이르면 오는 5월 안전진단을 통과한 후 영등포구청에 사업자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 전에 전체 토지 소유자 3분의 1 이상이 아파트 소유권을 신탁사에 위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범아파트 관계자는 “현재 토지 소유자 25% 정도가 신탁 등기를 마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범아파트는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맡아줄 업체 선정을 진행 중이다.
최근 일부 공개된 초기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시범아파트는 총 2654가구로 탈바꿈한다. 용적률은 약 300%를 적용받는다. 최고 층수는 서울시 한강 변 관리계획에 따라 35층을 준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범아파트 측 관계자는 “주민들이 대부분 50층을 원하고 있다”며 초고층 랜드마크 건립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범아파트는 3종 주거지역이지만, 여의도 일대가 서울 ‘3대 도심’으로 분류돼 주상복합을 지으면 50층까지 가능하다. 다만 서울시의 의견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심이라고 모두 초고층개발이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대형 건설사들은 이미 시범아파트 사업지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의도 수정아파트
여의도 서울아파트
▶공작아파트 49층 주상복합 추진
49층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는 공작아파트는 최근 KB부동산신탁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본격적인 정비사업에 나섰다. 여의도 일대에서 공작아파트는 가장 먼저 ‘신탁 방식 재건축’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 놓았다. 공작아파트는 KB신탁을 토지등소유자 98%의 지지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공작아파트는 상업지역으로 용적률을 최대 600%까지 올릴 수 있어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하다. KB부동산신탁은 현 373가구 단지를 지하 5층~지상 49층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공공주택 636가구, 오피스텔 386실을 포함해 업무·판매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여의도에서 유일하게 안전진단을 통과한 수정아파트는 지역에서 가장 앞서가는 사업장으로 꼽힌다. 안전진단 통과는 물론, 정비구역 지정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수정아파트는 영등포구청을 거쳐 현재 정비구역 지정 신청서와 계획안을 서울시에 접수한 상태다. 수정아파트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상 세부 내용 조율이 끝난 것으로 안다”며 “도시계획위원회에 계획안이 곧 상정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접수된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수정아파트는 지하 6층~지상 49층 규모로 아파트 681가구(소형주택 184가구 포함)와 업무시설(오피스텔) 301실, 판매시설·부대복리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수정아파트 또한 한국자산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한 상태다. 수정아파트는 총회에서 토지등소유자 총 369명 중 261명(서면 결의서 81명 포함)으로부터 찬성 242표를 얻어 한국자산신탁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뽑았다.
단독 입찰한 한국자산신탁은 한강으로 열린 통경축 등 차별화 계획을 통해 수정아파트를 한강 조망이 가능한 여의도의 고급 주거단지로 재건축할 방침이다.
한편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하는 여의도 일대 다른 단지들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교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 주관으로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협상 대상 신탁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7개 신탁사가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광장아파트도 총회를 거쳐 예비신탁사를 선정한다.
▶76층 주상복합 추진하는 서울아파트
여의도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이 ‘신탁 방식 재건축’을 사업 방식으로 선택한 가운데 새로운 방법을 개척하려는 단지도 있다.
총 192가구인 서울아파트는 76층 높이의 300가구 미만 규모의 주상복합 건설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아파트가 선택한 방법은 ‘건축법’에 의한 재건축이다.
‘건축법’에 의한 재건축은 소유주와 시행사가 공동사업단을 꾸려 건축허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과는 다르게 조합 설립 등 절차가 필요 없다. 또 용적률을 최대 7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시간은 단축하되 용적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아파트는 이 같은 이유로 지난 2015년 말 ‘건축법’에 의한 재건축을 결정했다.
다만 최근 상황이 급변해 서울아파트의 ‘건축법’ 재건축 실험은 기로에 놓였다. 우선협상대상자 중 한 곳인 GS건설이 “건축법 방식으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입찰 포기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보편적 재건축 방식인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에 의한 정비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축법’ 재건축은 300가구 이하만 건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무후무한 사업 방식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건축법에 의한 사업은 주민들의 100% 동의가 필요한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00% 동의율’이라는 벽에 부담을 느낀 GS건설이 서울아파트 ‘건축법’ 도전에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7월 동의율 기준을 건축물·대지 ‘공유자’의 80%로 완화한 바 있지만, GS건설 관계자는 “국토부로부터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재건축 사업에서 100% 동의를 확보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편이다. ‘도정법’ 재건축에서는 추진위원회와 조합 설립을 위해 각각 50%와 75% 소유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많은 재건축 단지들은 추진위 설립을 위한 50% 동의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이 변수
지역의 가치에 비해 여의도의 집값은 비교적 ‘겸손한’ 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60.96㎡의 시세는 지난해 10월까지 반짝 반등한 이후 최고 시세 7억원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79.24㎡ 이상 전용면적 아파트는 1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재건축시장 관망세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여의도 전체를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여의도 일대 재건축 물량 3.3㎡당 가격은 지난해 10월 둘째 주부터 3월 첫 주까지 2871만원에 머물러 있다. 거래되는 물량도 적은 편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재건축 단지들은 투자 수요에 의해 상승세를 타는 경우가 많은데, 여의도는 강남권에 비해 실수요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학군 또한 여의도 집값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여의도 재건축 예상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학군이 강남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집값이 안 오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신탁 방식 재건축’이 탄력을 받더라도 역사상 처음 등장한 사업 사례라 시장의 인정을 받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부동산 신탁사들의 활동에 대한 국토교통부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고 전해져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우려도 솔솔 나오는 분위기다.
최근 법 개정 이후 신탁사도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에 포함됐는데, 여전히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홍보를 하는 업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여의도는 이미 수차례 사업 실패와 재추진을 거듭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다 결실을 맺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요소가 항상 존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건축 사업의 불확실성 같은 안개만 걷히면 여의도 일대는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고 평가했다. 양지영 리서치실장은 “여의도는 초고층이 가능한 한강 변이라는 희소 가치가 있다”며 “여기에 교통 인프라와 쾌적함까지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서서히 봄날을 맞이하고 있어 여의도 재건축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최근 개포동 등 재건축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일부 강남 지역에서 회복세가 감지되면서 “바닥은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여의도와 시흥, 안산을 잇는 신안산선 복선철도가 들어서면 여의도는 ‘서남권 교통허브’로 자리 잡게 된다. 신안산선을 이용하면 여의도에서 안산까지 20분대에 이동 가능하다. 아울러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안산선 2단계 사업인 여의도~서울역 구간은 2018년에 타당성 검토에 들어간다.
여의도 재건축 시장의 ‘최종 변수’는 초과이익환수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의 10~50%를 부담금으로 걷는 제도다. 정부와 국회는 부동산 시장 악화를 고려해 지난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 시행을 유예한 바 있다. 두 번째 유예 기간은 올해 12월 31일 끝난다.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 재건축과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이 올봄 이후 회복세에 접어들더라도 연말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종료가 가시화하면 업계 전체를 끌어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