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내년 부활하나 가구당 최대 9억원 ‘세금폭탄’ 맞을수도
-
김기정 기자
-
입력 : 2017.03.20 09:40:58
수정 : 2017.03.20 15:51:18
강남 재건축 시장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최대 관심사다. 내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 일부 단지는 조합원 1인당 무려 10억원에 가까운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시세차익과 관계없이 준공 당시 조합에 등재된 조합원이 환수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적용 단지의 경우 환수금을 피하기 위한 ‘폭탄 돌리기’식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적용 여부에 따라 재건축 단지의 시세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 시장에 ‘초과이익환수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며 사업 추진 일정에 따라 아파트값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인해 인근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이 크게 발생할 경우 국가가 이를 환수하는 제도다. 집값이 급등했던 2006년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이후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자 정부와 국회는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 적용을 유예했으나 올해 말로 종료된다. 내년부터는 재건축 단지에 조합원 1인당 평균이익이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초과이익금의 10~50%까지 부과금 형식으로 징수된다.
▶서울 303곳 재건축 단지 중 최대 98개 대상
적용 피하려면 연내 관리처분계획 신청해야
재건축을 추진 중인 조합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하려면 올해 말까지는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에서 재건축단지로 분류된 아파트 303곳 중 약 98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첫 관문인 정비구역 지정부터 추진위원회 승인,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준공 및 입주, 청산 및 조합해산 등 절차를 거친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단계 중에서 현재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거나, 적어도 2~3월에 사업시행 인가를 받을 아파트 조합만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유는 사업시행인가 후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하려면 약 1년은 소요되기 때문이다. 개포주공 1단지와 4단지 아파트, 둔촌 주공 아파트, 청담 삼익아파트, 반포 우성아파트 등 29곳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지난해 11·3 대책 이후 한풀 꺾였던 강남 재건축 시장은 이들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상승 반전을 시도하는 분위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전용 36㎡는 거래가격이 9억2000만∼9억3000만원, 호가는 9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이 주택형의 지난해 11·3대책 이전 평균 거래가는 9억원, 최고 시세가 9억5000만원이었지만 11·3대책 이후 8억8000만원까지 떨어졌었다. 개포 주공1단지 42㎡도 작년 말 저점 대비 7000만∼8000만원 상승한 10억4000만원까지 회복됐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도 전용 104㎡의 호가가 9억6000만원까지 올랐다. 11·3 대책 이후 9억2000만원까지 밀렸지만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반포주공 1단지, 잠실주공 5단지, 잠실 진주, 잠실 미성·크로바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다. 이들 중 앞으로 1~2개월 내에 사업승인을 받는다면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잠실주공 5단지는 초과이익환수를 피하기 위해 35층 층고제한을 수용할 움직임이다.
잠실주공 5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받지 않아야 조합원들이 유리한 만큼 조합이 층수 문제는 양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은 완공시점의 아파트 가격에서 추진위원회 승인 때 아파트 가격, 건축비, 주변시세 상승분(정상주택가격상승분) 등을 뺀 차액에 부과된다. 환수금 부과개시시점은 추진위원회 승인일, 종료시점은 준공일이며 부과기간이 10년을 넘을 경우 준공일로부터 10년을 역산하여 부과개시 시점을 산정한다.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대치쌍용2차, 잠실주공 5단지 등 현재 조합설립인가 상태에 있는 단지들은 사업시행인가 등 각종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22년 전후로 준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바닥이었던 2012년이 초과이익환수금 부과개시시점으로 적용돼 이익금이 상대적으로 높게 산출된다.
▶반포주공 1단지 조합원
1인당 환수금 9억3천만원 달해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의 경우 조합원 1인당 부담해야 할 환수금은 평균 9억3993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대치쌍용2차와 잠실주공5단지 조합원도 각각 3억1624만원, 2억8694만원의 환수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반포주공 1단지의 경우 2012년 조합원 1인당 주택가격은 13억8870만원(공시가격 기준)이었고, 2022년 준공 후 조합원 1인이 가지게 되는 보유가치의 총액은 약 44억4469만원으로 추산된다.
반포주공 1단지 조합원의 보유가치 상승폭이 다른 단지들보다 월등히 큰 것은 재건축 사업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단지는 6층 이하 저층 아파트로 기존 2090가구가 재건축 사업 후에는 최고 35층, 5518가구로 늘어나 조합원들이 얻는 이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건축비와 정상가격 상승분을 제외한 조합원 1인당 초과이익은 19억4986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면 초과이익의 거의 절반 수준인 9억3993만원을 부과금으로 내야 한다.
시뮬레이션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초과이익환수금을 지금 현재의 자료로 추정한 것으로 실제 부과금과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초과이익환수제가 내년에 부활할 경우 적용대상 아파트 보유자들의 부담을 가늠해볼 수 있다.
더구나 지난 10년 새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기존 아파트 가격보다 훨씬 많이 오르는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 재건축의 초과이익은 더 늘어난다. 환수금 계산에는 주변시세 상승분을 빼도록 돼 있다.
강남 부동산 상승세가 전체 부동산 경기를 견인하던 과거와 달리 2013년부터 시작된 최근 상승장에서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다른 아파트들이 쫓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용적률 상향을 통해 사업성을 높여주는 현 재건축 구조에서 부유층 사이에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강남 재건축으로만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세금공제, 건축비 늘어 부담 크지 않을 것
시뮬레이션에선 조합이 서울시에 제출한 자료와 주변 재건축 사례 등을 참고하여 개발 비용을 추정했다. 조합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을 낮추는 방안의 하나로 개발 비용을 높일 수 있다.
반포주공 1단지의 경우 시뮬레이션에 적용한 1조5000억원 대신 2조원으로 개발 비용을 높일 경우 조합원 1인당 초과이익은 17억1000만원으로 낮아지고 부담해야 할 세금도 8억2032만원으로 줄게 된다.
반포주공 1단지 조합관계자는 “조합원 1인당 부담금 9억원은 다소 높게 추산된 것 같다”면서 “법인세 등 세금이 공제되고 건설비용이 늘어나면 조합의 부담금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치 은마, 신반포 2차, 신반포 4차, 서초 진흥 등은 추진위 단계이거나, 압구정 지구처럼 정비계획이 막 수립된 단계여서 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은 관망세로 접어들었다.
반면 신반포한신 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같은 기준으로 초과이익환수금을 계산해 보면 조합원 1인당 2억8559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또 다른 시뮬레이션 연구에서는 가락시영을 재건축한 송파 헬리오시티의 환수금을 3억7500만원으로 산출했다. 이들 두 단지는 초과이익환수제 유예를 적용받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사업 속도가 빨라 초과이익환수 배제가 확실한 아파트는 가격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사업 초기 단지들은 약세를 보이면서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천 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금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충격이 크지만 국회나 국토교통부의 입장은 아직까지도 어정쩡하다. 올해 말 유예 종료에 대한 찬반 양론이 갈리기 때문이다.
▶초과이익 환수제 실효성 놓고 논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은 재건축 개발이익은 조합이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른 손실을 감수하고 추진하는 민간주도 사업으로 공공성에 대해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미 임대주택 의무건립, 학교·도로·공원 등에 대한 기부채납, 양도소득세 등의 방법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있음에도 다시 ‘초과이익’이라는 부담금을 중복해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초과이익환수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처음 제도를 시행한 10년 전과 지금은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꼽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6년 연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24.8%에 달했다. 서울은 무려 31.11%였고, 강남4구 재건축 대상 단지들의 매매가격은 연간 상승률 38.49%를 기록하며 폭주했다. 하지만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은 안정세에 접어들어 하락과 상승을 반복했고, 2013년 이후 전국과 서울 집값 변동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값도 2009년 이후 4년 동안 한 자릿수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두 자릿수(15.9%)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그 또한 연말 11·3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라는 연타 규제로 인해 최근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초과이익환수제는 부동산 과열이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도입된 정책”이라며 “지금은 정부 규제 강화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니 제도 존폐 여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의 실효성과 위헌 소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2014년 작성한 초과이익환수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 제정 후 재건축부담금이 부과된 단지는 4곳에 불과하다.
허태수 당시 국토위 수석전문위원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부터 준공까지 장기간이 소요돼 부과시점이 도래하지 않았거나 초과이익이 부담금 기준(3000만원 이상)을 초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주택을 매매하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초과이익 환수를 별도로 실시하는 것이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또 재건축개발이익의 정확한 산출이 어렵다는 점도 폐지론자들이 내세우는 근거다. 하지만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나 유예 연장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도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받을 정도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지역은 강남4구 정도라고 내다보고 있다. 옛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06년 작성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시행방안’에서는 “서울 강남구 등 아파트 가격 상승이 현저한 지역 외에는 사실상 재건축 부담금이 발생하지 않거나 큰 규모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
강남 지역 특정 부유층을 위해 법 개정을 통해 초과이익환수제 유예를 연장하는 게 국민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초과이익환수제를 통해 부담금이 주거 여건이 열악한 타 지역으로 흘러간다면 주거형평성 제고라는 대의명분을 달성할 수 있기도 하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회는 아직 제도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도 제대로 못한 상태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정국이 워낙 어수선하기도 했지만 검토를 거론하는 순간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과거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나 유예를 강력히 반대했던 야권도 최근 들어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국토위 간사는 “아직 당 차원의 검토는 해보지 못했다”면서도 “제도 유예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영일 국민의당 간사도 “신중하게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실효성과 효과가 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우현 새누리당 간사는 “제도의 유예 기간을 2년 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새누리당은 실효성과 위헌 논란을 근거로 제도 폐지를 주장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3년 유예’에 만족해야 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말 예정대로 초과이익환수제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의견이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2014년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 포함시킬 정도로 의지가 강했던 점을 고려할 때 정치권에서 유예나 폐지 관련 논의가 시작되면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대선전이 본격화하면 부동산정책도 포퓰리즘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며 “초과이익환수제를 다시 유예할지 여부는 지금부터 차분한 분석과 검토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도차익 관계없이
준공 당시 조합원에 부담금
한편 투자자들은 환수금이 ‘조합’에 부과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현재 법적으로는 완공 후 4개월 내에 환수금을 조합에 부과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준공시점에 해당 아파트를 보유해 조합원으로 등재돼 있다면, 해당 조합원은 시세차익 여부와 관계없이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반면 아무리 많은 이익을 봤더라도 준공 이전에 매도했다면 환수금 부담에서는 벗어난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완공 전 양도차익을 얻고 입주권을 판 사람이 부담해야 할 초과이익환수금이 입주권을 중도에 구입해 완공시점까지 보유하고 있는 조합원에게 전가되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자칫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키우는 대표사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지금 추진 중인 재건축 아파트가 완공되려면 앞으로 10년은 걸리는데 그 안에 법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면서도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초과이익환수제와 관련한 명확한 신호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기정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8호 (2017년 03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