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 ‘친박근혜계’ 핵심 실세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공식 취임했다.
최 부총리 취임 전부터 시장은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실세 부총리 취임으로 지지부진했던 각종 규제완화와 경기부양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2월 다주택자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방안(2·26대책) 발표로 급격히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도 최 부총리 취임에 거는 기대가 컸다.
특히 최 부총리가 국회에서 열리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도입한 지 10여 년이 지나면서 그동안 다양한 개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여건 변화를 감안해 LTV·DTI 규제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한동안 약세를 보이던 매매심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 부총리 취임 후 잇단 부동산 대책에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7·24대책, 9·1대책에 부동산시장은
최 부총리는 취임이후 7·24대책, 9·1대책 등 두 차례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춰진 두 차례 대책이 나오자 매매시장과 분양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최 부총리는 가계부채 문제로 발목이 잡혀 그동안 요지부동이던 LTV·DTI 등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수도권과 지방, 금융권역별로 50~85%로 제각각이던 LTV는 전국·전 금융권 70%로 통일됐다. 서울 등 수도권에만 50~65% 적용하던 DTI도 수도권·전 금융권 60%로 단일화했다. 주택을 구매할 의사만 있다면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이 아닌 은행 저금리 대출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재건축 규제도 크게 완화했다. 7·24대책에서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 구조안전 문제가 크지 않더라도 주거환경이 열악하거나 노후도가 심한 경우에는 재건축이 가능한 등급을 부여키로 했다. 9·1대책에서는 서울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40년으로 정하고 있는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해 일원화하기로 했다.
아파트 청약제도도 대폭 개편했다.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 청약종합저축 등으로 복잡하게 나눠져 있던 청약통장은 ‘주택종합청약저축’으로 일원화하기로 했고 청약 납부금에 대한 무주택 세대주의 소득공제 한도도 12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무주택자에 유리한 청약가점제는 일부 축소해 실제 주택시장의 주 수요층인 1주택이상 유주택자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기로 했다. 수도권 청약통장 1순위 요건도 내년부터는 ‘2년 이상 가입, 24회 이상 납부’에서 ‘1년 이상 가입, 12회 이상 납부’로 완화된다.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고 오는 2017년까지 향후 3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키로 하는 등 공급물량도 조절하기로 했다.
청약 폭발, 거래 활발, 집값 상승 반전
두 차례 대책은 얼어붙었던 주택시장 불씨를 살리는 데 주효했다.
LTV·DTI 완화 효과 즉각 나타났다. LTV·DTI 완화되기 시작한 지난 8월 한 달간 전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7월 말보다 4조7000억원 증가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평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조5000억원인 것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분당, 위례, 동탄과 같은 신도시 공급이 당분간 중단되고 수도권 청약통장 1순위 요건이 완화된다는 소식에 일부 청약단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실제로 9~10월 두 달간 대규모 택지지구로 볼 수 있는 세종시와 위례신도시, 전통적 인기 지역인 서울 강남 등에서 청약경쟁률은 무섭게 치솟았다.
10월 초 위례신도시에 분양한 ‘위례자이’는 평균 138대 1, 최고 738대 1의 경이적인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위례자이의 분양권은 최소 5000만원에서 최고 2억~3억원에 거래되는 등 위례신도시에 대한 관심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기존 주택 매매시장도 호조세를 이어갔다.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822건으로 2009년(9153건)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3월 9481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2·26대책 여파로 6월까지 줄어들다가 최 부총리가 취임한 7월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거래가 살아나면서 매매가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26대책 여파로 서울 주택가격은 4월 전달 대비 0.01% 하락했다. 이후 7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다가 8월 전달 대비 0.05% 상승 반전했다. 9월에는 0.25%로 상승폭을 키웠다.
전반적으로 매매시장 여건이 개선되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미분양 주택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5만1000여 가구까지 늘었던 전국 미분양주택은 8월 4만4000여 가구로 크게 감소했다.
불안한 전세…재건축 이주 몰린 내년 전세난 우려
청약경쟁률이 치솟고 매매도 살아나는 등 최경환호 출범 이후 나온 두 차례 부동산 대책으로 매매시장은 활력을 되찾은 모습이다. 하지만 매매가 살아나면 전세난이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정부 믿음은 틀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전세가율)이 60%가 넘으면 전세 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기 때문에 여기 맞춰 매매지원 정책을 펼치면 매매도 살아나고 전세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말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66.3%로 2001년 12월(66.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9.2%로 7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 이상으로 전세금이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10월 6일 기준으로 2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파트 매매가는 15주 연속 올랐다. 문제는 올해보다 내년 이후 전세난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대거 발생하기 때문이다.
진희선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강남구 개포지구, 강동구 고덕지구, 서초구 신반포지구 등 강남4구에서 내년까지 2만4000가구가 이주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는 (수급) 문제가 없지만 예정대로 재건축사업이 추진될 경우 내년에는 공급량(9241가구)보다 이주·멸실량(2만5389가구)이 많아 전·월세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이주시기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주시기 강제조정까지 고려하고 있다. 진 실장은 “개포시영이나 개포1·2단지 등은 지금 심의 대상이 아니지만 조례가 개정되면 심의 대상에 포함된다”며 “(이주시기 조정은) 최대한 자율에 맡기고 불기피할 경우 시가 강제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11~12월 전국 3만3000가구 입주 3만8000가구 분양
자연스레 관심은 연말까지 남은 분양·입주단지에 모아진다. 1순위 통장 가입자라면 내년부터 1순위 자격 요건이 완화되면서 청약 당첨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올해 수도권에 남은 유망 단지에 청약기회를 노려보는 게 유리하다.
전셋집을 알아봐야 한다면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신규 입주단지를 눈여겨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11~12월 두 달간 전국에서 모두 3만8000여 가구를 분양한다. 수도권에서는 2만2000여 가구, 지방에서는 1만6000여 가구 등이다.
서울에서는 마곡지구 첫 민간분양 아파트인 ‘힐스테이트 마스터’(1194가구 일반분양)와 시청·광화문에 인접한 재개발 단지인 ‘경희궁 자이’(1244가구 일반분양) 등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경기도에서는 단연 위례신도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11월 ‘위례 아트리버 푸르지오’와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를 동시에 공급한다. C-2·3블록 아트리버 푸르지오는 지상15층 8개 동 214가구 규모로 전용면적 97·104·134㎡로 구성된다. 우남역 푸르지오는 22층 5개 동 630가구로 모두 전용 84㎡로만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11~12월 두 달간 입주물량은 세종시와 부산에 집중돼 있다. 서울에서는 서초구 서초동 ‘서초롯데캐슬프레지던트’(11월)와 중구 흥인동 ‘청계산두산위브더제니스’(12월) 등이 입주할 예정인데 각각 280가구, 295가구 등으로 단지 규모가 작아 전세난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에서는 ‘하남미사보금자리A28블록’ 1541가구가 12월에 입주를 앞두고 있어 서울 강남·강동권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눈여겨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