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속돼 온 증시의 박스권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주가는 기업이익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익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기 때문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상장사들의 이익은 2010년부터 4년간 80조원대에 머물렀고, 올해 이익 규모도 85조원 수준”이라며 “지수 3000포인트에 안착하려면 이익이 120조원은 돼야 하는데 예상보다 기업 이익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피는 최근 3년 만에 고점을 경신하긴 했지만 긴 호흡에서 보면 2007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 박스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전반이 부진하지만 그래도 성장동력이 부각되는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외 현지 성장에 집중하거나(아웃바운드 진출) 국내로 오는 외국인 수요를 잡는 기업(인바운드 수요 창출), 그리고 신성장 산업으로 크는 기업을 찾는 ‘족집게 투자’에 나서라는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영원무역 등이 아웃바운드 진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삼성전자, 현대차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제3의 브랜드’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으면서 중국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인바운드 수요 창출과 관련해서는 중국 관광객 성장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출국자 9800만명 가운데 4.4%인 433만명이 한국을 찾았지만 올해는 626만명(5.4%)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2020년에는 1600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수혜주로는 면세점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호텔신라,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GKL, 파라다이스 등이 꼽힌다.
시가총액 비중과 순이익 비중을 비교해보는 것도 박스권에서 알짜 종목을 가려낼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소비재 업종과 자동차, 반도체 업종은 순이익 비중 수치에 비해 시가총액 비중 수치가 낮은 편이라 투자에 유망하다. 반면, 에너지·소재·산업재 상장사들이 지난해 전체 상장사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였지만 시가총액 비중은 27%나 됐다. 올해 이 분야 순이익 비중이 16%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최근처럼 오르는 종목이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선 PER(주가수익비율)이 높은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고가 종목이라 하더라도 실적이 계속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주장이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아모레퍼시픽처럼 브랜드 파워가 있는 데다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공략하는 소비재 기업 매출은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신고가를 거듭 경신하고 있다고 해서 현재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준재 센터장도 “인구 구조, 기술과 소비 트렌드 변화, 신흥국 시장 성장, 해외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 환경 변화 등으로 미래에 높은 성장이 기대될 경우 높은 PER이 정당화된다”며 헬스케어, 바이오, 모바일 서비스, 소프트웨어, 미디어콘텐츠, 레저 업종 등을 예로 들었다. 반면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는 종목은 주가가 저렴하더라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저가 종목회피, 저 PBR주 관심“주식형 펀드 유출이 발생하면 펀드매니저들은 수익이 나쁜 종목은 포트폴리오에서 철저히 비우고 잘되는 종목에 한정된 자금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형 펀드 유출이 발생하면 펀드매니저들은 수익이 나쁜 종목은 포트폴리오에서 철저히 비우고 잘되는 종목에 한정된 자금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2100~2150으로 코스피가 올라야 주식형 펀드 환매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신저가 종목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추세적으로 크게 빠지는 종목은 상승 기미가 확인될 때까지는 매수하지 말라는 얘기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으면서 반등의 기미가 보이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PBR는 시장에서 회사의 현재 시가총액이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순자산가치의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 판단하는 척도다.
금융·내수 유망, IT·자동차도 관심“성장률 하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종목을 바라보는 잣대도 PBR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률 하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종목을 바라보는 잣대도 PBR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의뢰해 PBR이 해당 업종 평균보다 낮으면서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전분기 대비 개선될 종목을 집계한 결과 상장사 30여 곳이 업종에 비해 저평가를 받으면서 실적 전망도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필수소비재 관련 종목이 가장 많았다. PBR이 각각 1.09배로 업종 평균(2.12배)의 절반 수준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제과를 비롯해 매일유업(1.29), CJ(1.58), CJ제일제당(1.83)이 PBR 전망치가 낮게 형성되면서 3분기 실적 전망치도 전년 동기·전분기 대비 밝았다. 건설업계에서는 GS건설(PBR 0.76배)과 한진중공업(0.35)의 PBR이 업종 평균(1.08)에 비해 낮고 3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도 높아 하반기 반등할 여지가 많았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0.57) 기업은행(0.77)이 업종 평균(0.86)에 비해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과 LG, 한섬 등도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자본 대비 평가가 낮고 실적 전망도 밝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증시 특성상 정책 수혜주는 여전히 관심을 가져야 할 종목이다.
윤지호 센터장은 단기 모멘텀인 정부 정책 변화, 금리 하락 마무리, 장단기 금리차 확대 등을 이유로 들어 금융과 내수 분야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달러 강세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등 대형 수출주 투자도 괜찮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한국 기업의 신용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신용위험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11년 10월 이후 완만한 기울기로 하락하고 있다.
건설·은행·증권 관심“하반기에는 한국기업의 재무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는 한국기업의 재무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무 위험이 완화되는 과정에선 건설, 은행, 증권 업종의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이들 ‘트로이카’ 업종은 내수 경기 진작에 주력하는 ‘초이노믹스’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점에서도 유망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