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가점제상 다주택자 감점항목 삭제 등 이미 발표된 청약제도 개선 부분에 수도권 내 1순위 청약 자격요건 완화 등이 함께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수도권 민간택지 분양아파트에 적용되는 1년간 전매제한 기간도 단축하는 방향으로 검토된다.
재건축 부문에선 안전진단 기준 완화와 함께 용적률 상향 시 임대주택 의무건립 제도 개선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정된 지역은 하나도 없이 주택구매자들에게 심리적 부담만 주는 투기과열지구·주택거래신고제 등의 규제도 완화·폐지될 전망이다.
주택시장 지표 일제히 상승…중대형 부활
시장 반응도 빠른 편이다. 지난 8월 첫 주(1~7일) 서울의 하루 평균 아파트 거래량은 156건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 3구의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도 94.8%로 전달(87.8%)보다 7%포인트 상승했다.
꿈쩍도 않던 서울의 재건축 가격도 몇 주 사이 수천만 원씩 호가를 올리고 있다. 주택시장의 지표로 꼽히는 거래량, 경매, 재건축 가격 모두 빠른 회복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경매시장 낙찰률도 일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변화를 이끄는 가장 긍정적 시그널은 주택시장에서 ‘찬밥’ 취급받던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용 85㎡(약 32평) 이하 중소형 주택의 경우, 지역에 따라 상황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꾸준히 팔렸다. 실수요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수요만을 바탕으로 한 중소형 주택의 매매세 회복만으로 주택시장이 살아난다고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체적인 주택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중대형으로 ‘교체수요’가 살아나야 하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 센터장은 “30대엔 30평대, 40대엔 40평대, 50대엔 50평대라는 말이 과거 버블기에는 유행했지만 지금은 50대조차 20~30평대로 몰리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 어느 정도 투자수요가 따라가야 하는데 이런 지표의 상승 기준이 중대형 아파트의 부활 여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나라부동산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형 거래량은 2012년(7만5533가구)보다 15.6% 증가한 8만7292건을 기록했다. 또 올해 상반기(1~6월) 중대형거래량(5만2691가구)도 지난해 상반기(4만5228가구)보다 16.5% 늘었다.
이는 중소형아파트의 가격이 중대형에 비해 크게 오르면서 중대형과 중소형의 가격차이가 줄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현재 주택시장 발목을 잡고 있는 미분양 적체 현상 속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중대형은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중소형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중대형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9월(2만7935가구)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6월 기준 1만9846가구가 남아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2만4102가구보다 17.7% 감소한 수치다. 중소형은 올해 5월과 6월 두 달 연속으로 증가했다. 5월에는 전달 대비 잔여가구가 13.7%, 6월에는 4.3% 늘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과장은 “최근 중소형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신규공급이 중소형에 집중되는 반면 중대형은 줄어들어 희소성이 강해지고 있다”며 “특히 건설사들이 중대형아파트 미분양 물량의 빠른 소진을 위해 분양가 할인이나 금융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중대형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고 있어 앞으로도 중대형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내집마련 할 때 공급과잉 지역 피해야
전체적으로는 내집마련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 저금리와 주택시장 지표의 변화,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 부양책이 맞물려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휴가철이 끝나는 9월부터 가격과 거래량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서 집이 필요한 사람들은 내집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는 얘기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금의 주택 시장은 옛날처럼 바닥에서 사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리스크 투자 공식이 깨진 지 오래”라며 “설사 지금이 ‘바닥’이 아니라 ‘무릎’이라 할지라도 금리나 세금 측면에서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면서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때임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있다.국내 주택경기 사이클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인 ‘공급량’이 폭탄처럼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과잉공급으로 인한 수도권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연간 40만 가구에 달하는 주택공급량을 30만 가구 수준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요원하다.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총 21만9963가구. 이는 전년 동기 실적을 22% 초과한 수치다. 특히 새 경제팀 출발을 전후해 LTV·DTI 완화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아파트 공급은 작년 동기 대비 49.7% 증가했다.
규제완화를 전후해 수도권 주택 거래량이 회복되면서 전반기에 세월호 참사 등으로 인허가·분양을 미뤘던 건설사들이 하반기 분양에 대거 나선 것이다.
상반기 동안 한 달 평균 4만 가구 안팎의 공급량을 나타낸 것을 보면 국토부가 목표로 하는 37만 가구 이내 신규 공급은 사실상 이미 물 건너갔다. 상반기와 똑같은 공급 속도만 보여도 총 48만 가구에 이르는데 하반기엔 경기회복 바람을 타고 50만 가구를 ‘훌쩍’ 넘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주택경기 회복 속도보다 공급이 더 빨리 반응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민간 건설사들은 전반기 세월호 참사로 분양이 대거 지연된 반면 금융 이자 등 비용은 늘고 있어 무작정 분양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부채감축 압박을 받고 있는 LH가 아파트 용지를 속속 민간에 팔면서 공급과잉 우려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LH 상반기 토지판매 실적은 8조6411억원(689만300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7% 증가했다. 아파트 용지는 작년보다 2배 많이 팔렸고 이 중 6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렸다. 토지 매입 6개월 후 분양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수도권 물량 폭탄은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서울 도심·위례·동탄2 등을 제외하고는 나오는 아파트가 상당 부분 다시 미분양으로 적체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집값이 더 떨어질 시기는 지났다고 보지만 공급이 쏠리는 지역들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이 부분을 눈여겨보면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입주시기에 가까운 때에 주택을 분양하는 ‘후분양제’ 공급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주택공급 시기를 건설사들에게 강제로 늦추게 하기 힘든 만큼 후분양제를 하는 건설사에게 토지공급 등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