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에요. 그런 면에서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방안은 기존 초고층 계획보다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질질 끌던 가이드라인이 확정됐다는 측면에서 호재로 볼 수 있습니다.” - 한 재건축 아파트 전문가
서울시의 한강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일대 재건축단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층수 규제와 용적률, 건폐율 등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단지별로 사업 진퇴가 결정되고, 사업성이 좋은 곳은 빠르게 진척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새 정부의 4·1부동산 대책으로 한강변에서도 취득세·양도소득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재건축단지는 발 빠른 투자자들로부터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로 양도세 혜택 감면기준이 확정돼 포함·미포함 여부에 따라 물건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 한강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영등포 여의도와 송파구 잠실은 수혜지역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초고층에 가까운 최고 50층을 허가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에 용산구 이촌동과 서초구 반포동 일대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저층 관리지역 편입이 확정되면서 최고 35층은 가능하지만 가장자리는 15층에 묶이면서 다소 사업성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압구정의 경우 35층으로 한강르네상스 시절 50층 재건축 기대는 물거품이 된 상황이다.
먼저 송파구 잠실5단지는 이번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수혜단지로 볼 수 있다. 60층대 초고층으로 재건축은 불가능해졌지만 역세권과 단지 중심은 50층까지 허용되면서 높은 사업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잠실5단지는 5000가구 이상의 미니신도시급 재건축단지로 분담금 규모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 아파트는 현재 9억 5000만원에서 10억원을 초과하고 있으나 전용면적이 76~82㎡로 이번 부동산 대책의 최대 수혜지로 부각되고 있다.
다만 잠실5단지는 현재 재건축추진위원회 단계로 실제 이주 및 착공까지는 3~4년 이상의 시일이 걸릴 전망으로, 추진위가 위원장 직무정지 등으로 내분을 겪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가구 수만 3930가구에 이르는 초 대단지로 일부 분쟁은 사업에 필수불가결한 요소 정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잠실과 더불어 수혜지구로 거론되는 영등포 여의도 일대는 최고 50층보다 높게 탄력적인 층수적용이 기대되지만 강남권 재건축 물량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검토가 필요하다.
한강변 조망과 대단지로 한때 최고의 재건축 기대주로 주목받은 시범아파트(1584가구)의 경우 10년 동안 추진위 단계에 머물면서 사업이 늦어지고 있는 단점이 있다. 인근 수정·목화·미성·광장 아파트 등은 300~744가구 중규모 단지로 일대 정체된 사업의 분위기를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의도동 A 부동산 관계자는 “입지는 정말 좋은 곳이지만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 재건축 추진이 꺾인 상태”라며 “서울시의 방침이 여의도가 유리하게 결론이 난 만큼 다소간 추이는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일괄적으로 35층 기준이 적용된 강남구 압구정 일대는 크게 4개 단지로 묶인 구역들이 각 아파트 단지별로 분리개발을 할 수 있는 호재가 생겼지만 실제 재건축은 어려운 분위기다. 오랫동안 재건축이 지체돼 온 탓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청담동 삼익아파트(888가구)와 압구정동 한양7차아파트(240가구)는 조합설립인가가 났고 시공사도 각각 롯데건설과 삼성물산으로 결정된 만큼 투자를 검토해볼 만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압구정 일대는 주민들 대부분이 35층 이하 재건축을 원했다”며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된 만큼 향후 사업 추진에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번 한강변 가이드 라인의 피해자로 거론되는 용산구 이촌동과 서초구 반포동 일대는 셈이 엇갈리고 있다. 가장자리는 15층, 중심은 35층으로 재건축이 결정된 지역에 사업성이 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 재건축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용적률을 300% 맞춰주기로 한 만큼 가구수 면에서는 사업성이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인근지역에 먼저 재건축된 고층아파트와 대비해서 좋은 가격이 나올지는 미지수다”고 설명했다.
먼저 이촌동의 경우 사실상 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왕궁아파트(250가구) 1개 단지 정도로 건축심의 과정에 있다. 왕궁아파트 조합관계자는 “47층으로 계획했던 설계가 35층 안팎으로 재설계돼야 하는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조합원들의 재건축 의지가 강해 사업 추진은 계속 될 것”이라 전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는 선례가 되는 신반포 1차(790가구)가 최고 38층으로 곧 착공을 앞두고 있어 재건축 훈풍이 불고 있다. 인근 주공1단지(1·2·4주구·2100가구) 조합 설립인가가 코앞에 있다.
또 추진위에서 조합 설립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경남아파트(1056가구)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울러 한신3차(1140가구), 한신15차(180가구)도 각각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시공에 참여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이끌어 내고 있다. 다만 반포동 일대는 재건축투자에 10억원 이상 높은 투자금이 필요한 만큼 각 단지별로 매입 전 세밀한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