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1일 11시 11분. 유난히 1이 많이 보이는 이 시간을 KB금융그룹은 내부적으로 의미 있는 시점으로 삼았다. 이 시간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뜻으로 설립된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대형 PB센터 1호점인 강남스타PB센터가 문을 열었다.
최소예탁금 30억원 이상의 슈퍼리치들이 주 고객인 강남스타PB센터는 1년4개월 남짓 된 시점인 지난 3월 기준 700여명의 고객들의 1조원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다수의 고액자산가들이 모여 있는 만큼 최근 투자성향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터, 센터를 찾아 최근의 투자시장에 대해 들어봤다.
투자혼란기 ‘멘붕’ 온 슈퍼리치들
“예전에는 고객들이 이 상품에 투자하고 싶다고 먼저 말씀을 꺼내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그러한 사례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요새는 딱히 눈에 띄는 상품이 보이지 않아 어려운 투자환경을 맞이했다고 본다.”
김일수 KB 강남스타PB센터 PB팀장은 최근 투자환경을 ‘혼란기’로 정의했다. 극도의 저금리 환경으로 상당부분 정기예금에 묶여 있던 슈퍼리치들이 새로운 투자대안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태석 수석센터장은 이에 대해 “즉시연금 (비과세) 한도가 2억원으로 제한되고 세제개편으로 인한 합의차명 문제, 슈퍼리치들의 최대 관심사인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는 금융상품 역시 부족해진 점 등 고민이 상당히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어려운 투자환경에 고액자산가들의 투자성향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조 센터장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초고액자산가들의 경우 투자를 재테크 관점보다는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춰 불려나가기보다는 지키는 쪽에 관심을 둔다. 그에 따라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처에는 쉽게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주식이나 위험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고객들도 상당히 늘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경기회복 조짐에 대한 단서들이 포착되고 금리에 대한 실망과 세제 이슈가 겹치며 거액자산가들이 점차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투자방향을 선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눈에 띄게 많이 옮겨 가고 있다. 패러다임 변화가 왔다고 볼 수 있다. 단적으로 이전에는 주식투자라 해도 간접투자가 대세를 이뤘는데 펀드를 통한 투자가 위기를 겪으면서 많이 줄어든 반면 랩 등을 통한 직접투자나 ELS 등의 파생상품 투자비중이 확실히 늘었다.”
어려운 환경 ‘기회로 삼아라’
“성향을 바꾸기 쉽지 않겠지만 최근 고객들에게 목표수익률을 오히려 올려서 투자에 접근하는 편이 어떻겠냐고 상담하고 있다.”
김일수 PB팀장은 최근 예금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마땅한 대안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객들에게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 센터장은 이에 대해 “금리는 더 떨어지고 있고 투자할 곳이 줄어들고 있는 상태에서 뚜렷한 대안이 없다면 정기예금+@를 노릴 수 있는 상품들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펀드는 아직까지 회복단계는 아닌 듯하나 주식시장에 일정자산을 투입하고 CP, ABCP, 채권혼합형금융상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이상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에 덧붙여 “아시아 인컴펀드, 선진국보다는 신흥국과 관련한 이머징 채권 역시 유망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 또한 작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ELS는 메리트가 많이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아직까지 (투자가)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현재 시점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은 유일한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뿐이라고 했던가.
김 팀장은 특히 현재의 금리환경은 언제든 바뀔 수 있어 환금성 자산 비중을 늘릴 것을 권했다.
“지금 시점은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간 자금을 고정화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하반기는 금리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어 특히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30년 국채 등 장기상품에 자금을 묶어둘 필요는 없을 것이라 판단된다.”
저금리 환경에 슈퍼리치들 부동산에도 기웃
“섹터별로 차이는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예전과 다르게 꿈틀거리고는 있다. 경매시장에서도 낙찰가가 올라가고 있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에 대한 상담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조 센터장은 어려운 투자환경에 고액자산가들이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았던 부동산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이에 대해 “자녀들이 혼인하는 경우 현재 전세 가격이 올라 매매가가 65% 정도 되는데 사실 35% 정도는 대출금리도 낮아져 그냥 구입하려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예금금리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부동산이 대안으로 가고 있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주된 투자 관심 부동산은 재건축아파트와 20~30평형대 중소형 아파트 등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태석 수석센터장활력 찾은 미국시장에 관심 가져 볼만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4분기 8.4%(연 환산) 상승해 시장 기대치를 넘어섰다. 올해 상승 폭은 전년대비 0.7% 상승한 8.0%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의 재고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주택 구입 수요가 시장 매물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모기지 이자율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으며, 신용 확대와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올해 미국 주택 수요는 개선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국 주택시장 상승이 미국 및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주택시장이 미국 GDP에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6.5%에 육박했으나 2009년도 이후 2%대로 하락했다. 역사적 평균치는 4.5%이지만 미국 주택가격의 상승은 건자재, 유통 등 관련 산업의 확대와 고용 재창출 효과로 인한 개인 소비지출 증가 등을 감안하면 실제 기여도는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소비지출 증가는 대미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수출 경기 회복에 기여하고, 이는 중국이 양회에서 밝힌 내수시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의 설비시설 증가 등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미국 주택시장의 확대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선순환 구조하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아보자
첫째, 미국 S&P500 인덱스형 펀드를 추천한다. 이 펀드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리더인 미국의 대표지수 S&P500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 이머징 마켓 대비 낮은 변동성으로 투자할 수 있다.
둘째, 미국시장의 상승폭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면 중국본토 ETF를 생각해 볼 수 있다. ETF는 일반 펀드보다 적은 매매수수료로 중국본토에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셋째, 중국 내수시장 회복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중소형주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 다만 중소형주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가치주 위주의 투자를 권장한다.
김일수 PB팀장 투자포트폴리오 전환 필요하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투자관망을 보이고 있다. 1년 정기예금금리는 연 3%내외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2012년 한 해 동안 왕성한 투자 관심을 보였던 ELS와 ELF의 쿠폰(Coupon)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기대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과세 즉시연금보험 상품 가입 규모도 3월 들어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주요 증시 52주 대비 20~50% 상승하는 반면 국내증시는 고작 14% 상승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투자자들의 펀드환매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채권형 펀드 눈여겨봐야
최근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주식혼합형·채권혼합형 펀드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인 유입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서 두 가지 눈여겨볼 점은 첫째, 선진국 국채보다는 이머징 국가의 국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둘째 달러표시 채권보다는 현지통화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다. 이머징 국가의 자국통화가치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적인 환차익까지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 국채수익률 컨센서스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 민감도가 낮고, 경기 개선 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채권형 펀드에 대해 현시점에서 포트폴리오 편입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중·장기투자 ‘중소형 가치주 펀드’ 유망
가치투자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수익가치(PER) 및 자산가치(PBR) 대비 저평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시장이 아닌 기업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싼 주식을 사서 기다리는 전략이다. 대체로 경기방어 종목군이나 배당주에 투자해 마켓타이밍을 지양하고, 낮은 변동성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높은 절대수익률을 기대하기보다는 정기예금 금리보다 50~100% 높은 수준의 목표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암울했던 주택거래시장 반등 조짐 나타나
2012년 한 해 동안 최악의 거래 침체기를 보였던 주택거래시장은 올해 들어 거래량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택경매시장은 4개월 연속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상승하면서 실수요자들의 투자 움직임이 시작됐고, 전세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최대치를 보이면서 그동안 꿈쩍이지 않던 매매 관심이 다소 살아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