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7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전용면적 49.5㎡ 아파트는 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올해 1월 25일 같은 아파트는 7억8500만원에 매매되면서 5500만원이나 뛰었다. 같은 기간 전용 29㎡는 5억원 선에서 5억4000만원까지, 36㎡는 6억1500만원에서 6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상승했다. 불과 한 달 사이 5% 이상의 가격상승이 일어난 셈이다.
호가 상승은 강남 개포지구뿐만 아니라 송파구 가락시영재건축 단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가락시영2차 단지는 1월 말에 들어 전용 31㎡는 4억원에서 4억1000만원으로, 전용 56㎡는 7억9500만원에서 8억원까지 상승했다.
강남 재건축발 호가 상승은 송파구를 넘어 ‘강남4구’로 불리는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일대로 번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개포지구를 비롯해 강남 일대 재건축 사업이 내년 이주와 착공을 앞두고 본격적인 탄력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강남 부동산 꿈틀
지난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쉴 새 없이 추락한 부동산 시장에 2013년 시작부터 반가운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특히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서 벗어나는 조짐은 투자 1번지인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 바 있어 업계의 기대치는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아울러 새 정부의 부동산 부양카드가 본격적인 선을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부동산 가격은 적어도 ‘무릎 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바닥론이 슬슬 고개를 드는 셈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1월 서울 재건축 시장의 매매가 변동률은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4월 0.22% 상승한 이후 처음이다. 비록 0.41% 소폭 상승이지만 괄목할 만한 점은 강남구가 한 달 만에 1.65%나 상승한 것이다.
매매가 상승은 지난해 12월 31일로 종료된 취득세 감면 이후에 붙은 매수세라는 점에서도 더욱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닥터아파트의 안소형 리서치팀장은 “재건축사업의 진척과 새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기대를 모으면서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적어도 시장에서는 강남권 재건축은 투자할 타이밍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설 연휴를 전후해 취득세 감면 연장안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 총부채상환비율(DTI)완화안 등이 실행될 경우 부동산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 내다봤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발 훈풍이 정부의 부양책과 함께 오는 3월 분양시장까지 이어질 경우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얼투데이의 양지영 팀장은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동탄2신도시 3차 분양 물량이 높은 청약률과 계약률을 기록할 경우 그동안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지난해 말 1·2차 동시분양에 이어 3차까지 성공할 경우 올해 아파트 분양시장이 안정적인 흐름으로 갈 것이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 특유의 바람이 형성된다는 의미다. 건설사들은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중소형 아파트를 늘리고 있는 만큼 올해 분양시장은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의 미분양은 소비자의 기호에 맞지 않은 대형 평형 아파트 위주로 발생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는 소형 아파트 바람이 불면서 실속형 아파트가 선호되고 있다”며 “중소형 아파트의 경쟁률이 치열해질수록 투자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요자들이 대형 아파트를 외면하면서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지만 중소형은 지속적인 인기를 끌어왔다”며 “건설사들이 수요에 맞춰 소형을 늘리고 있는 만큼 올해는 소비자들의 청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대치청실 삼성물산 래미안 주경투시도
3월부터 12만 가구 본격 쏟아져
올해는 전국적으로 12만5000여 가구가 공급된다. 전문가들은 대형 택지지구가 없는 서울은 기존 입지가 뛰어난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투자가치가 높고, 서울 외 지역은 개발호재를 감안한 택지지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역별로는 서울수도권이 6만3751가구, 5대 광역시 2만5772가구, 지방 3만5406가구 등이다. 이는 11만2285가구가 공급된 2012년에 비해 서울수도권은 6000여 가구가 줄어든 반면 지방 약 1만8000여 가구가 늘어난 수치다.
서울시내에는 총 1만1628가구 중 기존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는 7500여 가구의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주목 받는다. 재개발 일반분양 물량은 5576가구, 재건축은 1973가구로 전체 분양 물량의 65.5%를 차지한다.
부동산투자 1번지인 강남권의 알짜 재건축은 투자자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대림산업이 진행할 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한신1차 재건축 단지는 총 1487가구 중 56~113㎡ 667가구가 하반기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한강조망이 가능한 것은 물론 인근 센트럴시티와 신세계백화점 등 생활편의시설도 풍부하다. 아울러 강남구 논현동의 경복아파트 재건축 단지에서도 총 368가구 중 51~230㎡ 55가구가 분양된다.
삼성물산은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를 재건축할 예정이다. 전체 843가구로 전용면적 84~133㎡의 126가구가 9월께 일반분양될 계획으로 3호선 잠원역 역세권에 위치하고 있다. 재개발로는 강북권의 왕십리뉴타운과 마포구 아현4구역, 아현1·3구역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수도권에는 동탄2신도시가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성공적인 분양에 이어 2013년에도 2월부터 6개 단지 4859가구의 동시분양이 전개될 예정이다. 아울러 3월에는 포스코건설이 874가구, 대우건설이 1355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동탄1신도시의 이전수요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인근 공단지역 수요로 올해도 동탄2신도시는 활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편 2012년 본격적인 입주가 진행되면서 기반시설이 점차 확충되고 있는 남양주 별내지구에는 현대산업개발이 3월 1083가구(72~84㎡)를 분양할 계획이다.
행정기관 이전수요가 풍부한 세종시에는 2013년에도 3971가구가 분양되고, 5대 광역시 중에는 부산과 대구에 각각 7508가구, 7619가구가 공급되면서 시장에 가장 큰 활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부산에서는 대우건설이 해운대 우동에 260가구를 8월 분양하며, 대림산업은 북구 화명1구역을 재개발해 총 800가구를 공급하고 이 중 69~100㎡ 531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대구에는 현대산업개발이 공급하는 월배지구 2블록 2123가구가 가장 눈에 띈다. 인근에는 성서산업단지가 있으며 초중등 교육시설이 풍부한 편이다.
Key point
지난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쉴 새 없이 추락한 부동산 시장에 2013년 시작부터 반가운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