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우리의 삶이 좀 더 나아지게 될까? 국내 각 기관들이 발표한 2013년도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들은 우리의 희망 섞인 바람에 미치지는 못하는 3% 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미처 해소되지 않은 대외적 불확실성과 주요국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 수출 증가세의 소폭 확대 및 지난한 내수 개선 등이 이러한 전망치의 근거로 인용된다. 과도하게 비관적인 견해들이 난무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여건과 취약한 대내 경제구조로 인해 적어도 한동안은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을 필두로 글로벌 자금의 유출입 확대나 국제유가의 급등 가능성 등 불안요인들에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작금의 상황을 준위기 상황으로 본다는 것이 그다지 잘못된 인식은 아닐 듯하다.
올해도 국내 금융시장 역시 이러한 거시경제 전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시장에서 미국이나 유럽의 다양한 정책대응이 효과를 나타내리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는 있지만, 동시에 실질적 경제회복 기조로의 전환이 지연되는 데 대한 불안감도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내년도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보합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시장 전반의 변동성도 금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해 금융시장 위험요인 상존
올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 투자자금의 유출입과 관련한 변동성의 확대와 주식 및 주식혼합형 펀드 수탁고의 감소 현상이 핵심 위험요인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국내 여건보다는 대외적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국인의 주식 투자 패턴에 따라 국내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향후 해외자금의 향방과 변동성이 시장 불확실성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하반기 이후부터 글로벌 회사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부진 지속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외국인 국내 주식투자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높아져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펀드의 주식투자 수요가 근원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펀드를 통한 주식시장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펀드 규모의 감소는 주식시장의 하방위험 대응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단기적 뉴스에 민감하게 변동할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주식 및 주식혼합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 10월 말 기준 106조원으로 2007년 10월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자아내게 만든다.
내년도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 국채투자 증가와 관련한 잠재적 위험을 점검하는 한편, 회사채시장 양극화 심화 현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금융사의 외화운용, 은행 간 외화거래나 파생상품거래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외국인 국채투자 증가에 대비해 투기적 수요 등과 관련된 잠재적 위험성을 사전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한편으로 국채와 함께 우량회사채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색되고 있는 BBB등급 이하 회사채 시장이 지속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우려의 대상이다.
특히 근자에는 A등급 회사채도 스프레드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양극화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 및 저신용등급 기업의 차입여건이 위축되는 가운데,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기업 재무구조의 추가적 악화 및 자금조달 시장에서의 양극화 심화에 대한 근원적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출 취약부문 모니터링 강화를
우울한 시장상황은 결국 금융산업 전반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2013년에는 경기회복세의 지연이나 가계부채 및 부동산 문제, 경쟁심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강화 기조 등으로 인해 금융업권 전반에 걸쳐 성장성과 수익성이 위축되거나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실자산 증가로 건전성마저 약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금융회사들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정치·사회적 분위기 역시 이러한 전망에 일조하고 있다.
은행산업과 관련된 최대 위험요인은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 및 가계대출 부실화로 인한 대손비용 상승 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은행권은 대출 취약부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부실채권에 대한 선제적이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한편 충당금 적립 강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축소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보험업의 경우 상품 전반에 걸친 영업실적 부진과 실효·해약률 상승이 우려되는 가운데 운용자산의 수익률 하락과 대출채권 부실화 등에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명보험의 경우 이차역마진 확대 가능성이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보험업계는 신규 수익원 발굴 및 비용구조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는 한편 투자영업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올 한 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금융투자업은 내년에도 극적인 환경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가운데 시장신뢰의 회복이 지연될 경우에는 실적 부진의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발적 구조조정을 포함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신규 업무영역 개척 등 수익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 기반을 확대하고, 전문성에 기반한 상품 및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수익률 제고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서민금융업의 화두는 여전히 저축은행의 개혁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업권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너무나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가계대출 및 PF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 구조조정의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우선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지배구조 개선 및 감독강화를 통해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나아가 명칭 및 기능변화 등을 포괄하는 근본적 개혁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올해 경제와 금융시장이 눈부시게 성장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겠지만, 우선은 위험요인들에 초점을 맞추고 선제적 대응책을 준비하는 한편 이름 빼고는 다 바꿀 수 있다는 자세로 수익성 제고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금융소비자 보호를 포함한 내부통제시스템 강화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사회책임 활동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고 신뢰성을 높이는 데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두에게 힘든 한 해가 되겠지만,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결국 새로운 도약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견디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