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채권투자는 2023년부터 크게 늘어 올해 국내 투자자의 투자 비중 98.3%가 미국 채권이다. 1.7%는 브라질 채권으로 채권투자 국가가 미국에 크게 편중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다시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채권 금리는 떨어지고 있지 않아 채권 투자에 보다 복잡한 방정식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장기채에 투자한다면 금리 인하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져 환차손은 피할 수 없는데 막상 정책금리 인하가 실질금리 인하로 이어지지 않아 수익률은 마이너스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 채권에 투자하더라도 미국 장기채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해 단기채나 하이일드로 대상을 확대하고 미국 외 국가의 채권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올들어 미국 장기채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장기물 금리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에 직접 반응하기보다 장기 성장세와 물가 전망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은 올해와 내년 모두 1% 중반 수준으로, 잠재성장률보다는 낮지만 침체와는 거리가 있다. 인플레이션 또한 관세 영향을 감안하면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경계심을 풀기 어렵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장기물 금리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라며 “미국 금리 수준이 3개월 이하 단기물과 10년 이상 장기물에서 4%대로 한국의 금리 상황과 비교하면 매력적이라 볼 수 있지만, 올해 변동한 범위에서 보면 하단에 이미 가까워졌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미국 투자는 장기 국채보다는 만기·듀레이션이 짧은 투자등급·하이일드 채권이 낫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처럼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시점에 매입하면, 중장기적으로 확정적 이자수익(쿠폰)을 확보할 수 있다. 국채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면 자본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것이다.
미국 IG(Investment Grade, 투자 적격) 등급 채권은 신용등급이 BBB- 이상인 안정적인 채권이다.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방법과 한국증시에 상장된 ETF 투자가 있다.
미국 증시 ETF와 한국 증시 상장 ETF의 차이점이라면 ETF의 주가 상승은 미국 상장 ETF는 양도소득세 22.2%로 과세, 한국 상장 ETF는 배당소득세 15.4%로 과세된다. 이자소득세 세율은 같다.
금리 인하 사이클에 따라 미국 하이일드 채권 역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리스크 감내 심리가 높아지면 스프레드(국채금리와의 창) 축소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재 하이일드 채권 ETF의 이자율은 연 7% 정도인데 여기에 추가 자본 수익 역시 기대할 만한 것이다. 다만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인플레이션 지표 때문에 금리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채권 투자 매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전망도 만만찮다. 이미 스프레드가 많이 좁혀진 상황이라 JP모건(J.P. Morgan)은 연말까지 미국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가 약 100bp 정도 더 확대되어 450bps 내외에 이를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를 대비해 투자 국가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높은 신용등급과 기준금리 매력이 있는 호주 국채가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주 기준금리는 3.6% 수준으로 신용등급(S&P 기준) AAA 국가 중에선 노르웨이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거기다 10년물 기준 금리가 4.2% 수준이라 이자 수익 측면에서도 기대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호주는 9월 들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낮춰 본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 김준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주는 내년 초까지 추가 2회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호주 달러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호주는 미국에 대해 무역수지 적자국이라 대미 관세율 10%만 적용받아 관세가 경기에 미치는 불확실성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노르웨이 국채는 신용등급 AAA 국가 중 기준금리가 가장 높은 편이라 기대 이자수익도 높지만 유동성이 낮고 영어로 시장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매크로 상황에서는 브라질채권의 매력도도 높아진 편이다. 과거엔 헤알화 환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지만 현재 높은 금리나 비과세 매력은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브라질 채권은 비과세 혜택으로 국내 투자자들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거래가 원활하고 가격 변동성이 적어 투자가 용이하다. 대부분의 증권사에서도 매수할 수 있다. 해외 채권 중에 브라질 채권만 이자수익이 비과세된다. 한국-브라질 조세협약(1991년 체결) 덕분에 국내 투자자가 브라질 국채에서 받는 이자는 과세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 규모가 커서 이자 수익이 많아져도 금융소득종합과세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상실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다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값이 오르더라도 자본수익은 비과세된다. 외화자산 평가·실현이익인 환차익도 과세하지 않는다.
최대 리스크는 헤알화 환율이다. 헤알화는 변동 폭이 상당히 큰 화폐다. 투자 방식은 브라질 현지 화폐인 헤알화 또는 미 달러로 가능하다. 달러로 투자하면 헤알화 가치 변동 리스크를 피할 수 있지만,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또한 채권 표면 금액의 약 1%가량인 매매 수수료와 환전 수수료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익률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또한 브라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실질금리(9.7%)로 캐리 트레이드 자본 유입이 확대돼 환위험 일부를 상쇄하고 있다. 현재 신용등급은 BB등급인데 강등 위험은 약해졌다. 하나증권 허성우 연구원은 “브라질 정부는 2023년 재정 프레임워크 도입해 균형재정 의지로 정책 신뢰도 상승했다”면서 “크레딧디폴트스왑(CDS) 스프레드도 중남미 국가 중에선 최대폭으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외환보유고 잔액은 약 3400억달러로 중남미 최대 외환보유국이다. 이를 통해 자국 통화 안정과 외채 상환 능력 모두에서 방어력을 갖추고 있다.
헤알화 환율 핵심 변수인 실질금리차를 보면 내년 상반기까지 원화 대비 헤알화 강세 가능성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질은 연말까지 기준금리 동결(물가·기대인플레이션 여전히 높음)인데 한국은 연말까지 1회 추가 인하해 기준금리 2.25%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일본 국채도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해외채권 상품이다. 과거엔 일본 채권의 매력이 크지 않았다. 일본은 기준금리 자체가 워낙 낮아 현금흐름 측면에선 보유할 유인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안정적인 엔화 투자 차원에서 일본 채권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일본 단기채에 쉽게 투자하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면 된다. ‘PLUS 일본엔화초단기국채 ETF’는 일본 재무성이 발행한 3개월 이내의 초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환노출형 ETF다. 엔화의 절상 효과를 기대하면서 동시에 일본 금리 상승 흐름에 따라 채권 이자 수익 확대도 노릴 수 있는 상품이다. 채권형 ETF로 분류돼 세제 혜택이 있는 모든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고, 만기가 짧은 국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장기 채권형 상품에 비해 가격 변동 위험도 적다.
9월엔 일본 장기국채에 개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일본 장기금리가 최근 과도하게 오른 상황이라는 판단에 금리 정상화에 따른 자본 차익을 노리는 상품이다. 최근 장기채권 입찰에서 수요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들이 만기 리스크 및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에 점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금리가 튄 것이다. 도매 물가 상승, 식료품 및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올라가는 것도 장기채 수익률 상승의 원인이다. 한국투자증권이 10월부터 국내 최초로 일본 장기국채 알채권을 리테일 창구에서 판매한다. 환헤지하지 않은 일본 장기국채를 매입해 엔화 상승과 장기금리 하락 효과를 보는 상품이다.
만기 시 원금과 이자를 보장받는다.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리 잔존 기간 동안 금리 변동에 따라 이자 수익이 달라지고 만기 시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지난해 발행돼 2054년 만기가 도래하는 30년 만기 일본 장기국채가 판매될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3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가격 메리트가 커졌다.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