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최애 기업’ 테슬라 주가가 올해 들어(14일 기준) 40% 가까이 하락하며 뉴욕증시 탑7 기업을 의미하는 ‘M7’ 자리서 밀려났다. 브로드컴과 TSMC에게마저 자리를 내준 상태다. 시가총액 1조달러도 붕괴됐다. 테슬라를 둘러싸고 꺼지지 않는 ‘D의 공포’가 주가 하방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 주가 하락의 1차 요인은 핵심 본업인 전기차 판매량이 부진하다는 데 있다. 유럽과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전기차가 덜 팔리면서 회사 펀더멘털이 약화되고 있는것이다. 1월과 2월 모두 유럽에서는 테슬라 판매량이 줄어들며 판매 부진이 심화됐다.
지난 2월에는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주요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프랑스에서는 전년 동월 대비 44.4% 줄어들었고, 노르웨이에서도 45.3% 감소했다. 스웨덴(43.9% 감소)과 덴마크(48.1%)도 모두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판매량이 75.4%나 급감하기도 했다.
전 세계 최대 전기차 판매국인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부진하다. 중국에서의 1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1.5% 감소(6만3238대 출고)했다. 2월에는 더 심각해졌다. 2월 테슬라 중국 공장의 출하량은 3만 688대로 지난해 2월 대비해서는 49.16% 감소했고, 1월과 비교하면 51.47% 줄어들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같은 판매량 저조는 2022년 8월 이후 최저치다.
테슬라는 현재 중국 당국의 기약없는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FSD 승인 이후 판매량 증가 등 상승 모멘텀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FSD 도입도 하기 전에 중국에서의 테슬라 입지가 흔들리는 것이다.
대신 중국 내 경쟁사인 중국 1위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 입지는 점점 커지고 있다. 비야디는 올초 자사의 모든 차종에 첨단 자율주행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딥시크 인공지능(AI) 탑재 계획까지 내놨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비야디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합해 2월에만 61만4679대를 판매했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0.4% 증가한 수준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 같은 비야디 독주는 굳어졌다. 지난해 비야디의 중국시장 판매량은 370만대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으나, 테슬라는 9% 늘어난 66만대에 그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전기차 판매량 감소세가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실제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영국 시장조사 전문기업 로모션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2월 글로벌 전기차(순수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판매대수는 약 24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중국에서 140만대가 늘어 35% 성장했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20%가 늘어난 30만대가 팔렸다. 영국을 포함해 유럽연합 지역에서도 50만대가 늘면서 20% 상승하는 등 주요 시장에서 모두 두자릿수 상승세다. 테슬라의 본진인 미국에서도 판매량이 줄어드는데 다른 차량들의 전기차 판매는 늘어났다. 지난 1월 테슬라의 미국 판매량이 4만3411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달 대비 11% 급감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42.5%로 떨어져 시장 점유율로는 1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지난 1월 미국 전기차 총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10만 2188대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감소한 반면, 포드는 14%가 상승했고, 제너럴 모터스(GM)도 판매가 36% 늘어났다.
테슬라의 전기차만 팔리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바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광폭 정치 행보와 이슈 메이킹이 주가 하락폭을 키우고 전기차 판매를 감소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에 직면한 것이다.
머스크가 반이민과 인종주의를 지향하는 독일 극우 정당 지지 연설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선 ‘나치식 경례’를 떠올리게 하는 동작을 하는 등 반복적으로 극우 정치 행보를 펼치는 것은 곧바로 판매량과 직결된다.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에 따르면 지난 2월 독일에서 신규 등록된 테슬라 차량은 1429대로 지난해 2월(6038대)보다 76.3% 감소했다.
특히 머스크가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된 뒤 본업인 테슬라 경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난의 중심에 서 있다. 머스크는 연일 트럼프 2기 정부서 쓸데없는 예산을 줄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머스크는 부처 예산을 삭감하면서 “우리는 선출되지 않고 위헌적인 (입법·행정·사법에 이은 정부) 제4부인 관료주의를 갖고 있다. 관료집단은 어떤 선출직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면서 “국민의 의지에 맞지 않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월 20일 이후 이달 초까지 테슬라 관련 시설에서 최소 12건의 폭력 행위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테이크다운(기습)’ 운동으로,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의 대대적인 연방 공무원 해고 방침에 반대하기 위해 테슬라 시설 파괴 행위가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삭소 뱅크의 글로벌 투자전략 책임자인 야콥 팔켄크로네는 “2025년 테슬라의 가장 큰 도전은 기술이 아니라 인식”이라면서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부담이 현재 판매, 브랜드 충성도, 투자자 신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른바 ‘D의 공포’다. D는 주의분산을 의미하는 ‘Distraction’ 의 머리글자로, 마켓워치는 테슬라 투자자들이 또 다시 “공포스러운 일론 머스크의 D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너 리스크가 강화되면서 테슬라
의 브랜드 이미지도 추락하고 있다. 최근 SNS에서는 글로벌 테슬라 차주들이 차에 ‘머스크가 지금처럼 미치기 전에 이 차를 샀다’는 표지를 붙이는 릴레이를 진행하고 있다. 일렉트릭닷컴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자의 60%가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행동이 테슬라 구매를 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응답했다. CNBC가 투자자 2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5%가 머스크의 정치 행보가 테슬라에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기차 판매를 위한 대외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을 자처하는 머스크지만, 미·중 관세전쟁에서 테슬라가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핵심 소재인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테슬라 차량 생산 비용은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미국의 수출 업체들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무역 조치에 대응할 때 본질적으로 불균형적인 영향에 노출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테슬라는 서한에서 “과거 미국의 무역 조치는 상대 국가들의 즉각적인 반응으로 이어졌으며, 여기에는 이들 국가로 수입되는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 등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또, 테슬라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에 관세가 미칠 영향을 고려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월가에서는 테슬라를 두고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테슬라 강세론자로 유명한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마저도 “테슬라 강세론자들이 머스크의 정부효율부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세계적인 부정적 감정 앞에서 벽에 몰린 상황에 부닥쳐 있다”며 “테슬라 강세론자들에게 중요한 시험의 순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3월 초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기존 135달러에서 120달러로 낮춰 잡았다. 현재 250달러 안팎의 주가를 기록하는 테슬라가 반토막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 평균 목표주가 372달러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라이언 브링크만 JP모건 애널리스트 분석팀은 고객 노트를 통해 테슬라의 2025년 1분기 차량 인도량 전망치를 기존 44만 4000대에서 35만 5000대로 20% 하향 조정했다. 이는 월가 평균 예상치인 43만대를 크게 밑돈다.
브링크만은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한 브랜드가 이렇게 빠르게 가치를 상실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고 밝혔다.
웰스파고도 테슬라 비중축소(매도) 추천을 재확인하면서 목표주가를 135달러에서 13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웰스파고의 애널리스트 콜린 랭건은 “테슬라 주가 폭락세가 아직 반등을 기대할 정도로 충분치 않다”고 단언했다.
랭건은 “웰스파고가 지난해부터 테슬라 매출과 마진에 비관적이었고,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를 지속했으며 이는 대부분 정확했다”면서 “올해 테슬라의 유럽 판매가 40% 넘게 급감한 것이 최근 테슬라 주가 조정의 핵심 촉매였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이로써 또 한 번 (판매 대수 기준으로) 성장 없는 한 해를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 시점에서 테슬라가 반전을 꿈꿀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은 바로 ‘로보택시’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무인 로보택시 사업을 회사의 핵심 미래 사업으로 점찍었는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이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생존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테슬라는 오는 6월에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서비스인 ‘사이버캡’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시범 출시의 성과에 따라 내년을 목표로한 미국 전역으로의 서비스 확대가 판가름날 예정이다.
사실 텍사스주 오스틴은 테슬라의 전기차 공장과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주정부 차원에서 머스크와 막역한 관계를 맺고 있고, 텍사스주는 일찌감치 자율주행 기업 지원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테슬라는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차량 호출 서비스를 위한 운수 행위 허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일종의 택시 허가증을 신청한 것으로, 완전 무인 자율주행 대신 안전 운전요원이 동승하는 서비스에 대한 허가 신청이다.
다만 로보택시로의 확장이 쉽지는 않다. 미국 내 최고 경쟁자인 구글 웨이모가 버티고 있어서다. 특히 웨이모는 테슬라가 사업을 시작하려는 텍사스주 오스틴을 포함해 4개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현재 웨이모는 오스틴을 제외한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세개 도시에서 매주 20만회 이상 승차를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 주당 10만회 수준에서 불과 세달만에 주당 5만회를 늘렸고, 이제는 20만회가 넘는다. 세 지역에서만 매주 60만 명, 한달이면 240만 명이 운전자 없는 택시를 이용한다.
[홍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