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에서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불어난 것과 더불어 액티브 ETF 시장도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액티브 ETF는 펀드 매니저가 시장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투자 종목 재조정)에 나선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순히 지수를 따르는 패시브 ETF 수익률보다 더 높은 초과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 수요가 늘면서 국내외 자산운용사들도 앞다퉈 액티브 ETF 판매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액티브 ETF 는 투자 업종이나 상품 구성에 따라 하락장에서는 손실률이 더 커질 수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액티브 ETF 운용 자산이 매년 연평균 28% 성장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앞서 6월 블랙록은 블랙록 대형주 성장 ETF(BGRO)와 블랙록 장기 미국 주식 ETF(BELT)와 블랙록 하이일드 ETF(BRHY)를 뉴욕증시에 동시 상장한 바 있다.
BGRO는 미국 대기업 중 성장성이 기대되는 종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액티브 ETF다. 이밖에 BELT는 각각 순서대로 성장성이 큰 20~25개 대형주를 선별 투자하는 액티브 ETF이고 BRHY는 투자 부적격 등급 회사채에 선별 투자하는 액티브 ETF다.
블랙록은 미국에서 최소 250억달러 이상의 액티브 ETF를 운용한다. 회사는 최근 1년간 미국 내 액티브 ETF 상품을 집중 출시해 상품이 약 50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일례로 릭 라이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운용하는 블랙록 플렉시블 인컴 ETF(BINC)는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인기를 끈 결과 올해 8월 말 기준 운용 자산이 40억달러에 육박한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자산운용업계 최근 추세는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ETF”라면서 “투자자가 몰린 결과 뮤추얼 펀드 매니저가 관련 ETF까지 병행 운용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액티브 ETF가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는 분위기라는 분석이다.
뉴욕증시에서 10조 달러대 규모인 ETF 시장 내 액티브 ETF 비중은 10%를 밑도는 수준이다. 다만 미국자산운용사 SSGA 최근 조사를 보면 올해 5월의 경우 ETF 자금 유입액의 33%에 해당하는 1080억달러가 액티브 ETF 로 유입됐다.
액티브 ETF는 운용전략 측면에서 펀드 매니저가 주식이나 채권을 적극적으로 골라서 투자한다는 것이 시장 지수를 따라 시장 수익률만큼 버는 인덱스 펀드(패시브 펀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다만 시장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패시브 펀드에 비해서는 운용 보수가 비싼 편이다.
ETF 평균 운용 보수는 떨어지는 추세이지만 액티브 펀드의 경우 자산운용사가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운용 능력을 근거로 높은 보수를 책정할 수 있다. 일례로 BELT 의 운용 수수료율은 0.75% 이다. 반면 미국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투자하는 패시브 ETF인 SPDR S&P 500 ETF(SPY)나 아이셰어스 코어 S&P ETF(IVV) 운용 수수료율은 각각 0.09%, 0.03%다.
다만 액티브 ETF 가 언제나 시장 수익률을 넘어서는 만능 상품인 것은 아니다. 일례로 BELT 의 경우 올해 6월 18일 출시 이후 8월 15일까지 약 두 달 간 시세가 1.8%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IVV가 같은 기간 1.2% 가량 오른 것에 비해서는 높지만 수수료율 차이를 감안하면 비숫한 수준이다. 오히려 SPY 같은 경우는 같은 기간 시세가 3.4% 올랐다. SPY는 패시브 ETF이지만 오히려 시세 상승률이 높고 운용 수수료율은 더 낮은 셈이다. 제이 제이컵스 블랙록 미국 테마·액티브 ETF 책임자는 “비용이 낮은 인덱스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되 액티브 ETF를 일부 담아 초과 수익을 누리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액티브 ETF에만 전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패시브 ETF와 비중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익률 비교 기간을 더 넓히면 액티브 ETF가 더 유리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굴리는 ‘TIMEFOLIO 미국 S&P500액티브’ ETF(426020)와 에셋플러스의 에셋플러스 글로벌플랫폼액티브 ETF(407830) 시세는 7월 15일까지를 기준으로 최근 한달 간 시세가 각각 약 7%, 8%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 S&P 500 지수와 SPY 시세가 모두 2%가량 낙폭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시세 하락이 더 두드러진다. 다만 최근 1년으로 시간을 넓혀 보면, TIMEFOLIO 미국 S&P500액티브 ETF와 에셋플러스 글로벌플랫폼액티브 ETF 시세는 순서대로 43%, 28%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S&P 500 지수와 SPY 시세가 각각 약 26% 오른 것에 비하면 상승률이 두드러지는 셈이다.
액티브 ETF는 특히 채권 ETF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덩달아 확장하는 분위기다. 금융 정보 분석업체 모닝스타의 집계를 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채권 ETF에는 올해 7월 말까지 약 1500억달러가 유입됐다. 연초 이후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하락은 투자자들에게 투자 소득 면에서 드문 기회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연준의 금리 인하가 채권 가격 반등을 이끌 것으로 예상하면서 채권 관련 상품을 사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앞서 2022년 3월 본격적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을 때는 투자금이 현금으로 몰렸다면 이제는 금리인하 시기를 맞은 만큼 채권으로 자금이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눈에 띈다. 라이더는 “사람들이 현금에서 채권으로 옮겨가는 것이 보인다”며 “현금은 수익률을 많이 뒤집어 놓았지만 이제 연준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만큼 그런 기회는 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채권 시장에서는 액티브 ETF가 수익률 측면에서 성과가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닝스타가 액티브 채권 펀드 약 1700개 수익률을 추적한 결과 지난해 약 74%가 추종 지수를 앞질렀다.
눈에 띄는 상품은 투자 등급 미만(정크 등급)인 회사채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 다. 올해 뉴욕증시에서 가장 주목받은 액티브 ETF 중 하나가 재너스핸더슨 자산운용이 출시한 재너스 핸더슨 AAA CLO ETF (JAAA)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 대출을 묶어 만든 자산담보부증권(CLO)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1년간 시세 상승률은 1.08%이지만 매달 분배금을 주는 데다 최근 1년간 배당 수익률은 6.26%로 높은 편이다.
한국증시에서는 투자 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도 인기다. 7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투자등급회사채액티브(H) ETF(458260)순자산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해당 ETF는 해외 크레딧 중장기 채권형 ETF이다. 이는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ETF이되 특히 채권을 60% 이상 편입하는 펀드다. 해당 ETF는 JP모건이나 애플, 아마존 등 미국 대표 우량 기업 회사채에 투자한다.
다만 액티브 ETF가 실제로 얼마나 수익률을 안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출시된 역사가 비교적 짧은 데다 운용 수수료율이 높은 데 반해 구체적으로 비교하면 실익이 크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뉴욕증시를 보면, 주식 액티브 ETF인 블랙록 장기 미국 주식 ETF(BELT) 시세 상승률은 지난 6월 18일 이후 8월 15일까지 기준으로 -3.3%다. 6월 18일은 해당 ETF가 출시 후 거래된 시점이다. 반면 JP모건이 출시한 미국 우량 기업 액티브커버드콜 ETF인 JP모건 이쿼티 프리미엄 인컴 ETF(JEPI)는 같은 기간 시세가 2.1% 올라섰다.
분배금 수익률을 보면 7월까지를 기준으로 BELT 는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반면 JEPI 는 최근 12개월 간 분배금 수익률이 6.09% 다. 운용수수료율을 보면 BELT는 0.75%이다. 같은 액티브 전략을 사용하는 JEPI의 경우는 0.35% 다.
BELT 는 액티브 ETF 이고 JEPI는 액티브 커버드 콜 ETF 이다. 후자는 기초 자산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해당 자산의 콜옵션을 매도하는 운용 전략을 쓴다. 콜옵션 매도는 특정 자산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파는 것을 의미하는데 주식시장이 하락하더라도 콜옵션을 팔아서 번 돈으로 손실을 일부 메울 수 있다. 다만 상승장에서는 손실이 커진다. 이런 한계를 메우기 위해 기초 자산인 주식이나 채권을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정해 투자하는데, 종목을 적극적으로 골라서 매매해 수익을 낸다는 점은 액티브 전략에 해당한다.
한편 채권 ETF도 투자자들이 자신의 필요에 맞는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TIGER 미국투자등급회사채액티브(H)ETF(458260)는 올해 1월 2일 이후 8월 15일까지 연중 시세가 약 -0.6%다. 반면 해당 ETF와 같은 채권지수를 따르며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미국 증시의 아이셰어스 아이박스 회사채 ETF(LQD)는 같은 기간 시세가 약 0.9% 올랐다.
TIGER 미국투자등급회사채액티브(H)ETF의 운용 보수율은 0.14%다. 분배 수익률은 2.63%다(2024년 8월 14일 기준). 반면 미국 LQD운용 비용 등 수수료는 0.14%이고 분배 수익률은 4.2%다. 다만 TIGER 미국투자등급회사채액티브(H)ETF는 종목 명칭에 들어간 (H)에서 알 수 있듯이 환 헤지 상품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환 손실 리스크가 비교적 작은 편이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