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분쟁으로 인해 다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의 자금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방어형 자산에 쏠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인덱스 펀드 시장에도 초단기 채권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파킹형 ETF(Exchange Traded Fund)는 초단기 채권의 금리를 일할 계산해 복리로 반영하는 상품으로, 양도성 예금증서(CD)나 한국 무위험 지표금리(KOFR)와 같은 금융도구를 기반으로 한다. 실제 최근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과 금리 인하 기대 후퇴 등으로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자금 운용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ETF 상품 중에 KODEXCD금리액티브(합성)(약 1570억원)와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약 670억원) 등 2개 상품이 각각 2위, 6위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품은 단기간에 자금을 투자하고 운용하면서도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하루만 투자해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단기적으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피해 자금을 피신시킨 후 이자까지 받을 수 있는 유연한 자금 운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준다. 기존에 이러한 역할을 하던 ‘은행의 파킹통장’과 비슷한 형태로 인식되고 있지만 차이점도 명확하다.
먼저 은행의 파킹통장과 비교했을 때, 파킹형 ETF는 투자 한도에 제한이 없어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 투자자들에게도 적합하다. 대부분의 은행 파킹통장은 수천만원 내의 예치금 제한을 두고 있는 것과 차이점이 있다. 언제든지 자금을 입금하거나 인출할 수 있는 유연성은 투자자들에게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수익률을 보면 파킹통장과 비교해 금리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가령 CD형 상품의 경우 양도성 예금 증서의 일 단위 최종호가수익률을 365로 나눠 일할 적용하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난달 양도성예금증서 평균 최종호가수익률이 3.66%이므로, 매일 평균 0.01% 금리를 복리로 적용받은 셈이다. 납입 한도나 금액별 금리가 차등 적용되지 않는 저축은행 파킹통장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가 연 3.5% 수준이다.
상품구조를 살펴보면 지난 3월 26일 KB자산운용이 선보인 ‘KBSTARCD금리액티브(합성)’ ETF는 ‘FnGuide CD금리투자 지수(총수익)’를 기초지수로 사용한다. CD는 은행이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정기예금에 대한 증서다. 개인보다는 주로 법인,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등 기관 간 거래 시 사용한다. 이 ETF의 기초지수는 금융투자협회가 고시하는 CD91일물 금리 이자를 제공한다. CD금리를 일별 복리로 누적해 주가를 산출하기 때문에 매일 이자를 받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물 투자가 아닌 증권사와 스와프 계약을 맺어 기초지수의 수익률을 제공받는 합성 방식으로 운용된다. 총보수는 연 0.02% 수준이다.
김찬영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KB스타 CD금리액티브 ETF에 투자하면 CD91일물 금리에 대한 초단기 금리를 매일 복리로 쌓아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CD금리가 마이너스 금리가 되지 않는 한에서 금리가 어떻게 변동하더라도 꾸준히 우상향하기 때문에 정기 예·적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의 대안으로 활용하기 좋다”고 밝혔다.
투자자는 파킹형 ETF를 활용하여 금융 시장의 변동성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으며, 금융 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이를 안정적인 단기 투자처로 활용할 수 있다. 투자 결정 전에는 해당 ETF가 어떤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지, 금리는 어떻게 계산되는지 등의 상세 정보를 꼼꼼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파킹형 ETF의 장점은 명확하다. 단기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로 향하지 않는 이상 손실을 볼 가능성이 낮고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어 대응에도 유리하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대규모 자금 운용이 필요한 기관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부 자금을 편입해 수익률 방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KB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2023년 7월 이후 ‘코스피 60: 파킹형 ETF 40’으로 보유한 포트폴리오와 코스피 비중을 100%로 가져간 포트폴리오를 비교한 결과, 파킹 ETF를 활용했을 때 시장 변동성이 높은 구간에서 최대 손실폭을 줄이고 수익률의 방어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즉, 파킹형 ETF를 활용하면서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효율적을 통제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파킹형 ETF의 절대 성과는 긍정적이었다”며 “CD와 KOFR 등 단기 금리의 성과를 복리로 재투자하며 높은 이자 수익을 추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쇼크로 인해 고금리 상황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여전히 파킹형 ETF의 매력도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단기 금리 하락 시 파킹형 ETF의 가격 상승폭은 줄어들지만 기준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극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3월 29일 기준 주요 파킹 ETF의 추종 금리를 살펴보면, ▲CD1년 금리(3.63%) ▲CD91물 금리(3.64%) ▲KOFR금리(3.57%)순으로 3.5%를 웃돌았다. 이는 은행 금리를 앞서고 있다. 최근 6개월 기준 시중은행(평균 3.08%)과 저축은행(3.16%) 수준이었다.
박 연구원은 “물론 3월 FOMC에서 연준이 3회 인하를 유지하면서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시장의 전망보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될 수도 있다”면서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폭 축소 위험 등이 잔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킹형 ETF의 매력도는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는 물론 미국의 금융 시장에서 파킹형 ETF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ETF의 경우 무위험 지표금리를 추종하지 않고 초단기채 지수를 기반으로 운용하는 상품이 다수다. 대부분의 파킹형 ETF가 3개월 미만의 초단기채 지수를 추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종하는 지수는 총수익지수(TR)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ETF가 분배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투자자는 최근 12개월 동안 약 5% 수준의 총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파킹형 ETF는 대부분 현물 포지션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국내 상품의 경우 주로 스와프 계약을 통한 합성 구조로 운용되는 것과는 차별성이 있다.
대표적인 미국 파킹형 ETF 상품으로는 SPDRⓇ Bloomberg 1-3Month T-Bill ETF(BIL)가 있다. 이 ETF는 미국 단기채에 투자하며, 특히 무위험 지표금리에 대한 대안으로 초단기채에 초점을 맞춘 투자가 가능하다. 2007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운용 성과가 입증된 이 ETF의 운용 자산은 약 330억달러에 이른다. JP모건이 운용하는 초단기채 ETF인 JPMorgan Ultra-Short Income ETF(JPST)는 액티브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운용 자산은 22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이 ETF 역시 주로 3개월 만기 미 국채를 중심으로 한 ‘ICE BofA US3-Month Treasury Bill Index’를 벤치마크로 하지만, 실제 투자 포트폴리오는 미국 국채뿐만 아니라회사채, ABS, 모기지 관련 부채 등 다양한 채권을 포함한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올해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빠르게 반영되면서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매력도가 기존에 비해 줄어든 상황”이라며 “반면 기준금리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행 전까지는 초단기물에 투자하여 고금리를 향유할 수 있다. 파킹형 ETF를 활용할 수 있는 시기”라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