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등에 익숙하지 않은 자영업자들이 장사에 편하게 사용할 만한 서비스가 없을까?’
2016년에 설립된 한국신용데이터(KCD)는 소상공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캐시노트’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2017년에 출시되어 올 4월 기준 전국 140만 사업장에 도입된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의 특징은 철저하게 자영업자들을 타깃으로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데 있다. 소상공인들의 공통적인 고민 중 하나로 ‘정산’ 문제가 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캐시노트를 카카오톡 기반으로 제공해 자영업자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2~3일 걸리는 카드 정산 정보를 실시간으로 쉽게 확인 가능하도록 했다. 이외에 식자재 주문이나 신용평가 등 소상공인 맞춤형 서비스로 무장한 캐시노트는 코로나19 당시 각 지자체들의 다양한 소상공인 대상 지원책을 가맹점별 맞춤형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수요와 맞물려 가입자 유입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을 위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사업자들이 가게를 시작하고 운영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캐시노트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회사의 출발점은 동네 가게의 사장님들이 사용하는 가게 관리를 한눈에 할 수 있는 모바일 소프트웨어였지만 점차 서비스를 늘려 사장님들이 공통적으로 필요한 영역들로 순차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 자영업자 대부분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높은 점유율을 활용한 서비스 확장이 가능한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정산정보를 편안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던 장부관리 서비스로 시작한 캐시노트는 현재 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 서비스나 식자재와 비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마켓 서비스, 다양한 결제 수단을 서브할 수 있는 포스(POS)와 결제망 등을 확보했다. 이를 위해 한국신용데이터는 자사를 포함해 6개의 KCD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 KCD공동체는 ▲사업자 대상 정부 정책 및 지원사업 안내 ‘한국비즈커넥트(KBC)’ ▲포스(POS) ‘아임유(IMU)’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한국평가정보(KCS)’ ▲최적의 고객 경험 제공 ‘한국사업자경험(KMX)’ ▲밴(VAN)사 ‘한국결제네트웍스(KPN)’ 등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공동체를 바탕으로 장부 및 매출 관리 앱으로 시작한 캐시노트는 경영관리·금융 서비스·물품구매·커뮤니티 등 사업의 모든 순간을 아우르는 슈퍼 앱으로 진화했다.
특히 캐시노트 금융 서비스는 현재 29개 금융사의 33개 특화 금융 상품을 통해 소상공인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 앱의 하위 서비스인 기업 간 거래(B2B) 마켓은 120곳 이상 공급 업체가 참여해 약 8만 종의 상품을 공급하는 서비스로 성장했으며 토크 서비스는 국내 최대 규모 사장님 전용 커뮤니티로 자리잡았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통상 데이터의 부족으로 대형 금융기관과의 관계에서 불리한 환경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한국신용데이터는 개인사업자들이 상대적으로 금융기관과의 거래에서 데이터들이 충분하게 반영되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자 신용평가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한편, 2022년 전업 사업자로는 최초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개인사업자 CB 허가를 획득했으며 주주로 한국신용데이터와 카카오뱅크, SGI서울보증, KB국민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평가정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한 신용평가를 통해 금리절벽을 해소하고 포용적 금융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평가정보는 개인사업자의 사업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크레딧노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크레딧노트는 사업 성적을 상세 영역별로 세부 평가한 ‘사업 성적표’, 상권과 업종별로 다른 사업장과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는 ‘사업장 분석’, 매월 사업장의 매출 내역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예측치를 제공하는 ‘월간 보고서’ 등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한국평가정보의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모형을 바탕으로 한 사업역량 평가 서비스로 한국평가정보의 개인사업자 신용점수는 사업 실적을 기반으로 신용도를 평가한다. 단순히 금융 서비스를 위한 사업장 평가에 그치지 않고 사업장의 매입·매출 등 실제 사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장 신용점수를 산출해 해당 사업장이 얼마나 사업이 잘 되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업종 및 상권별로 사업성과를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홈택스 정보만 연동하면 사업주가 보유한 모든 사업장의 사업 성적을 참고해 활용할 수 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지난해 소상공인용 구독 서비스 인기에 힘입어 전년 대비 2배 넘는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2023년(연결 기준) 매출이 1380억 원으로 전년(646억원) 대비 2.1배 증가했다고 11일 밝혔다. 영업손실률은 48%에서 16%로 3분의 1로 축소되며 수익성도 개선했다.
매출 증가를 견인한 것은 지난해 신규 출시한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캐시노트 플러스 멤버십’이다. 올해 3월 기준 1만 곳 이상 가입했으며 올 연말까지는 10만 곳 이상 사업장이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서비스는 월 1만6500원에 이용 가능한 구독형 서비스로 사업의 모든 순간에 보탬이 되는 혜택을 한데 모아 제공한다. 매출 장부 고급 기능, 통합 리뷰 관리, 매출 리포트 분석 등 분석 편의 기능과 함께 3만원 상당의 캐시노트 마켓 구매지원금과 삼성화재의 매장 내 배상책임 사고 보험 가입, 세이클 해충 방역, 로톡 법률 상담, 샵캐스트 매장 음악, 요긱 알바 구인, 청소연구소 매장 청소 등의 제휴 서비스를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 중이다.
김동호 KCD 대표는 “2017년 출시한 캐시노트가 서비스 출시 7년 만에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소상공인 사장님들이 매일 쓰는 국민앱으로 자리잡았다”며 “소상공인 국민앱을 서비스하는 회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소상공인 여러분이 마주하는 사업의 모든 순간을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똑똑하게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지난해 시리즈D2 익스텐션 라운드를 통해 모건스탠리 택티컬밸류(Morgan Stanley Tactical Value·MSTV)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MSTV는 모건스탠리 투자운용사업부(Morgan Stanley Investment Management) 소속의 투자 조직이다.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 유연한 투자 구조를 통해 전 세계 다양한 자산군(Asset Class)과 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조직이다. 이 투자는 MSTV가 한국 기업에 투자한 첫 사례로, 아시아의 핵심 시장으로 급성장하는 한국의 자본 시장에 대한 진출을 의미한다.
한국신용데이터는 해당 투자유치로 기업가치 1조3000억원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LG유플러스 등의 투자를 받을 당시 1조7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른 후 1년 만에 기업가치가 2000억원 이상 뛴 셈이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투자유치를 위해 확보한 자금은 현재 캐시노트 서비스 고도화에 투자할 예정이며 아직 구체적인 상장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 특화 은행 설립을 추진하며 ‘제4 인터넷은행’ 설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보유하고 있는 전국 200만 소상공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상공인의 실제 영업 역량을 반영해 자금 조달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실제 영업 현황을 반영한 입체적인 데이터로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가 정당한 평가를 받고 적시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 전문은행인 ‘KCD뱅크’ 설립을 추진한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지난해 소상공인 전문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TF를 꾸렸으며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 대상으로 신용 공급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기존 금융기관에서는 주요 고객이 아닌 중저신용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어 소상공인 대상 금융 서비스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규모 있는 금융회사 등과의 협력을 통해 리스크 관리와 재무 안정성을 높은 수준으로 갖출 계획이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은) 회사에서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캐시노트를 운영하며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금융서비스에 대해 고민해온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