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표적인 수면 부족 국가다. 2019년 통계청 조사는 한국인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 22분으로 한국인의 16.4%는 6시간 미만, 44.4%는 7시간 미만 자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이·성별에 따라 적정 수면 시간이 다르지만 대략 7~8시간이다. 적정 수면 시간이 8시간인 사람이 매일 6시간만 잔다면 일주일에 14시간의 수면 부족이 생긴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부족한 수면 시간을 코골이나 뒤척임 등으로 소모한다면 상태는 더욱 나빠진다. 서울대병원 의학 정보에 따르면 수면장애는 불면증 뿐 아니라 수면 관련 호흡장애·기면증·하지불안증후군 등을 통칭하며, 인구의 약 20% 이상이 경험하거나 앓고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질환이다. 최근 슬립테크(SleepTech)가 주목받는 이유다. ‘수면(Sleep)’과 ‘기술(Tech)’의 합성어로 탄생한 이 용어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IoT를 활용해 맥박·뇌파 등 생체신호를 분석하고 최적의 수면 환경을 조성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기술·산업이다.
국내 여러 분야의 슬립테크 기업들이 있지만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는 헬스케어 디바이스 기업 텐마인즈다. 이 회사의 수면 가전 ‘모션슬립’은 CES 2024 최고혁신상을 받아 글로벌 바이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모션슬립은 AI를 탑재해 코를 고는 사람의 고개를 움직이게 함으로써 코골이 완화에 도움을 주는 ‘AI모션필로우·시스템’과 수면 건강을 감시할 수 있는 ‘모션링’을 포함한 수면 가전이다. 모션필로우·시스템에는 소리를 감지하는 마이크, 머리의 위치를 감지하는 압력센서가 포함돼 있다. 수면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소음 가운데 사용자의 코골이 소리를 정확히 구분한다. 또 ‘모션링’을 통해 수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이를 모션필로우·시스템과 공유한다.
CES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혁신성과 창의성으로 주목받는 출품작에 ‘혁신상’을 수여한다. 그중에서도 ‘최고혁신상’은 각 분야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출품작에 수여한다.
이번 CES 2024에서는 총 29개의 카테고리에서 혁신상 522건, 최고혁신상 36건이 선정됐다. 텐마인즈의 모션슬립은 스마트홈 부문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최고혁신상 중 슬립테크 제품은 모션슬립이 유일하다. 이미 이 제품은 2020년, 2022년, 2023년 등 총 3번의 CES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장승웅 텐마인즈 창업자는 “CES 2024 현장에서 초도 물량을 완판하고 해외 바이어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라며 “현재는 해외 진출 및 유통망 확대를 위해 꾸준히 바이어 미팅을 진행하며 협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텐마인즈는 지난해 11월 전남대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양형채 교수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새로운 수면장애 해결 방법에 관해 연구한다고 밝혔다. 양쪽 기관은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 해결 방법을 함께 연구하고, 이를 모션필로우에 도입 및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연구를 통해 모션필로우가 머리 회전으로 코골이 완화는 물론 경증의 수면무호흡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제품임을 입증하고, 양형채 교수가 운영하는 수면의학연구소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모션 기반의 다양한 슬립테크 기술과 제품을 개발, 관련 분야 기기 개발을 선도할 계획이다. 김상학 텐마인즈 고문은 이에 대해 “전남대의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모션필로우의 고도화에 집중하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전남대병원 이비인후과 양형채 교수는 ‘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PLoSONE’ 등 의학저널을 통해 바로 누운 자세에서 머리의 회전이 수면무호흡 환자의 기도 개방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어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등을 밝혀냈으며, 2022년에는 ‘수면무호흡 질환의 유형에 따른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를 위한 첫걸음’을 발표해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바 있다. 텐마인즈는 CES 2024 최고혁신상 수상을 기점으로 다양한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판매채널을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의 하나로 지난 세계 수면의 날(3월 15일)을 맞아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3월 14일부터 오픈했다. 팝업스토어는 텐마인즈의 첫 오프라인 행사로 대표 제품 ‘AI모션필로우’를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고 작동 원리를 알려준다. 행사는 3월 31일까지 진행한다.
팝업스토어는 ‘잠 약국(Sleep Pharmacy)’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약사 가운을 맞춰 입은 직원들이 내부에 마련된 각자의 공간에서 ‘코골이의 위험성’과 ‘AI모션필로우’의 기술력에 대한 소개를 이어간다. 입구 바로 앞에 있는 방에서는 뉴스 방송 형식으로 코골이로 인한 수면장애의 심각성에 관해 설명한다. 이어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면 텐마인즈가 어떻게 코골이 문제의 해답을 찾았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태아의 움직임.’ 태아가 엄마의 배속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것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듯, 자는 동안에도 적절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팝업을 진행하는 관계자는 “자는 동안에 고개를 살짝 움직여주는 것만으로도 기도가 확보돼 코골이가 완화된다”라며 “AI 모션필로우가 그 역할을 대신해준다”라고 설명했다. 텐마인즈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신세계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 할 계획”이라며 “온라인에서는 쿠팡, 네이버 플랫폼을 중점으로 삼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웅 창업자는 이에 대해 “텐마인즈 AI모션필로우는 자체 AI 학습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는 슬립테크 기술을 통해 해외 투자를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라며 “국내에서는 ‘잠이 보약이다!’처럼 슬립테크 및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고객 인식 개선에 집중하고 있으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텐마인즈는 2014년에 ‘코리아브레오’라는 이름으로 소형마사지기 시장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브레오 제품을 국내에 처음 출시한 회사다. 이후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품들을 출시하기 위해 2016년에 법인명을 텐마인즈로 바꿨다. 최근에는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수면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수면장애 및 해결을 위해 텐마인즈만의 AI 기술이 담긴 슬립테크 제품 ‘AI모션필로우’를 개발해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재는 코골이 AI 시스템 모션슬립을 비롯해, 스마트쿠커 ‘한번애’, 보디릴렉서 ‘브레오’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AI모션필로우는 8년 이상 연구개발이 축적된 결과물로 2022년 11월 상품으로 출시됐다. 장 창업자는 “핵심은 AI로 코골이를 분석해 작동하는 AI모션시스템이고 베개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매개체”라며 “디바이스가 낯설거나 공간 차지 등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누구나 사용하는 베개에 시스템을 연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텐마인즈는 그동안 제품 완성도를 위해 수면 유형 분석에 집중했다. 사람마다 다른 코골이 유형, 들숨과 날숨의 차이, 각기 다른 파장, 음악을 들으면서 자거나 음주 후 수면 상태 등 다양한 수면 상태를 AI로 학습시켰다. 표본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 피드백을 받고 데이터를 전수검사하는 등 모든 환경에서 제 기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개발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
여느 스타트업과 다르게 텐마인즈는 아직 투자 유치를 하지 않았다. 자체적인 비용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장 창업자는 “최근 슬립테크 스타트업들은 VC를 포함한 많은 투자자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라며 “수출을 바탕으로 AI 슬립테크 기술을 통해 해외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3호 (2024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