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이미 올라갈 만큼 올라 추가 상승폭은 크지 않기 때문에 굳이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지금 지수에 투자해야 하느냐 하는 고민이다. 만약 추가 상승할 확률보다 지금 높이 유지된 지수 수준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면 커버드콜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콜옵션을 매도할 때는 옵션 프리미엄 수익을 받기 때문에 기초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일부를 방어할 수 있다. 반대로 기초자산의 가격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콜옵션을 팔았기 때문에 차익을 놓치게 된다. 커버드콜은 옵션 전략 중 가장 유명한 만큼 다수의 ETF로도 상장되어 있다.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커버드콜 ETF는 미국의 JEPI, JEPQ, QYLD, XYLD가 대표적이다. JEPI, JEPQ는 커버드콜을 활용한 액티브 ETF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커버드콜 ETF는 높은 일드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면서 “시장이 횡보하면서 변동성까지 높은 경우 옵션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돼 옵션 매도에 따른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즉 기초자산 가격이 연초나 연말이나 비슷한 상황이지만 그 기간 동안 가격 변동폭은 컸다고 한다면 커버드콜 전략의 성과가 높게 나타난다.
다만 하락장에서 손실을 방어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커버드콜 전략은 주식 포트폴리오와 콜옵션의 매도 포지션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풋-콜 패리티에 의해 결과적으로는 풋옵션(팔 수 있는 권리) 매도 포지션과 동일해진다. 주가 상승 시에는 콜옵션 매도에 따른 손실이 주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을 상쇄하며, 주가 하락 시에는 콜옵션 매도로 획득한 옵션 프리미엄만큼 손익분기점이 하향 조정되지만 결과적으로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막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테슬라가 올해 1월 20%가량 하락할 때 테슬라 커버드콜 ETF 역시 11%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또한 풋옵션 매도 포지션과 동일하기 때문에 최고 수익률은 풋옵션 매도 프리미엄과 동일하게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커버드콜 전략은 몇 가지 경우 제한적으로 사용할 만하다. 횡보장이나 약세장에서는 원래의 포트폴리오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고 강세장에서는 더 낮은 수익을 얻게 되는 구조를 원한다면, 비록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절대적으로 제고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의미가 있다. 또 콜옵션이 고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할 경우고평가된 콜옵션 매도를 통해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도 목표 수준에서 주식을 무조건 매도하고자 하는 투자자는 콜옵션 매도를 통해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관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커버드콜 ETF의 경우 고배당 ETF보다 더 높은 수익률이 나오기 때문에 정기적인 일드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도 유용하다. 콜옵션 매도에 따른 옵션 프리미엄을 정기적으로 수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S&P 500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커버드콜 전략의 성과를 CBOE S&P 500BuyWrite 지수를 통해 분석했는데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기 때문에, 커버드콜의 장기 성과가 지수 대비 저조한 것으로 나왔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S&P 500의 연환산총수익률은 10%이고, 커버드콜의 수익률은 8.2%였다.
다만, 커버드콜의 변동성이 지수 대비 상당히 낮기 때문에, 변동성을 고려한 샤프지수는 커버드콜이 더 우수하다. 실제로 동일 기간 커버드콜의 샤프지수는 0.65로 S&P 500의 0.56보다 우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장기로 보지 않고 기간을 끊어서 보면 시장이 횡보하거나 약세장일 때는 커버드콜 전략이 유효했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의 S&P 500의 연환산총수익률은 9.6%이다. S&P 500 연간 총수익률이 9.6% 이상인 경우를 강세장, 이보다 낮으면서 0% 이상인 경우를 횡보장, 0%미만(음수)인 경우를 약세장으로 정의했다.
횡보장일 때, S&P 500의 수익률은 3.8%, 커버드콜의 수익률은 6.3%로 시장 대비 2.5%포인트 초과 성과를 달성했다. 약세장일 때, S&P500의 연평균수익률은 -15.1%, 커버드콜의 수익률은 -7.3%로 시장 대비 7.8%포인트 초과 성과를 달성했다.
국내에도 7개의 커버드콜 ETF가 상장돼 있다. TIGER200커버드콜 5%OTM은 코스피 200 지수에 대한 커버드콜 전략을 OTM 5% 수준에서 활용하며 또 다른 방식으로는 TIGER200커버드콜ATM이 있다. KBSTAR200고배당커버드콜 ATM은 코스피 200 종목 가운데 고배당 종목을 뽑아 커버드콜 전략을 쓴다.
OTM(Out of the money·외가격)은 콜옵션 행사가격이 기초자산의 현재가격보다 높아 옵션을 행사하는 것이 손해인 상태를, ATM(At the money·등가격)은 콜옵션의 행사가격과 기초자산의 현재가격이 동일한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5%OTM이란 콜옵션 행사가격이 현재 지수보다 5% 높은 상태임을 의미한다.OTM은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은 상태임을 의미하는 만큼, 옵션 프리미엄 역시 낮아진다. OTM 커버드콜이 ATM 커버드콜 대비 상승 가능성을 더 크게 열어두는 대신 옵션 프리미엄을 덜 수취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국 지수나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커버드콜 ETF도 국내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데 KODEX 미국 S&P500배당귀족커버드콜(합성 H)이 있다. 다만 미국 배당주들의 성과가 최근에 좋지 못하고 변동성 역시 낮은 편이라 1개월 수익률 -1%, 3개월 수익률 3.7%(2월 13일 기준)라 미국 S&P 500 지수에 비하면 저조하다. TIGER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은 월단위로 분배금을 지급한다. KBSTAR미국채30년커버드콜(합성), SOL미국 30년국채커버드콜(합성)은 미국의 TLTW(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Buywrite Strategy ETF)와 같은 장기채에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하는 상품이다. TLTW는 2월 들어 채권 변동성이 낮아지며 옵션 프리미엄이 줄어 분배금이 감소한 데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4%를 넘어가면서 주가까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QYLD는 나스닥(NASDAQ) 100 구성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며 2013년에 설정되어 매월 분배금을 지급했다. 최근 12개월 분배금은 0.16~0.18달러 정도다. 액티브 커버드콜 ETF에서 DIVO는 다우존스 종목, JEPI는 S&P 500 종목, JEPQ는 나스닥 100 종목에 대해 커버드콜 전략을 쓴다. 모두 월단위로 분배금을 지급하며 JEPI나 JEPQ의 분배율은 연 10% 이상이다.
DIVO는 고배당 혹은 배당 성장성이 높은 20~25개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JEPI는 펀더멘털 리서치를 통해 투자 종목을 선정하는 보텀업 방식에 S&P 500 OTM 콜옵션 매도를 더한 운용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커버드콜 ETF 중 가장 큰 규모이며, 매월 분배금을 빠짐없이 주고 있다. JEPI의 설정 이후 샤프지수는 0.97로 S&P 500의 0.63 대비 상당히높아 변동성 관리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다.
JEPQ는 자체 데이터 사이언스 모델을 통해 나스닥 100 구성종목 중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종목을 선별하고, OTM 콜옵션 매도를 통해 매월 높은 분배 수익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JEPQ는 지지난해 5월에 설정되어 역사가 짧은 편이다.
최근 커버드콜 ETF에서 눈에 띄는 흐름은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가 많이 나와 있다는 점이다. 일드맥스(YieldMax) 운용사에서는 20개가량의 개별 종목 커버드콜 ETF가 나와 있다. 개별 종목이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많게는 연 50% 이상의 분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한국 서학개미들에게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커버드콜 ETF는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TSLY(YieldMax TSLA™ Option Income Strategy ETF)이다. 현재 주가에서 2월 분배금이 1년 동안 나온다고 가정하면 분배율은 55.4%에 달한다.
NVDY(YieldMax™ NVDA Option Income Strategy ETF) 역시 변동성이 큰 종목인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으로 했기 때문에 옵션 프리미엄을 많이 받을 수 있어 2월 분배금을 기준으로 한 분배율은 69%에 달한다. 엔비디아 주가의 상승세까지 더해져서 올해 분배금을 고려한 총수익은 벌써 23%(2월 13일 기준)이다.
그 외 AMZY(YieldMax™ AMZN Option Income Strategy ETF)는 월분배율 35%, FBY(YieldMax™ META Option Income Strategy ETF)는 월분배율 61%, NFLY(YieldMax™ NFLX Option Income Strategy ETF)는 월분배율 78%, AMDY(YieldMax™ AMD Option Income Strategy ETF)는 월분배율이 87%에 달한다. 이외 코인베이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 페이팔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커버드콜 ETF 역시 일드맥스에 나와있다. 다만 월분배금은 언제라도 떨어질 수 있고 주가 역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기대했던 분배 수익을 얻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커버드콜 ETF를 포트폴리오에 넣는 것을 고려해볼 만한 경우는 이자·배당 소득은 적지만 해외주식 투자 비중은 큰 경우다. 커버드콜 ETF는 상대적으로 고배당을 자랑하기 때문에 투자금이 큰 경우 연 2000만원의 이자·배당소득을 넘을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어서 높은 누진과세 적용을 받고 사람에 따라서는 건강보험료도 더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반면 다른 해외주식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이라면 커버드콜 ETF가 마이너스가 날 경우에도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에서 양도차익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22% 세율인 양도소득세를 줄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커버드콜 ETF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세후 수익률은 더 커진다.
[김제림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2호 (2024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