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경기침체 초입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지만, 인도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미래에셋그룹의 첫 외국인 부회장인 스와럽 모한티 인도법인 대표는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도는 올해에도 큰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주요국이 탈세계화, 인구 고령화로 난관에 봉착했지만, 인도는 이와 완전히 대척점에 있기 때문이다.
모한티 부회장은 “최근 미·중 갈등을 피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이 중국 외에 생산기지를 또 한 곳 마련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전략을 펴고 있다”며 “이 같은 탈세계화 기조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건 인도”라고 밝혔다. 최근 인도 정부가 규제를 철폐하는 등 탈규제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모한티 부회장이 가장 강조한 건 인구 구조다. 그는 “인도는 인구 중 50% 가까이가 30세 이하인 매우 어린 국가”라면서 “인도의 맨파워 잠재력은 누구도 따라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투자자들이 인도 시장에서 주목해야할 분야로 소비재, 헬스케어, 인프라스트럭처, 금융, 제조업 등 5가지 분야를 꼽았다. 그는 “제조업은 인도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는 업종”이라며 “인도 정부가 생산연계보조금(PLI)과 같이 내수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제조업 성장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최근 미국을 제외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시장 중 하나가 인도다. 미국과의 G2 갈등 및 경기 침체 여파로 중화권 시장의 투자 매력이 낮아지면서 ‘넥스트 차이나’로 평가받는 인도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의 대표 지수는 최근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인도 증시에 따르면 인도의 대표 지수 중 하나인 니프티50지수는 지난 2023년 19% 상승했다. 니프티50은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에 상장된 인도 최대 기업 50곳의 가중평균을 나타내는 인도 대표 주가지수다. 2020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8000포인트까지 급락했던 니프티50지수는 올해 1월 중순 기준 약 2만2000포인트에서 거래 중이다. 인도 주요 상장사들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3년 사이 2배 이상 훌쩍 뛴 것이다. 증시 호황에 힘입어 인도 증권거래소들의 주식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 4조달러를 돌파하며 홍콩 증시를 제쳤다.
인도 증시가 호황인 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인도의 2019~2020년 회계연도 기준 외국인직접투자액(FDI)은 744억달러였지만, 2020~2021년 회계 연도 기준 820억달러, 2021~2022년 회계연도 기준 836억달러로 증가 추세다. 글로벌 자금이 인도를 주목하게 된 건 기존 세계의 최대 생산 공장이었던 중국의 성장 동력이 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갈등이 지속되는 리스크도 부담이다.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점도 굴지의 기업들이 생산 공장을 인도로 옮기는 유인이 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인도의 월간 평균 인건비는 중국의 5분의 1 수준인 230달러에 불과하다. 특히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의 영향으로 제조업 부문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외국인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분야는 정보기술(IT), 자동차 업종이 대표적이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 증시 밸류는 높은 경제성장률, 공급망 재편 수혜, 개인투자자 급증 등 장기적, 구조적으로 합당한 동인이 지지한다”며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인도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미국, 유럽 증시에 상장한 해외주식예탁증서(DR)에 직접투자 및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투자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인도 시장은 외국인 투자 허들이 있다. 개인투자자가 개별적으로 직접 투자하려면 기관투자자의 하위 계정으로 등록을 해야 하는데 절차가 까다로워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유럽 시장에 상장한 인도 종목들은 이러한 규제를 피할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맘껏 직접투자를 할 수 있다.
직접투자 유망 종목으론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이 거론된다.
‘디지털 인디아’ 정책 영향으로 IT산업이 발달했고, 숙련된 노동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제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금융 문맹층이 줄면서 은행 종목들의 주가 상승 여력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인도 증시 투자 시 중소형주보다는 성장이 안정적인 대형주가 좋다고 조언한다. 모한티 부회장은 “인도 시장은 중소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2023년 스몰캡, 미들캡 성장 스토리가 이어졌다”면서도 “최근 들어 이들 주가가 고평가된 만큼 이젠 우량 대형주 위주로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IT, 소프트웨어 업종에선 인포시스, 위프로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미국 증시에서 인포시스, 위프로 주가는 팬데믹 저점 이후 각각 189.94%, 149.21% 상승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25개 IT 서비스 기업 중 인도 IT 기업들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2010년 5.7%에서 지난해 17.3%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포시스는 소프트웨어 개발, 유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콜센터부터 IT 관리 서비스, 컨설팅까지 기업 업무의 모든 것을 대행해주는 아웃소싱 모델의 원조격 기업이다. 주력 제품인 은행 솔루션 ‘피나클’과 인공지능(AI) 플랫폼 ‘인포시스 NIA’ 및 보험 플랫폼 ‘매카미시’ 등 매출 다변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인포시스의 회계연도 기준 2024년 영업 이익은 3230억루피(약 5조원)로 영업이익률은 21%에 달할 전망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30%를 넘어선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포시스의 주가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23배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는 과거 5년 평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견고한 총계약금액과 생성형 AI의 적극적 투자에 따른 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고객사 정보를 데이터화해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프로도 유망 종목으로 평가된다. 위프로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연간 총 계약금액은 1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6% 급증했다. 다만 매출처 중에서 금융 및 보험이 35%로 가장 높아 금융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 소외층 감소 추이로 금융주인 HDFC은행, ICICI은행도 유망한 투자 종목이다.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도 국민이 점차 늘면서 ICICI은행의 분기 대출 증가율은 20%를 넘어섰다.
인도의 15세 이상 국민 수 대비 은행 계좌 보유 비율은 지난 2014년 49%에서 2021년 91%로 급증한 바 있다. 구조적 성장 모멘텀에 힘입어 HDFC은행, ICICI은행의 주가는 팬데믹 저점 이후 각각 122.31%, 250.87% 상승했다.
한편 미국 외 영국 증시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인도 기업도 있다. 인도의 시가총액 최상위 대기업이자 화학, 통신 업종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대표적이다. 앞서 미국의 빅테크 기업인 구글과 메타(페이스북)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모기업인 지오플랫폼의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 5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인도 내 1위통신사업자로서 인도의 경제 발전에 따라 4억 명이 넘는 가입자 수를 확보한 상태다. 최근엔 막대한 가입자 풀을 토대로 전자상거래 등 소매 시장(리테일) 서비스도 확장 중으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현재 국내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선 거래가 불가능하다. 증권사 유선 문의를 통한 매수만 가능하다.
분산투자 효과를 위한 공모펀드, ETF 간접투자도 방법이다. 현재 국내 ETF 시장엔 레버리지를 제외하고 KOSEF 인도Nifty50(합성), KODEX 인도Nifty50, TIGER 인도니프티50 ETF 3개가 상장돼 있다. 그 밖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인도의 5대 대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한국투자인도5대대표그룹 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의 대기업 중심 경제 정책 영향으로 대표 대기업의 ‘승자독식’ 구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하에 중장기적으로 투자 가치가 높다는 분석이다. 인도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BSE 지수 내 인도 10대 그룹의 매출액,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 30%, 42%에 달한다.
오혜윤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투자 운용부장은 “인도 시장은 대표적인 그룹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적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구조”라며 “해당 펀드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면 인도 정부 주도의 미래 핵심 성장 산업에 자동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넥스트 인도’ 찾기에도 나섰다. 인도 외 떠오르는 신흥국 시장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가 거론된다. 베트남은 인도와 유사하게 생산가능인구가 많고 인건비가 저렴해 기업들이 높은 생산성을 창출할 수 있다. 멕시코는 미국과 인접해 중국 대비 약 23%의 수출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 1위로 전기차 제조 허브로 발돋움 중이다. 국내 증시엔 ACE 베트남VN30(합성), ACE 멕시코MSCI(합성), ACE 인도네시아 MSCI(합성) ETF가 상장돼 있어 이들 신흥국에 간접투자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특정 시장에 집중하는 소위 ‘몰빵’ 투자보다는 ETF를 활용한 분산투자 전략을 강조했다. 단일 국가 투자의 동일 위험 대비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 펀드 및 ETF를 분산투자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5년 누적 7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