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증시에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공모주 투자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대어’들이 없었지만 하반기부터 파두와 두산로보틱스, 서울보증보험 등 공모 규모가 큰 공모주들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많아졌다. 청약 경쟁률도 올라가고 공모가 대비 시초가도 무난한 상승률을 보이며 공모주 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올해 3분기 상장 기업 40개 사 중 코넥스(5개), 재상장(2개), 유가증권이전상장(1개), 스팩(13개) 등을 제외한 19개 회사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평균 81.8% 상승률을 보였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으로는 평균 48.4%의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화두는 대어급인 파두의 성공적인 상장이었으며 뒤를 이어 대어급 기업의 추가적인 기업공개(IPO)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 효과다”라고 말했다. 파두는 몸값 고평가 논란에 상장 당일 종가는 공모가에서 11% 급락한 2만7600원이었다. 높은 공모가, 임원들의 스톡옵션 등이 주가에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상장 후 7거래일 만에 개인과 외국인들 순매수 덕에 4만원 선을 넘보면서 공모가를 훌쩍 웃도는 가격에 계속 머물고 있다.
올 3분기 IPO 상장 기업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은 1277 대 1, 일반청약 경쟁률은 1164 대 1을 기록했다. 2017년 이후 각각 세 번째로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어 기관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의 IPO 시장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박종선 연구원은 “상장 기업 수가 늘어나며 종목에 따른 관심도가 극명하게 분류되면서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는 종목도 있어 종목 선정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청약 경쟁률이 1164 대 1 정도로 높아지면서 균등배정으로 받는 주식 수나 비례배정으로 받는 주식 수가 많이 차이 나지 않게 된 것도 투자자들에겐 불리한 점이다.
비례배정과 균등배정은 50 대 50의 비율로 진행되는데 비례배정은 청약한 금액에 비례해 주식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균등배정은 최소 증거금 이상(보통 10~20주)을 청약한 모든 청약자에게 균등하게 주식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7월부터 공모주의 상장 당일 주가 상승 폭이 공모가의 최대 4배로 확대되면서 공모주 투자의 변동성도 더 커졌다. 과거 2.6배에 비해 가격 변동 폭을 높여 주가가 균형점을 찾는 기간을 단축하도록 한국거래소가 제도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과거엔 공모주 주가 변동 폭이 제한돼 있어 시초가의 2배로 뛴 후 상한가를 기록한 후에도 매수 대기 물량이 많으면 아예 당일에 거래가 잠기는 현상이 있었다. 상장일 동시 호가로 대량 주문을 넣어 특정 투자자가 공모주를 싹쓸이하는 사례도 있었다.
과거엔 신규 상장 종목일 경우 개정 전 30분 동안 공모가의 90~200%에서 호가를 접수해 결정되는 시초가를 개장 직후 거래 가격으로 사용했는데 바뀐 제도로 인해 이 과정 없이 공모가가 기준 가격이 된다. 가격 제한 폭은 60~400%로 확대된다. 이 때문에 인기 공모주를 상한가에 매수한 뒤 다음 날 더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내는 ‘상한가 따라잡기(상따)’도 어려워진다. 주가가 하루에 -40%에서 400%까지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매수·매도 타이밍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신규 상장주라고 해서 공모가를 반드시 웃도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요예측 경쟁률이나 청약 경쟁률, 보호예수 물량 등 여러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가령 7월 26일 상장한 글로벌 XR(확장현실) 테크 기업 버넥트의 10월 17일 종가는 8770원으로 공모가 1만6000원에 비해 40% 넘게 하락했다. 올해 첫 코스피 상장주였던 넥스틸도 10월 17일 종가는 공모가 1만1500원에 비해 20% 이상 하락한 9000원에 형성됐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인 2512 대 1을 기록한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인 에이엘티는 상장 첫날에도 공모가 대비 9.5% 하락했다. 2조원의 청약 대금이 몰렸던 밀리의 서재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80% 오르다 둘째날엔 하한가를 기록할 정도로 가격 변동성이 컸다.
올해 남은 마지막 공모주 대어는 에코프로그룹의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다. 2017년 리튬 이차전지용 양극소재의 원천인 전구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 고용량 하이니켈 양극재 전구체를 국내 최초 양산, 현재 국내 최대 전구체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포항캠퍼스에서 연간 5만 톤의 전구체 생산능력을 보유, 투자를 지속해 2026년까지 생산능력을 연간 20만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번 상장에서 1447만6000주를 전량 신주로만 공모한다. 공모 예정가는 3만6200~4만4000원으로 총 예상 공모금액은 5240억~6369억원이다. 희망공모가 범위 상단액을 9월 증권신고서 접수 당시 4만60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변경했다. 다른 이차전지주 주가 하락을 반영해 소폭 조정한 것이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은 10월 30일~11월 3일이며 11월 7일 공모가액을 확정한다. 일반청약은 11월 8~9일 진행할 예정으로 11월 중순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며, 공동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004년 전구체 기술 연구개발과 함께 이차전지 핵심 소재 산업을 개척해온 기업이다. 2006년 국내 최초 하이니켈 NC(A) 전구체, 2014년 세계 최초 NCM811 전구체와 2016년 NCM9½½ 전구체 개발에 성공했으며, 현재는 전기차(EV) 및 Non-IT 기기에 탑재되는 최고 수준의 하이니켈 전구체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또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원료인 니켈, 코발트 금속 정제 및 생산 기술을 개발해 높은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원료 활용능력을 극대화하는 RMP(Raw Material Pre cipitate·황산화 공정) 공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여 순도가 낮은 원자재에서 고순도의 니켈과 코발트를 추출할 수 있게 됐으며, CPM(Cathode Precursor Material·전구체 생산 공정) 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 및 부적합품은 다시 RMP 공정으로 투입하는 재활용 과정을 통해 99% 이상의 수율을 확보했다. 기존 고순도 원재료를 비싸게 매입해 가공해야 하는 경쟁사 대비 높은 원가 경쟁력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원재료 매입부터 전구체 생산, 최종 고객사에 이르기까지 자체 밸류체인 구축을 통해 높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원료 공급망이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나 최근 탈중국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국내 밸류체인 구축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중국계 업체가 선점한 전구체 산업에서 중국계 업체를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Critical Raw Materials Act) 등에 따른 규제 환경 변화에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IRA, CRMA가 본격 시행되기 전부터 양극재 및 이차전지 기업들이 전구체 매입처를 다각화하거나 신규 매입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고객사 추가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번 상장으로 조달하는 자금을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 등에 사용해 미래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또한, 환경규제 기준이 높은 북미와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고도화된 리사이클 및 친환경 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이차전지 소재 시장을 선점할 방침이다.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이차전지 소재의 핵심인 전구체 연구개발과 생산능력 확대 기술에 주력하며 외형을 성장시켜왔다”며 “이번 IPO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차전지 소재 전문기업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 투자를 통해 글로벌 전구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청약일이나 상장 당일 다른 이차전지 대장주들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청약 경쟁률이나 주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차전지 관련주들은 7월부터 계속 높은 변동성을 보여왔던 점도 유의해야 한다. 10월 들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물론 포스코퓨처엠이나 엘앤에프 등의 이차전지 테마주들의 투심은 차게 식고 있다. 높은 성장성을 미리 반영한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주가가 조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외 11월 초에 공모청약 일정이 확정된 종목은 스톰테크(11월 9~10일), 에이직랜드(11월 2~3일), 에스와이스틸텍(11월 1~2일), 컨텍(10월 31~11월 1일), 큐로셀(10월31~11월 1일)이 있다. 비슷한 날 복수의 종목이 몰리는 경향이 있고 청약을 신청하고 나서 다시 청약대금이 환불되는 날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자금 계획을 잘 짜야 여러 건의 청약에 도전할 수 있다. 종목 선정 역시 필요하다. 이 중 자연과학 및 공학 연구개발 기업인 큐로셀은 예상 시총이 4000억원대인 ‘미니 대어’급이다.
또한 내년 IPO 추진 예상 기업은 케이뱅크, 컬리, 오아시스마켓, 올리브영, LG CNS, SK에코플랜트, SSG닷컴 등이 있다. 케이뱅크는 예상 기업가치가 4조~5조원으로 거론되며 올리브영은 2조원가량이다. IT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LG CNS는 예상 기업가치 5조~7조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외 건설 인프라 및 폐기물 처리업체인 SK에코플랜트는 마찬가지로 예상 기업가치가 5조~7조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예상 기업가치는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크다.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