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고있다. 특히 지하철 2·8호선 잠실역 양 옆으로 자리한 대단지인 잠실주공5단지와 잠실 장미1·2·3차 재건축에 관심이 모인다. 잠실주공5단지는 최고 70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고, 잠실 장미1·2·3차는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이다.
먼저 송파구의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는 최고 70층 높이, 6303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할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지난 9월 신속통합(신통)기획 자문위원회를 열고 잠실주공5단지 조합이 제안한 정비계획 변경안에 대해 최초 자문을 진행했다. 신통기획은 서울시와 민간이 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함께 마련하는 제도다. 서울시가 직접 기획해 계획안을 짜는 ‘기획 방식’과 주민들이 만든 계획안을 조언해주는 ‘자문 방식’으로 나뉜다.
1978년 지어 45년 동안 자리한 잠실주공5단지는 올해 들어 신통기획 자문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나섰다. 앞서 이 단지는 지난해 2월 서울시로부터 최고 높이를 50층으로 하는 정비계획안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서울시가 올해 초에 층수 제한을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2040 서울플랜을 발표하며 기존 계획안을 변경하기로 했다. 동시에 빠른 변경을 위해 신통기획 자문 방식에 참여했다.
자문위에서 다뤄진 변경안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는 앞으로 최고70층 높이, 28개동, 6303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한다. 현재는 최고 15층 높이, 30개동, 3930가구 규모다. 초고층 재건축이 확정되면 스카이라인이 확 달라지는 건 물론 가구 수도 약 2400가구 늘게 된다. 조합은 잠실역 인근으로 최고 70층 높이 랜드마크 주동을 배치할 방침이다. 해당 용지가 준주거지역이라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대로 재건축이 이뤄진다면 송파구 최고층 아파트 단지로 자리잡게 된다.
단지 안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된 곳에는 20층부터 49층까지 다양한 주동을 배치한다. 아파트 주동 개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해 동간 간격을 넓혔다. 이로써 4000가구 이상이 한강을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조합 측은 보고 있다. 단지 중앙에는 초대형 공원도 조성한다. 일부 단지는 스카이브리지로 연결할 계획이기도 하다.
당초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신천초 용지 이전 내용도 이번 계획에선 빠졌다. 현 위치에 그대로 두는 방향으로 설계한 것이다. 아울러 서울시가 학교 용지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나선 것도 호재다.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을 고려해 학교를 짓는 게 확정될 때만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 학교 용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기부채납 계획이 변경되고 정비 사업이 늦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재 조합은 서울시 1차 자문 결과를 토대로 계획안을 다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논의되는 내용은 앞으로 잠실주공5단지 정비계획 심의 과정에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급격하게 오르는 공사비와 주민 갈등도 변수다. 일례로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 송파구에 신속통합기획 자문 방식 철회 동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송파구는 반대 동의서를 제출한 주민들이 실제 조합원이 맞는지 등을 검증한 후 서울시에 철회를 건의할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10월 12일 도시계획포털에 ‘잠실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 및 구역 지정안’을 열람공고하기도 했다. 1970년대 고도 성장기에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기 위해 도입한 아파트지구 제도를 지구단위계획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그간 아파트지구는 주택 용지에 상가를 짓거나 보행로를 내는 걸 금지하는 등 경직된 제도란 지적을 받아왔다. 재건축 정비계획과 연계성도 떨어져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자 서울시는 아파트지구를 하나둘씩 폐지하거나 전환하고 있다.
이번에는 잠실 아파트지구가 전환 대상에 올랐다. 아파트지구가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됨에 따라 재건축이 보다 쉬워질 전망이다. 지구단위계획이 지역 전반에 대한 개발 계획을 담아내 통상 재건축 밑그림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토지 이용을 유연하게 할 수 있어 역세권에는 주상복합 단지가 생겨날지도 주목된다. 실제 이번 계획안에 따르면 재건축이 추진되는 잠실 노후 단지들은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됐다. 구체적으 로 1구역에는 잠실주공5단지, 2구역에는 잠실 장미1·2·3차, 3구역에는 미성·크로바, 4구역에는 진주아파트가 포함됐다.
특히 잠실역과 잠실나루역 역세권인데다 한강변 단지인 장미1·2·3차의 변화가 주목된다. 이 단지는 용도가 1종 일반주거지역과 7층으로 제한된 2종 일반주거지역,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계획안에는 ‘향후 별도의 세부개발계획 수립 시 용도지역 변경 검토’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서울시는 종상향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 관계자는 “해당 단지는 신통기획에 참여했다”며 “신통기획에서 유연한 계획을 세우는 게 가능하도록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안은 연내 발표될 예정이다.
그간 신통기획에 참여한 역세권이나 한강변 단지는 용도와 용적률이 유연하게 적용된 바 있어 장미 1·2·3차 기획안에도 반영될지 관심이 모인다. 앞서 장미 1·2·3차 주민들은 2019년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 최고 50층 높이로 재건축하는 안을 추진했다. 물론 잠실5단지와 마찬가지로 주민 갈등이 변수다.
이외에도 송파구청에선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가 31곳에 달한다. 잠실우성4차 아파트도 지난 9월 재건축 7부 능선으로 꼽히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1983년 지어져 40년 동안 자리한 잠실우성4차는 현재 7개동 555가구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통과된 사업시행계획안에 따르면 잠실우성4차는 향후 9개 동 825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지상 최고 층수는 32층으로 설계됐다. 이 단지는 탄천과 잠실유수지 공원과 인접한 게 특징이다.
송파 한양2차 아파트는 31층 안팎의 127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1984년 744가구로 지어진 이 단지는 서울공항 비행안전구역에 속한다. 고도제한을 받고 있어 해발고도 약 125~132m 범위 안에서 높이 계획을 수립했다. 남측에 한양공원과 저층 주거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상지 내부로 갈수록 높아지는 텐트형 스카이라인을 계획했다. 남측 한양공원은 교육특화공원으로 다시 조성한다. 단지 안에 있던 기존 유치원을 한양공원 쪽으로 이전하는 식이다. 공원과 단지 경계부(데크) 하부 공간에 작은 도서관과 어린이돌봄센터를 설치할 예정이기도 하다. 공원과 교육, 돌봄 공간을 한데 모아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지은 이른바 ‘올림픽 3대장(올림픽선수기자촌·올림픽훼밀리타운·아시아선수촌)’ 아파트들도 지난 6월 안전진단 문턱을 모두 넘었다. 재건축을 확정지으며 향후 절차를 본격 추진하게 됐다. 이들 3개 단지 가구 수는 총 1만 1390가구에 달한다.
이희수 기자